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와 IMF
장밋빛 전망으로 출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7여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파산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용산역세권 일대를 업무․상업․문화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사업의 첫 삽도 뜨기 전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을 납부하지 못해 부도가 난 것이다.
용산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부에 입지하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이외에도 한남재정비촉진지구, 용산공원 조성사업 등 많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 중으로 향후 경제․문화․행정의 중심지로서 위상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하면서 향후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뜩이나 생기를 못 찾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던 마지막 환상을 깨는 촉매로 작용함으로서 사업지 인근의 한남․이태원 지구단위계획구역,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용산링크, 신분당선 연장사업, 남영동 업무지구 특별계획지구 등의 대규모 주변개발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불어 현재 계획․추진 중인 대부분의 개발사업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땅 주인이자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투자회사, 그리고 보상을 기대한 서부 이촌동 주민들은 모두 빚더미에 앉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에 이어 민간개발 주도권을 행사하며 코레일과 개발방식을 놓고 대립하며 파국을 초래한 또 다른 주체인 롯데관광개발이 법정관리신청을 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향후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긴 여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파국의 원인인 통합개발 방식을 불러온 서부이촌동을 사업지에 끌어들인 장본인인 서울시와 민간개발사업 정부 불개입 원칙만 강조하는 국토해양부도 향후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서울시의 경우에는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일환으로 서부이촌동과의 통합개발 방식으로 규모가 커지면서 분양부담이 높아져 사업의 발목을 잡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보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불개입 원칙에만 집착하여 사전에 서둘러 지원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일이 터진 후에 사후 약방문식의 대처에 따른 비난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15년 전에도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국가적 재앙이었던 “IMF 외환위기”를 맞이한 경험이 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대마는 쉽게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원칙” 하에서 생활해 왔던 우리 국민은 믿었던 은행 등 금융기관,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재벌회사 등 대마로 여겼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생전 처음으로 보았다. 지금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부도는 바로 부동산 개발사업에 있어 IMF 당시의 대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 전환을 통해 제2의 국운도약의 기회를 제공하였듯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경우도 부동산 개발사업의 새로운 인식 전환을 통해 부동산시장 선진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사전에 불필요한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는 사업의 규모나 시설 등 보이는 외형에 치중된 유토피아를 꿈꾸지 말고, 시장의 분석에 기초한 수익성을 담보로 왕이 사는 궁궐이 아닌 사람이 사는 작은 집을 지어서 판다는 마음으로 바꾸어 시작해보자. 여기에 정부 및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 코레일과 민간투자회사, 그리고 서부 이촌동 주민들의 신뢰회복, 국민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대마는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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