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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0 - 파란(波瀾) (下)
1. S# 중환자실 안. N
산소 호흡기를 입에 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귀중.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발.. 천천히 틸업하면 승희다.
승희, 바깥을 살핀 뒤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선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박귀중..
승희, 잠시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천천히 생명유지 장치의 전원 쪽으로 손을 가져간다.
덜덜 떨리는 손.. 그러다 멈칫..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잠시 망설이는 승희..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승희, 마른침을 삼킨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생명유지 장치 쪽으로 손을 갖다 댄다.
덜덜 떠는 승희의 얼굴.. 유지 장치 전원에 손을 대는데.
박귀중 : 으으...
승희 : (멈칫.. 놀라서 돌아본다)
박귀중 : (흐릿한 시선으로 승희를 보고 있다) 으으...!
승희 : (두려운 시선으로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 : (핏발 선 눈빛으로 보는데)
승희 : 아저씨.. 죄송해요..하지만 나두 어쩔 수 없어요..나는.. 다시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돌아 갈 수가 없어요..
이미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 구요..
박귀중 : 으으... (쳐다본다)
승희 : 선우는 태희 언니가 없어두.. 살 수 있어요. 선우 옆엔 언제나 선우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난 아니예요. 나는.. 태희 언니가 없으면 안 돼요 아저씨. 그 집에서 쫓겨나면 나한텐 아무것두 남는 게 없다 구요..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요.. (툭 떨어지는 눈물)
박귀중 : (연민.. 붉어진 눈시울로 승희를 본다. 보면)
승희 : (식은땀과 눈물로 범벅되어 손까지 빌어가며) 아저씨가 저 한번만 봐주면 안 돼요?
아저씨만 입 다물고 있어주면.. 아무도 모르는 일이예요. 한번만 봐주세요. 그럼 그 은혜 잊지 않을께요.
두고두고 살면서 갚아 드릴께요. 네?
박귀중 : (안 돼! 그럴 순 없어! 그저 부릅뜬 눈으로 본다. 보면)
승희 : (일순 표정 싸늘해지며) 만약.. 그래두 아저씨가 모든 걸 말해버려야겠다면.. 그 땐 나두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만약.. 아저씨가 진실을 밝혀버리겠다면.. 그 땐 선우두 죽구 나두 죽어요, 아저씨.
박귀중 : (덜덜 분노로 노려보는 시선)
승희 : 아니.. 그럴것두 없이 지금 이 순간..아저씨 입을 영원히 다물게 할 수도 있어요. 아시겠어요?
박귀중 : 으으..
승희 : (덜덜 떨리는 손으로 생명유지 장치의 전원으로 손을 가져간다)
박귀중 : 으으.. (승희를 노려본다)
승희 : (이판사판이라는 듯.. 거의 손을 가져가는데 갑자기)
삐-이!! 하는 경고음.
승희, 멈칫.. 돌아본다. 보면 박귀중, 눈이 돌아가면서 몸에 경련이 온다.
승희, 얼른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선다.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박귀중, 꺽꺽.. 숨이 넘어가는 듯..
승희, 본다. 보다가 두려움에 그대로 문을 열고 도망친다.
2. S# 병실 복도. N
밖으로 나오는 승희, 숨을 몰아쉬며 한쪽에 기대선다. 주위를 한번 돌아보며 천천히,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 때 저쪽에서부터 뛰어오는 의사와 간호사들..
승희, 얼른 벽 쪽으로 얼굴을 외면하고 선다. 그 뒤로 지나쳐가는 의사와 간호사들.
승희, 두려운 시선으로 돌아보면 의사와 간호사들 박귀중의 병실로 뛰어 들어가는 게 보인다.
승희, 덜덜 떠는 표정으로 본다. 보다가 돌아서는데 그 앞으로 우뚝 다가서는 철웅.
승희 : (헉! 숨이 넘어갈듯 놀라서 본다. 보면)
철웅 : 니가 여긴 어쩐 일이야?
승희 : 그.. 그게.. 아저씨가..
철웅 : 뭐?
승희 : 아저씨 어떤지.. 보려구 왔었는데.. 그랬는데..
철웅 : (? 본다. 보다가 고개 들어 박귀중의 병실 쪽을 보면)
다급하게 왔다 갔다 하는 간호사들.
철웅, 일순 표정 굳는다. 얼른 그 쪽으로 뛰어가면 승희, 두려움으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3. S# 중환자실. N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동공.. 점점 확대 되 가고 있고
의사들, 박귀중을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장 충격기!” 간호사 기구를 가져오면 “200줄!” 쿵! “250줄!”
쿵! 심장 충격기에 의해 계속 몸이 출렁이는 박귀중의 몸..
그 뒤로 뛰어 들어오는 철웅.
철웅 : 뭡니까! 우리 아버지 왜 이래요! 예?
간호사1 : 응급상황입니다. 보호자분은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철웅 : 무슨 일인데 그래요? 무슨 일이냐구!
간호사1 : 발작을 일으키신 거예요. 나가 계세요. 자꾸 이러시면 진료에 방해가 됩니다.
철웅 : (간호사한테 떠밀려 밖으로 나간다)
나가면서 돌아보는 철웅, 그의 시선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의사들 너머로 보이는 박귀중의 모습.
4. S# 병실복도. N
밖으로 밀려나온 철웅, 닫히는 중환자실문을 본다.
승희, 창백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승희.
철웅, 벽을 짚고 선다. 승희, 본다. 보다가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서며.
승희 : 철웅 오빠.. 괜찮아?
철웅 : ...
승희 : 철웅 오빠..
철웅 : (그대로 벽에 이마를 댄다)
승희 : (본다. 보다가 중환자실 쪽 돌아보는데서)
5. S# 박귀중의 병실. N
분주히 움직이는 의사들.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 박귀중의 모습 fade-out.
6. S# 철웅의 집 전경 (아침)
7. S# 철웅의 집 거실.
방에서 나오는 길여옥, 머리를 매만지며 나오는데 주방에서 덜거덕거리는 소리.
길여옥 ?해서 주방 쪽으로 가면.
8. S# 주방.
아침준비를 하고 있는 선우, 그 뒤로 들어서는 길여옥, 선우를 보고 놀라서.
길여옥 : 얘, 선우야. 니가 어쩐 일이냐? 회사는 어쩌구?
선우 : 오늘 일요일이잖아요 할머니. 할머니랑 같이 아침 먹을려구 왔어요.
요즘 아저씨 때문에 식사두 제대로 못하시구 많이 힘들어 보이셔서요.
길여옥 : (보면)
선우 : 밥하구 국은 다 됐구요. 된장찌개만 좀 더 끓으면 되요.
길여옥 : 너야 말루 퇴원한 뒤로 계속 쉬지도 못하구 수고했는데.. 됐다. 이리 주구 나가 있어라.
선우 : 괜찮대두요 할머니.. (하면서 준비하면)
길여옥 : (짐짓 웃으며) 어디서 너 같은 것이 생겨났나 모르겠다.
선우 : 왜요?
길여옥 : 사는 게 힘들구 고생스러우면 어디 한군데 삐뚤어지구 모나기 마련인데..
넌 볼 때마다 웃는 얼굴에 항상 남 걱정이 먼저잖니.
선우 : 그거야 다 할머니가 예쁘게 봐주시니까 그렇죠. 알고 보면 저두 못된 구석 많아요.
길여옥 : 아이구. 다들 너처럼만 못되라 그래라.
선우 : (같이 웃으며) 오늘은 집에서 쉬세요, 할머니. 병원엔 제가 가볼께요. 가면서 철웅이 도시락두 좀 갖다 주구요.
