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 <칼럼니스트>
중학교 1학년 국어책에 지네 장터라는 전설이 나온다. 흔히 은혜 갚은 두꺼비라고 알려진 두꺼비 전설이다. 두꺼비를 보살펴 준 처녀가 당집에 제물로 바쳐지는데 두꺼비가 처녀를 구하기 위해 지네와 싸우게 되자 결국 두꺼비와 지네는 죽고 처녀를 살려낸다는 보은(報恩) 설화다. 이 전설이 바로 청원군 오창과 청주시 오근장, 즉 통합 청주시의 전설이다.
지난 3월 18일, 제2의 원흥이로 불리면서 두꺼비 집단 서식지가 청원군 오송에서 발견되었다. 산란을 위해 산에서 내려오던 두꺼비가 산란지로 가지 못하고 콘크리트 농수로에 갇혀 죽어간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에 두꺼비순찰대 지킴이들이 현장에 출동하여 200여 마리의 두꺼비를 농수로에서 구해 주었다.
농수로에서 일주일 이상을 보낸 두꺼비 중에는 천적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마른 농수로에서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처참한 상황이 이어졌다. 운 좋게 농수로에 빠지지 않은 두꺼비들은 산란지로 가지 못하고 도로로 나와 차에 깔려 죽어갔다. 로드킬 개체가 50마리 이상이나 되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두꺼비가 겨울잠을 자는 야산에는 현재 전원마을 공사가 한창이다. 산을 2만 평 가까이 깎아내었으며, 그 마을로 진입하기 위한 도로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자연환경에서 살아가고픈 욕망을 가지고 있다. 결국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치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사람들의 인권이 중요하듯이 이제는 생물들의 생물권도 살피며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산 중턱을 깎아내고 만들어지는 오송의 전원마을과 도로 공사는 두꺼비들의 서식지를 파편화시키고 이동을 제한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란지로 이동하지 못한 두꺼비들이 이번에 대규모로 농수로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게다가 두꺼비 산란지인 연제리 623번지는 오송산업단지의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언제 들어올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청원군이 준비해 놓은 부지라고 한다. 결국 오송 연제리의 두꺼비도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사라지고 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렇게 사라진 생명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송 일대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금개구리의 최대 서식지 중 하나다. 당연히 맹꽁이들도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보전대책을 제대로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오송 제2산업단지에서 이 생명을 위한 배려는 사업지구 내에서 잡아서 사업지구 밖으로 옮겨주는 포획 이전이 다였다.
이런 문제가 원흥이, 오송 등 여러 개발현장에서 일어나는 이유는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발 과정에서 인간보다 수만 년 전부터 먼저 살아왔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공존을 위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밀리고 밀려나 인간만이 살아가는 도시, 자본에 의해 점령당한 도시가 되고 나면 그리고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의 삶이 척박해지고 황량해질 즈음 그때야 옛날의 두꺼비, 맹꽁이, 금개구리를 찾는 것은 아닐까 청주청원 통합으로 각종 규제를 풀고서라도 개발을 하고픈 욕망의 도시에서 과연 자연과 사람,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이 언제나 올까?
5월이면 새끼두꺼비들이 대규모로 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도 농수로는 새끼두꺼비들의 지옥이 될 것이다. 시급히 오송 일대의 두꺼비에 대한 정밀생태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두꺼비와의 공존 방안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원흥이 두꺼비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청주시가 이번 오송의 두꺼비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시 한 번 전국적인 녹색도시로 거듭날 것이다. 이것이 도시의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