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2시반에 잠이 깨었다.
부산역에서 약속한 4시반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천천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택시비도 아낄겹 시간도 여유가 많이 있어 지하철역으로 다섯 정거장 정도를 걸어서 서대신동역에서 택시를 타고
4시15분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던 단체버스를 타고 4시반에 출발을 해서 부산진역,서면 그리고 동래역에 들려 마지막 회원님들과 합류하여
5시반에 대회가 열리는 경주로 향했다.
잠시 눈을 붙였는가 싶은데 벌써 버스는 대회장에 도착했다.
아침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달리기를 하는데는 안성마춤인 좋은 날씨였다.
탈의실에서 달리기옷으로 갈아 입고 회원님들과 어울려 사진을 찍고 준비운동을 하면서 출발시간까지를 보냈다.
드디어 8시 조금 지난 시간에 엘리트선수들이 출발을 하고 잠시 후 그 뒤를 따라 우리들도 출발을 하였다.
항상 출발점에서 느끼는 것은 완주의 부담감이다.
특히 이번에는 클럽에서 흥미를 돋구기 위해 마련한 단체대항전이 있어서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큰 마음의 부담으로 닥아왔다.
그래서 5시간 안에는 꼭 들어와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7분 페이스로 천천히 뛰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반 5km는 31분52초,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뛰어야 하기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구간이다.
속도를 조금 줄여 다음 10km 구간에서는 34분28초, 이제 7분 페이스에 맞는 속도를 찾았다.
그 다음 15km 구간은 34분18초, 이 속도라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5시간 목표를 달성하는데
후반까지 체력이 받쳐줄런지 걱정이 앞선다.
아마 우리 회원 중에는 제일 후미에서 뛰는 것 같은데 백송님과 들개님이 함께 동반주를 해 주셔서 지루하지 않게 뛸 수 있었다.
20km 구간은 35분05초,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같이 가시던 들개님은 골인점으로 직행하시고 백송님과 함께 동반주는 계속 이어진다.
25km 구간은 36분32초, 체력이 점점 더 떨어져 7분 페이스 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속도가 되었다.
함께 가시던 백송님이 조금씩 앞서 나가신다.
29km지점에서 달공주님이 다리 경련으로 백송님과 함께 멈춰서 계신다.
백송님께서는 침을 놓으라면서 배번 꼿은 옷핀을 빼려고 하는데 달공주님은 침을 맞기를 거부하신다.
오른쪽 다리의 경련으로 먼저 왼쪽을 풀어드릴려고 다리를 주무르는데 젊은경기요원이 와서
오른쪽 발목을 폈다 오므렸다 자극을 준다.
몇 분이 지나 조금은 좋아진듯 한데 아직 통증은 남아 있고 나머지 달려야 할 거리가 13km나 남아 있어서
포기할 것을 권해 드렸다.
완주도 중요하지만 과감한 포기를 하는 것도 마라톤을 하는데는 중요한 하나의 과정이다.
내일이라는 새 날은 항상 열려 있고 다음대회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중국무술에 36계가 있는데 전반 18계는 공격이고 후반 18계는 수비이다.
그만큼 수비가 공격보다 중요하고 고수들은 수비를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수비 중에서도 가장 계가 높은 것이 36계인데 그것은 무조건 도망을 치는 것이다.
36계 줄행랑이 무술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고수가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다.
'남자가 칼을 뽑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 된다'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것은
모든 체면과 자존심을 버려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우리는 과감한 포기를 해야 할 때가 반드시 생긴다.
특히 마라톤 길에서는 때로는 쉬어 가야 할 때도 있고 돌아 가야 할 때도 있고 잠시 멈춰 서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마라톤 길은 인생길과 매우 흡사해서 일생살이에 많은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달공주님을 앰블런스에 태워 드리고 다시 힘든 레이스는 시작된다.
1km를 지나니 30km지점이다.
이번 구간은 잠시 휴식으로 40분48초가 걸렸다.
그러나 휴식 덕분에 힘이 저축이 되서 떨어진 속도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음 구간인 35km까지 31분40초, 40km까지 31분41초 그리고 나머지 2.195km는 13분34초,
이렇게 해서 4시간49분58초로 5시간 목표는 간신히 이루었다.
지난 7월22일의 태종대와 9월1일의 사천대회에서는 5시간을 훨씬 넘겼는데 이번 대회에서 다시 5시간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 주 춘천대회를 준비하는데에는 이번 대회가 좋은 훈련이 되었다.
특히 이번 경주대회에는 많은 회원님들이 참가를 해서 큰 즐거움이 더 했다.
"즐겁지 않으면 런클이 아니다"라는 런클의 구호가 잘 어울리는 신나고 재미있는 대회였다.
인생길도 혼자 가야 하고 마라톤 길도 혼자 가야 하는 외롭고 고독한 길이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서 같이 가 주는 도반이 있으면 조금은 그 외로움을 덜어준다.
마음과 몸을 함께 맞출 수 있는 잠시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항상 그리움과 새로운 만남을 꿈꾸며 내일의 희망속에 살아간다.
함께 한 기쁜 시간들이 또 한 장의 추억의 장을 만들고 또 다른 만남의 시간을 갈구하며
아름다운 꿈을 다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함께하신 모든 런클식구들 그리고 사정상 참가는 하지 못했지만
멀리서 소리 없는 응원을 해 주신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댓글 단체로 참가를 하고 뒷풀이도 하도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수고 하셨네요......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LA런클의 발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