길여옥 : 그럴래? 그럼 가는 김에 병원비도 좀 가져가라.
선우 : 저번에 한번 내지 않았어요?
길여옥 : 중환자실이라 그런지 몫 돈이 많이 나가는구나. 아무래두 가겔 내놔 얄 거 같어.
선우 : 가게를.. 내노신다 구요?
길여옥 : 어차피 아범 계속 돌봐 줄 사람두 필요하구 또 완쾌될 때까지 병원비며 치료비가 얼마가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구.
선우 : 하지만 삼십년이나 넘게 해오신 걸.. 섭섭하지 않으세요?
길여옥 : 이제 나이도 들구, 힘에 부치던 참이었어. 섭섭하긴 하지만.. 아무려면 아들이 중하지 가게가 중할까..
선우 : (본다. 도움이 못 되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9. S# 중환자실 앞 복도.
철웅과 승희,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다. 둘이 같이 밤을 샌듯..
철웅 : (흘끗 돌아보더니) 야. 그만 들어가.
승희 : (돌아본다. 보며) 아니야 됐어. 이왕 지금까지 기다린 거.. 아저씨 경과는 보고 가야지.
철웅 : (뜻밖에 승희의 모습에 본다. 물끄러미 보면)
승희 : 왜 그렇게 봐?
철웅 : 항상 나는 널.. 나쁜 기집애라구만 생각했는데. 너한테 이런 구석두 있었구나.
승희 : (본다. 괜히 찔려 시선 돌리며) 왜 이래. 나두 가만히만 내버려두면 꽤 괜찮은 애야 뭐.
철웅 : (씁쓸한 웃음.. 고개를 돌리는데)
그 때 안에서 나오는 의사. 철웅과 승희,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본다.
철웅 : 아버지는 좀 어떻습니까.
의사 : 일단 위기는 넘겼습니다.
승희 : 그럼.. 생명엔 지장이 없으시다는 건가요?
의사 : 현재로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만..어쨌든 한고빈 넘긴 거 같습니다.
더 이상 발작만 일으키지 않으면 큰 문젠 없을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가면)
철웅 : (다행이라는 한숨..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승희 : (흘끗 철웅을 보며) 정말 잘됐다 철웅 오빠. 아저씨가 무사하시다니..
철웅 : 그러게.. (하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면)
승희 : 잠깐 있어. 내가 가서 커피 좀 뽑아올게. 응?
하면서 돌아선다. 돌아서서 박귀중의 중환자실 쪽을 한번 돌아보는 승희, 왠지 찜찜하고 불안한 표정..
그러나 이내 고개 돌려 프레임-아웃 되면.
그 뒤로 보이는 철웅, 천천히 옆으로 눕는다. 모습에서.
10. S# 일각.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있는 승희.
그 뒤로 도시락을 들고 지나가는 선우.
11. S# 중환자실 복도.
도시락을 든 채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 선우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다가
문득 저쪽으로 의자에 드러누워 잠이 든 철웅을 본다. 많이 지치고 피곤한 표정..
그 앞으로 다가서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선우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철웅을 본다.
선우 : 철웅아..
철웅 : ...
선우 : 박철웅..
철웅, 깨어나지 않자 선우, 후! 입으로 얼굴을 분다. 짐짓 얼굴을 찡그리는 철웅.
선우, 픽 웃음. 다시 입으로 후우우! 얼굴을 분다.
철웅, 간지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긁적거리다 멈칫.. 눈을 뜬다.
선우 : 일어나. 도시락 가져왔어.
철웅 : (게슴치레 가만히 선우 얼굴을 본다)
선우 : 밤 꼬박 샜니?
철웅 : (빤히 본다)
선우 : 왜? 좀 더 자구 싶어?
철웅 : 아니. 그냥 이대로 좀 더 있구 싶어서 그래. 거기서 니가 날 보구 있으니까.. 기분이 훨씬 나아진다.
선우 : 어쭈. 눈 뜨자마자 또 헛소리지. 어? (하는데)
철웅 : 아버지가.. 어젯밤 발작을 일으키셨어.
선우 : (멈칫.. 본다. 보면)
철웅 : 정말루 어젯밤엔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 그 정도루 많이 심각했는데.. 그래두 무사히 넘기셔서 이젠 괜찮아지셨대.
선우 : 그런 일 있음 전화하지 왜.
철웅 : (씁쓸한 웃음.. 그러더니) 어젯밤엔.. 정말 겁나드라.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이 박철웅이두..
아버지가 막상 돌아가신다고 생각하니까.. 겁부터 덜컥 나더라구.
선우 : 다행이다. 그래두 무사하시다니..
철웅 : 그래. 정말 다행이야. 다행이야.. (그러더니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눈을 감는다)
선우 : (본다. 마음이 안 되서 다시 잠이 드는 철웅을 바라본다)
그 뒤로 커피 잔을 들고 프레임-인 되던 승희, 멈칫.. 누워있는 철웅과 다정하게 바라보는 선우의 뒷모습을 본다.
일순 표정이 굳어버리는 승희. 그대로 모퉁이에서 돌아선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더니 커피 잔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그리고는 표정 없이 돌아서서 프레임-아웃 되는데서.
12. S# 평창동 집전경.
13. S# 평창동 거실.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예산댁 : 어디 갔다 와? 다들 윤희 양 기다리구 있었어.
승희 : (돌아보면)
아직까지 모두 상복차림으로 한자리에 모여앉아 있는 태희와 현자, 서준, 재혁과 진실장까지.
현자 : 어디 갔다 오는 거니 너?
승희 : (대답 못하는데)
태희 : 나중에 얘기해요 고모. (보며) 어서 와서 앉아 윤희야.
승희 : (본다. 보다가 한쪽에 자리 잡고 앉으면)
테이블위로 올려지는 서류함. 변호사, 서류함을 열고 그 안에서 유언장을 꺼낸다.
변호사 : 그럼 고 김필중 회장님의 유언장을 공개하겠습니다.
승희 : (? 본다)
현자와 진실장 유난히 긴장하는 모습. 담담한 태희 얼굴에서.
변호사 : 우선 제하그룹의 전체 지분 28%와 경영권은 장손녀이신 김태희 양 앞으로 상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집을 비롯해 김회장님 소유셨던 부동산과 현금 및 현물 주식 모두 김태희 양 앞으로 상속되었습니다.
태희 : ...
현자 : (불만이 가득한 시선으로 보면)
변호사 : 따님이신 김현자님께는 청평에 있는 별장과 제주도에 있는 농장. 그리고 제하그룹의 전체 지분 중 5%가 상속되었습니다.
외손주이신 윤서준 씨 앞에는 빌라 한 채와 계열사인 제하유통 지분 5%가 상속 되었구요.
서준 : ... (별로 불만 없다. 그러나)
현자 : 우리 모자한테 상속된 게 그게 전부란 말인가요?
변호사 : 네 그렇습니다.
현자 : 허.. (기가 막혀 시선 돌리면)
변호사 : 둘째 손녀따님이신 김윤희 양 앞으로는.. 제하통신 지분 10%와 상도동에 있는 빌라가 상속되었습니다.
승희 : (보는 시선위로)
변호사 : 단, 그 지분을 개인적인 이유로 남에게 양도하거나 팔 경우 상속권은 자연적으로 말소되고 맙니다.
승희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변호사 : 주식으로 인한 실적배당금은 수령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 명의로 팔려고 할 경우
소유권은 자동적으로 김태희 양 앞으로 가게 됩니다.
승희 : ...! (일순 표정 차갑게 굳어서 본다. 밀려오는 불쾌감..)
변호사 : 그리고 태희 양 약혼식 이후에 추가된 부분이 있습니다.
