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놀음 3 – 기도(祈禱)
2008년 11월의 기도 일정은 빡빡한 달이다. 양력 11월 1일이 토요일이다. 부산 옥천사로 능엄주와 경주 남산순례가 예정되어 있고 둘째주는 아비라 기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특히나 복 많은 막내둥이 수능시험일이 아비라 기도 끝나는 다음날인 13일이다. 셋째주는 백련암에 3,000배 기도를, 넷째주는 미륵사 3,000배가 약속되어 한달 내내 스케듈이 ‘꽉’ 이다.
토요일 아침에 방배역발 옥천사행 전세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니 이렇게 편안할까? 하는 생각에 몸이 푸근하다. 오늘도 우리의 YGS 보살께서는 차편을 만들어 주셨다. 운전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정말 심신의 고달픔의 차이가 크다. 즐거운 여행길은 순식간에 옥천사에 도착하였고 대웅전에 108배를 올렸다. 그리고 대불정 능엄신주 108독을 모처럼 정독할 수 있었다. 회향하고 남는 새벽 시간에 부산의 거사님들과 목욕탕에 들어갔다 나오니 온몸이 개운하다.
경주 그리고 남산, 참 야물딱진 산이다. 앞으로는 단단하고 옆으로는 한없이 흐르는 계곡이 명물이다. 곳곳에 자리하신 부처님들을 대하며 통일신라의 한 장면이 언뜻 언뜻 뇌리를 스친다. 큰 스님과 스님들의 인도로 멋진 순례가 되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 비라 기이도, 왜 이리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나 보고 어찌하라고 가라고, 가시라고, 가라니깐 왠 잔소리가 그리도 많냐고, 가 보시오 – 핀잔 아닌 명령도……..가보시면 압니다요??? 가면 좋을끼라 예…..
에라이 모르겄다. 무릎팤 깨지기 박에 더하것냐? 가장 큰 걱정이 기도보다는 금연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아비라 기도를 결행하기로 작심을 하고 주변의 법우님들께 기도 일정, 순서 등등을 조용히 여쭈었다.
기도시간이 일, 월, 화, 수요일인지라 토요일 늦게까지 수요일 일정까지 대략적인 정리를 끝내었다. 다른 분들은 미리 자리를 잡으시러 토요일날 전부 가신다 한다.
드디어 일요일 오전 3시에 일어나 준비한 배낭을 걸머지고 집을 나섰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항상 새로운 일에 부딪치면 우선 눈이 커지고 동그랗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부로 눈을 지긋이 감으며 백련암을 향해 차를 몰았다.
장경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오전 8시 반이다. 동방을 사려고 관음전을 찾았으나 오늘따라 동방이 오질 않았다 한다. 가지고 간 겨울 법복으로 갈아 입고 두번째열 좌측 3번째에 자리를 잡았다. 가만히 보니 우리 ‘아비라 카페’ 회원 님들이 언뜻 눈에 들어온다. SJ, JT 거사님들이 먼저 와 함께하고 있었고, 나이 드신 영감님들께서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나는 ‘중 닭’ 이었다.
55분의 거사님, 이중에 처음 이신분이 10분이다. 여기에 나는 속해있었다. ‘초자’다 보니 맨날 가다시피 하는 ‘백련암’이 생경 스럽다. 모든 행동에 조심에 조심을 더했다. 첫째 날 ‘입제’ 시부터 아주 철저하고 완벽하게 한번 기도 해보자……
첫째날의 5파트는 비교적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둘째날 사시예불 이후 부터는 정말 이제부터 시작되는 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었다. 다시한번 ‘작심’했다. 그래 ! 너, 까무러 쳐라……..
셋째날 새벽예불과 2파트, 아침 공양후 2파트가 지나자 자 ! 이제 기도의 하이라이트라 하는 17파트부터 20파트가 남아있었다. 아무 생각 하지말자, 시간이 해결 해준다. 30분씩이다…. 그런데 왜, 큰 스님께선 30분으로 하셨을까???? 참 말로 죽지 않을 만큼이다. 부숴질 것 같던 무릎도, 끊어질 것 같던 엄지 발가락도 끝나고 자세를 풀고 어디 깨졌나? 어디 끊어졌나? 하고 만져보면 원래와 똑 같다. 아무런 지장이 없다. 참 말로 희한하네요??????
