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수 피해와 방콕의 침수에 대한 보도가 계속되면서
한국에서 걱정을 하시고 전화가 많이 옵니다.
걱정만큼 저희 가정은 그리고 저희가 살고 사역하는 이 지역은
긴박한 상황보고나 침수 피해에 대한 아직 별다른 피해 상황은 없습니다.
아이들의 임시휴교로 방학이 1주 더 연장되어서
두 녀석과 24시간 함께하는 것이 저희들에게는 아직까지는 가장 직접적인 어려움입니다.^^
다만 집 앞마당에 큰 하수구가 있어서 물이 차 올라왔다 빠졌다 해서 밤새 물이 들어올까 싶어
아래층 현관 앞에서 자면서 계속해서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매일 교회에 가서 아이들과 오전에는 성경 읽기를 하고
오후에는 수학이나 다른 과목들을 공부합니다.
사실상 방학이라 아이들에게는 교회가 놀이터나 다름없지만 그렇게라도 자주 만나니 좋습니다.
방콕 침수 경보로 2주간 방학이 연장되어 이 녀석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 큰 녀석들이든 어린 아이든 안기고 뭉개고 뽀뽀를 하고 끌어안는데
부모 정이 그리운 아이들이라
아무리 ‘아잔~아잔~'(목사님,목사님) 귀에 딱지가 질 만큼 여기저기서 불러대도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떠올리면 피곤이 사르르 녹습니다.
함께 수고하시는 피뻠은 ‘아잔, 물이든 라면이든 구하기가 힘들어요’
‘아잔, 다 들 물건들을 옮기고 피할 곳을 찾는데 아잔은 왜 you chuychuy하고 있어요?’ 하는데
‘유 처이처이’는 '그냥 가만히 그러고 있는 것'이라는 뜻인데
태국 국민의 국민성을 잘 나타내는 말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처럼.
그런데 아잔은 타고난 ‘유 처이처이’니 어쩌랴...
오늘도 묻습니다.
‘아잔은 하나님을 잘 믿고 복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그런 가 유 처이처이 하고 있으니
나도 유 처이처이 할 겁니다’ 라고.
그러고 보니 우리 지역 주민들도 그 난리에 진짜 '유 처이처이'합니다.
심지어 옆옆 가게 액자 집에선 주문 받은 듯
벽 크기만 한 화판을 길 가에 두 개나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십니다.
서로들 닮아가는 것인지 맞춰 가는 것인지
그래도 한 마을에 옹기종기한 이 마음이 가벼운 눈 인사만으로도 많이 행복해 집니다.
‘아잔, 앞 골목에서 마실 물을 구하지 못했다며 물을 구하러 와서 정수기의 물을 받아갔어요’
정말 다행이다, 딱히 뭘 도울 방법이 없었는데
‘누구든 단수되기까지 물이 필요하다면 받아가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아잔 물이 차면 다들 대피 할 곳이 있는데 갈 곳이 없어요.’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당연히 ‘교회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말씀은 드렸는데 목소리가 슬프게 들립니다.
여하튼 딱히 대안도 없는 정부의 속보는 오늘인가? 오늘 밤인가? 하며
하루하루를 불안과 긴장 속에 보내게 만듭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이유를 우리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간도 저희를, 이 나라를 생각하며
기도하시고 걱정하시는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듣고 있는 듯 든든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건을 옮기고 사재기를 하는 등 난리법석은 피우지 못했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나름 단수, 단전을 대비해 임시로 마을 아이들,
주민들의 먹을 것 입을 것은 준비를 해 놓고
만일 침수가 되면 교회의 윗 층으로 대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두었습니다.
저희의 힘으로는 고.작. 이 정도의 준비 뿐이지만 매일을 감사하고 즐겁게 보내고 있습니다.
상황이 긴박해지면 바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태국을 위해서 또 사역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