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의 높은 온도가 남성의 생식능력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대중 문화에서도 고환의 ‘온도 문제’를 다룰 정도로 흔하다. 미국에서 오래전 방영된 시트콤 ‘사인펠드’의 한 에피소드에서 남성 출연자(크레이머)가 자신의 정자 수가 감소하는 원인을 꽉 끼는 속옷 때문이라고 믿고, ‘아래 친구들’이 숨 쉴 수 있게 한다며 팬티에서 트렁크로 과감히 바꾸는 장면이 있었다. 정자 생성은 온도에 민감하며, 고환이 몸 밖에 위치한 것도 체온보다 약 2~3°C 낮은 온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장시간의 열 노출은 음낭의 과열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산화 스트레스, 활성산소(ROS) 증가, 정자의 운동성과 기능 저하와 연관되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열이 너무 많으면 세포 수준에서 혼란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장거리 운전기사나 용접공처럼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정자 생성이 저하되는 사례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임신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80~90°C의 사우나에 들어 앉아 있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 묻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 연구 결과는 어떨까?
자주 인용되는 2002년 연구를 보자. 이 연구에서는 건강한 남성 '8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매일 80~90°C의 사우나에 들어가게 했다. 정자의 속도와 이동 거리 같은 일부 운동성 지표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런데 이런 변화는 사우나를 중단한 후 일주일 내에 원상 회복되었으며, 더 혼란스러운 것은, 사우나 1주 후에는 정자 수가 감소했지만, 2주 후에는 오히려 기준치보다 1mL당 100만 이상 증가했다는것이다. 사우나는 정자에 나쁜 걸까, 좋은 걸까? 비판적 시각으로 연구내용을 한번 살펴 보자. 표본 수가 8명에 불과한 연구에서는 우연한 변동이 마치 의미 있는 경향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런 연구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더 나은 질문을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
2007년의 또 다른 연구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연구에서는 불임 문제가 있는 남성 11명을 대상으로 온수 욕조나 뜨거운 목욕을 통한 열 노출을 조사했다. 열 노출을 중단한 후, 5명은 총 운동성 정자 수가 491% 증가했다. 흥미롭게도 열 노출 중단 후 반응이 없었던 사람들은 흡연 이력이 훨씬 많았다. 이는 정자 질 저하의 원인이 열보다 흡연일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사우나가 정자 운동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여겨지는 것은 2013년의 종단 연구다. 건강한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주 2회 사우나를 이용하게 했는데, 그 결과 정자 수와 운동성이 유의하게 감소했고, 염색질 구조, 미토콘드리아 기능, 열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 발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꽤 심각하게 들린다. 그런데 연구의 결론을 보면 이 모든 변화가 사우나를 중단한 후 6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었고, 호르몬 수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요약하자면, 사우나는 일시적으로 정자 생성을 방해할 수 있지만 영구적인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넓게 보면, 2018년 사우나의 건강 효과에 대한 체계적 문헌 리뷰 연구에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었고, 정자 생산 저하를 보고한 연구는 단 하나(2013년 연구)뿐이었다. 다만 이 리뷰에 포함된 연구들 역시 규모가 작고 서로 이질적이어서,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사우나는 핀란드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사용해 왔다. 일부 인터넷에서 떠도는 음모론과 달리, 핀란드의 낮은 출산율은 사우나 때문이 아니고, 출산 연령의 증가, 경제적 불안,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 여성의 선택권 확대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타당할 듯 하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나온 연구는 규모가 작고 제한점이 많아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사우나는 일부 남성에서 정자 운동성을 일시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지만, 이 영향은 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임신을 적극적으로 시도 중이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사우나 이용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사우나를 적당히 즐겨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