이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바이로 차나 부처님께서는 이 못난 놈이 청하는 소리를 들으셨을까? 삼일쩨가 끝나고 나서 ‘백련 거사림회 정기 회의와 신참자들의 ‘아비라 기도 소감’ 발표회가 있었다. 장경각 18기라 합니다. 처음 부터는 160기쯤 된다고 하네요.
다음날은 회향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조금 어수선해 보인다. 3파트는 훌쩍 흘러갔고 사시예불 후 ‘전경’이 있었다. 문을 열고 앉아서 ‘전경’을 하니 백련암 단풍이 너무 아름다웠다. 멍하니 바깥을 보다 끝나니 일어서지지가 않는다. 왼쪽 발목에 전혀 신경이 없었다……….
이렇게 아비라 기도를 회향하고 집으로 향했다. 달력을 보니 바로 삼천배 기도가 주말이다. 3일 뒤다. 3,000배를 하기로 작심을 한지 2년도 안되어 깨뜨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나는 아비라 기도를 하면서 온 힘을 집중하려 노력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악물고 법신 부처님을 부르고 교신했었다. 그래서인지, 탈진된 기운 탓인지 수요일에 돌아온 이후 정신이 까닥 까닥하면서 심한 몸살기운이 있었다. 흐르지 않던 콧물이 흐르고 목이 ‘칼칼칼’ 하였다. 여느 때 같으면 버얼써 약 먹고 드러 누웠을 것이나 내가 생각해도 몸이 참 단단해졌다. 아비라 기도의 회향 후 나는 또 3,000배를 가기 위해 몸을 추수 렸었다. 괘않겠지 뭐~~~
TB, LJN 거사님, 금촌의 화가이신 BHH 보살님과 DDA보살님들을 모시고 함께 백련암으로 향했다. 3,000배 하러….
차를 가지고 운전하여 가는 길에 어지러움이 있었다. 콧물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관음전 부처님께 올릴 공양물을 서울 성내시장에서 거사님과 보살님이 준비하셨고 나는 가야산 길 옆에서 과일로 준비하였다. 이를 들고는 못가니 백련암 관음전 까지 곧바로 올랐다. 저녁공양을 끝내니 드디어 아비라 기도의 위력이 찾아왔다.
부산의 BJJ보살님을 보고는 대뜸 나는 “HWS보살님 아비라 기도 회향하심을 축하드립니다.” 하질 않나~ 대구 아가씨 보살님을 보고 서울 아가씨인줄 착각하질 않나. 상태가 이렇다 보니 버럭 겁이 났다. 아 ! 내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니로 구나 ? 지금 막 헛것이 보이는 구나????? 어느 누구와도 말을 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리고 폐를 끼친 보살님들께 이 자리를 빌어 사과를 드립니다. _()_ _()_ _()_
3,000배 내내 콧물이 아니 왠 콧물이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수건이 온통 끈적 끈적 하였다. 또 한편으론 오른쪽 무릎이 2,000배 이후부터 시큼 시큼~ 시큼 찌릿 찌릿하였다. 또 나 란놈이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따라 나는 유난히 악착을 떨고 있었다. 600배가 시작되자 기운이 떨어져옴을 느꼈다. 말없이 조용히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뒤에 계신 SMW 보살님과 부산의 보살님들이 아주 향기로운 목소리로 절에 힘을 실어 주셨다. 감사합니다. 400배와 마지막 200배를 있는 기운을 다해 지심귀명례를 불렀다. 회향하고 예불에 참석하여 108배를 올리니 정수리가 시원해져 왔다. 백련암을 내려와 서울로 가다보니 눈앞이 침침, 가물가물,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다. 올라오는 길의 운전대는 LJN 거사님께서 수고하여 주셨다.
11월 22일 넷째주 토요일 이다. 백련암 아비라 기도로 인해 미륵사 3,000배 일정이 오늘로 미루어졌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서울의 법우님들과 함께 미륵사로 향했다. 도착하여 스님이 건네주시는 연꽃잎차와 구절초차로 온몸을 적시고 미륵전에 자리하였다. 새로 오신 분이 눈에 뛴다. 오시는분들도 참 지역 연고가 재미있다. 천안, 수원, 분당, 서울, 인천, 이천 등……….
양평의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아마도 팔당댐과 함께하는 북한강, 남한강이 주는 기운일 것 이다. 난방기를 틀으면 호흡이 불편하고 꺼넣고 하니 머리속에 난 땀으로 머리칼이 차갑다. 귀가 시리다. 3,000배를 끝내고 회향을 하니 새벽 3시 40분이다. 법당을 정리하고 자리에 누우니 오늘 따라 ‘나 란놈’이 하고 있는 기도에 대해 곰곰히 생각이 흐른다.
