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여행-37
"나는 그때 상병이었지만 직책상 계급장을 달지 않고 준사복을 입었어."
윤주가 놓치지 않고 그 배에 올린 손바닥에 힘주며 고개를 들고 강석을 보며 물었다.
"오빠. 준사복은 뭐예요?"
"군복인데 계급장이 없고 오른쪽이 아닌 왼쪽 가슴에 명찰 크기의 청색 아크릴 판에 AIA (아미 인텔리전스 에이젼트=육군정보요원)라고 작게 쓴 표찰을 달았고 그건 뒤편에 육군정보요원이라고 써 있었어. 군화는 바닥이 가볍고 뢀동하기 좋은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특수화를 신었다는 것이 좀 다르다는 것이고 아. 머리카락은 조금 길렀어. 이걸 준사복이라 했어. Understand?"
"아하. Undercover 같은 거예요?"
"어쿠. 언더커버도 다 아네."
"됐네요. 어서 계속 가세요."
윤주는 강석의 말을 막고 그가 하든 군대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다.
"오케이. 그때 내 인사고과 보고서 파일 안에 문제된 여성 대위가 있었어. 불륜관계였어."
"예! 군인이 불륜관계?"
윤주는 정말 놀라며 흥미 가득한 얼굴로 강석을 봤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강석이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
"하여튼, 곧 그녀가 나를 불렀어. 점심시간에. 장교식당에서인데 돈까스 2인분을 테이블에 두고 마주 앉았지. 장교식당에 사병은 요리장 외에는 없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못들어가. 사병들은 돈까스를 먹어 볼 수가 없어.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래서요. 오빠."
"그 여성 장교 대위가 내 앞에 앉아 나를 보며 뭘 생각하는거야. 아마도 뭐라 불러야 좋을까 생각하겠지. 그래서 내가 Lee라고 부르라 그랬어. 그랬더니 곧 Lee 라고 부르는 거야. 그리고 그녀는 주변을 둘러본 후 나를보고 씩 웃으며 그 섹시한 조그만 입을 여는거야."
듣고있던 윤주가 왼쪽 다리를 강석의 허리위로 올려놓으며 자세를 비스듬하게 잡고 강석을 보며 말했다.
"오빠. 아니다. 여보~ 그런데 그 대위가 뭐라 그랬어요? 궁금해요."
강석이 몸을 돌려 윤주를 보며 누워 그녀의 왼쪽 다리를 제대로 허리에 걸치게 하였다. 그녀는 브레이져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
"Lee. 내가 어떻해하면 진급이 되겠어요. 나는 서울 S대 간호학과를 마쳤어요. 장교가 되고나서 영관 장교가 되어 군 간호 체계를 현 상황에 맞게 씨스템을 변경하고 싶어요."
그녀가 주저없이 말했고 나도 반가워 주저없이 말했어.
"선배 님. 저도 S대 법대 다녔습니다. 대모에 가담했다 군에 타의로 입대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수야. 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어.
"어머. 그래요. 학번은?
"72-02xxx입니다."
"아하~ 내가 정말 선배이네. 나 70-08xxx이야. 반가워."
노명호 대위는 웃음을 지으며 오른 손을 내밀었다. 악수하자는 것이다. 육군 장교이지만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선배님. 그러면 조지훈은 어떡할겁니까? 정보망에 걸려 있습니다."
"어머~ 그걸 어떡해 알았지? 지금은 잊고 지나간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인데, 어떡하지?"
황혼 여행-38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로 보았어. 주변에는 토요일이라서 식사를 마친 장교들은 거의 자리를 비우고 몇 명 남지않았어.
"Lee. 너가 정보요원이란 걸 알아. 내 인사고과도 네 손에 있다는 것도 알아. 같은 학교 후배이니 나 좀 도와주라. 전역할 수도 있지만, 나는 소령 진급을 해야 돼. 부탁이야. 도와 줘. 응."
나는 듣고만 있었어. 토요일이라 시간은 넉넉하였거든.
"어떻게해서 이런 때에 너가 내 담당이 되었어. 너가 하고 싶은 것 내가 다 들어줄께. 이번 한번만 봐줘."
"선배님. 다른 문제는 없습디다. 조지훈 중령은 제가 만나보겠습니다. 선배님 말씀대로 잊고 하고자 하는 일 열심히 하실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까?"
