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손놓고 있었던 태평소를 근자에 다시 불 기회가 생겼다. 풍물패와 함께 놀면서 생긴일이다. 태평소는 불기 매우 힘든 악기로 여겨지지만 실상 피리보다는 소리내기 쉽고 반면에 음량은 제법 큰 악기이다.
그런데 태평소의 성능을 좌우하는 여러가지 가운데 아주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직접 소리를 만들어 내는 이른바 리드(reed)이다. 영어 reed는 갈대를 뜻하는데 서양의 색소폰이나 클라리넷 등에 중요한 부품으로 쓰인다. 우리말로는 서라고 하는 한자어를 쓰는데 이는 '혀'의 뜻으로 혀에 가까이 있어서 쓴 말인 것으로 추즉된다.
국악기인 태평소도 원래는 서양악기처럼 갈대로 만들었었다.
그런데 갈대서 만들기가 까다로운지, 쓰기가 어려워서인지 근세에 들어서는 간편한 스트로 - 일명 빨대를 사용하게 된다. 빨대는 갈대서에 비해 가공하기도 쉽고 일상에서 쉽게 구할 뿐 아니라 소리가 매우 우렁차게 울려서 최근의 태평소 주자 거의 대부분은 이러한 빨대를 사용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위 사진처럼 하얀 빨대가 주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저렇게 생긴 빨대는 콜라 빨대라고 하는데 빨대 모양이 바뀌면서 전국에서 사라진 것이다. 대신 구멍이 좀 크고 물렁물렁한 빨대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새로나온 빨대는 부드럽기는 하나 태평소 취구에는 너무 커서 (..헐렁헐렁..) 하여 제 기능을 하기 힘들게 되었다. 10년 이전 부터 생긴 빨대 품귀현상으로 느닷없이 태평소주자들에게는 빨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기 되었다.
얼마전 국악사에 들러 제자에게 태평소를 사 주러 갔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요즘 태평소는 요즘 나오는 빨대에 맞추어 취구가 딱 맞게 숨 불어 넣는 구멍을 크게 제작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이게 사실인지는 제작사에 확인해 보아야 정확히 알겠지만 빨대에 맞추어 태평소 규격이 바뀐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게 되었다. 본질과 말단이 뒤바뀐 역설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 결론 >
내가 갖고 있던 태평소는 옛날에 제작된 것이라 현재 주변에 있는 빨대로는 전혀 쓸 수 없었는데 이번 태국 여행을 통해 위 사진과 같이 옛날 태평소에 아주 꼭 맞는 빨대를 찾게 되었다. 태국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혹시 외국에는 딱 맞는 규격의 빨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동행한 여인들이 쇼핑에 정신없을 때 나는 빨대 사냥하는데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마침내 어느 음식점에 들러 사진과 같은 다섯개의 빨대를 구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태평소에 빨대를 꽂아 보니
브라보 !
너무나도 내가 갖고 있는 악기에 딱 맞는 것이다. 빨대의 탄성도 좋고 튼튼해 보여 죽을 때까지 써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요즘 주변에서 보는 빨대보다 훨씬 성능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