현자 : 추가된 부분이라뇨?
변호사 : 제하통신 주식 18%를 장재혁 씨 앞으로 상속하신다고 되어있습니다.
재혁 : ! (본다)
태희 : (본다)
현자 : (놀라서 보더니) 말두 안 돼. 말두.. 제하통신주를 통채루 장재혁 앞으로 물려주셨단 말야?
태희 : 아직 안 끝났어요, 고모. 조용히 하세요.
현자 : 조용히 못 하겠다 나는! 서준인 고작 유통회사 지분 5%뿐이 안 물려주셨으면서 피 하나 안 섞인 니 약혼자한텐
젤 잘나가는 제하통신주를 통채로 물려줘?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라구 생각하니?
태희 : 할아버지 마지막 유언 이예요. 그냥 조용히 하구 끝까지 좀 들으실 수 없겠어요. 고모?
현자 : 듣구 싶으면 너나 들어! 난 이따위 말두 안 되는 유언장 인정할 수 없으니까!
태희 : 고모! (위엄 있게 쳐다보면)
현자 : (본다. 노려보더니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진실장 : (돌아본다)
서준 : (괜히 미안해져서) 나는 만족해요 누나. 나는 주식 같은 거 잘 알지도 못하는데 뭐.
내 앞으로 돼 있는 건 당분간 누나한테 맡길게요. 많이 불려서 이익금이나 챙겨주세요.
난.. 엄마한테 좀 들어 가 볼께요. (일어나서 현자 방으로 들어간다)
승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간다)
썰렁하게 남아있는 태희와 재혁.. 그리고 진실장.
변호사 : 계속할까요?
태희 : (본다. 보며) 계속하세요.
14. S# 현자의 방.
현자 : 말두 안 돼. 이건 말두 안 되는 일이야. 아버진 날 자식으로 생각도 안했던 거라구.
어떻게 태희한테 모든 권리를 다 넘겨줄 수가 있어?
서준 : 엄마가 직접 경영할 것두 아니면서 그깟 주식 좀 적게 물려 받았다구 뭐가 그렇게 원통해요.
그거 아니래두 이미 엄마 앞으로 되 있는 재산이 어디 한 둘이냐구. 그거 전부 다 할아버지가 엄마한테 주신 거잖아요.
현자 : 너 지금 불난데 기름 붓니?
서준 : 그렇게 양에 안차면 내 것까지 엄마가 가져가요. 난 그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그럼 됐죠?
현자 : 벨두 없는 자식! 지금 제하그룹이 통째루 태희하구 장재혁한테 넘어가는데..뭐라구? 그런 거 다 필요 없어?
에라! 이 속두 없는 녀석아!
서준 : 욕심 부리지 말아요, 엄마. 지금 엄마가 가지고 있는 것만 해두 차고 넘쳐요.
현자 : 내가 이런걸 아들이라구 믿구 살구 있으니..어우우.. 골치야.. (하면서 이마를 짚으며 한쪽에 앉는다)
서준 : (한숨. 바라보는 시선에서)
15. S# 승희의 방.
화장대 앞에 앉는 승희, 분함으로 씩씩거리며.
승희 : 뭐야 이거. 말만 상속이지 내 맘대로 할 수도 없구.. 이거 완전히 그림에 떡이잖아.
그래.. 죽으면서까지 날 물먹이겠다 그거지? (생각할수록 분해져서) 그런다구 내가 꼼짝 못할 줄 알아? 천만에..
무슨 수를 써서라두 제하그룹의 반은 내 껄루 만들 거야.. 내 껄루 만들고 말거야.. (돌아보는 시선에서)
16. S# 김필중의 서재.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태희. 그 뒤로 들어서는 재혁의 모습이 보인다.
재혁 : 뭐해?
태희 : (짐짓 시선 돌려 재혁을 본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
재혁 : (보면)
태희 : 사실은 나.. 지금 굉장히 무섭구 떨려. 할아버진 대체 날 뭘 믿구 이렇게 무거운 짐을 넘겨주신 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나.. 굉장히 겁쟁인데..
재혁 : 걱정 하지 마. 너.. 잘해낼 수 있어. 회장님도 그래서 널 믿고 맡기신걸 거야.
태희 : (그 말에 돌아본다. 보더니 그대로 재혁에게 다가가 안긴다) 너 그거 아니? 그래두 이렇게 니가 옆에 있어서..
내가 얼마나 마음으로 의지되구 든든한지.
재혁 : (말없이 내려다보면)
태희 : 이제 이 세상에서 내 편은..윤희하구 너밖에 없어. 내가 믿을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두 사람뿐이 없다구.
재혁 : ... (고개 들어 생각에 잠긴다. 시선에서)
17. S# 평창동 거실.
서재에서 나오는 재혁. 그 때 마침 옷을 갈아입고 아랫 층으로 내려오는 승희와 맞닥 드린다.
승희, 재혁을 본다. 재혁 역시 승희를 본다. 보더니 무시하고 지나치려는데.
승희 : 아주 소원 성취하셨군요?
재혁 : (멈칫.. 승희를 돌아본다)
승희 : 언니하고 약혼까지 한데다 이젠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 이젠 장재혁 씨 세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안 그래요?
재혁 :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김윤희 씨.
승희 : 대체 언제까지 우리 언닐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재혁 : (본다. 보더니) 회장님하고 약속한 게 있어요. 태희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구. 태희를 지켜주겠다구..
승희 : 그래서요?
재혁 : 그 약속을 지켜볼까.. 심각하게 고려 중이예요.
승희 : 허! 당신이 언니를 지켜 주겠다구? 할아버지하구 한 약속을 지켜 주겠다구? 그러지 말구 솔직히 까놓구 말해보시지.
언니하구 결혼해 제하그룹을 통째로 삼켜 버리겠다구. 그게 진심이라구!
재혁 : (본다. 보더니) 뭐가 그렇게 겁나는 거예요 윤희 씨. 당신이 가짜라는 걸 내가 태희한테 얘기할까봐..그게 두려운 겁니까?
승희 : (멈칫.. 본다. 보면)
재혁 : 그런 거라면 당분간은 안심해도 돼요. 지금 태희는 회장님 돌아가신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차고 힘든 상황이니까.
윤희 씨 일까지 들먹거려 복잡하게 만들 생각 없어요.
승희 : (노려보면)
재혁 : 그냥 당분간은.. 쥐 죽은 듯 지내는 게 좋을 거예요. (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승희 : (무섭게 노려본다. 시선에서)
18. S# 휴게실.
한입가득 도시락을 먹고 있는 철웅.
선우 : (국물을 따라 철웅 옆에 놔주며) 무슨 잠을 그렇게 오래 자? 기다리다가 해지는 줄 알았네.
철웅 : 니가 옆에 있으니까 더 푹 잔거야. 마음 놓여서.
선우 : (무시) 오늘은 밥 먹구 일찍 들어가. 내일부터 너 다시 공사장 일 나가야 하잖아.
철웅 : 됐어. 너나 들어가서 쉬어. 얼굴이 그게 뭐냐? 병원에 입원했을 때보다 핏기가 더 없잖아.
(보며) 너.. 내가 준 영양제는 꼬박꼬박 먹구 있는 거야?
선우 : (웃음) 그래. 꼬박꼬박 먹구 있어.
철웅 : 그거 하루라두 걸르면 안 돼. 알았지?
선우 : 알았다구. (보며) 국 먹어. 식겠다.
철웅 : (떠먹으며 씩 웃는다. 웃다가 멈칫.. 보면)
뚝.. 뚝.. 떨어지는 코피. 선우, 얼른 코를 막는다.
철웅 : 야.. 너 왜 그래?
