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아주세요 / 금란
소용돌이에 빠졌거나
모퉁이에서 길을 잃었거나
거리에서 멀어진 신발을 즐겨 신습니다
친구들은 그 신발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낄낄거립니다
노랑 구두를 줄까
빨강 구두를 줄까
아니아니 높은 구두가 너를 빛나게 하지
밤이고 낮이고 속삭이는 친구들
바다까지 걸어가기에는 신발이 무겁지 않니
발이 꼬이거나 물집이 생길 거야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두었더니
살이 돋고 피가 돌더라고요
검은 하늘을 뒤집어 쓴 채
목이 터져라 진달래꽃을 불렀어요
뽑힌 가로수를 끌고 오는 사람과 나란히 걸어볼까요
물고기가 되고 싶은 사람들 틈에 끼여 걷는
내 얼굴인지 내 신발인지 모를
당신 얼굴이 다정해요
지느러미가 생기려고 발바닥이 간지러운 건가요
바다로 가는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신발을 벗을 수가 없어요
바다가 울고 바다가 부르고 바다가 소비하는,
구멍 뚫린 신발사이로 물고기가 들어옵니다
ㅡ『공정한 시인의 사회』(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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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란 시인
1965년 전북 순창 출생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2013 《시로여는세상》 등단.
시집 『얼굴들이 도착한다』
전자 시집 『나는 마녀가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