기(祈) : 빌 기
도(禱) : 빌 도
⊙ 주변에 분들의 고민이 또한 나의 번민이다. 내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가피를 원하느냐? ‘네. 그러합니다’
⊙ 너는 업장을 소멸하고 타파하여 본래 마음을 구경하고 싶으냐? ‘네. 그러합니다’
⊙ 그러면 가피도 입고 타파도 해야 되는구나. 그 놈 참 욕심도 많다.
⊙ 내가 너에게 준 불명이 무었이더냐? ‘네 일휴라 합니다.’ 그으래 그럼 그 뜻이 무었이더냐? ‘네, 일체의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와 지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생각을 비우라는 말씀이 아닐런지요?’
⊙ 그으래. 그 놈 참 잘 알고 있구나. 그럼 가피를 원해야 하느냐? 아니면 타파를 해야 하느냐? ‘네~~~ 저~~~어. 네(죽어가는 목소리로) 타파를 해야 합니다’
그래 너도 이미 알고 있다시피 기도란 모든 수행활동을 포함하는 광의의 표현이라 했다. 염불, 사경. 절. 좌선등 모든 형태의 수행을 총칭하는 단어이다. 다만, 좌선만이 유일하게 자신 스스로의 의정을 일으켜 가는 자력인 기도로 ‘참 나’를 추구 하는데에는 아직까지 ‘간화선’ 만큼 수승한 기도는 없다 했다. 그렇다고 다른 기도인 타력이 가미된 기도가 나쁜것고 아니요. ‘진여본성’을 볼수 없는것도 명백히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 그래 아비라 기도가 힘이 들더냐? ‘네. 진이 빠져서(기운이 빠져서) 17파트 부터는 10분만 있어도 등줄기에서 올라온 기운이 머리를 타고 땀으로 나와 진땀이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 그럼 아비라 기도를 어찌 해냈느냐? 네, 비로자니 법신 부처님을 힘껏 부르다가(오음, 아비라 후움, 캄스바) 보니 파트가 더하면 더 할수록 무릎팍은 점점 더 깨어지는 것 같았고 세운 엄지 발가락은 꼭 금방 끊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래서 발가락을 피니까 이제는 무릎의 다른 부위에 통증이 오더군요.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고 저음을 더욱 내 뱉으니까 몽롱한 마취상태로 들어 가더군요. 무릎아? 깨져라… 발가락아 끊어져라? 하고 바이로차나 부처님과 통신을 계속하였습니다. 법신 부처님에게 물었읍니다. 비로자나 부처님? 제가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어디에 계시나요? 아무런 응답은 없었습니다. 정말 무덤덤한 시간이 흐르더니 죽비 소리가 ‘탁’ 하고 나더군요.
⊙ 3,000배 기도와 아비라 기도에 대해서 논해보라? 네, 초심 입문자가 3,000배 기도 4일은 할 수 없지만. 아비라 기도 4일은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3,000배 기도는 단순한 절 동작인 반면, 아비라 기도는 복합적, 심층적 기도라 기운의 ‘진’이 ‘화’하는 기도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3,000배를 얼마간 하시고 아비라 기도를 하는 것이 순서 인 것 같습니다.
⊙ 마직막 할 말은 없느냐? 아 ! 네, 있습니다. 아비라 기도를 해보면 기도란 최소한 이 정도의 성의가 필요로 하는구나? 이 정도의 불타는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해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떠한 여타의 다른 기도도 이번 아비라 기도의 경험을 되살려 몰입이 되는 진정한 기도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극한 정성으로 알거나 모르거나 과거생에 수없이 행해진 많은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남"과 '모든중생'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 아미타불,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 대세지 보살, 나무 대원본존 지장보살 마하살. 나무 미륵존 여래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 모니불………_()_ _()_ _()_
三寶에 귀의합니다. 南無 佛, 法, 僧
2008년 11월 23일, 음력 시월 이십육일
一 休 合掌 _()_ _()_ _()_
첫댓글 회향 드립니다. 많이 피로하실 텐데도 참 근면하신 분들께 존경의 마음 가득합니다. _()()()_
대단하시군요. 부러운 마음으로..... 성불하세요!!!!! 나무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