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4중주를 들을 때마다'제1바이올린은 언제나 화제를 제공하며 대화를
이끌어가는 중년, 제2바이올린은 소극적이고 양보하는 친구, 비올라는 대화에 꽃을 피우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는 여성,
그리고 첼로는 학식이 많고 대화를 조정하는 중후한 신사.'라고 말한 스탕달의 비유가
생각난다.
물론 이 비유에 딱 들어맞는
역할의 네 명의 주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악 4중주의 특색을 잘 들어내는 말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
4중주>
이 영화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을
통해서 '조화로워 보이는 연주 뒤에 들끓는 갈등'을 주 줄거리로 삼아 펼쳐나간다.
파킨슨이라는
병을
겪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첼로 주자인 피터, 피터의 발병으로 인해
4중주의 역학구조가
바뀌어질 수도 있게 되자 제1연주자가 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들어내며 그동안 관습처럼 견디어 왔던 부부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된 제2바이올린 주자인 로버트와 비올라 주자인 줄리엣,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연주를
고집해왔으나 로버트의
딸과 사랑에 빠져 허물어져가는 제1바이올린 주자인 다니엘. 이들 네 명은 병마와
사랑과 실수를 통해서 자신을 확인하며 각자의 인생을 연주해 나간다.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거야? 아니면 편해서 곁에 있는 거야?"
"왜 꼭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야
해?"
서로 부딪치는 로버트와 줄리엣을
보면서 부부사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경우를 떠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 난 제 1바이올린 주자가
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내가 제1주자가될 거야. 그래서 나의 솜씨를 발휘해 볼거야."
"당신은 어울리지 않아. 아직
솜씨도 못 미치고.."
다니엘과 로버트의 역할
갈등에서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엄마는 내가 필요할 때
항상 연주여행 떠나고 없었어? 난 내 아이에게 그러진 않을 거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걸 너도
알잖아.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니? 널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지 아니?"
줄리엣과 딸인 알렉스 사이에서
날카롭게 부딪치는 장면에서 사회생활로 바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갈등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네 명의 주자들의 변주를
통해서 삶의 많은
모습을 보여주려 하다보니
그들 사이의 지나치게 얽히고 설킨 관계 설정이 다소 무리로 느껴지기도 했고 마무리에서 날카로운 대립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4중주 연주로
마감되는 설정에서 조금은 억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쩌면 모두가 '행복한 포기'를 함으로써 '상처받는
영혼의 소리'를 연주하기로 무언의 합의를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에서 같이 연주할
주자들을 생각해 본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주변 친구들일 수도 있다. 솔로 연주를 할 경우도 있으나 보다 많은
경우에 이중주 또는
삼중주 등 합주를 할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때 내 곁에 있는 연주자들과 부딪치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같이 애쓰고 마음을 나눌 것이다. 피터가 그랬듯이 무조건 욕심부리지 않고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름답게 그 자리를
물려 줄 것이고, 완벽을
추구하던 다니엘이 사랑과 일에 실수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듯이 실수를 통해서 성숙해질 것이고, 타성에 젖어서 삐걱거리던 부부관계에서 아픔을 겪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로버트와 줄리엣처럼 직면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내 삶의 연주라는 숙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주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첫댓글 가슴에 찡 하게 와닿는 글 잘 읽었어요 작가 아우의 사중주 삶의 변수는 인생에서 삐꺼덕그릴 때마다 엄마의 중심이 필요했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합니다 좋은 글 자주 올려주세요
선배님 잘 계시지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영화를 보면서 삶의 다양한 변주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세요^^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영화 테마곡 베토벤 현악4중주14번은
제가 좋아하는곡이라 더 보고싶네요.
베토벤 스스로 이곡을 현악 4중주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하네요.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7악장으로 구성되며 전곡이 악장간 쉼없이 계속
연주 되서 굉장한 긴장감과, 몰입하게하는
특성이 있더라구요.곡의 선택에서 대충 영화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네요.
더운 여름 좋은 영화 한편 봐야 되겠습니다.♡♡♡
기회 닿으면 감상하세요.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덕분에 턴테이블에 LP판 걸어놓고 베토벤 현악사중주를 다시 들어보았지요.
팔아버린 탄노이스피커가 그립던데요. 그 음색이 이 곡에 잘 어울렸거든요.
아쉬운대로 AR 3로 듣습니다, 지금은.
좋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놓치는 수가 많아요 이렇게 꼭 찝어서 해설을 올려 주니 관심이 갑니다. 고마워....
기억하고 어느 기회를 갖일께요... 벌써 반은 본듯하네요
오늘은 비가 오네요.
우산을 쓰고 한 시간 반 정도 걸었어요.
바람은 조금 이르기는 해도 가을 냄새가 날 정도로 선선했고 팔뚝에는 기분 좋을 정도로 빗방울이 떨어지곤 했어요. 건강하시고 시간 나시면 좋은 영화 한 편 보세요^^
영화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싶어요.
남편이 영화에 무관심하니 혼자 가기도 멋적고...
좋은 영화, 기회오면 보고 싶네요.
저는 혼자 영화보러 가곤합니다. 남편이 결혼 전엔 같이 잘 가더니 요즘은 밀실공포증이라나요? 그래서 시간나면 두시간짜리 소설보듯이 가지요. 보고나서 이야기해주면 마치 자기가 본듯 다른사람에게 얘기하곤해서 웃겨요. 영화를 보는것은 인생의 여러 장을 넘겨보는 것같아요.
아우님의 섬세한 감성으로 풀어주는 감상평에 나도 젖어봤어요.
우리도 살면서 행복한 포기를 해야할 때가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