"Lee. 응. 쉽지는 않겠지만, 정말 열심히 할거야. 너가 내 삶을 바로 잡아주는 지도자 같아. 나도 영관 장교가 되어 씨스템을 바로 세우고 전역하고 싶어. 조 중령은 내가 원하지 않은 관계였어."
"알았습니다. 진급하십시요. 조 중령은 제가 만나 더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내 이 도움을 잊지않고 꼭 갚을께. 다시 만난다면. 고마워. 잊지 않을게.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고마워."
내가 더 말을 하지않자 윤주가 보챘다.
"오빠. 그게 끝이야?"
"응. 그걸로 끝 했어. 그런데 내가 손에 부상을 입고 부산 통합병원에 입원했어. 그때 그곳은 월남전쟁이 끝날 무렵이라서 굉장히 혼란스러운 곳이었고 그곳에서 소령으로 진급된 노명호를 만났어. 윤주야. 오늘은 그만하자. 내일도 일찍 출발해야 하거든."
"하이잉~ 더 듣고 싶고. 오빠하고 사랑도 하고싶고. 윤주 이제 너무 좋아 죽겠다. 그지. 오빠!"
황혼 여행-39
"여보~"
"어. 윤주야. 뭐 잘못된 건 아니지?"
"오빠. 잘못된 것 맞아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들어섰으니 잘못되었죠. 그 잘못으로 우린 이제 제대로 길을 들어섰구요. 오빠. 아니다. 여보가 시도 때도없이 눈 앞에 실제하고 있으니 너무 좋아요."
"이그~ 나 옷 좀 입자. 어서 출발해서 아침도 먹어야지. 오늘은 가면서 먹을려는데 윤주는 어때?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그래요. 오빠. 가다가 맥도널드 먹어요. 팀 하튼 커피도 마시고. 좋겠다 ㅎㅎㅎ."
그들이 쳌크 아웃을 하고 호텔을 나온 시각은 오전 10시 30분이었다.
"오빠~ 오늘은 어디까지 갈꺼예요."
"지금 생각은 대서양 바닷가 포구인 Gaspe까지 갈 생각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해가 기니 늦어도 오후 9시 전에 도착하면 돼."
"어휴~ 그러면 근 11시간 이상 가야되는거예요?"
"응. 가다가 쉬다가 안되면 중간에서 차박하면 되지."
"차박? 오빠 뭐예요. 군대 용어?"
"ㅎㅎㅎ 차 안에서 숙박하는거야."
"와. 그거 재밋겠다. 오빠. 우리도 그거 한번 해요. 할 수 있어요?"
"응. 가능해. 그런데 저어기 플라쟈가 있다. 일단 저 곳에서 아침먹자."
다행히 그 작은 플라쟈에도 맥도날드와 팀하튼 써브웨이 등 갖출 것들은 다 있는 플라쟈였다. 식사를 마치고 윤주가 팀 하튼에서 도넛 2개와 커피를 사와서 그들은 다시 출발하였다.
"윤주야. 지금 우리는 쌩 로렌스 강옆으로 난 132번 국도를 따라 갸스페 항까지 가고있다. 우측 고속도로를 타고 가도되지만, 더 넓고 광대한 강을 따라 이 길을 가니 운치도 더 좋을 것 같다. 어때?"
"여보~ 저 강 봐요. 저 강이 대서양 바다로 흘러간다 고요. 너무 웅장하고 장엄해요. 저는 이런 경치 처음 접하는거예요. 여보~ 고마워요."
그렇다. 건너편 동네가 2km 정도 거리에 보이는 더 넓고 도도하게 흐르는 쌩 오렌스 강을 따라 그들의 오딧세이는 적당한 속력으로 가고 있었다.
"오빠. 캐나다에 살면서 이곳도 못 보고 지금까지 살았어요. 산다는 게 어디에서 사는가에 따라 보는 것과 생활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참 좁게 살았어요. 오빠를 만나지 못했다면 리치몬드 힐이 편하고 좋은 곳으로 알고 늘 같이 그렇게 지냈을거예요. 장차를 불안해하며 걱정하면서요."
"내 삶도 윤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런데 지금은?"
