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념
Idea 构想
관념(觀念)은 마음의 작용 또는 마음이 작용한 결과인 감각, 심상, 내용, 개념이다. 한자어 관념은 관찰사념(觀察思念) 즉, ‘마음의 표상을 응시하면서 깊이 생각한다’라는 불교의 관법(觀法)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어떤 대상을 잘 살펴보고, 그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관념이다. 감각, 감정, 상상, 개념, 구성, 판단, 추리, 사유 등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념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일반적인 관념은 생각하는 것 자체, 생각의 과정, 생각의 법칙, 생각의 대상, 생각의 결과 등이다. 여기서 생각의 주체는 마음 즉, 두뇌다. 실제가 아니면서 마음이 느끼거나, 마음에 떠오르거나, 마음이 작용하는 것이 관념이다. 관념은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에 영역과 관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진다. 관념을 정의하기 위해서 관념의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철학에서 말하는 관념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보다, 알다’인 이데아(ἰδέα)다.
이데아와 이데에(ἰδέη, idéē)에 해당하는 고대 그리스 공통어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는 에이데아(εἰδέα, eidéa)다. 에이데아에서 e 탈락 현상으로 이데아(ἰδέα, idea)가 되었다. 한편 고대 그리스어 동사 ‘보이다, 나타나다’인 에이도(εἴδω, eídō)가 명사형 에이도스(εἶδος, eîdos)와 이데아(ἰδέα, idea)의 두 가지로 분화했다. 이처럼 관념(idea)은 ‘보는 것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으로 이어지는 형이상학에서 이데아는 에이도스와 같은 의미였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에이도스가 기하학적 형상으로 쓰이자) 이데아는 형이상학적 관념으로 쓰였다. 이때의 관념(idea)은 불변의 본질이다. 플라톤은 현실에 현상한 각기 다른 형태의 배후에 있으면서 변하지 않는 원형을 관념이라고 했다. 형이상학적 관념은 ‘보는 것을 통해서 알게 된 불변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플라톤은 관념인 이데아를 형상론(theory of form)으로 설명했다. 이데아(idea)는 영원불변한 존재의 근원이고 초월적 인식의 대상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현실이 아닌 관념(觀念)의 세계에 있는 본질(本質) 또는 실재(實在)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의 관념은 보는 작용이 아니라 보는 대상의 본질이다. 관념은 신플라톤주의에서 불변의 본질인 일자(一者)로 정리되었다. 일자는 원형, 본질, 실체, 실재를 의미하는 형이상학적 개념이다. 신플라톤주의의 일자는 하나(oneness), 근원, 원리, 통일, 결합, 전체, 유일, 절대, 초월, 최고의 의미도 있다. 이후 관념은 초월적, 선험적 본질로서의 관념과 구체적, 경험적 현상으로서의 관념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형이상학과 신학에서는 주로 불변하는 본질을 관념으로 규정한다. 관념의 의미는 데카르트에 의해서 새롭게 정리되었다.
데카르트(R. Descartes)의 관념(觀念)은 마음에 나타난 생각의 상(象) 즉, 심적 표상(表象)이다. 데카르트는 관념을 세 개로 나누었는데 본유적(innate) 관념은 신, 수, 도형처럼 원래 마음에 내재한 것이고, 외부적(adventitious) 관념은 색깔, 사과, 돌처럼 외부의 대상이 마음에 표상된 것이고, 가상적(factitious) 관념은 키메라, 봉황, 천사처럼 마음이 상상하여 표상한 것이다. 데카르트는 코기토(Cogito)로 상징되는 인식주체(ego)의 표상을 관념으로 이해했다. 데카르트의 인식체계는 <①인식의 주체인 자아(ego) - ②인식의 대상인 관념(x) - ③관념의 근거인 내부 가상이나 외부 실재>로 구성되어 있다. 관념의 자리에는 감각자료(sense data), 개념, 표상, 상상, 의미, 내용 등이 놓일 수 있다. 데카르트는 관념을 본유적, 외부적, 가상적으로 분류하여 근대 이성 중심의 관념론과 감각 중심의 경험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로크(J. Locke)는 본유적, 선험적 관념을 부정하고 모든 관념은 감각(sense)과 반성(reflection)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로크도 데카르트와 같이 관념을 마음의 표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마음의 표상인 관념은 외부의 감각으로부터 형성된 것이거나, 내부의 사유 작용으로부터 형성된 것이다. ‘빨강’처럼 하나의 관념은 단순 관념이고 ‘빨간 사과’처럼 복합적 관념은 복합관념이다. 흄(D. Hume)의 관념은 생각하는 것 자체이거나 생각하는 대상이다. 흄은 지각을 외부에서 받아들인 인상과 내부의 사유인 관념으로 나누었다. 흄은 외부 대상의 실재는 알 수 없고 내부 관념만 알 수 있다고 하여 회의주의적 입장을 택했다. 한편 버클리(G. Berkeley)는 외부 대상은 존재하지 않고 내부 관념만 존재한다는 극단적 관념론을 주장했다. 칸트는 흄의 관념론을 받아들여 인식의 주체 앞에 나타난 표상(Vorstellung)만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승환)
*참고문헌 René Descartes, A Discourse on Method: Meditations and Principles(1637). Translated by john Veitch, (London: Orion Publishing Group, 2004).
René Descartes, 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1641), (Druck von C Grumbach in Leipzig, 1913), Project Gutenberg.
*참조 <감각>, <감각자료>, <관념[데카르트]>, <관념론>, <본질>, <성찰의 대상인 관념[데카르트]>, <실재>, <실체>, <심신이원론[데카르트]>, <이데아>, <이데아와 에이도스[어원]>, <일자⦁하나>, <초월적 관념론>, <코기토>, <표상>, <형상>, <회의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