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와인의 역사
인류가 최초로 포도를 활용한 시기는 크로마뇽인들이 라스코(Lascaux)동굴 벽화에 그린 포도 그림을 통해 3~4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도 열매를 다 먹지 못하여 남은 포도를 초기에는 건포도 형태로 먹다가 추후 음료 형태로, 그리고 껍질의 이스트(Yeast)에 의해 발효된 형태로 먹기 시작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포도씨가 모여 있는 유물을 통해 고고학자들은 BC 9000년 경 신석기 시대부터 포도를 활용한 인류 최초의 술을 먹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와인 역사는 두 문명이 발달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전되기 시작 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관련한 유적으로는 BC 8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그루지아(Georgia)지역에서 발견된 압착기, BC 7500년경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와인 저장실, BC 4000~3500년에 사용 된 와인을 담은 항아리, BC 3500년경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이집트의 포도재배, 와인 제조법이 새겨진 유물 등이 있다. 그 후 BC 2000년 바빌론의 함무라비 법전에 와인의 상거래에 대한 내용이 있으며 이것이 와인에 관련된 최초의 기술이다. 인류는 자신들이 숭배하는 신에게 와인을 바쳤고, 의식, 축제, 상거래 등에서 중요한 매체로 활용되었다. 이집트인들은 오시리스(Osiris)신에게, 그리스인들은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us)에게 감사의 뜻으로 와인을 바쳤으며 성경에도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지중해 연안의 온난한 기후에서 최대의 자연환경으로 자라던 포도의 경작은 그리스인들에 의해 발전되었고 로마시대에 이르러 더욱 부흥기를 맞는다. 로마가 식민지로 지배했던 곳은 유럽전역, 영국 일부,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로 로마 군인에게 와인이 필요하였고, 이를 위하여 프랑스의 론, 마르세이유, 보르도, 부르고뉴, 독일의 라인강 유역에 포도밭을 구축하였으며 이것이 현재 유럽의 포도주 생산 기반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국의 멸망 후 중세시대에 이르러 와인 기술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보급되었다. 특히 부르고뉴 지역의 시토(Citeaux) 수도원 수사들에 의해 현대적 형태의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이 성립되었으며 샴페인과 코르크마개를 개발한 동 페리뇽(Don Perignon)은 상퍄뉴 지방의 오트빌에 있는 수도원의 와인 양조담당 수사였다. 이처럼 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종교용과 의료용으로 와인을 공급하던 것이 점차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 퍼져 나갔다.
1152년 프랑스 공국의 아키텐 공주가 훗날 헨리2세가 되는 앙주 지방의 백작과 결혼하면서 보르도와 서남부 일대의 영토가 영국의 속령이 되고,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백년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보르도를 소유하지 못하게 된 영국은 그 대체시장을 찾아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눈을 돌렸고 이 나라의 와인이 발달하는 계기가 된다. 프랑스 혁명 이후 수도원과 영주가 소유하고 있던 포도밭이 여러 소유주들에게 나누어지고 보르도 지역은 신흥금융자본에 의해 포도경작지가 대규모로 재통합 된다.
이후 1800년부터 20년간 포도나무에 필록세라(Phylloxera)라는 전염병이 돌아 포도원이 황폐해지나 미국의 포도나무를 접붙여 해결된다. 이후 프랑스는 와인의 품질보장을 위해 원산지 통제명칭 ‘AOC’ 제도를 도입한다.
1874년에는 355개의 포도 품종이 구분되어 명명되었고 19C 말부터 신세계 와인(미국, 칠레, 호주, 뉴질랜드)의 눈부신 활약을 바탕으로 와인산업의 발달되고 생산량도 증가하였다.
2..와인의 종류
와인은 색, 당도, 제조방식, 용도, 저장 기간, 바디(body) 등 다양한 기준으로의 구분이 가능하다.
