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방과후 독서동아리 수업을 올해도 하게 되었다. 작년에 너무 엉망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혹시 선생님이 안 계셔서 계속 하는 것은 아니겠지??? 살짝 의심도 ㅎㅎㅎ 어찌 되었든 한다. 15회기를.. 처음에는 당연히(?) 책 소개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도. 올해는 작년에 들었던 (그 엉망이었던 과거를 아는) 아이를 포함해 20명 아니 독서동아리인데 ... 그래서 일까 올해는 관리하는 선생님께서 두분이라고 했다.
드디어 책을 가지고 하는 첫 수업.
[이름]이라는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각자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기 소개를 하기. 첫번째 아이의 말을 이름만 바뀐 도돌이표...
태어나면서 받는 것이 있다. 이건 그냥 주어지는 것이다. 나를 태어나게 한 것과 이름. 지금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부모님에게 처음 받는 선물이다. 이것을 어떻게 가지고 갈지 생각해보고 길가메쉬는어떻게 이름을 남겼지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시작했다.
[이름]이라는 책으로 수업할때면 나 스스로도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이름에 맞게 살아가고 있을까 누군가는 이름에 들어가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눌린다며 쓰지 않는 한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라 그냥 살아가지만 버거울때도 있다. 그래서 이름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낙서와 함께... 오늘도 아이들에게 말을 하면서도 '과연 나는'하며 복잡한 생각속을 떠돌아다녔었다.
본격적인 수업
4대 문명이 어디인지의 질문으로 시작했다. 역시 과묵한 아이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실감하며 세계사를 배운 적이 없냐는 질문과 내 학장시절과 배우는 교과가 달라서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른다. 정답이 없는 수업이다 등을 설명하고 한 가지만 대답해달라는 부탁에 (불쌍해 보였는지 ㅎㅎㅎ) 서서히 말하는 아이들이 나왔다. 다행히 답을 마친 후 여기서 가장 먼저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이며 이곳에 있는 수메르문명에사 나온 이야기가 길게메쉬라며 이야기를 끌어갔다.
다음으로는 기본적인 설명으로 판본을 찾게 된 이유, 해독하는 과정과 수메르 판본은 3개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많아졌는지 바빌로니아 판본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을 만든다면 어떤 순서로 썼을지를 아이들에게 물어보았고, 첫 시작이 찬양으로 하는 이유와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문장을 뽑아간 자료를 주고 줄거리를 설명하면서 중간 중간 질문을 통해 수업을 했다. 처음에는 대답도 안하고 조심스러워하던 아이들이 조금씩 대답을 하고 호응을 해주어서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오딧세이아를 하는데 이 책도 몇번을 읽었지? 가연이와 같이 읽기 하기전에도 벌써 3번인가를 읽었으며 (원전) 가연이와 뜯어먹기 하면서 읽기도 했다. 청소년 도서와 아동용은 많이 읽었고... 이번에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며 어떤 문장들이 나에게 들어올지 궁금하다.
이번 길가메쉬 수업 준비를 위해 다시 읽으면서 놓친 부분이 많은 것을 알았다.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어? 왜 기억이 안나는거지? 아 나이탓인가? 집중력의 퇴보?'하면서 자책을 하기도 했지만 놀란부분이 많아 이런 느낌은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졌다.
책을 읽으며 이번에는 실험이라는 단어가 두드러지게 떠올랐다. 나는 실험을 하는 사람일까?, 당하는 대상자일까? 이런 질문조차 어리석게 나는 실험 대상자이다. 많은 부분에서 .. 아이들에게도 실험이라는 단어는 무엇일까 왜 길가메쉬는 가시를 잡고 다음 말에 실험이라는 단어가 나왔을까를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권력자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느 곳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지 찾아보니 종종 가는 병원이었다. 심한 두통으로 입원을 하면 의사를 믿고 따라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을 이렇게 조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검사를 해봐야 겠습니다.", "통계적으로는 확률이 적습니다."라는 말을 들을때는 약물이나 data를 얻기 위해 이렇게 하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때는 더 크게 느껴졌지만 분명 내 몸에 맞는 약을 찾기 위한 것인데도 내가 통제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고 결과 또한 시원한 것이 아니기때문에 더욱 우울감에 접어들기도 했다. 가장 근 원인은 내가 몸을 잘 보살피지 못한 탓이지만...
하지만 퇴원하면 야호하며 그때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날아다닌다. 이것이 인간의 이중성...ㅎㅎㅎ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이 표지다. 겉표지를 벗기고 나온 표지에 보이는 원...
예전에 분명히 보아온 표지인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눈을 끌고 있을까? 그것도 오랫동안 ....
문득 영원히 변하지 않는 단어를 적는데 권력자, 죽음, 오만, 젊음등의 단어가...
이번에는 젊음이라는 단어에 눈이 갔다. 아이들이 그 젊음에 속해 있어서 일까? 길가메쉬가 씌여졌을 당시의 젊은이와 지금의 삶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편리한 삶을 있을 뿐 생각은 별로 다르지 않은것 같다.
젊음이라는 무기로 무모했고 나또한 당시는 그러했고, 무엇이든 내가 중심인 것 같은 기분으로 뭘 해도 될것 같은 기분 한편으로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와 고통스럽기도 한 그들 어쩌면 지금은 불안이 더 크지 않을까.... 아이들의 삶은 지금보다는 희망이 더 커야할건데 하는 생각이 수업때도 들었다.
그러면서 저 동그라미들 중 나는 어디에 속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디쯤 가고 있을까, 어떤 것을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가 꼭 남겨야 할까 남기는 것보다는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가 라는 질문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매번 고민을 하지만 모법적으로 잘 살아온 삶이라 하기엔 엄청 하자가 많은 삶이라 아직도 그 고민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정답을 찾겠지...아니면 희망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잠에 취해 쓴 글을 다시 수정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