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족
셈족(Semites)은 누구인가요?
'반유대주의'를 영어로 antisemitism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19세기 유럽에서 유대인을 향한 적대감을 '종교적 편견'이 아닌 '인종주의적/과학적(pseudoscientific) 차별'로 포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셈족은 누구인가요?
‘셈족(Semite)’이라는 이름은 노아의 세 아들 중 맏아들인 쉠(Shem)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성경 번역본에서는 쉠(Shem)이 셈(Sem)으로 표기되는데, 이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모두 히브리어 이름의 첫 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노아와 그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으며, 모든 인류는 노아의 세 아들인 셈, 함, 야벳의 후손이라고 알려줍니다. 창세기 10장에 묘사된 이 세 사람의 족보는 일종의 신화화된 민족학을 나타내며, 이 장이 기록될 당시 이름이 알려져 있던 고대 민족들을 열거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후대에 들어 노아의 세 아들이 세 주요 인종 또는 언어 집단의 시조 조상들을 상징한다는 관념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졌으며, 이슬람교도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이 해석에 따르면, 함은 아프리카의 흑인 민족들의 조상이었고, 셈은 히브리인과 그와 어원이 유사한 여러 민족들의 조상이었으며, 야벳은 메디아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그리고 수 세기 후에 아리아인으로 알려지게 된 다른 민족들의 조상이었습니다.
역사적, 언어학적, 고고학적, 민족지학적 증거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이론이 완전히 터무니없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는 19세기까지, 비학계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이 이론이 지속되었습니다.
“현대적” 언어 이론(Language Theory)
셈과 그의 아들들은 성경 시대의 고대 인물들이지만, ‘셈어족’이라는 개념은 18세기 유럽에서 유래한 훨씬 더 최근의 것입니다. 어떤 언어들이 다른 언어들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고대 시절 유대인 학자들은 히브리어와 아람어의 친연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중세 시대에는 문법 및 어휘학 연구에서 히브리어와 아랍어의 유사점을 파악하고 심지어 이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유럽에서 비교 문헌학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어원적으로 관련된 언어들의 ‘어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아인(Aryans)
바로 이 시기에 두 주인공, 즉 셈족과 아리아인이 등장합니다. 둘 다 신화적 존재이며, 동일한 신화 체계의 일부입니다. 둘 다 같은 방식으로 유래했으며, 주로 동일한 주체들에 의해 동일한 오용을 겪었습니다. 두 이름 모두 학문적 배경에서 비롯되었으며 언어를 가리킵니다. 둘 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비교문헌학(comparative philology)의 대대적인 발전 시기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 유럽 학자들은 중국 서쪽의 대부분의 문명이 표현되는 두 가지 주요 언어군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더 큰 하나는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와 그 파생어, 페르시아어의 연속적인 변천 단계, 라틴어와 그리스어, 그리고 슬라브어, 게르만어, 로망스어, 켈트어 등 현대 유럽의 대부분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언어학자들은 이 언어군을 가장 동쪽과 가장 서쪽에 위치한 구성 요소들의 이름을 결합하여 “인도-게르만어족(Indo-Germanic)”이라고 불렀다. 프랑스와 영국의 언어학자들은 켈트어(Celtic)와 로망스(Romance)어 모두 가장 서쪽의 위치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도-유럽어족(Indo-European)”이라는 명칭을 선호했습니다.
