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소고기보다 맛있는 돼지고깃집
부산 남천동 돼지고기찐맛집 고기꿉는 예반b 06. 202
부산에 맛있는 돼지고깃집 참 많이 다녔지만 소고기보다 맛있다는 표현은 처음이다. 메인인 돼지고기도 돼지고기지만 찬 하나하나에 깃든 손맛에 소식좌인 나도 젓가락을 쉴 새 없이 들이댔던 집, 바로 부산 남천동 고기꿉는 예반이다.
호텔 셰프 출신의 주인장이라 맛이 비상하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왔다. 그래도 뭐 고기가 고기서 고기지 라는 마음으로 지인들과 함께했다. 주인장의 안목대로 5인분을 주문했다. 배꼽살이 별미라니 배꼽살은 꼭 섞어달라고 했다. 껍데기 항정상을 배꼽살로 이름 지었는데 꼬들꼬들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 고소한 항정살이 꼬들꼬들 말려 올라간 배꼽처럼 한입에 살살 녹는다. 입맛이 까다로워 비계를 떼어먹는 나지만 이 비계는 이상하게 고소하다? 삼겹살, 등겹살, 배꼽살로 플레이팅 된 환상의 비주얼을 눈에 담고 하나씩 하나씩 구워 쏜살같이 먹어 치웠다.
솔직히 이 집에서 가장 감동받은 찬은 바로 콩나물 무침이다. 심플한 요리에 맛을 더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무생채와 같은 난이도 상의 콩나물 무침인데 한 입 넣은 순간, 와! 하고 놀랬다. 돌아가신 엄마 손맛이다. 호텔 셰프셨던 분이라 세련된 맛일 거란 편견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세 비워진 접시. 피클 종합선물 접시는 비주얼만으로 침이 고인다. 양파, 고추, 버섯 등 피클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맛은 말해 뭐 해. 김치 또한 시큼하면서도 사각거리는 손맛 그대로 감칠 나다.
5인분이 다 어디로 사라졌지? 하는 순간 다시 5인분을 주문했다. 필수 부위인 배꼽살과 목살. 그리고 목살을 얇게 저며 내주셨는데 이게 또한 별미. 자칫 텁텁할 수 있는 목살인데 대패 삼겹살처럼 적당한 기름에 적당한 속살이 어우러져 쉴 새 없는 젓가락 향연이 이어졌다. 플레이팅 또한 심미안적으로 감각적이다.
고기맛도 좋은데 밥맛도 좋을까 싶어 주인장의 추천으로 해물차돌된장찌개를 주문했다. 4인이면 하나로 충분하다는데 거기에 공깃밥 하나를 투척했다. 일순 된장죽밥이 되는 순간. 그렇게나 먹고 배가 부른데도 이번에는 숟가락이 쉴 새 없이 냄비를 향한다. 안 시키면 서운하다는 간장계란밥,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맛이 나냐며 뱃살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버렸다.
삼겹살 130g 11,000원, 요즘 물가에 이 정도 맛에 이런 플레이팅이면 매우 착하다. 부산에서 좀 제대로 된 돼지고깃집 가고 싶다면 주저 없이 고기꿉는 예반을 추천한다. 심지어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돼지 성애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가족까리도 좋고 회식으로도 좋다. 지인과의 생일파티라면 더더욱. 소식좌의 배에 듬뿍 기름칠을 하고 돌아선 날, 조만간 재방문을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