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의 흔적
‘우리는 대지의 살점을 도려내고
대지의 피부로부터 털을 깎듯
숲을 베어냅니다.
구멍 숭숭한 상처 속에
아스팔트를 메꾸어 숨통을 틀어막지요.’
(엘케에트르겐의 시<대지> 부분)
기후변화, 탄소중립, 온실가스 등 전 세계를 긴장시키게 한 것은 한 세기 동안 인간들이 자행한 결과물들이다.
국회의사당 앞에 거꾸로 돌아가는 기후 위기 시계만큼이나 절실해져 인간은 어느 분야에서건 각자가 구멍이 난 속옷을 한땀 한땀 꿰매야 하는 긴박함의 연속이다.
22대 국회의원들의 첫 국정감사가 가을을 물들였다.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들은 역시 초선의원들이다. 그들의 야심 찬 보따리 속에 무엇을 담아 놓았는지, 어느 분야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지, 충실하게 자료를 잘 섭렵했는지, 핵심은 잘 파악하고는 있는지의 궁금증이다.
생계형 정치활동만 하는 게 아닌지, 희망과 변화를 주기보다는 어느 한 편의 선배 국회의원들이나 권력을 위해 충성심으로 자신의 고고하고도 독특한 목소리마저 바람결에 날리지는 않는지도 들여다보고 싶다.
요즘의 정치풍토에서는 왠지 희망론보다 부정적 시각이 강하게 투영된다.
역대 초선의원 중에는 정풍운동의 선두에 선 인물들이 다수 있다.
일명 소장파 의원들로는 청문회 스타 노무현 전 대통령, 삼성 X파일의 노회찬을 비롯하여 정병국, 원희룡, 남경필, 정태근, 김선동, 김영우,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 전 의원들이다.
작금의 현실은 모든 상임위에서 환경노동위원회의 활동과 같은 감사 활동이 매우 중요하게 펼쳐져야 한다. 이번 국감에서도 국방위원회가 소음으로 아이를 잠재우지 못하는 강화도 주부의 애절한 눈물에 국방부 차관이 사과해야 했다.
환경운동으로 시의원,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의장까지 역임하고 있는 우원식 의장은 국회의장이 되자마자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혀 있던 기후 위기 시계를 의사당 앞 잔디밭으로 옮겨 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300여 명의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이 기후 위기에 휩싸여 있는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그 해결을 위해 모두가 함께하자는 절묘한 간접광고(PPL)이다.
사실, 노동운동으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은 많지만, 환경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22대 국회의원 중 초선은 131명으로 더불어민주당 60명, 국민의힘 28명, 더불어민주연합 13명, 국민의미래 16명, 개혁신당 3명, 조국혁신당 11명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첫 상임위 활동을 하는 초선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태선(울산 동구, 정치인), 박해철(안산병, 노동), 박홍배(비례, 노동), 이용우(인천 서구을, 노동변호사), 국민의힘에서는 김소희(비례, 기후사회운동), 김위상(비례, 노동), 우재준(대구 북갑, 노동변호사), 조지연(87년생, 경북경산, 청와대행정관, 청년고용) 진보당에 정혜경(비례, 노동) 의원으로 16명 중 56%인 9명이 초선이다.
결과적으로 환경 분야에 전문적인 활동 경력이 있는 인물은 김소희 의원이 유일하다.
환경은 어느 위원회보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을 잘 섭렵해야 하며, 4~5년 전 자료들도 과거의 유물로 변질하는 사례가 빈번한 분야이다.
환경노동위는 국회 18개 상임위에서 평가 절하된 소위 인기 위원회는 아니다.
그러나 환경노동위는 그 어떤 상임위보다 가장 중요하고 국제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위원회로 조명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어느 집단, 어느 지역, 어느 나라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배 의원들이 초선의원에게 던지는 충고 중에는 “정치의 기능을 국회가 복원하려면 초선들은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국회에 처음 입성해 좌충우돌하면 선배들의 말에 주눅이 든다. 깊이 있게 공부해서 가치 중심으로 초선끼리 연대해야 한다. 권력에 끌려가지 말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늘 되새겨야 한다”라는 말이 함축성 있게 들린다.
이번 22대 초선 위원들은 의원 간 중복된 질의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점을 들춰내며 피감기관장들의 고개를 숙이게 하였다.
이 같은 지적들은 요구한 자료 분석을 꼼꼼하게 분석하면서 허수를 들춰낼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 파악을 통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거나 방향모색을 탐색하는 길라잡이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깊이 있는 연구와 의원 스스로 노력과 탐구 능력이 있어야 하며 전문가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허위 답변이나 변명에 대한 반론에 반론을 거듭하며 피감자들에게 오줌을 지리게 하고, 거짓과 위증이 통용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미래의 정책을 구축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시멘트 업계를 몰아쳐 반쯤 굴복시킨 박홍배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합의로 1호 법안인 <폐기물 시멘트 정보공개법>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멘트업은 영풍석포와 같이 국가가 보호하며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치외 법권 지대에서 성장한 기업군이다.
국회 입성 7개월 남짓한 김소희 의원은 켜켜이 묵혀있는 문제점을 냉철하게 파악하면서 소신 있게 가장 많이 환경 분야에 대해 미래지향적 개선법안을 제시했다.
<일회용품 무상제공 금지 법안> <기후 위기 대응 환경부 2차관 신설 정부조직법 개정안> <생태계 기후 대응 통합정보관리시스템 법안>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 활용 의무화 법안>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수도권매립지공사법 개정안> <기후채권 한시적 소득세 및 법인세 면제 조특법 개정안>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정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등을 비롯하여 환경 분야에서 금융 분야를 엮는 <저탄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후금융 특별법> 등을 당차게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사회활동을 통해 섭렵한 환경문제를 국회 입성 후 빠르면서도 소신 있게 펼치는 활동은 놀람 교향곡을 듣는 듯하다. 기후 위기 시계의 초침만큼이나 급박하게 뿜어내는 모습에서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의정활동이다. 이번 환경노동위원들이 새만금을 찾아 심각성을 처음 목격하면서 잘 왔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희망의 군불은 끄고 싶지 않다. 노동 현장의 내면에는 환경문제가 반드시 벼룩처럼 살아있기 때문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 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