선우 : 괜찮아. 가끔씩 이래. 밥 먹구 있어. 화장실가서 씻고 올게. (하면서 일어서다가 비틀..)
철웅 : (얼른 부축하며) 선우야! 너 정말 괜찮아? 어?
선우 : 괜찮아.. (겨우 철웅의 손 뿌리치더니 프레임-아웃)
철웅 : (놀라서 본다. 보면)
19. S# 여자 화장실 안.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선우, 하얀 세면대위로 계속 뚝뚝 떨어지는 코피..
선우, 닦고 또 닦아내지만 이번엔 멈추지가 않는다. 창백한 선우의 얼굴.. 점점 더 핏기가 가셔가고..어지러움..
선우, 계속 닦아내지만 코피는 멈추지 않고..
20. S# 여자화장실 앞.
철웅, 앞에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한다.
철웅 : 선우야! 괜찮냐? 선우야!
궁금해서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안에서 나오는 여자1, 철웅 멈칫해서 시선 돌리면 지나가는 여자1.
철웅 : (다시 안쪽에 대고) 선우야! 정말 너 괜찮아? 괜찮은 거냐구!
선우E : (안에서) 괜찮아. 가서 밥 먹구 있어. 나 금방 씻구 나갈 테니까..
철웅 : (왠지 걱정스럽고 불안한 시선으로 보면)
21. S# 여자화장실 안.
계속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아내는 선우..많이 어지러운 듯 세면대를 꼭 붙잡은 채 서 있는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 들어 거울을 본다. 창백한 선우의 얼굴.. 핏자국으로 물든 얼굴..
선우, 뭔가 불길한 예감.. 왜 이러나.. 거울속의 얼굴을 바라보는데서 fade-out.
22. S# 서준의 레스토랑.
남직원 줄을 잡아당겨 휘-잉 비행기장난감을 날린다. 여직원들 재밌어서 같이 해보는 가운데 프레임-인 되는 연웅.
연웅 : 그게 뭐예요?
남직원 : 다음주에 2주년 오픈기념 행사기간동안 선착순 500명한테 줄 선물이예요. 어때요? 반응 좋겠죠?
(하면서 다시 줄을 잡아당기면 휘-잉 날라 가는 비행기)
연웅 : 나두 한번 해봐도 되요?
남직원 : (장난감을 건네주면)
연웅 : (있는 힘껏 줄을 확! 잡아당긴다)
휘-잉 날라 가는 비행기 장난감. 그만 들어서던 서준의 머리에 맞고 떨어진다.
서준 : 아야!! (아픈 표정으로 돌아보면)
놀라서 쳐다보던 남직원, 여직원, 연웅.. 순간 남직원 컵 닦고, 여직원 사사삭 흩어지고 연웅만 벌쭘히 서서 본다.
조금은 긴장해서 본다. 보면.
서준,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연웅을 지나쳐 간다.
연웅 ? 돌아본다.
남직원 : 어? 그냥 가시네? 무슨 일이시지?
연웅 : (돌아본다. 시선에서)
23. S# 사무실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는 서준.
연웅, 그 뒤로 다가선다.
연웅 : 사장님.. 괜찮으세요?
서준 : ...
연웅 : 사장님.. (하는데)
서준 : (창밖을 보며) 아저씬 좀 어때요?
연웅 : 네? 네에.. 뭐 아직까진 별루 차도가 없으세요. 사실은 그렇잖아두 그것 땜에 사장님한테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서준 : (그 말에 돌아보면)
연웅 : 한 두주정도만 오후 근무 좀 줄여주셨음 해서요. 우리 할머니 혼자 아버지 병수발 드시는데..
연세가 드셔서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래서..
서준 : 연웅 씨가 할머니 대신 병간호 해드릴려 구요?
연웅 : 하나뿐인 딸인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서준 : (본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연웅 : (? 본다. 보면)
서준 : 내가.. 가끔 우리 집이 싫어질 때가 있다는 말.. 연웅 씨한테 한적 있었나요?
연웅 : 네? (보면)
서준 : 난 가끔씩 그래요. 우리 집이..아주 굉장히 지겹구 싫어질 때가 있어요.
연웅 : (보면)
서준 : 우리는 돈두 많구.. 가진 것두 많은데.. 언제나 서로 더 가지지 못해 서로한테 상처를 줘요.
연웅 씨 집처럼.. 그렇게 자기를 희생해서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없다 구요.
그래서 가끔은.. 연웅 씨가 부러워요. 그렇게 위해주는 가족들이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워요.
연웅 : (본다)
서준 : (나즉히 한숨 내쉬며 시선 떨군다. 쓸쓸해 보인다)
연웅 : (보더니) 부러워 할 거 뭐 있어요? 이제부턴.. 제가 사장님두 위해 드릴 텐데.
서준 : (멈칫.. 돌아본다)
연웅 : 뭐, 솔직히 사장님에 비하면 제가 너무 아깝지만..불쌍한 사람 하나 구제해준다 생각하구,
사장님.. 제가 접수하기로 했거든요. 그러는 게 사회정의구현 차원에서도 보람 있는 일이구 해서.. 그래서.. (하는데)
서준 : (빤히 바라보다가 픽 웃음)
연웅 : (? 보면)
서준 : 연웅 씨. 나.. 지금 무지무지 연웅 씰 안고 싶은데..
연웅 : 어허! 사장님. 여긴 일텁니다. 신성한 일터에서 그러시면 안 되죠.
서준 : 그래두 지금 너무 안고 싶어요.
연웅 : (쭈뼛쭈뼛.. 누가 보나 주위를 돌아본다. 보더니) 그럼.. 딱 삼초만입니다.
서준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연웅을 안는다)
연웅 : (입으로 하나.. 둘.. 셋 세더니) 삼초 다 됐는데요, 사장님.
서준 : 내 시계는 아직 삼초 될려면 멀었어요.
연웅 : 그 시계 고장난거 아닙니까?
서준 : 그러게요. 내 시곈 꼭 이럴 때만 늦게 가준다니까.
연웅 : (보면)
서준 :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며) 고마워요. 나 같이 불쌍한 녀석.. 이렇게 구제해줘서.
연웅 : (본다. 보다가 픽 웃음..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24. S# 엘리베이터 안.
땡!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문밖에 박스를 들고 서 있던 선우, 한쪽에 올라탄다.
안에 탄 사람들 선우를 흘끔 거린다. 자기들끼리 뭔가 수근 대는 모습.
선우, 이상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 잠시 후 문이 열리면 내려선다.
사람들, 시선, 내리는 선우를 따라가면.
25. S# 일각.
박스를 들고 걸어오던 선우, 지친 표정으로 한쪽에 박스를 잠시 올려놓고 쉰다. 후.. 숨을 내쉬는데
그 때 화분 뒷 쪽으로 잘 안 보이는 곳에서 들리는 여직원들 목소리.
여직원1 : 신사업 팀 김태희 씨가 회장님 대신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며?
여직원2 : 그렇대. 장재혁팀장이랑 곧 결혼할건 가봐. 이선우랑 그렇게 염문 뿌리더니.. 결국 김태희한테 가는 거봐.
남자들은 다 그렇다니까.
선우 : ... (듣는 얼굴위로)
여직원1 : 그나저나 이선우두 뻔뻔하지. 이렇게 되면 이선우가 회사 그만둬야 하는 거 아니니?
어떻게 계속 한 회사에 다닐 수가 있어? 안 그래?
선우 :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 돌아서서 여직원들 앞으로 간다)
순간 놀라서 선우를 보는 여직원들.
선우, 그 여직원들 보며.
