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공습/정동윤
간밤에 내 허벅지에
8 군데나 모기의 공습이 있었다
처서도 한 달 가량 지났는데
아직도 붉은 혈흔 남기는 극성으로
멀쩡한 주둥이를 드러낸다
모기의 침은 여섯 개로
두 개는 내 살을 뚫고
두 개는 기둥으로 박아
하나는 응고제 마취제를 주입하고
나머지 하나는 내 피를 뽑는데
허벅지는 용서되나 눈 밑은 곤란하다
심한 가려움으로 갑자기 불을 켜니
제우스의 천둥 번개를 피하려는 듯
천정으로 벽으로 부리나케 도피하나
이 밤 용서는 없다
신문지 말은 종이 몽둥이로
다섯 마리가 포만의 단백질인
빨간 피를 튀기며 내 허벅지보다
더 선명한 핏자국을 남긴 채
죽음의 파티는 끝났다
옛날 인간의 세력이 약할 때
인간을 어떻게 멸종시킬 것인가
동물들의 인간 말살 회의에서
모기만은 '인간은 좋은 별미다, 그냥 냅두자'라고 끝까지 변호했다지만
아직 여름이 뒤끝이 남아 있어
반 소매 반 바지가 편한데
암컷 모기의 수탈 흔적이 부끄러워
긴 소매 긴 바지로
에어컨 아낀 남루를 감춘다.
첫댓글 하하핫 별미 중의 별미
즐겁게 웃고 갑니당
ㅎㅎㅎ
덩달아 웃습니다.
늘 관심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