이란의 언어들과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계열 언어로 구성된 최동단 하위 어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어족에는 일반적으로 ‘아리아어(Aryan)’ 또는 ‘인도-아리아어’라는 명칭이 적용됩니다. 고대 페르시아어와 산스크리트어 모두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고귀한(noble)’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이는 민족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
이란(Iran)’이라는 이름은 고대 형태인 ‘에리아나(Eryana)’에서 유래했으며, ‘아리아인의 땅(land of Aryans)’을 의미합니다. 산스크리트어 형태인 ‘아리아(Arya)’는 초기부터 브라만 신들을 숭배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 용어를 모든 인도유럽어족 언어를 포괄하도록 확장한 것은 용어의 오용이었습니다. 이를 언어학적 용어에서 민족적, 나아가 인종적 지칭으로 전환한 것은 학문적 오류였으며, 이는 사회·정치·도덕적으로 심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셈족(Semites)
이미 1704년에 독일의 철학자이자 다방면의 학자였던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는 히브리어, 고대 푸니크어(즉, 카르타고어), 칼데아어, 시리아어, 에티오피아어를 포함하는 어원적으로 관련된 언어군을 규명했습니다. 그는 이 언어군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널리 구사되는 언어를 따서 이 언어군에 “아랍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 집단을 그 구성원 중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혼란을 초래하기 쉬웠고, 라이프니츠의 명명법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언어군이 오늘날까지 유지해 온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781년이 되어서였습니다. 그해, 아우구스트 루트비히 슐로저는 성경 및 동양 문학을 다룬 포괄적인 독일어 저서에 이 주제에 관한 논문을 기고했습니다.
슐로저에 따르면, “지중해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오직 하나의 언어만이 지배했다. 시리아인, 바빌로니아인, 히브리인, 아랍인은 하나의 민족이었다. 함족에 속하는 페니키아인들조차도 이 언어를 사용했는데, 나는 이를 ‘셈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슐로저는 이어 이 지역의 다른 언어들에 대해 논의하며, 창세기 10장에 제시된 틀에 이를 끼워 맞추려 시도했으나, 그다지 성공적이지는 못했습니다.
“셈어족” 언어
셈어족 언어들이 하나의 원시 언어(독일 언어학자들이 때때로 ‘Ursemitisch’ 또는 ‘원시 셈어’라고 부르는)에서 파생되었으며, 이 언어들을 사용하는 민족들이 하나의 민족에서 유래했다는 생각은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일부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1855년에 이르러, 셈어학 분야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프랑스의 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다음과 같이 불만을 토로하며 썼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이히호른[원문 오기; 정정: 슈로저(Schlozer), 아이히호른 인용]이 시리아-아랍어족에 ‘셈어’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얼마나 불행한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관례상 우리가 계속 사용해야만 하는 이 명칭은 지금까지 수많은 혼란의 원인이 되어왔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여기에서[르낭은 자신의 선구적인 셈어학 연구를 언급하고 있다] ‘셈족’이라는 명칭은 순전히 관습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입니다. 이는 히브리어, 시리아어, 아랍어 또는 인근 방언을 사용해 온 민족들을 지칭할 뿐, 결코 창세기 10장에 셈의 후손으로 열거된 민족들—그들은, 적어도 절반은 아리아계 혈통이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레난은 “노아의 아들들의 족보”를 언어학적 분류의 근거로 삼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한 점에서 당연히 옳았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서 말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관습적으로 아프리카인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함의 후손들에는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외에도, 시리아-팔레스타인 지역에 거주하며 히브리어와 매우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던 가나안인과 페니키아인들이 포함됩니다.
인종의 정의(Defining Race)
인종과 언어의 혼동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으며, 유럽과 그 후 미국에서 ‘인종’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진지한 학자들은 ‘셈족(Semitic)’이 언어적·문화적 분류로서 특정 언어들을 지칭하며, 어떤 맥락에서는 그 언어로 표현된 문학과 문명을 의미한다는 점을 — 반복적으로, 그러나 소용없이 — 지적해 왔습니다.
일종의 약칭으로서, 이 용어는 때때로 해당 언어의 사용자를 지칭하기 위해 유지되기도 했습니다. 한때 ‘인종’이라는 단어 자체가 국가적·문화적 실체를 지칭하는 데 사용되던 시절에는, 이 용어가 인종을 암시하는 뉘앙스를 지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류학적 의미의 인종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하르툼에서 알레포까지, 모리타니에서 모술에 이르는 오늘날의 아랍어 사용자들, 혹은 현대 이스라엘 국가의 히브리어 사용자들을 한눈에 살펴보더라도 인종적 유형의 엄청난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printed with permission from Semites & Anti-Semites: An Inquiry Into Conflict and Prejudice (W.W. Norton).
By Bernard E. Lewis (Cleveland E. Dodge Professor of Near Eastern Studies, Emeritus, at Princeto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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