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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하여 갑(甲)을 경계(警戒)함을 이르는 말이다.
打 : 칠 타(扌/2)
草 : 풀 초(艹/6)
驚 : 놀랄 경(馬/13)
蛇 : 긴뱀 사(虫/5)
(유의어)
숙호충비(宿虎衝鼻)
출전 : 서상기(西廂記)
풀숲을 건드려서(打草) 뱀을 놀라게 한다(驚蛇)는 뜻의 이 성어는 뜻이 다양하다.
먼저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남의 경계심만 자아낸다는 의미로 ‘긁어 부스럼 낸다’는 속담과 같다. 가만 두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공연히 건드려서 걱정을 일으킨 경우를 의미했다.
뱀을 잡기 위해선 먼저 풀을 두들겨 놀라게 해야 한다는 뜻도 있다. 뱀이 숨어 있을만한 곳의 주변부터 풀을 쳐가며 압박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군대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로 ‘시범 케이스’와 같다. 어느 한 쪽을 징벌해서 목표한 다른 쪽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을 비유했다. 오리를 때려 원앙을 놀라게 한다는 타압경원앙(打鴨驚鴛鴦)도 같은 뜻이다.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손자병법(孫子兵法) 만큼이나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권수와 작자, 편찬 시기 등은 미상이다. 5세기 까지 구전된 내용을 가지고 명말청초(明末淸初)에 한 무명학자가 필사본으로 엮은 것이라 한다.
공격할 때의 전략을 모은 공전계(攻戰計)의 맨 처음 13계에 나오는 것이 뱀을 찾기 위해 풀밭을 두드린다는 이 계책이다. 적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미리 살펴 공격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변죽을 울리기만 해서 적의 정체를 드러내게 하는 이점이 있고, 아군의 전력을 일부러 노출시켜 적의 예기를 먼저 꺾는 효과도 있다.
당(唐)나라의 문신 단성식(段成式)이 엮은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왕로(王魯)라는 관리가 어느 지역의 수령으로 있을 때 국법을 어기고 온갖 비리로 재물을 긁어모았다. 참다못한 백성들이 연명으로 공소장을 썼다.
왕로의 측근으로 있는 주부(主簿)가 남의 재산을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본 왕로는 자신도 적지 않게 남의 재물을 수탈했고, 주부의 죄목도 대부분 연관이 있었으므로 속이 뜨끔했다.
이에 왕로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그대는 고작 풀을 쳤을 뿐이지만 나는 벌써 놀란 뱀이 되었다(汝雖打草, 吾已驚蛇).’
자신의 비리가 드러날까 미리 겁을 먹은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믿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백일하에 밝혀지게 마련이다.
악의 소굴을 치기 위해선 신속하게 주변부터 압박해서 일망타진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일벌백계로 주변을 때려 중심이 기미를 알고 투항해 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타초경사(打草驚蛇)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하여 갑(甲)을 깨우침을 비유하거나 또는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거나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함을 비유한 말이다.
다음은 중국 당(唐)나라의 단성식(段成式)의 수필집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나라 때, 지방의 한 탐관오리 현령(縣令)이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들여 사복을 채우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일부러 현령에게 그 부하들의 부정부패 사실을 일일이 열거해 고발장을 올렸다.
그러자, 고발장을 읽어보던 현령은 깜짝 놀라며 '여수타초 오이경사(汝雖打草 吾已驚蛇)'라는 글귀를 적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즉, '너희들이 비록 풀밭을 건드렸지만 이미 나는 놀란 뱀과 같다.'라는 뜻으로, 이것은 백성들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을을 징계해서 갑을 각성하게 하려 한 백성들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삼십육계에 나오는 '타초경사'는 뱀을 찾아내어 잡는 것이 그 목적으로, 뱀을 잡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놀라는 척하며 풀밭을 두드리라고 한다. 즉,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그 좋은 예를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반공사조(反共思潮) 완화정책으로 명방운동(鳴放運動)을 펴, 지식인과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다고 선포했다.