선우 : 거기..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여직원1 : 어머 이선우 씨..! (놀라서 여직원2와 시선 마주치면)
선우 : 할 말 있으면 내 앞에서 해요. 그렇게 뒤에서 수근거리지 말구.
여직원1 : 아니.. 우린 그냥 우리들끼리..
선우 : 아무리 남에 말이라구 그렇게 함부로 막하는 거 아니죠. 왜 내가 회살 그만둬야 해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남자하구 여자하구 서로 만나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예요?
왜 꼭 그런 일이 있으면 여자가 회살 떠나야 하는 건데요?
여직원1 : 아니 우린 그냥 별 뜻 없이, 다른 사람들이 그러 길래..
선우 : 그럼 그렇게 말하는 다른 사람들한테두 전해주세요. 나는 절대루, 무슨 일이 있어두 이 회사 떠나지 않는다 구요.
여직원1 : (별꼴이야.. 흘끗 시선 마주치며 조금은 기막히다는 듯) 가자, 미스 리...
그러더니 선우를 지나쳐 가버리는 여직원 둘.
선우, 그 여직원 둘을 돌아본다. 속상해서 눈물이 그렁그렁..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
선우 기척에 돌아보다가 멈칫.. 얼른 시선을 피한다.
재혁 : (멀어지는 여직원 둘을 본다. 다시 선우 쪽을 보면)
선우 : (얼른 돌아서서 난간위에 올려뒀던 박스를 들고 돌아서는데)
재혁 : 선우 씨 잠깐 얘기 좀 해요 우리.
선우 : (멈칫.. 돌아보지 않은 채) 저는 팀장님하고 할 말이 없는데요.
재혁 : (본다. 보더니) 알아요. 선우 씨 지금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들지..
선우 : 아무 말씀도 마세요. 위로할려고도 하지 마세요. 이건.. 어차피 제가 치뤄야 할 과정이니까.
팀장님이 지금 제 대신 해주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모른 척 해주세요.
(눈물을 꾹 참으며 그대로 박스를 들고 가버린다)
재혁 : (안타깝게 본다. 시선에서)
26. S# 비상구 일각.
프레임-인 되는 선우, 박스를 내려놓고 잠시 멈춘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글송글.. 난간을 짚은 채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점점 주기가 짧아지는 어지럼증.. 창백한 시선위로.
E 요란한 박수소리.
27. S# 회의실.
이사진들 앞에 인사를 하고 있는 태희.
회의실 안에 앉아 있는 이사진들, 박수를 마치면 태희, 상석에 앉으며 그들을 한번 돌아본다.
태희 : 다음 주주총회 때 정식 임명 안이 결정될 때까지 제가 제하그룹의 임시경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의 유언이 있다고는 하지만.. 주주여러분들께서 조금이라도 이 사람의 경영능력에 의심을 갖고 계시다면
언제든 물러날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주주총회 때까지 공정하고 공평한 시선으로
저의 경영능력을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공손히 인사를 하면)
다시 박수를 치는 이사진들. 반은 태희에 대한 호기심과 반은 회의적인 분위기로 술렁댄다.
진실장, 조금은 오만한 표정으로 태희를 보면 태희, 전혀 흔들림 없이 그들을 돌아보는 가운데.
28. S# 회장실.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잠시 넓은 회장실을 돌아본다. 그 뒤로 따라 들어서는 진실장과 서너 명의 비서진들.
태희, 잠시 비어있는 할아버지의 책상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가 의자에 앉는다.
진실장, 그런 태희의 자신만만한 태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은 보기 떨떠름한 듯.. 시선을 피하면.
태희 :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앞으로 내가 회장님을 대신해 이 자리를 맡게 됐어요.
주주총회 때 어떤 결정이 날지 모르지만 그 때까진 제가 이 회사의 대표로서 최상의 조건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진실장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길 바래요.
진실장 : 그러겠습니다.
태희 : 업무는 이전보다 한 시간 빠른 여덟시부터 시작하도록 할 겁니다.
(보며) 진실장님. 그 동안 밀린 결재서류 오늘 중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올려주세요.
진실장 : 그러죠.
태희 : 회장님한테도 그런 식으로 대답하셨나요, 진실장님?
진실장 : 네? (보면)
태희 : 앞으로 나한테 대답할 때 그러겠습니다, 그러죠.. 그런 식의 대답 삼가해 주세요.
나는 이제 이 회사에 대표경영자예요 진실장님.
진실장 : (본다. 보다가) 네. 알겠습니다. (조금은 곤혹스럽게 시선 돌리면)
태희 : (본다. 당당한 시선에서)
29. S# 평창동 거실. (저녁)
살며시 아랫층으로 내려오는 승희, 아랫층에 사람이 안 보이는 걸 확인한 뒤 조용히 서재 쪽으로 들어간다.
30. S# 김필중의 서재. N
커튼이 쳐진 어두운 서재 안으로 몰래 들어오는 승희, 책상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열어보고 뒤적거리다가 깊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일기장.
승희, 꺼내들고 본다. 시선에서.
31. S# 태희의 방. N
안경을 쓴 채 업무일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태희. 그 위로 똑똑똑.
승희 : 언니. 저 윤희예요.
태희 : (돌아본다) 들어와.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윤희.
승희 : 많이 바쁘세요?
태희 : 잠깐 얘기할 시간은 있어. (안경 벗으며) 왜 무슨 일인데?
승희 : 저기.. (망설인다) 언니한테 물어볼 말이 있어서요.
태희 : 뭔데?
승희 : 언니.. 장재혁씨하고 꼭 결혼하셔야겠어요?
태희 : (멈칫.. 본다. 보면)
승희 : 언니.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장재혁 씰 반대했는지 한번이라도 그 이율 생각해본 적 있어요?
할아버지 같은 분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반대했을 리는 없잖아요.
태희 : 그런 얘기라면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윤희야. 다 지난 일이구.. 우린 약혼까지 했어.
승희 : 언니가 걱정 되서 그래요. 언니가 장재혁 씨한테 놀아나게 될까봐서요.
태희 : (보면)
승희 : (들고 있던 일기장을 내민다)
태희 : 이게.. 뭐야?
승희 : 할아버지가 왜 그토록 장재혁 씰 반대했는지..그걸 보면 알게 될 거예요.
태희 : (? 본다. 보다가 일기장을 펴든다)
쭉 넘기다가 안에 들어있는 신문기사..처음엔 이게 뭔가 읽는다. 읽다가..
태희 : 이게.. 다 뭐니?
승희 : 아직 모르시겠어요? 그 신문기사에 있는 장기윤 회장이.. 바로 장재혁 씨 친할아버지세요.
언니를 이용해 이 집안에 들어온 것두 바로 그 이유 때문이구 깡패들하고 손 잡구 제하통신주를 사들인 것두
다 그것 때문이 구요. 할아버지한테 복수할려구 처음부터 작정하구 덤빈 거라 구요.
태희 : ! (본다. 믿을 수 없는 시선)
승희 : 알아요. 언니가 장재혁 씰 얼마나 좋아하는지.. 동생인 나보다 더 그 분을 사랑하고 믿고 있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할아버지도 할 수 없이 두 분 약혼을 승낙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요. 이젠 언니 옆엔.. 지켜줄 할아버지가 없다 구요.
태희 : (본다. 보다가 시선 돌린다. 숨이 막힌다. 믿을 수 없는 시선)
승희 : (흘끗 태희의 표정을 살핀다. 살피며) 두고보세요. 장재혁 그 인간..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신 마당에..
이젠 언니를 이용할 수 있는 데까지 이용해서 제하그룹을 통째로 삼키려 들 거예요.
태희 : (본다. 충격적인 시선에서)
flash-back> 18부 14씬.
