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김문경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직장상사 및 직장동료 등, 우리들은 늘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이 가운데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때로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가끔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서로 교화하기도 한다. 그 중 같은 공감대로 즐거워하며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고 보람일 것이며, 그것이 뜻 있는 일로 발전하여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축복된 삶일 것이다.
오늘 스님이 계시는 요양원을 방문하였다. 문을 두드리고 인사하며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늘 그렇듯이 주변이 어수선하였다. 부처님이 모셔진 단상 위에는 찻잔이 주르륵 널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차가 가득 담겨져 있어 단상 밑에 찻물이 떨어져 얼룩져있었다. 그리고 스님께서는 침대 위에 앉으셔서 CD 플레이어에서 흐르는 법고(북소리)를 들으시며 사진정리를 하고 계셨다. 나는 널려진 방부터 정리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님께서는 포토앨범을 보여주시며 사진을 다 꺼내서 예술사진으로 만들어 정리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나의 의견을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 없이 시키시는 대로 일을 시작하였다. 사진을 정리하는 도중 나는 나의 무용사진에 빠져들어 감상하기 시작하였다. 차차 그 사진들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편집에 몰두하였다.
이때, 다른 방에 계시던 요양원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시는 소리가 들려오자, 문득 배가 고픈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스님께 "배가 고파지네요."라고 말씀을 드리니 스님께선 "점심을 먹고 와서 계속하지" 라고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그 작업을 놓기가 싫어 마저 끝내고 점심 먹으러 가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반쯤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처럼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적은 드문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은 정말 일을 즐겼다.
그 후, 점심을 하고 난 뒤에 방송국에 약속이 있어 가려고 하는데 스님께서 같이 가시고자 하셨다. 그래서 스님을 모시고 방송국을 방문하여 우연히 오늘 사진정리를 한 것을 토대로 그 동안에 모아왔던 모든 자료들과 함께 편집하여 DVD를 제작 할 것을 TV방송국과 의논하여 결정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오늘처럼 공감대를 가지고 아무 부딪힘 없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막연한 기대를 하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이때, 차 안의 있던 신문을 가져다 읽어 보던 중 여기에도 나와 같은 공감대를 가지고 글을 쓴 이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여성자신에 나오는 '평화와 행복 위한 10가지 덕목' 그 내용은 위대한 원칙 의 저자 고든B. 힝클리가 쓴 글 이였다. "일은 재능 드러나게 하고 꿈 실현되게 하는 기적 같은 것 낙관주의가 염세주의 대신하고, 희망이 불안, 걱정 몰아내야"하며 선함의 핵심은 용서, 자비, 연민이며 일은 위대하고 대단한 특권이자 낙관주의적 정신이 필요로 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나에게 같은 공감대를 가지게 하였다.
두 번째는 이시형과 함께 읽는 프로이트 내용 중에서 "인간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내 마음인데 왜 의식적으로 컨트롤이 안 되는 걸까? 도대체 못하게 하는 그 힘의 정체가 뭘까? 과연 누가 제 정신인가? 왜 안 될까? 정신분석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마음은 어디에, 무엇이, 왜, 어떻게 작용하기에 그렇게 되는 걸까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의 모르는 부분, 즉 의식 하지 못하는 부분-무의식-을 안다는 것은 곧 자기를 안다는 뜻이다. 마음은 의식, 전의식, 무의식의 3층 구조로 되어 있다고 프로이트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늘 내가 공감대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스테리 기획 별난사람 별난세상 에 나오는 김영기씨의 '영혼에도 격(格)이 있다' 라는 글 내용 중에 영격지수에 대한 표현은 특히 공감대를 더하여 나의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내용은 "보통사람의 영격지수 대부분을 200이하로 보는데 우주의 비밀 에 의하면 50이하는 저속하고 사악하며 100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남을 미워한다. 150은 욕망을 추구하고 자신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며 200까지는 주관적이며 지식이 많다. 80 ~ 90%가 200이하로 보면 무방하며 200을 넘어서면 존경과 칭찬의 대상이 된다. 300을 넘으면 겸손이 몸에 배고 대인관계가 능해진다. 400을 상대방에 마음을 알고 이해심이 강해지며 600이면 불쾌한 일이 없고 자비심이 생긴다. 800은 에고의 개념이 거의 소실되고 혈연, 지연을 초월하며 인류를 위해서 인생을 산다. 1,000이 되면 속세의 모든 유혹을 완전히 벗어난 선인 석가나 예수가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글들은 나로 하여금 공감대를 갖게 하여 더욱 더 나의 일을 확신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나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날이자 행복한 날이다. 가끔은 이런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과 심층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