이 명방운동은 '온갖 꽃이 같이 피고 많은 사람들이 각기 주장을 편다'는 '백화제방 백가쟁명(百花齊放 百家爭鳴)'이란 구호로 표현되었다.
중국공산당은 또 '말한 자는 죄가 없고 들은 자는 반성해야 한다'며, 온 국민이 공산당 숙당운동(肅黨運動)을 도와줄 것을 제기했다. 즉, 잘못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과감히 비판하라고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지식인들이 공산당을 소리 높여 비판하자, 마오쩌둥은 윤곽이 드러난 지식인들을 즉시 체포하고 정풍운동(整風運動)이란 명분 아래 줄줄이 숙청해 버렸다.
마오쩌둥은 뱀으로 비유되는 지식인들을 동굴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이라는 미끼를 던졌던 것이다.
호기심을 잃지마라
우물에 빠졌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다. 평생토록 잊히지 않아 지키고 산다. 초등학교 다닐 때다. 정확히는 우물 파는 공사장에 떨어졌다. 외갓집에서 아버지 담배 심부름을 하고 대문을 들어서자 마당 한복판에서 소리가 들려 들여다봤다. 그리고는 깊게 파고들어 간 우물 속으로 떨어졌다.
깨어나 안방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분명히 우물 파는 공사현장을 들여다보려 한 것 같은데 방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떨어진 거는 기억나지 않았다. 안에서 땅 파던 인부에게 떨어져 살았다고 했다. 그 인부가 더 놀라 옆방에 아직 누워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화난 외삼촌은 거의 다 파 들어간 우물을 메워버리라고 했다. 야단칠 게 뻔한 아버지를 얼른 쳐다봤으나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재를 하나 넘는 5킬로 남짓 되는 길을 걸어 돌아오는 두 시간 내내 맘을 졸였다. 언제 야단맞을지 몰라서였다. 고개를 넘어 집이 내려다보이는 데서 앉아 쉴 때 아버지가 느닷없이 “오늘 참 잘했다. 그런 호기심을 평생 잃지 마라. 궁금하면 그렇게 꼭 가서 직접 봐라”라고 했다. 태어나 처음 듣는 칭찬이기도 했지만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있던 터여서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지팡이 잡은 손을 바꿔 오른손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두어 차례 두들겨줬다. 이어서 아버지가 지팡이로 풀을 툭툭 치며 가르쳐준 고사성어가 ‘타초경사(打草驚蛇)’다. 나중에 커서야 자세히 알았지만, 그날 어둑해질 때까지 길게 말씀하신 거는 유독 기억이 새롭다. 타초경사는 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이다. 을(乙)을 징계해 갑(甲)을 깨우치는 것을 비유하거나 변죽을 울려 적의 정체를 드러나게 하거나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당(唐)나라 수필집 ‘유양잡조(酉陽雜俎)’에 나오는 이야기다. 당도현(當涂縣)에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거둬 사복을 채운 현령 왕로(王魯)가 있었다. 부하들 모두 그를 흉내 내 가렴주구에 여념이 없었다. 백성이 연명해 그의 휘하 관원을 뇌물 수뢰죄로 고발했다.
거기에는 왕로의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주부(主簿)의 고발도 들어 있었다. 주부의 죄행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과 관련된 것이어서 그는 자신의 불법행위도 드러날까 봐 겁이 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고심 끝에 고발장 위에 이같이 판결문을 썼다. ‘너희들이 비록 풀밭을 건드렸지만 이미 나는 놀란 뱀과 같다[汝雖打草 吾已驚蛇]’라고 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고 한다.
백성이 자기 부하들의 비리를 고발한 것은 곧 우회적으로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여겨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을을 징계해 갑을 각성하게 하려 한 백성의 의도는 충분히 달성되었다.