김필중 : 너.. 재혁일 어디서 처음 만났다 그랬지?
태희 : 정선이요. 정선에서 처음 만났어요.
다시 현재>
생각하는 태희 시선위로.
태희E : (멈칫..) 깡패 조직이라 구요?
flash-back> 18부 14씬.
진상만 : 사실은 몇 주 전부터 증감원에서 우리 쪽으로 통고가 왔었습니다.
이인수라는 깡패조직 두목이 우리 제하통신주를 갑자기 사 모으기 시작 한다 구요.
태희 : 그런데요?
진상만 : 알고 보니.. 그 배후에 장재혁이 있었던 겁니다.
다시 현재>
흘끗 태희의 표정을 살피는 승희.
승희 : 언니.. 괜찮으세요? 네?
태희 : (최대한 내색 안하려고 노력하며) 괜찮아.
승희 : (정말 괜찮을까? 보면)
태희 : 윤희야.. 나.. 지금 혼자 있고 싶은데..좀 나가줄래?
승희 : 언니..
태희 : 혼자 있고 싶어 윤희야.
승희 : (본다. 보더니) 네. 알았어요. (일어나 나간다)
태희, 일기장을 내려다본다.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내려다보는데서.
32. S# 이층거실. N
태희 방에서 나오는 승희, 흘끗 돌아본다. 이거면 됐겠지 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며 씩 웃는데.
서준 : 너 거기서 뭐하냐?
승희 :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어? 아냐 암것두.
서준 : 암것두 아닌데 왜 혼자 비실비실 웃구 서 있어?
승희 : 누가 고모 아들 아니랄까봐? 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해서 꼬치꼬치 캐묻는 거야?
서준 : 뭐라구? 윤희 너 점점.. 말버릇이 그게 뭐야?
승희 : 그러니까 내 일에 신경 끄라구. 오빤 몰라두 되는 일이니까. 알았어? (그러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서준 : (어이없이 본다. 보다가 태희 방 쪽을 돌아보면)
33. S# 태희의 방. N
굳은 표정으로 일기장을 읽어 내려가고 있다. 한 장, 넘기고.. 다시 또 한 장 넘기고..
그러다 천천히 시선 들어 본다. 보는데서.
34. S# 회장실.
태희 앞으로 내밀어지는 이인수의 사진과 파일.
태희 : (들여다보며) 이 사람이.. 장재혁 팀장하구 같이 제하통신주를 사들였던 깡패 조직 두목인가요?
진실장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태희 : (대답 없이 보는데)
여비서 : (똑똑.. 노크소리 뒤에 문을 열고 들어서서) 장재혁 팀장님 오셨습니다.
태희 : 들어오라고 하세요. (파일을 덮으며 진실장 보더니) 나가 계세요 진실장님.
진실장 : (? 보더니)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나가면)
지나쳐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진실장 흘끗 재혁을 본 뒤 밖으로 나가 문을 닫는다.
재혁, 돌아본다.
35. S# 회장실 앞.
진실장, 밖으로 나와 회장실을 돌아본다. 왠지 심상치 않은 시선에서.
36. S# 회장실 안.
소파에 앉는 재혁,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태희를 본다.
재혁 : 근사하구나 너. 생각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데.
태희 : (어색한 미소..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와 앉는다)
재혁 : 근데 무슨 일이야?
태희 : (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회장님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얘기 꺼내는 거 빠르다는 거 아는데..
우리 결혼 말이야.
재혁 : (멈칫.. 본다)
태희 : 아무래도 주주총회에서 인정을 받을려면.. 결혼 안한 것보다는 결혼하는 게 더 플러스가 될 거야.
어쨌든 이사들 중에는 니 능력을 믿고 날 지지하는 사람들도 꽤 되니까.. 근데..
재혁 : (보면)
태희 : (보며) 그러기 전에 정말루 니 생각을 알고 싶어.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나하고 결혼을 하고 싶은 건지..
솔직히 있는 그대로 알고 싶어.
재혁 : 다른 생각같은 건 없어. 결혼하기루 했으니까.. 그러니까 하는 거야.
태희 : 그게 전부니?
재혁 : (본다. 그 말에 보더니) 널 좋아해 태희야. 그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감정이야. (하는데)
태희 : 지금 너한테 날 사랑하냐고 묻는 말 아니야. 적어도 너하구 나 두 사람이 결혼하려면..
서로한테 속이는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 혹시라도 그런 게 있다면..
재혁 : 뭘 묻고 싶은 거야. 정확히 본론만 얘기해. 이선우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지금?
태희 : 그런 게 아니구. (하는데)
재혁 : 그럼 뭐야.
태희 : (본다. 보더니) 나는.. 우리가 결혼하는데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건지.. 그걸 알고 싶어. 그것뿐이야.
재혁 : (본다. 보더니) 없어 그런 거. 이제 됐니?
태희 : (그 말에 본다. 재혁을 바라보다가) 그래..? 알았어. 니가 나한테 아무 할 말이 없다니.. 그럼 된 거지.
(그러면서 시선 돌린다)
재혁 : (그런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37. S# 복도 일각.
프레임-인 되서 걸어 나오는 재혁. 걸어 나오다가 돌아본다. 시선에서.
38. S# 회장실 안.
책상 앞에 앉은 태희 이인수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시선에서.
39. S# 철웅의 공사장.
밖으로 나오는 철웅,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다가 경적소리에 돌아본다.
태희, 차 안에서 철웅을 보고 있다. 철웅, 반갑게 다가서서 본다.
철웅 : 어쩐 일이십니까?
태희 : 잠깐 철웅 씨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요.
철웅 : 무슨 부탁이신데요?
태희 : (인수의 사진을 내민다)
철웅 : (? 받아본다. 태희를 보면)
태희 : 이 분.. 저번에 철웅 씨하구 같이 있던 분 맞죠? 왜 우리 납치당했을 때 구하러 같이 와주셨잖아요. 맞죠?
철웅 : 네. 맞습니다.
태희 : 그 분을 좀 만났으면 좋겠는데.. 철웅 씨가 안내 좀 해줄 수 있겠어요?
철웅 : 안내해줄 수는 있지만.. 근데 왜.. (하는데)
태희 : 부탁할께요.
철웅 : (본다. 시선에서)
40. S# 인수 창고. (밤)
다가와 서는 태희의 차. 깡통을 비롯한 깡패들 누군가하고 쭉 나와서 본다.
철웅, 차에서 내려서 보면.
깡통 : 이게 누꼬! 철웅이 아이가? 야, 니 차 샀나? 재주 좋네. 벡돌 날라가 그새 돈을 이래 많이 벌었나?
철웅 : 제 차 아닙니다.
깡통 : 아니모? (하는데)
인수 : (안쪽에서 나타나며) 꼬마 왔냐? 어쩐 일이냐?
철웅 :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인수 : (? 본다. 시선 돌려 보면)
운전석에서 내려서는 태희. 인수, 멈칫.. 태희를 본다.
태희, 심각하게 굳은 표정으로 인수를 본다. 시선에서.
(경과)
문틈으로 들여다보던 깡통, 고개를 갸웃하더니 철웅이 있는 쪽으로 걸어 나온다.
깡통 : 야, 거 분위기 살벌하네. 대체 무신 일인지 모르겠네. (돌아보면)
철웅 : (돌아보는데서)
41. S# 인수사무실. N
인수 : 절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말씀해보시죠.
태희 : 장재혁씨하구 어떤 관곈지 알고 싶어요. 두 사람..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
인수 : ... (시선 돌리면)
태희 : 피하지 말구 대답하세요. 나한텐.. 중요한 문제예요.
인수 : 어디까지 알고 온 겁니까.
