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4월 6일, 4시,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동시분과 강연이 있었어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답장>이라는 주제로 시인이자 번역자인 이옥용 선생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열두어 명이 모여 시인 릴케의 삶과 릴케가 전하는 문학과 시에 대한 메시지를 음미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릴케가 습작시를 쓰는 한 젊은이 카푸스에게 시와 시인에 관한 성찰을 담아 정성스레 답장을 보냈는데, 자그만치 1902년부터 1908년까지 지속적으로 오갔더라고요. 그 가운데 릴케로부터 받은 편지 열 통을 골라 카푸스가 책으로 묶어 펴냈고, 이 책이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지요. 여전히 읽히는 이유가 분명 있겠지요.
강연장에서 오갔던 이야기가 많아서 다 정리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만 정리해 보자면,
릴케의 편지에는 고독, 인내, 사물을 정확히 바라보기. 이 세 개의 핵심어가 있다고 해요. 그 가운데 인상 깊었던 내용은 ‘고독’이었어요.
릴케가 소중하게 여기는 책이 두 권 있어요. 성경과 덴마크 작가 예스 페터 야콥센의 책인데요. ‘고독’은 야콥센으로부터 비롯되어 릴케가 끊임없이 강조한 대목으로 보입니다.
‘고독의 성장은 소년들의 성장처럼 고통스럽고, 해마다 찾아오는 봄들의 시작처럼 슬프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에 흔들리지 마십시오. 진실로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건 바로 고독. 내면의 위대한 고독입니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가서 몇 시간 동안 그 누구도 만나지 않는 것. 그러한 것을 끝내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_ 본문 59쪽
저는 ‘끝내’라는 단어에 마음이 와 닿았어요. 끝내 ‘고독’하고 ‘고독’하여 ‘침잠’하고 ‘침잠’하여 나만의 특별한 것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특명을 받은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도 글을 쓰는 행위는 이미 나만의 ‘고독’ 속으로 깊이 들어간 것일 텐데 그것으로 부족한 것일까. 아마도 시인이 말한 고독은 그 ‘고독’과는 결이 다른 걸 요구하는 것이구나, 새삼 나는 나를 잘 모른 채 글을 쓰는구나, 하는 약간의 낯선 감정이 찾아들었어요.
그리고 조각가 로뎅과의 만남을 통해 글을 쓸 때 인내심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 대목도 인상적이었어요. 글을 못 쓸 때 감정 기복이 심한 건 글쟁이들의 특징일까요. 위대한 시인 릴케야말로 그러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글은 써질 때 쓰는 게 아니라 일단 써라, 부단히 앉아서 쓰라고 합니다. 그리고 시적 화자는 빼고 사물을 정확히 바라보기 위해 의식적으로 관찰하기를 통해 ‘사물시’ 쓰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 밖에도 당대 여러 철학자와 작가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브레히트의 시 이야기도 나왔는데 브레히트가 쓴 동시 작품이 번역되었다고 하니 읽어봐야겠다고 참여자들끼리 고개를 끄덕였네요.
마지막으로 야누시 코르차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동시와 아동’이라는 맥락에서 코르차크의 책을 읽어보기를 권했어요. 어린이 교육에 큰 관심이 있던 인물로 유태인 학살에 희생된 아이들과 함께 행진하며 그들이 느낄 공포심을 줄일 수 있도록 마지막을 함께 걸었다고 해요. 어린이를 위한 순교자로까지 추앙되는 인물이니 꼭 살펴보고 싶어요.
강연을 마치며 이옥용 선생님이 들려준 인디언 속담으로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그대 자신의 영혼을 탐구하라. 다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그대 혼자의 힘으로 하라. 그대의 여정에 다른 이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 이 길은 그대만의 길이요 그대 혼자 가야 할 길임을 명심하라. 비록 다른 이들과 함께 걸을 수는 있으나 다른 그 어느 누구도 그대가 선택한 길을 대신 가줄 수 없음을 알라. _인디언 속담
한 편의 시처럼 릴케의 메시지와 맥락이 닿았던 문장이었어요. 릴케를 만나고 릴케의 시 이야기 숲을 거닐며 또 다른 ’나‘와 ’문학의 길‘을 상상할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와 멋진 강연을 해주신 이옥용 선생님 감사합니다. 참석한 동시분과 멋쟁이 시인님들, 동화분과 윤 작가님, 동시에로 발을 내딛는 박 시인님, 동시분과장 유하정 시인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꽃잎이 휘날리는 계절입니다.
모두 평안하시길 바라요!
* 본문에 인용한 책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옥용 옮김, F(2016)
첫댓글 토요일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네요. 꼼꼼한 후기 고맙습니다.
함께한 시간, 반갑고 즐거웠어요^^
후기 감사합니다.잔잔한 감동을 나누는 자리였을 것 같아요
듣는 즐거움, 시 쓰는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시인의 자세를 느끼어 보는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