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하다보니
금년에도 구들손질도 못하고
사랑방 보일러공사도 못했다
잠실(蠶室)이었던 사랑방을
온돌겸 보일러로 고쳐 살고자했으나
어머니가 다쳐 누워계시고
코로나시절이 이어지며
하나씩 아이들을 출가시키면서
모든게 미루어졌다
농삿일에 쫓기다보니 또다시 한겨울 추위를 맞는다
인생은 버티기라고 누가 말했던가
기왕 이리된 김에
100년전 생활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하고
탄소시대에 나름 정체성을 갖추고
추위를 거슬러 산다
아이들이 피한지로 바닷바람 온유한 마을 한복판의 작은 빌라를 마련해주었으나
작년에도 채 열흘을 채우지않고 다락골에 돌아왔다
불편하고 추워도 겨울철새 우는 골짜기가 좋다
그만큼 겨울이 갈수록 따스해지기도 했고
♡♧◇
겨울추위를 이겨내는 비결은 단순하다
얇은 옷을 여러벌 껴입는 방법이다
일자리가 많은 화성 일대엔
외국인노동자들이 모여 사는데
겨울에 가보면 세탁소나 양품점에
유난히 두터운 여성 원피스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북방 추운나라에서 온 여성들이 많은건지
따듯한 나라의 겨울나기 힘든 여성들의 것인지
기모나 니트원피스들이 저리 많을까
내가 겨울을 이기는 방법과 비슷하다
안채(발효실 )별채(침실) 사랑채(식당.주방)
야외화장실등 서너 동을 오가며 하루를 보내려면
하루종일 두터운 옷을 입고 들고난다
1970년대 신혼부터 아파트생활을 했던 때와 달리
귀농후엔 시대와 동떨어진 별난 의식주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폐암수술하고서도 30여년
그간 아프지않고 잘 지내왔으니
올곶게 적응해왔다고 스스로 자평한다
거의 동절기 달반정도는 계곡호스가 얼어붙어
생활용수인 계곡물을 길어다쓴다
불편할것 같지만
아궁이불 난롯불에서 데운 따스한 물과
길어온 물로 하는 최소한의 설겆이거리
극도로 단순해지는 동절기의 검박한 일상
짧은 조리시간과 영양총합을 궁리하는 메뉴개발
집밥연구와 에너지절약이 저절로 되는
긴장과 도전의 나날이다
꼰대들의 나른한 매너리즘이 기웃거릴 틈없이
청장년이나 해낼 땔감마련만으로도 하루해가 짧다
통나무 패기 피죽자르기 아궁이 군불때기
주물 난롯불지피고 재치우기
(재는 가장 질 좋은 거름중 하나다)
각자 손빨래는 기본이다
주방책임자 삼순아지매 일상도 만만챦다
삼시 세끼 다른 국밥 이외에
식혜 발효찐콩두유는 매끼 음용하기에 거르지않는다
겨울은 매서운 날씨처럼 생활전반이 움츠러들 것 같지만
이 땅 누구에게나 옛날을 생각키우는 따듯한 온돌 아룻목의 향수덕분에
여유롭고 한유한 긴긴 밤시간을 즐기며
독서에 빠져드는 계절
검게 탄 아랫목에 배깔고 엎드려
이리뒹글 저리뒹글 게을러보던 유년기의 추억을
가져보지않은 사람이 있을까
부모슬하가 그립다
이렇듯 그리워질 때면 부모님은 이미 우리곁에 아니계시고
♡♧☆
農의 세계는
자연의 모든 것을 마음껏 품고 누릴수 있는
도시생활에선 맛볼수도 엿볼수도 없는
역동적인 삶의 현장이다
금년 역시 추위가 본성을 드러내는 11월의 끝자락부터
이미 단단한 투지를 새롭게 쌓아올렸다
옆지기가 예년 어느때보다 많이 도와주고있으니
겨울이 두렵지않누나
원피스얘기를 하려다 삼천포로 빠졌다
아직 겨울 초입인 지금은
원피스 3개를 껴입었지만
최저온도가 영하 10도이하로 내려가면
원피스 4벌포함 조끼, 귀를 덮는 폴라원피스까지
6벌 7벌까지도 껴입는다^^
1 속옷겸 입는 감물염색한 순면 원피스위에
2 신축성있는 모달 원피스
3 얇은 모직혼방 원피스
4 손쉽게 손빨래할수있고 잘 마르는 100% 화학섬유원피스
5 앞치마형 두꺼운 잠바스커트
6 목과 어깨부분에 털 달린 조끼
(정말 추운 날엔 세벌 원피스는 그대로 입고 취침)
생협등 가까운 곳 외출할 때면
원피스위로 보통 양털조끼를 껴 입는다
강추위에도 두꺼운 패딩대신 조끼를 즐겨 입는 건
여러벌 입은 원피스때문에 상체가 너무 둔하기 때문이다
덧입고 껴입게 되는 입성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3동중 안채는 100년을 넘긴 화전민이 살던 흙벽집이다
윗풍 심한 흙방에서 옷을 자주갈아 입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우면 한벌씩 벗고
속옷겸 잠옷으로 입는 감물원피스의 특징은
황토이불처럼 때가 잘안타는 장점이 있다
일본 안사둔에게 선물받은 인조털 목도리는
양털조끼만 입어도 목을 완벽하게 보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