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계마을 어머님들!
요즘 악양 밤하늘 별빛이 참 고와요. 반짝이는 별을 보면 마음도 빛납니다.
어머니들을 만난 일이 우리에겐 참 행복한 일입니다.
처음, 행사를 위해 밥짓기를 말씀드렸을 때 사람들의 입맛을 걱정하며 한사코 거절하셨지요.
무더위 한여름날, 아이들을 위한 주먹밥에 오이냉국을 말아 오셨습니다. 그 모습에서 삶의 지혜는 경험에 있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오늘 당신들이 손수 장만한 점심을 드시기 위해 악양 윗담 노전, 매계, 평촌, 중기, 상중대, 하중대, 동매, 덕기 여덟개 마을 어른들이 다녀 가셨습니다. 어른들은 아득한 기억 저편의 코흘리개로 '아이스께끼, 하면서 계집아이를 놀리던 '머스마'로 근동의 남학생을 짝사랑한 '가시나'로 ... 오늘 학교를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화려하고 잘 살게 되었다는데... 한때 700여명이 넘게 다닌 학교에 아이들 웃음소리, 노래소리, 발자국 소리가 사라지고 학교마저 통째 없어져 버린 세상이,이런 세상이 사람이 잘 사는, 즐겁고, 행복하고, 재미진 세상이라고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이상하지~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한다고 하더만~ 동네뭐시라든데 ~매계학교 생기고 사람들이 제일 마이 찾아온 것 같제
어머니들의 동네밴드 첫번째 공연 후기담입니다.
이미자, 하춘자, 설운도가 노래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악사들이 유행가를 멋들어지게 연주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두고 어머님들은 마냥 신기해 했습니다. 그리고 늘 차리던 대로 밥을 차렸는데 참 맛나게 드셔서 고맙다고도 했지요.
이게뭘까요.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흥댁, 여수댁, 평촌댁, 횡천댁 ...
이름없는 여인으로 고단한 시집살이 가운데 자식들은 도시에 보내 대접받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는 어머니들의 소망에 비춰보면 버려지고 누구 하나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 농투산이로 살겠다고 들어온 귀농자들을 두고 애를 태웠지요.
자연을 벗삼아 살겠다고 숨어사는 분들, 시인, 옻칠쟁이, 붓만드는 이, 그릇 굽는 이, 가지각색 재주를 가진 이들을 보면서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할텐데... 걱정도 했지요.
처음 우린, 놀자~ 우리끼리 말고, 다 함께 재미나게 놀자 그렇게 공연을 준비했답니다. 농산물도 나누고 재주도 나누자~
눈코 뜰새 없이 일하고 밤새워 일을 해도 먹고 살기 어렵다는 세상에 놀자는 우리가 퍽 낯설고 이상했을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이웃과 나누고, 노는 일이 우리의 멋스러움이었는데 말입니다. 마을마다 풍물이 있고. 노동 속에 타령을 하고, 백중, 단오, 대동계가 마을 잔치였던 그런시절을 살았는데 ...
재미나게 놀자는 잔치에 사람들이 와 주었습니다.
네번째 자리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찾아와 즐겁게 공연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지리산-, 섬진강-, 악양, 그리고 사람들
이곳을 찾아온 분들의 마음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들이겠지요.
못나고, 모나고, 못살고, 재주가 없더라도 함께 모여 이 일, 저 일, 나누고 있는 대로 준비한 잔치.
정치가 어떻고, 조직이, 이념이, 생각이, 세상은 늘 밥그릇 싸움입니다. 잘 난 사람일수록 마이 배웠다는 사람일수록 제 욕심과 잇속이 없으면 쌀 한 톨 보태지 않는 게 세상 인심 같습니다. 그런 세상에 위로가 되고 마음을 붙이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밤새 이야기도 하고 술을 마시는지 모릅니다.
고흥댁, 여수댁,횡천댁, 평촌댁으로 제 이름 석자 빛내지 않고 그저 살아온 내력대로 사시고 계시는 어머니들 같이 지금 여기 모인 우리들 삶이, 각자의 삶이 숨겨진 보석이었음 합니다.
새벽 무서리가 내린 날입니다. 하얗게 내린 무서리가 온 동네를 따뜻하게 했고 밤하늘에 초롱한 별빛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살이. 서로 얽혀 상처를 내는 날보다 위로가 되는 날이 더 많았음 합니다. 별빛 초롱한 저 하늘 별들이 제 밝기를 서로 다투지 않듯이 어머니들이 제 이름 석자 뽐내지 않고 사시지만 그 손길,따뜻한 밥 한 그릇이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했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한 존재가 되는 날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사는 날 동안 우리에게 따뜻한 밥이 되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드림
2011년 11월 26일 동네밴드 네번째 공연장에서...
첫댓글 매계마을 어머님들이 이 글을 보시면 무척 좋아하시겠네요.
그러게 공연날 식당에서 주방일 본다고 듣지 못했다고 하시네... 할머니들과 뒷풀이 해야제 그 때 읽어 드릴까?
굳 아이디어~~
아침밥 준바하시느라 고생하시는 어머님들께 복분자 한잔씩 드렸더니..
힘이 불근불끈 솟아 반찬이 더 맛있게 되겠는데~~
하시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더군요.
그 수고로움이 얼마나 아름다우시던지요..
우리엄마생각난다.....
전 시골 사시는 울큰엄마 생각 ......
늘 궁금했습니다... 늘 묵묵히 일하시고 계셔서...
그분들이 매계마을 어머님들이셨군요~ 잘 기억하겠습니다~
참 소중한 분들입니다~
뒷풀이를 하게되면 이 글 다시 꼭 읽어드리면 좋겠네요~~^^
글이 좋습니다~~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