색에 의한 구분
가장 보편적인 와인 분류법이다. 크게 화이트 와인(White Wine), 레드 와인(Red Wine), 로제 와인(Rose Wine)으로 구분된다. 레드 와인은 적포도의 껍질, 씨와 함께 짓이겨 양조한 것으로 껍질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으로 인해 붉은색을 띤다. 화이트와인은 포도를 포도액으로 만들어 양조한 것으로, 적포도의 껍질과 씨를 제거하여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도 있으나 대부분은 백포도를 사용하여 화이트 와인을 만들며, 포도 알맹이의 색으로 인해 노란빛을 띤다. 두 와인은 단지 색깔만의 차이가 아니라 맛의 차이도 큰데, 레드 와인은 양조 중에 껍질과 씨에서 얻은 타닌산 등의 성분이 침출하여 떫은맛이 나고 깊은 풍미를 가지며, 차가울 때 쓴맛이 더 강하다. 화이트 와인은 포도 알맹이의 산 성분에 의해 상큼하고 가벼운 맛이 나며, 약 8℃의 온도에서 산미와 향이 가장 좋다. 한편 장미빛을 띠는 와인인 로제 와인은 발효 중인 레드와인의 색이 우러나온 후에 적포도의 껍질을 제거하고, 포도액으로만 다시 발효하여 만든다. 기본적으로 보존 기간이 짧으며 맛은 화이트 와인에 가깝고 과일 향미가 많이 난다.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당도에 의한 구분
와인의 단맛은 발효 후 와인에 남은 잔류 당분에서 온다. 잔당은 와인의 발효 기간이 길어질수록 알코올로 전환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잔당이 거의 발효되어 당분이 적은 와인을 드라이 와인(dry Wine), 발효를 의도적으로 중단하여 당분이 많고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은 스위트 와인(Sweet Wine)이 된다. 이때 스위트 와인은 일반 와인에 비해 당도가 높은 포도가 쓰이는데, 포도의 당분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확일이 지나 당분이 아주 높은 포도를 사용하거나 건조 혹은 냉동하기도 한다. 또한 포도의 탈수를 유발하는 귀부균을 번식하여 당분을 농축하기기도 한다. 유럽 연합에서는 잔당의 총량을 법으로 규제하여 잔당이 리터(L)당 4g 이하면 드라이, 4~12g이면 미디엄 드라이(Medium dry), 12~45g이면 미디엄(Medium), 45g 이상이면 스위트로 구분한다. 한편 영국의 와인 및 증류주 교육기관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는 보다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리터당 4g 이하는 드라이, 5~9g이는 오프 드라이(Off-dry), 10~18g은 미디엄 드라이, 19~45g이면 미디엄 스위트(Medium sweet), 45g 이상은 스위트, 150g 이상은 러셔스(Luscious)라 하여 강한 단맛을 갖는다.
제조 방식에 따른 구분
와인은 제조 방법에 따라 순(純)와인과 특수와인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순와인은 내추럴 스틸 와인(Natural Still Wine), 특수 와인으로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 강화 와인(Fortified Wine), 가향 와인(Aromatized W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순 와인에 해당하는 내추럴 스틸 와인은 첨가물 없이 포도만으로 만든 비발포성 와인을 뜻한다. 스틸 와인, 내추럴 와인이라고도 하는데, 알코올 도수는 8~14% 정도이며 식중주로 즐겨 쓰인다. 특수 와인에 해당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발포성 와인으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제조된다. 첫 번째는 발효를 마친 와인에 당분, 효모를 첨가하여 2차 발효를 진행하여 자연적으로 탄산가스를 발생시키는 방법, 두 번째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하여 고압으로 용해시키는 방법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편으로 보통 숙성하지 않고 마시는데, 8~10℃ 정도로 차갑게 마시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이 샴페인인데, 이는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한다. 강화 와인은 중성주정, 브랜디 등을 와인에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와인으로, 알코올 도수 16~23% 정도이다. 가향 와인은 디저트 와인의 일종이며 내추럴 와인에 과일즙이나 향료를 첨가하여 만든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는 15~20%이며 대표적인 가향 와인으로는 이탈리아의 베르무트, 스페인의 상그리아가 있다.
용도에 의한 구분
와인은 식사 시 용도에 따라서도 구분이 가능한데, 크게 에피타이저 와인(Appetizer Wine), 테이블 와인(Table Wine), 디저트 와인(Dessert Wine)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에피타이저 와인은 아페리티프 와인(Aperitif Wine), 식전주라고도 하는데, 본격적인 식사 전에 식욕 촉진을 위해 전채요리와 함께 가볍게 마시는 와인을 의미한다. 달지 않고 산뜻한 와인이 즐겨 쓰이는데, 스파클링 와인, 로제와인, 베르무트, 스파클링 와인을 베이스로 만든 와인 칵테일 등이 이에 해당한다. 테이블 와인은 메인요리와 함께 마시는 와인으로, 음식 맛을 돋우되 맛을 방해하지 않는 와인을 뜻한다. 달지 않은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이 주로 쓰인다. 디저트 와인은 식후 입안을 개운하게 하기 위에 마시는 와인으로, 달콤한 맛의 스위트 와인이나 다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 쓰인다. 포트 와인이나 셰리 와인은 에피타이저 와인으로도 쓰이나 디저트 와인으로 쓰기에도 좋다.
