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미혼모가 되어 버린 당금애기, 집안 식구들에게는 이를 숨기고 말을 하지 않았는데 하룻밤 다녀가신 시준님의 말대로 배가 불러 오는 것이다.이를 눈치챈 집안 식구들의 추궁이 계속되었다.결혼도 안한 처자가 임신이라니.ᆢ가족회의를 통해서 내린 결정은 집안 망신 당하기 전에 그녀를 죽이는 것이었다.
뒷산에 데리고 가서 눈물흘리는 당금애기의 목에 큰오빠가 준비해간 칼을 내리쳤다.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일일까? 목이 부러져라 칼을 내리쳤는데 칼이 부러지는 것이었다.두째 오빠.세째 오빠가 세번을 내리쳐도 칼자루만 부러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나섰다.이는 필시 하늘의 뜻이다.뒷산 동굴에 두고 가면 죽을 운명이면 죽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하늘이 살릴것이다.
차마 꽃같은 동생을 죽이기 싫었던 동생들도 모두 동의하였다.며칠이 지나 어머니가 뒷산 동굴을 들여다 보니 안에서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당금애기와 갓난아기 셋을 집으로 데려온다.당금애기는 사내아이 셋을 낳았는데 이들은 건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하였다.
당금애기는 시준님이 떠날때 손에 쥐어준 박씨 세개를 보여주었다.박씨를 심어 넝쿨을 따라가면 아버지를 만날수 있다고 하였다.당금애기와 세 아들이 박넝쿨을 따라 계속 길을 가니 서천국 개비랑국에 도착하였다.
금불암의 시준님을 만나서 자신들이 당신의 자식이라고 큰절을 올렸다.그러나 시준님은 바로 믿지 않았다.진짜 나의 자식이라면 나의 신통력을 물려 받았을 터이니 뒷산에 죽은지 3년된 소뼈가 있으니 다시 살려보라고 하였다.삼형졔가 소뼈를 만지며 주문을 외우자 살이 돋아나고 소뿔이 있는 늠름한 소가 음머어.하고 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시준님이 이번에는 짚으로 닭을 만들어 보라고 짚단을 가져왔다.삼형제가 짚단에 손을 대고 입김을 불어넣고 주문을 외웠다.그순간 놀랍게도 아름다운 장닭이 살아나서 꼬끼오 하고 회를 치고 울었다.
마지막으로 시준님이 하얀 접시를 가져오더니 칼로 손가락을 잘라 피를 담았다.삼형제도 손가락을 잘라 피를 담았다.서로의 피가 배척하지 않고 서로 뭉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시준님이 너희들은 나의 자식이 맞구나.하면서 삼형제를 얼싸안았다. 삼형제는 시준님에게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첫째는 청산.둘째는 황산.셋째는 백산으로 하라고 하였다.
그때 당금애기가 끼어들었다.
청산은 삼사월에만 청산이지 구시월에도 청산이겠냐며 첫째는 형불.
황산은 구시월에만 황산이지 동지에도 황산이겠냐며 둘째는 재불.
백산은 동지섣달에나 백산이지 오뉴월에도 백산이겠냐며 셋째는 삼불.이라고 이름짓자고 하였다.
시준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굿 아이디어.ᆢ아주조아.ᆢ!
그녀의 청을 받아들여 세 형제는 세 부처 삼불 제석이 되었다.그들은 오늘도 세상사람들을 도와 장애를 없애주고 복을 베풀고 있다.
당금애기는 집집마다 애기를 점지해 주고 병없이 자라나게 해주는 삼신 할미가 되었다.어려서 죽은 아이들도 삼신할미께서 맏아서 키워준다.
한국판 동정녀 마리아와 구세주 이야기이다.
당금애기는 온갖 역경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홀몸으로 세 아이를 품고 낳아서 훌륭하게 키웠다.그것도 세상을 널리 구원하는 부처로 키워냈다.
불교에서 무속을 포용하는 모습도 있지만 당금애기 신화는 우리 무속에서 불교를 포용하는 문화교류의 흔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