윤주는 흐르는 강을 보다가 강석이 묻자 고개를 들고 차창을 통해 하늘을 보고는 다시 앞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보~ 지금은 아니다. 오빠.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게 운명이라면 너무 늦게 왔어요. 제가 좀 더 어릴 때, 오빠를 위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때에 적어도 5년 전에 만났다면 이 박윤주. 오빠를 위하여 혼신을 다 해서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다 생각들어요. 그래도 늦지 않았어요. 제가 더 어리잖아요. 운전만 빼고 오빠를 위해 뭐든 할거예요. 운전도 할 구 있어요. 너무 너무 운명이 고마워요. 으흐흑~"
"어이구. 왠 울보. 윤주야. 운명이라는 것은 다 그런거야. 이렇게 알게하는 것이 운명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운명을 모르든가 지나치든가 소홀히 생각하며 지내다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아차' 하고는 후회하게되. 버스 떠난거야. 우린 스치듯 지나갈려는 그 운명을 주저없이 제때에 잘 잡은거야. 그래서 그 운명은 우리꺼야. 우리는 함께 가면 돼..오케이!"
황혼 여행-40
윤주는 강석의 옆모습을 보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사람, 지금까지 혼자지낼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거다. 몸이면 몸. 마음이면 마음. 뭐 하나 탓할 것이 없었다. 지금 이 정도 몸을 같이 썩으며 지냈으면 본심이 다 나타났을거다. 윤주도 종합병원에서 간호부 부장으로 간호부를 담당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였었다. 그들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강석이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 게다가 그 나이에 보조제 없이도 잘 하였다. 그러면 앞으로 건강문제는 발생하겠지만 당분간 좋고 윤주가 옆에서 건강을 지켜준다면 계속 좋을 것이다. 운명만 관여하지 않는다면.
윤주는 그런 생각을 하다 놀랐다. 서로가 이렇게 만나기 위하여 숱한 외로움과 서러움을 견디어 낸 것이 아닌가? 그 동안 윤주도 많은 남자들과 만나며 이야기하고 성관계를 하였지만 그들은 자기 만족만 추구하였지 상대의 만족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강석 씨 같이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이고 스스로 잘 살아 갈 수 있을 때였다. 그래도 우선 성관계로 그녀를 만족케 하지 못하였고 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윤주야~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해. 곧 갸스페에 도착할거야. 도착 전에 쉴 만한 곳에서 잠시 마음을 추스리고 시내로 들어가는거야. 어때?"
"오빠. 좋아요. 화장실도 가야되고 오빠 담배도 피세요."
그들은 작은 강이 로렌스 강으로 들어가는 그 초입에 있는 국도 옆 작은 동네에 들어갔다. 주유소도 있었다. 그 주유소 뒤로 로칼 커피점이 있었다.
"윤주야. 저기 보이는 로킬 커피점에 들어가 커피 마시고 있어. 파티오도 있구나. 나는 떡 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주유소봤으니 깨스 채워넣고 갈께. 오케이!"
"예. 그렇게 할께요. 파티오에 있을께요."
강석이 주유한 차를 파티오가 앞에 보이는 자리에 주차했을 때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그러나 여름이 시작이라서 아직 해는 중천에 있는 것 같았다.
"오빠. 여기."
윤주가 커피점 입구 옆 벽따라 만들어 둔 파티오에 앉았다 일어나며 강석을 향해 손 흔들며 불렀다.
윤주가 앉은 의자 두개 건너편에 서너명의 아마 동네 사람인듯한 두 노인 부부가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Good afternoon. How are you today?"
그가 파티오로 들어서며 입구 의자에 앉은 그들에게 인사를 하자 놀란듯 보고 곧 답례를 하였다.
"굿. 하와유 투데이? visiting?
그는 그들 옆에 선채 윤주를 보며 미소지었다.
"예. P.E.I.까지 가는 길입니다. 쉴려고 잠깐 들렀습니다. 좋은 날입니다. 저기 와이프가 있어서. 해브 굿 이브닝."
강석은 그렇게 인사를 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유심히 보고있는 윤주에게로 가서 앞에 앉았다.
"와우. 멋지네요. 보기 좋아요."
"으응.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같은 노인네들이니까."
"참 좋은 심성을 가졌어요."
"어~ 이거 늘 하는 타입인데 너무 띄우는 것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