원문은 저렇다. 아버지는 그날 현령의 처신은 본받을 만하다며 말을 보탰다. “풀을 두드리는 소리를 놓치지 말고 들어라. 모든 위험에는 신호가 있고 소리가 있다. 귀 기울이고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그날 이후에도 여러 번 말씀하시며 “그런 소리를 듣는 게 감수성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희미해진다. 그런 감수성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문을 품고 알고 싶어 하고 배우려는 심성과 자세를 낳는다”라고 구체적으로 짚어주셨다.
고사성어 때문에 알게 된 토머스 칼라일은 “본다고 보이는 게 아니고 듣는다고 들리는 게 아니다. 관심을 가진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게 된다. 호기심과 관심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라고 했다.
설날 집에 온 손녀에게 사위가 “1층이니까 맘껏 뛰어라”라고 말할 때 퍼뜩 떠올랐다. 이제 걸음마를 막 뗀 손녀가 뛰면 얼마나 뛰길래 층간소음 때문에 아랫집에서 몇 번째 싫은 소리를 들었을까 싶다. 저맘때 궁금한 거 못 참아 뛰어가서 보고 싶을 텐데 그걸 막는 부모의 얘기를 들으니 은근히 화났다. 저 때부터 그토록 소중한 감수성을 부모가 나서서 억지로 죽여야 하니 말이다.
▶️ 打(칠 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丁(정, 타)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옛날 나무를 자르는 소리, 비오는 소리, 악기(樂器)의 소리 등을 정정(丁丁)이라고 하였다. 정(朾)은 나무를 치는 소리를 나타낸다. 나중에 치는 것은 손의 동작이므로 재방변(扌=手; 손)部로 바꿔 쓰고 발음(發音)도 변하여 '타'라고 읽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打자는 ‘치다’나 ‘때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打자는 手(손 수)자와 丁(못 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丁자는 나무에 못질할 때 사용하는 ‘못’을 그린 것이다. 그러니 打자는 마치 손으로 못을 내리치는 듯한 모습을 그린 것과도 같다. 다만 打자는 단순히 ‘때리다’라는 뜻 외에도 어떠한 동작을행하고 있음을 뜻하는 접두어로 쓰일 때도 있다. 그래서 打(타)는 ①치다, 때리다 ②말하다, 사다, 세다, 더하다 ③및, 와 ④타, 다스 ⑤어떤 동작(動作)을 함을 뜻하는 접두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칠 벌(伐), 칠 고(拷), 칠 당(撞), 칠 박(撲), 칠 격(擊), 칠 토(討), 칠 력(轢), 칠 공(攻), 망치 퇴(槌), 때릴 구(毆), 두드릴 고(敲), 쇠몽치 추(椎),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던질 투(投)이다. 용례로는 때리어 침을 타격(打擊), 동물이나 사람을 때리어 침을 타박(打撲), 얽히고 막힌 일을 잘 처리하여 나아갈 길을 엶을 타개(打開), 쳐서 부수어 버림을 타도(打倒), 때려서 죽임을 타살(打殺), 종을 침을 타종(打鐘), 곡식의 알을 떨어서 그 알을 거두는 일을 타작(打作), 야구에서 배트로 공을 치는 공격진의 선수를 타자(打者), 이득과 손실을 헤아려 봄을 타산(打算), 모조리 잡음을 타진(打盡), 전보를 침을 타전(打電), 문지르거나 뭉개거나 하여 지움을 타말(打抹), 거래할 물건의 값이나 수량 등을 미리 헤아려서 벌여 적음을 타발(打發), 사람을 때리고 침을 구타(毆打), 몹시 세게 때리거나 침을 맹타(猛打), 마구 때림을 난타(亂打), 피의자를 고문하여 때림을 고타(拷打), 타자할 때에 잘못 찍는 일 또는 그 글자를 오타(誤打), 잇달아 때리거나 침을 연타(連打), 북 등을 가락에 변화를 주면서 두드림을 곡타(曲打), 통쾌하게 때림 또는 그 타격을 통타(痛打), 그물을 한번 쳐서 물고기를 모조리 잡는다는 뜻으로 한꺼번에 죄다 잡는다는 말을 일망타진(一網打盡), 이해 관계를 이모저모 따져 헤아리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해타산(利害打算), 울려는 아이 뺨치기라는 속담의 한역으로 불평을 품고 있는 사람을 선동함을 비유한 말을 욕곡봉타(欲哭逢打),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을 징계하여 갑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라는 뜻으로 일정한 주의나 주장이 없이 그저 대세에 따라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풍타낭타(風打浪打) 등에 쓰인다.
