[삶과 수행이야기]〈68〉탑 쌓는 데 천여년, 무너지는 데 한 순간
불교 역사 속에서 종단 존속의 진실 찾아야
해외서 정진한 구법승들 정진력 바탕
계율 해이, 종단 탈퇴 등 현실에 경종
고래로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불교사적으로 매우 밀접한 인연이다. 우리나라는 인도가 아닌 중국 불교를 받아들였는데, 몇 구법승들은 한국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동시에 중국불교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고덕(古德)들의 구도역정을 보자.
김교각(金喬覺, 696~794)은 신라 고승으로, 24세 때 당나라로 건너갔다. 안휘성 구화산(九華山)에 머물러 수행하다가 99세에 좌선한 채 입적하였다. 스님의 육신은 구화산 육신보전(肉身寶殿)에 안치되어 있으며, 중국인들은 스님을 지장보살의 화신이라 칭한다. 구화산은 중국불교 4대 성지(오대산:문수, 아미산:보현, 보타산:관음) 가운데 하나이다. 스님께서 수행할 때, 어느 일행이 산에 왔다가 석굴에서 면벽하고 계신 스님을 보았는데, 스님의 발우에는 흰 모래와 소량의 쌀이 담겨져 있었다. 이들이 교각의 정진력에 감화를 받아 사찰을 지어 보시한 절이 구화산 입구에 있는 화성사이다.
또 한분의 신라 구법승은 무상(無相, 684~762)대사이다. 무상은 한국 선의 원류인 마조(馬祖, 709~788)의 스승이라는 학설로 한ㆍ중ㆍ일 학계에서 가끔 등장한다. 무상은 신라 성덕왕(재위 702~737)의 셋째 왕자로, 44세에 중국에 들어가 사천성 정중사(淨衆寺)에 머물다 이곳에서 열반하셨다. 그래서 스님의 선(禪)을 선종의 한 일파인 정중종이라고 한다.
스님의 불교사적 업적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인들이 모시는 오백나한이 있는데, 오백나한 가운데 무상이 455번째 나한으로 모셔져 있다. 또한 티베트에 최초로 전한 선이 무상의 선사상이다. 무상의 정진력은 <역대법보기>에서 “김화상은 가사를 받고 천곡산 바위굴에 숨어 버렸다. 풀을 엮어 옷으로 삼고 음식을 줄였으며, 음식이 없어지면 흙을 먹을 정도로 수행했다. 맹수들이 무상대사에게 감화를 받아 그를 호위해 주었다”고 했다.
또 <송고승전>에는 “무상대사가 산속에서 수행한 지 점차 오래되어 갈수록 옷이 다 헤지고 머리가 길어 사냥꾼들이 그를 이상한 짐승으로 여기고 활을 쏘려다가 그만두기도 하였다. 무상은 마을 부근의 성에 들어와서도 낮에는 무덤 사이에 머물렀고, 밤이면 나무 아래에서 좌선하는 등 두타행을 하였다. 이에 사람들에게 점차 존경을 받았고, 섬기는 인물이 되었다. 대사를 위해 무덤 옆에 사찰을 지어주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하였다.
또 한분의 구법승이 있다면, 유식학의 대가인 원측(圓測, 612~696)이다. 지금은 서안 흥교사(興敎寺) 도량 내, 원측의 탑이 현장 법사 탑 좌우로 규기의 탑과 나란히 모셔져 있다. 그러나 현재 비춰지는 것보다 원측은 생전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함께 동문수학했던 규기 법사가 원측을 이단으로 내몰았다.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돌아와 유식 강의를 할 때, 원측이 떳떳하지 못하게 몰래 들었다는 것이다. 생전에 측천무후는 원측을 자은사 주지로 임명하기도 하였고, 스님이 입적하자 고종은 “짐이 국보를 잃었도다”며 한탄하였다고 한다. 스님의 업적이 남긴 유식학은 한중일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나라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는 오랑캐족(하열하고 미개인)이라 하는 오만불손함이 있는데, 김교각ㆍ무상ㆍ원측이 선지식으로 모셔지게 된 데는 이분들의 정진력에 중국인들이 감화를 받은 것이라고 본다.
현 조계종이 존립할 수 있는 것은 해외에서 정진한 구법승들의 정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은 승려들의 계율 해이, 종단 탈퇴, 사중 재산 개인 착복 등 불편한 진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 이루어진 종단인가? 탑을 쌓는 데는 천여년이 걸려도 무너지는 데는 단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역사는 진실을 말한다. 앞으로 이 종단을 어떻게 존속시킬 것인가?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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