태희 : 재혁이가 할아버지한테 복수하려고 날 이용했다는 것까진 알고 있어요.
인수 : (본다)
태희 : 좋아요.. 날 이용했다는 거 그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얼마쯤은 이용당해도 상관없단 기분으루 재혁이하구 약혼한 거니까.
인수 : 그럼 뭐가 문젭니까?
태희 : 재혁이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냐 하는 거예요. 내가 우리 할아버지 손녀라는 걸.. 언제부터 알았냐 구요.
인수 : 회장님까지 돌아가신 마당에 그런 건 알아서 뭐합니까.
김태희 씬 장재혁일 좋아하구 있구.. 그래서 약혼까지 한 거 아니었습니까?
태희 : 그래요, 그랬어요. 하지만 지금은 문제가 좀 달라졌어요.
인수 : 재혁이 그 친구는 태희 씨가 아니라 김회장님한테 복수하려고 했던 겁니다. 김태희 씨가 다치는 건 바라지 않았어요.
그건 사실입니다.
태희 : 언제부터예요? 언제부터 재혁이가 나와 우리 할아버질 알고 있었던 거죠?
인수 : (본다)
태희 : 어서 대답하라니까요!
인수 : (본다. 보더니) 정선에서부터였습니다. 정선에서부터 알고 있었어요.
태희 : (흔들리는 시선..)
인수 : 내가 바로.. 김태희 씨를 재혁이한테 보낸 사람입니다.
태희 : ! (순간 숨이 헉! 막힌다. 시선에서) 그럼.. 그 때 정선에서 날 가뒀던 깡패가..
인수 : 그래요. 그게 바로 나였습니다.
태희 : (순간 충격과 놀라움!)
인수 : (가만히 바라보면)
태희 :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재혁이나 당신들.. 그 땐 다 어린 나이였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인수 : 그 정도로 재혁이한텐 절박했던 겁니다. 어떻게 보면.. 불쌍한 놈이죠.
태희, 기막혀 본다. 보더니 참을 수 없는 기분..그대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를 나오려는데 한쪽발이 테이블에 걸려 비틀..
인수, 재빨리 일어나 태희의 팔을 잡는다.
순간 태희, 반사적으로 인수의 팔을 홱! 뿌리쳐버린다.
태희 : 나한테 손대지마. (노려보면)
인수 : (멈칫.. 본다. 보면)
태희 : (보며) 더러운 자식들..! 절대루 용서 못 해. 죽어두 용서안할 거야!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줄 거야.
인수 : (할 말이 없다.. 보면)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온다)
42. S# 인수 창고. N
걸어 나오는 태희. 깡통과 깡패들, 일제히 돌아본다.
철웅, 태희 쪽으로 다가서서 보면.
태희 : 미안한데.. 혼자 돌아가게 해줄래요?
철웅 : (본다. 보다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면)
태희 : (창백하게 표정 없이 철웅을 지나쳐 차 쪽으로 간다)
철웅 : (인수 쪽을 돌아본다)
깡통 : 대장아. 무신 일이고?
인수 : ... (말없이 태희가 가는 걸 본다)
차에 올라타는 태희, 그대로 출발한다. 바라보는 인수의 시선에서.
43. S# 달리는 차. N
운전하는 태희, 수습이 안 된다. 어이없고 황당하고.. 어떻게 이럴 수가 하는 충격적인 기분만 들뿐..
시선 어지럽게 왔다 갔다 하는데서.
44. S# 평창동 이층 거실. N
소파에 앉아 잡지를 들척이고 있는 승희, 그 때 피곤한 듯 이층으로 올라오는 태희.
승희 : 어머. 언니 이제 퇴근하는 거예요?
태희 : (본다. 보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승희 : (계획대로 되가는군. 씩 웃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고 생각하는 시선에서)
45. S# 박귀중의 병실안. N
프레임-인 되는 선우, 의식이 없는 박귀중을 내려다본다.
선우 : 아저씨.. 어서 일어나세요. 힘내서 어서 일어나셔야죠.
박귀중 : ...
선우 : (본다. 보다가 한숨..) 아저씨 사실은요 나.. 요즘 무지 힘들어요.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하신 말씀이 자꾸 걸려서요. 저더러.. 회사를 떠나달라고 그러셨거든요.
내가 팀장님이나 태희 언니 옆에 있으면 안 된대요.
박귀중 : ...
선우 : 회사에서 나에 대해 수군거리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근데.. 팀장님까지 욕을 얻어먹으니까.. 그게 참 힘들어요.
한 회사에서 계속 팀장님 얼굴 마주칠 때마다 자꾸 못 본 척 외면하는 것두 힘들구..
(보며) 아저씨 저 어떡해요? 저.. 정말 회사 그만둘까요? (눈물이 나온다)
그 뒤 원경으로 반쯤 문을 열고 다 듣고 있었던 듯한 철웅, 조용히 시선 돌리면.
46. S# 복도. N
힘없이 밖으로 나오는 선우, 옆에 앉아 있던 철웅, 벌떡 일어선다.
선우 : (보며) 언제 왔어?
철웅 : 어? 어어.. 방금 전에.. (모르는 척) 너 안에 있었냐?
선우 : 어. 의사선생님이 잠깐 얼굴만 보는 건 괜찮다 그래서..
철웅 : 그랬구나. (짐짓 시선 피하면)
선우 : (콜록콜록)
철웅 : 기침하니?
선우 : 그 때 감기몸살이 아직 다 안 나았나봐.
철웅 : (본다. 보다가 이마를 짚는다) 어? 열두 있네?
선우 : (철웅의 손 떼 내며) 피곤해서 그래. 괜찮아.
철웅 : 너. 아무래두 안되겠다. 그 놈에 회사 당장 때려 쳐라. 자꾸 쉬지도 못 하구 힘든 일 하니까
감기도 못 이기구 계속 골골거리는 거잖아.
선우 : 회사 때려 치면. 당장 뭐 먹구 살라구?
철웅 : 내가 먹여 살린다니까.
선우 : 박철웅 정신 차려. 아저씨 병원비 때문에 할머닌 가게까지 내놓으신대.
열심히 일해서 할머니 도와드릴 생각은 안 하구 쓸데없이..
철웅 : 그렇게 내가 능력 없는 놈으로 보이냐 니 눈엔?
선우 : (그 말에 보면)
철웅 : 나! 우리 식구두 책임질 수 있구 너두 책임질 수 있어. 나! 한번 한다면 하는 놈이라구! 알어?
선우 : 말만 들어두 고마워. (진심이다)
철웅 : 말루만 하는 소리 아니라니까.
선우 : 알아. 진심이라는 거.. 니 마음두 고마워.
철웅 : 힘들면.. 언제든지 기대란 말야 바보야. 혼자서 세상 짐 다 짊어진 사람처럼 헉헉거리지 말구.
내가 옆에 있으니까 나한테 기대라구.
선우 : (그 말에 철웅을 본다. 사실 찡한 기분.. 보더니) 처음부터 널.. 사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럼 너두 안 힘들었을 거구 나두 맘 편히 너한테 기댈 수 있구..
철웅 : 지금부터 사랑하면 되잖아. 새로 시작하면 되잖아.
선우 : 마음이 생각대로 움직여준다면.. 뭐가 힘들겠니. (자조적)
철웅 : (그 말에 보면)
선우 : 갈께.. (돌아서는데 그 때 메세지 왔다는 소리. 꺼내보면)
<회사앞 공원에서 만나요 선우 씨. 급한 일이예요. -태희->
선우, 멈칫하는 시선으로 고개를 든다. 그 뒤로 철웅 ?해서 보면.