▶️ 草(풀 초)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을 나타내는 早(조, 초)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풀의 뜻으로는 처음에는 艸(초)라고 썼지만 나중에 음을 나타내는 早(조, 초)를 곁들여 草(초)로 쓰게 되었다. ❷형성문자로 草자는 ‘풀’이나 ‘황야’, ‘초고’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草자는 艹(풀 초)자와 早(일찍 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미 풀을 뜻하는 글자로는 艸(풀 초)자가 있지만 주로 부수 역할로만 쓰이고 草자는 단독으로 ‘풀’을 뜻할 때 사용되고 있다. 草자에 쓰인 早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조, 초’로의 발음 역할만을 한다. 草자가 흔해 빠진 ‘풀’을 뜻하다 보니 ‘엉성하다’나 ‘보잘것없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草(초)는 (1)기초(超草) (2)초서(草書) (3)건초(乾草) (4)갈초 등의 뜻으로 ①풀 ②거친 풀, 잡초(雜草) ③황야(荒野) ④풀숲, 초원(草原) ⑤시초(始初) ⑥초고(草稿), 초안(草案) ⑦초서(草書: 서체의 하나) ⑧암컷 ⑨풀을 베다 ⑩시작하다, 창조하다 ⑪엉성하다, 거칠다 ⑫초고(草稿)를 쓰다 ⑬천하다, 미천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풀이 나 있는 땅을 초지(草地), 풀이 난 들을 초원(草原), 사업을 일으켜 시작함을 초창(草創), 볏짚이나 밀짚 또는 갈대 등으로 지붕을 인 집을 초가(草家), 풀과 나무를 초목(草木), 서체의 하나인 초서(草書), 문장이나 시 따위를 초잡음을 초안(草案), 시문의 초벌로 쓴 원고를 초고(草稿), 녹색보다 조금 더 푸른색을 띤 색깔인 초록(草綠), 푸성귀로만 만든 음식을 초식(草食), 풀과 티끌이라는 초개(草芥), 꽃이 피는 풀과 나무를 화초(花草), 무덤에 떼를 입히고 다듬음을 사초(莎草), 무덤의 잡초를 베는 일을 벌초(伐草), 바다 속에서 나는 풀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해초(海草), 약이 되는 풀을 약초(藥草), 베어서 말린 풀을 건초(乾草), 시들어 마른 풀을 고초(苦草), 백성을 달리 일컫는 말로 민초(民草), 세 칸짜리 초가라는 뜻으로 아주 보잘것없는 초가를 이르는 말을 초가삼간(草家三間), 풀 사이 곧 민간에서 삶을 구한다는 뜻으로 욕되게 한갓 삶을 탐냄을 이르는 말을 초간구활(草間求活), 풀뿌리와 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곡식이 없어 산나물 따위로 만든 험한 음식을 이르는 말을 초근목피(草根木皮), 풀잎 끝의 이슬 같은 천자라는 뜻으로 덧없는 대장으로 강도의 수령을 이르는 말을 초두천자(草頭天子),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마음 씀을 이르는 말을 초려삼고(草廬三顧), 초목과 함께 썩어 없어진다는 뜻으로 해야 할 일을 못 하거나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음을 이르는 말을 초목동부(草木同腐), 초목의 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진다는 뜻으로 가을철을 이르는 말을 초목황락(草木黃落), 길 없는 초원을 걷고 들에서 잠잔다는 뜻으로 산야에서 노숙하면서 여행함을 이르는 말을 초행노숙(草行露宿), 풀빛과 녹색은 같은 빛깔이란 뜻으로 같은 처지의 사람과 어울리거나 기우는 것을 이르는 말을 초록동색(草綠同色), 온 산의 풀과 나무까지도 모두 적병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적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하찮은 것에도 겁냄을 이르는 말을 초목개병(草木皆兵), 풀을 베고 뿌리를 캐내다는 뜻으로 즉 미리 폐단의 근본을 없애 버린다는 말을 전초제근(剪草除根), 나무가 푸르게 우거진 그늘과 꽃다운 풀이라는 뜻으로 여름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르는 말을 녹음방초(綠陰芳草),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乙을 징계하여 甲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등에 쓰인다.
