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서
率天 李永淳
낮에 나온 초승달이 구름에 가린
메밀꽃이 하얗게 화장 하고 기다리는
봉평에 가 보았네
파란 가을하늘에 걸린
초승달이
메밀꽃 바람에 춤추며 내려앉은
섶 다리 물아래 그림자 따라
거미줄에 걸린 가을이
소낙비에 젖어
몇 해 전 이맘때 같이 한들거리며
가을은 메밀밭으로 내려오고,
올해도 메밀꽃을 만나러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의 무대
섶 다리를 건너
소금을 뿌린 듯이 펼쳐진 메밀밭에서
허생원에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보다 더한
단 한 번의 성처녀와의
그 일이 있었던 물레방앗간에는
주인은 없고 손님만 북적이는데
쉬지 않고 돌아가는
물레의 물 넘기는 물살이 유리보다 맑고
효석 달빛 언덕에
이효석 생가를 재현한 집 앞에는
코스모스가 가을을 노래하고
맞은 편 길 건너
산허리부터 온통 메밀밭에는
메밀꽃은 키 작아도 꾸미지 않아
순수(純粹)를 노래하며
양잿물에 금방 삶아 펼쳐놓은
옥양목 이불 호청 같이
하얗다 못한 연초록 빛
메밀꽃은 가을바람에 춤추듯이
나풀나풀 거려 눈이 부시더라.
파란하늘에서 내려온
가을소식을 비추는 징검다리 지나
음식점에서 메밀전병에 막걸리 한사발로
메밀꽃 가을 편지를 쓰네.
카페 게시글
둘꽃처럼 사시게 -4
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서
이영순
추천 0
조회 5
24.09.12 14:50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