47. S# 이층 거실. N
핸드폰을 보며 빙긋 웃음 짓는 승희의 얼굴에서.
승희 : 됐지? 이번엔 장재혁 니 차례다..! (다시 문자를 날리면)
48. S# 재혁의 오피스텔. N
편한 차림으로 책상앞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는 재혁. 그 때 메세지가 왔다는 신호.
재혁, 뭔가 싶어 들여다보면 <회사 앞 공원이예요. 지금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선우->
재혁, 멈칫.. 메세지를 본다. 보는데 띠리리 울리는 집 전화벨.
재혁 : (받아든다) 여보세요.
49. S# 태희의 방.
태희 : 나야. 지금 좀 만날 수 있니?
재혁 : (insert> 핸드폰으로 온 선우의 메세지를 본다. 보더니) 아니.. 나 지금은 좀 곤란해. 선약이 있어.
중요한 일 아니면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
태희 : ...
재혁F : 여보세요?
태희 :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보자.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50. S# 재혁의 오피스텔. N
재혁, 다시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더니 일어나 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51. S# 태희의 방. N
마음이 착찹하고 심난해서 왔다 갔다 하는데.
승희 : 언니! 저 승희예요.
태희 : (돌아보더니 자리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은척 서류를 들며)
승희 : (문을 열고 들어서며) 뭐하세요?
태희 : 일하구 있었어. (보며) 왜?
승희 : 장재혁 씨랑 어떻게 됐나 궁금해서요.
태희 : (본다. 보더니 시선 돌리면)
승희 : 언니. 설마.. 그냥 이대로 모른 척 넘어 가시겠다는 건 아니죠?
태희 : 할아버지도 눈감고 넘어가주신 일이야. 이제 와서 새삼 들춰내서 문제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을 거구.
승희 : 언니가 이용당해도 좋다 그 얘기예요?
태희 : 그만해 윤희야. 이 얘기 그만하자. (하는데)
승희 : 그럼 장재혁이 아직도 선우를 만나고 있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태희 : (멈칫.. 본다)
승희 : 저 좀 전에 선우하고 통화했어요. 선우 약속이 있어서 회사 앞 공원에 나가는 길이래요.
장재혁 팀장이 만나자 그랬다던데요. 그런데두 언닌 계속 눈감아 주겠다구요?
태희 : (본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본다. 보는데서)
52. S# 회사앞 공원. N
무척 수척해지고 피곤한 표정의 선우, 서성이는데 그 때 저 뒤에서 프레임-인 되는 재혁.
재혁 : 선우 씨.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보며) 팀장님. 어떻게 여길 오셨어요?
재혁 : 선우 씨 메세지 받고 달려오는 길이예요.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걱정돼 달려오는 길이라 구요 지금.
선우 : 전.. 팀장님한테 메세지 보낸 적 없는데요? 분명히 전 태희 언니가 만나자 그래서.. 여기 핸드폰에 분명히.. (하면서)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는데 핑.. 어지러움. 선우, 휘청하는 걸 재혁, 얼른 붙잡는다.
재혁 : 선우 씨.. 왜 그래요?
선우 : (일순 숨이 가빠오며 재혁의 팔을 붙잡는다) 괜찮아요..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져요..
그러나 말하기도 힘든 듯.. 눈을 감으며 재혁의 팔에 의지한다.
재혁, 안아주고 싶다. 기대게 해주고 싶다. 차마.. 그러지 못한 채 안타깝게 선우를 바라보는데 바로 그 때.
태희 : 너희 두 사람 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선우 : (보며 핏기 없는 얼굴로) 언니..
재혁 : (멈칫 보면)
태희 : 어떻게 두 사람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선우 : (천천히 재혁의 팔을 놓고 떨어져 서면)
태희 : 이선우 씨, 이 사람 나하고 약혼한 사람 이예요. 내 약혼자라구!
근데 나 몰래 이런 시간에 따로 만나서, 대체 지금 뭐하는 짓 이예요? 무슨 짓이냐구 이게!
선우 : (보며) 언니..
재혁 : (나서며) 태희야. 그런 게 아니야. (하는데)
태희 : 됐어. 너희들 변명.. 듣기 싫어! 그만 들어줄 거야!
재혁 : 태희야.
태희 : 나두 사람이야! 나두.. 여자라구! 너희 두 사람 이러는 거.. 나두 이젠 더 이상 참아줄 수가 없어. 알아?
선우 : (보면)
태희 : (선우를 무섭게 노려본 뒤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재혁 : 태희야! (보면)
선우 : 가보세요 팀장님.
재혁 : 선우 씨.
선우 : 가보세요. 전 괜찮아요.
재혁 : (본다. 보다가 미안함으로 일별한 뒤 태희 쪽으로 뛰어간다)
선우 : (순간 턱.. 내뱉는 숨. 어지러움으로 이마를 짚는다)
53. S# 회사 앞 일각. N
차 앞으로 걸어오는 태희. 그 뒤로 쫒아오는 재혁 태희를 붙잡아 세우는데 동시에 그대로 재혁의 뺨을 날리는 태희.
재혁 : ...! (본다)
태희 : 나쁜 자식!
재혁 :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화를 내더라두 어떻게 된 건지 앞뒤 얘긴 들어 봐야 할 거 아냐!
태희 : (분노로 몰아 붙이 듯) 내 눈으로 확인했어.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해! 앞 뒤 얘기 뭐가 필요해!
재혁 : (보면)
태희 : 이제 할아버지 돌아가시구 나니까 더 이상 날 이용할 가치가 없어진 거니?
왜? 제하그룹은 욕심나지 않아? 원래 반쪽은 니네 할아버지 꺼였잖아.
재혁 : !
태희 : 그래서 처음부터 날 이용했던 거잖아. 이인수 시켜서 날.. 너한테 가게 만든 거였잖아!
재혁 : 태희야..
태희 : (계속 몰아 붙이 듯) 난 그런 줄도 모르구.. 널 진심으로 사랑했어. 그토록 날 지켜주고 도와준 니가 고맙구 감사해서..
무조건 의지하구 사랑하게 됐다구. 그래서 할아버지 반대에두 널 포기하지 못했어!
그런데 넌.. 처음부터 모든 게 계산된 거였다구? 날 이용할려구.. 처음부터 날 기만하고 속인 거라구?
재혁 : (보면)
태희 : 어떻게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재혁 : 태희야..
태희 : 내 이름 부르지 마! 더러워!
재혁 : (보면)
태희 : 널..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떨어지는 눈물.. 그러더니 그대로 차에 올라탄다. 출발해버리면)
그 자리에 멍하니 혼자 서 있는 재혁.. 모습에서.
54. S# 태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그대로 침대에 엎드려 베게에 입을 막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 뒤로 살짝 문이 열리고 들어와서 보는 승희, 이젠 확실해졌군.. 짐짓 웃는 승희, 그러면서 도로 나가면
태희, 흐느끼는 어깨에서.
55. S# 달동네 일각. N
한쪽에서 기다리고 앉아 있는 철웅, 시계를 보다가 오지 않자 툭툭 털고 일어선다. 일어서서 내려가는데
그 때 저쪽에서 힘없이 걸어오는 선우. 휘청.. 휘청.. 그러다 전봇대를 짚고 선다.
철웅 : 선우니? 거기.. 선우야?
선우 : (고개 들어 철웅을 본다)
철웅 : 선우야.. (하는데)
고개 들어 철웅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대로 까무라치며 뒤로 넘어가는 선우. 쿵! 바닥에 부딪히며 넘어지는 선우.
철웅 : 선우야! (놀라서 얼른 뛰어가 끌어안는다) 선우야! 선우야아!!!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선우의 얼굴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