▶️ 驚(놀랄 경)은 ❶형성문자로 惊(경)은 간자(簡字), 㦜(경)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 마(馬; 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敬(경; 위를 보다)으로 이루어졌다. 말이 뒷발로 바로 서서 위를 보고 놀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놀란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驚자는 '놀라다'나 '두려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驚자는 敬(공경할 경)자와 馬(말 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敬자는 개와 몽둥이를 함께 그린 것으로 '공경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는 발음과 함께 몽둥이를 든 모습이 응용되어 있다. 말은 낯선 사람을 보면 쉽게 놀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쉽게 놀라고 또 놀랄 때는 앞발을 들고 펄쩍 뛰기까지 한다. 驚자는 이렇게 쉽게 놀라는 말의 성격에 비유해 만든 글자이다. 그러니 敬자는 발음역할 외에도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응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驚(경)은 ①놀라다 ②두려워 하다 ③놀라게 하다 ④위험(危險)하고 다급(多急)하다 ⑤경계(警戒)하다 ⑥빠르다 ⑦경기(驚氣)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놀랄 진(唇), 놀랄 악(愕), 의심할 아(訝), 놀랄 해(駭)이다. 용례로는 놀라서 겁을 냄을 경겁(驚怯), 걸핏하면 잘 놀라는 증세를 경계(驚悸), 감동할 만큼 괴이함을 경괴(驚怪),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뛰어나게 잘 지은 시구를 경구(驚句), 당상을 하거나 손위의 가까운 사람이 중복을 당한 부고를 받고서 깜짝 놀람을 경달(驚怛), 놀라 자빠짐을 경도(驚倒), 매우 놀라 움직임을 경동(驚動), 놀라서 달아남을 경분(驚奔), 뜻밖에 매우 놀랄 일을 경사(驚事), 마음속으로 놀람을 경심(驚心), 놀라고 탄식함을 경완(驚惋), 사람을 놀라게 함을 경인(驚人), 놀라고 두려워함을 경포(驚怖), 놀랍고 의아로움을 경혹(驚惑), 놀라고 매우 기뻐함을 경희(驚喜), 어린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는 병의 총칭을 경기(驚氣), 놀라서 충격을 받는 것을 경악(驚愕), 놀랍고 이상함 또는 놀라움을 경이(驚異), 놀라고 두려워 어리둥절하며 허둥지둥함을 경황(驚惶), 한 번 화살에 놀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뜻으로 한번 놀란 사람이 조그만 일에도 겁을 내어 위축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경궁지조(驚弓之鳥), 하늘을 놀라게 하고 귀신을 울린다는 뜻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뛰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경천읍귀(驚天泣鬼),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동지(驚天動地), 몹시 놀라서 좀 이상하게 여김을 대경소괴(大驚小怪), 한편으로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기뻐함을 일경일희(一驚一喜),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고 함을 일희일경(一喜一驚),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대경실성(大驚失性),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乙을 징계하여 갑甲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대경실색(大驚失色) 등에 쓰인다.
