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이제니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달콤달콤 부풀어 오른다
달콤달콤 차고 넘친다
액체에게 마음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를 가지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을 닮은 액체에게 무슨 말을 하나요
고백을 하고 돌아서서 만다린 주스
고백을 들은 너는 허리를 숙여 구두끈을 고쳐맨다
고백과 함께 작별이 시작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액화되었습니다
액화되었습니다
나는 만다린 주스를 응원하고
만다린 주스는 나를 응원하지만
만다린 주스는 울적하게 달콤 달콤
울적 울적하게 줄어들며 달콤 달콤
가만히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어제의 고백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심정
우리에겐 식탁과 의자와 바닥과 불안과
어제보다 조금 더 묽거나 조금 덜 묽은 액체가 있었다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
달콤 달콤 다시 부풀어 오른다
달콤 달콤 다시 차고 넘칠 때까지
<아마도 아프리카>, 창비
<시 읽기>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이제니
짝사랑은 끝내는 법, 그건 바로 고백입니다. 고백을 한 후 받아들여진다면 사랑을 시작하면 되고, 거절당한다면 그 아무리 고귀한 사랑이라도 접어야 하는 거지요. 고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던 날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1. 고백을 한다: 고백이 받아들여저서 사랑을 하지만 결국 헤어져서 다시는 못만난다.
2. 고백을 한다: 고백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시는 못 만난다.
3. 고백을 안 한다: 평생 친구로 남는다
그렇게 평생 친구를 꿈꾸며 사랑의 감정을 숨기고 고백도 안 했는데, 대학을 졸업한 후로 연락이 끊겼고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렸습니다. 고백을 했더라면 그 시간이 달콤한 기억으로 저장됐을 것 같아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오래 살아도 100년도 못살고 딱 한 번뿐인 인생입니다.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마음을 꺼내서 그 사람 앞에 활짝 펼쳐놓으세요.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고 만다린 주스를 마시면서 예쁜 사랑을 시작할 시간, 바로 지금입니다.
―정진아 엮음, 『맛있는 시』, 나무생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