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마창진 회원들이 21주기 고 김형률 열사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석분 운영위원은 아래와 같이 추모사를 했습니다.
고 김형율 21주기 추모사
먼저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 이곡지 여사께 문안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아드님 유지를 평생 이어가신 김봉대 선생님께도 깊은 존경과 안부의 말씀을 올립니다.
함께해주신 형님들과 조카님들,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세계는 다시 핵의 공포 앞에 서 있습니다.
미러 간 핵군축 합의는 무너지고, 강대국의 핵대결이 갈수록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핵국가인 이란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은 핵비확산체제를 근본에서 흔들고 있습니다.
이 현실 속에서, 인류는 다시 핵전쟁의 문턱으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이기에, 김형율 열사가 생전에 외쳤던 미국과 일본의 책임 문제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말했습니다.
“내 몸이 제국주의의 광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열사의 이 언급은 히로시마의 피폭은 끝나지 않았고, 세대를 넘어 이어졌으며, 확장억제의 이름 아래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를 핵의 볼모로 만들고 있다는 증언입니다. 핵의 위협이 지금 이 시간, 전 세계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고 김형율의 이 외침은 생의 의지를 뛰어넘는, 핵시대의 과제를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즉 핵이 인류의 삶 자체를 끝장낼 수 있다는 엄중한 증언입니다. 핵무기가 결국 인류 전체를 절멸의 길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처절한 역설이었습니다.
삶이 계속되려면,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핵은 폐기되어야 하며 핵을 동원하여 상대를 위협하는 확장억제도 끝내야 합니다. 확장억제를 수단으로 전쟁을 끊임없이 도모하는 동맹도 폐기해야 합니다.
특히 올해는 매우 뜻깊은 해입니다.
올해 11월에 한국 원폭피해자를 원고로 하고 미국을 피고로 세우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이 열립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큰형님께서 고인을 대신해, 또 어머님을 대신하여 아버님께서 원고로 참가하게 됩니다.
이 원폭민중법정은 침묵당했던 한국 피폭자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의 책임을 직접 묻고, 사죄와 배상의 길을 열고자 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입니다.
이것은 바로 고인의 유지(遺志)를 이어가는 길이기에 고인도 기뻐하며 박수로 격려하리라 믿습니다.
핵무기의 불법성을 밝히는 원폭국제민중법정의 성사가 고인의 피어린 호소에 대한 우리의 책무를 조금이나마 이행하는 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길이 그의 삶이 이제 우리의 삶으로 이어지는 길임을 마음에 새깁니다.
그리하여 기어이 미국과 일본이 우리 민중 앞에 사죄하고 핵 없는 세상을 향한 위대한 촛불의 역사가 시작될 때,
김형율 또한 비로소 깊은 영면에 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올해 7월 25일 평통사가 주최하는 평화홀씨마당에서는 고 김형율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낭독극을 진행합니다.
산소통에 의지한 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외쳤던 그의 목소리를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새겨보는 이 자리에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 함께 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