▶️ 蛇(긴뱀 사, 구불구불 갈 이)는 ❶형성문자로 虵(사, 이)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뱀을 뜻하는 글자 它(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它(사)를 더하여 벌레와 구분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蛇자는 '뱀'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蛇자는 虫(벌레 충)자와 它(다를 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蛇자에 쓰인 它자는 '다르다'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래는 뱀을 그린 것이었다. 它자의 갑골문을 보면 몸을 세워 목 부분을 평평하게 펼친 뱀이이미지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它자가 '다르다'나 '딴 사람'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虫자를 더한 蛇자가 '뱀'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니 蛇자에 있는 虫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단지 긴 몸통을 가진 동물이라는 뜻만을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蛇(사, 이)는 ①긴 뱀 ②자벌레(자벌레나방의 애벌레) ③별의 이름 ⓐ구불구불 가다(이) ⓑ느긋하다, 자유롭다(이) ⓒ생각이 천박하다, 얕다(이) ⓓ구불구불 가는 모양(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뱀의 꼬리를 사미(蛇尾), 뱀의 허물을 사퇴(蛇退), 뱀의 독을 사독(蛇毒), 뱀의 뼈를 사골(蛇骨), 뱀의 눈을 사목(蛇目), 뱀의 몸이나 뱀과 같은 몸을 사신(蛇身), 간악하고 질투가 심한 마음을 사심(蛇心), 뱀의 몸이나 뱀의 몸 모양을 사체(蛇體), 뱀 껍질이나 뱀 가죽을 사피(蛇皮), 뱀의 모양을 사형(蛇形), 뱀처럼 구불구불 휘어서 기어가는 것과 같이 걸어 감을 사행(蛇行), 뱀이 지나간 것처럼 구불구불한 줄을 사선(蛇線), 뱀의 발을 그린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군일을 하다가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사족(蛇足), 이빨에 독액 분비선을 갖는 뱀의 총칭을 독사(毒蛇), 살무사를 섬사(蟾蛇), 구렁이를 오사(烏蛇), 바다 뱀을 해사(海蛇), 산무애 뱀을 화사(花蛇), 큰 뱀을 대사(大蛇), 흰 뱀을 백사(白蛇), 뱀의 몸에 사람의 머리를 한 모양을 이르는 말을 사신인수(蛇身人首), 뱀의 마음과 부처의 입이라는 뜻으로 속으로는 간악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착한 말을 꾸미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사심불구(蛇心佛口),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뜻으로 시작은 좋았다가 갈수록 나빠짐의 비유 또는 처음 출발은 야단스러운데 끝장은 보잘것없이 흐지부지되는 것을 일컫는 말을 용두사미(龍頭蛇尾),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의혹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 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의심을 품고 지나치게 근심을 함을 일컫는 말을 배중사영(杯中蛇影), 뱀을 그리고 발을 더한다는 뜻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쓸데 없는 일을 하여 도리어 실패함을 이르는 말을 화사첨족(畫蛇添足),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을을 징계하여 갑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타초경사(打草驚蛇), 썩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양을 형용하여 이르는 말을 장사진(長蛇陣), 상산의 뱀 같은 기세라는 뜻으로 선진과 후진 우익과 좌익이 서로 연락하고 공방하는 진형 또는 문장의 전후가 대응하여 처음과 끝이 일관됨을 일컫는 말을 상산사세(常山蛇勢), 북두칠성처럼 꺾여 구부러진 모양과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한 도로나 수류 등의 모양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두절사행(斗折蛇行), 어떤 때는 용이 되어 승천하고 어떤 때는 뱀이 되어 못 속에 숨는다는 뜻으로 태평한 시대에는 세상에 나와 일을 하고 난세에는 숨어살면서 재능을 나타내지 않고 그 시대에 잘 순응함을 이르는 말을 일룡일사(一龍一蛇), 식욕이 왕성한 큰 돼지와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는 긴 뱀이라는 뜻으로 탐욕한 악인을 두고 이르는 말을 봉시장사(封豕長蛇), 범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에는 성하나 끝이 부진한 형상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호두사미(虎頭蛇尾), 용과 뱀이 하늘로 날아오르다라는 뜻으로 살아 움직이듯 매우 활기찬 글씨를 이르는 말을 용사비등(龍蛇飛騰), 봄철의 지렁이와 가을 철의 뱀이라는 뜻으로 매우 치졸한 글씨를 두고 이르는 말을 춘인추사(春蚓秋蛇)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