저장 기간에 의한 구분
와인은 저장(숙성) 기간에 따라 영 와인(Young Wine), 에이지드 와인(Aged Wine), 그레이트 와인(Great Wi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 와인은 발효 후 별다른 숙성 없이 판매되는 와인을 말한다. 장기 보관을 할 수 없고, 품질이 낮은 저가의 와인이 이에 해당한다. 에이지드 와인은 발효 후 몇 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 후에 판매되는 와인을 뜻한다. 숙성 기간은 5~15년 정도이며, 품질이 우수한 와인이다. 그레이트 와인은 15년 이상 저장하여 50년 이내에 마시는 질 좋은 와인을 뜻한다. 코르크 마개 수명이 25년인 것을 감안하여 25년 이상 저장할 경우 코르크 마개를 갈아주어야 한다.
바디에 의한 구분
와인에서 바디(Body)란, 와인을 입안에 머금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을 뜻한다. 와인의 바디감은 알코올과 산도에 영향을 받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고 산도가 낮으면 바디감이 높고, 알코올 도수가 낮고 산도가 높으면 바디감이 낮다고 표현한다. 크게 풀 바디 와인(Full Bodied Wine), 라이트 바디 와인(Light Bodied Wine), 미디엄 바디 와인(Medium Bodied Wine)로 구분된다. 풀 바디 와인은 농도가 진하고 묵직한 와인으로, 주로 레드 와인이나 오래 숙성된 와인에서 이러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더운 기후를 가진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이러한 특성을 갖는데, 알코올 도수가 높고 텁텁한 맛이 난다. 라이트 바디 와인은 가볍고 섬세하면서 신선한 맛을 가진 와인으로 화이트 와인이 대표적이다. 알코올 도수가 낮으며, 차갑게 먹는 것이 좋아 여름철에 특히 즐겨 먹는다. 미디엄 바디 와인은 풀 바디 와인과 라이트 바디 와인의 중간 정도의 농도와 질감을 갖가지며, 균형 잡힌 타닌과 산도를 지녀 음식에 곁들일 와인으로 적합하다.
3.유명한 와인
포도주는 포도를 따서 곧 양조해야 하며, 설비도 별로 크게 들지 않으므로, 유럽에서는 원칙적으로 농가의 겸업 또는 농가와 직결한 소기업에서 제조한다. 각 양조가는 자기 집의 주명(酒銘)으로 선전·판매할 힘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포도주의 성격이나 품질은 포도밭의 입지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주명에는 지방명이 흔히 쓰인다.
프랑스에서는 특별한 법률을 제정하여 명칭에 해당하는 지역을 한정하고, 지역 외의 술이 부당하게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포도품종·전정법(剪定法)·주정도·단위면적당 주수(株數)·양조량까지도 규정한다. 이 규제명칭을 아펠라시옹 도리진 콩트롤(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관리생산지)이라고 하여 상표에 명기한다. 이것은 국내법이지만 조약에 의하여 외국에도 영향이 미치는 방침으로서 나라에 따라 그 취급법이 각각 다르다.
명주(銘酒)는 프랑스가 제일이며, 그 중에서도 보르도와 부르고뉴이다. 뱅 보르도 루주(Vin Bordeaux Rouge:영국명은 클라렛 Claret)는 선홍색(鮮紅色)으로 담백한 맛이 나며, 부르고뉴(Bourgogne:영국명은 버건디 Burgundy)의 적포도주는 암적색으로서 감칠맛이 진하다. 보르도 블랑(Bordeaux Blanc), 특히 소테른(Sauternes) 지역의 것은 포도를 오래도록 따지 않고 덩굴에 매달아 두었다가 반건(半乾)된 감미로운 것을 따서 만들므로 달콤한 미주로서 유명하다. 부르고뉴 백(白)은 드라이한 맛이 일품이고, 독일의 라인강 및 그 지류인 모젤강 유역에서 만드는 백포도주도 드라이한 맛이 일품이다(라인의 술은 영국명 Hock란 애칭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