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통나무집을 Log House, 통나무집 짓는 일을 Log Building, 통나무집 짓는 사람을 Log Builder라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통나무인이라고 일컫습니다.
제대로 된 정통 통나무집은 수공(Handmade)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드린적이 있습니다. 이 수공의 통나무집 짓는 기술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매우 독특하게 발전되어 왔으며 훌륭한 통나무인이 되기 위해서는 마치 무술 수련을 하듯 장시간 반복 훈련을 통해 머리보다도 몸과 손이 자동으로 반응할수 있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1994년 한국통나무학교 개교 이후 형성된 통나무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통나무인들의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해 나열하기는 쉽지 않지만 거의가 그렇고 또 그렇게 변해가기를 원하는 특징들은 몇 가지 나열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자연사랑.
통나무인들은 평생 나무를 만지고 공구의 특성상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도심보다는 차츰 자연에 가까워지고 자연을 접하는 시간이 길다보니까 차츰 자연을 사랑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사람이 어디에 사는가는 별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실은 그 사람의 인성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높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겠지요. 통나무인들은 자연을 사랑하여 자연에 가깝게 살고 그가 바라보는 눈높이도 인위적이지 않은, 물 흐르는 듯한 인생관을 가지지 않을까요?
둘째, 최선을 다한다.
인류는 구석기시대 이래70만년동안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1~200년 내에 갑자기 필요한 모든 것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서 쓰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겠지만 인류의 가슴 깊은 곳에는 필요한 무언가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원시본능이 숨어 있을게 확실합니다. 다 큰 어른이 우연히 줏은 나무토막을 연필깎는 칼로 다듬어 유치한 조각을 만들어 놓고도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크게 기뻐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이게 바로 그 원시본능이 만족되었기 때문이겠죠.
통나무집을 짓
는 일은 나무토막을 가지고 조각도로 연필깍는 칼로 조각을 하는 것 보다는 훨씬 장엄하고 실제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통나무집을 짓는 일을 통해서 대부분의 통나무인들은 주체하기 어려운 희열을 느낍니다.
이렇게 성취감이 크고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에 통나무인들은 통나무집을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일 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훌륭한 결과로 보답해 줍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올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가 있습니다.
셋째, 명상?
사람은 잠잘때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시간을 잡생각에 휘둘립니다. 이 끊임없는 잡생각 때문에 원래의 나를 전혀 기억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명상이란 여러가지 방법으로 잡생각을 끊고 원래의 나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통나무일에 기술적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을할 수가 있으며 이때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 노력하면 명상의 경지에 들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명상을 하기 위해 만사 제쳐두고 조용한 방에 들어박히곤 합니다만 통나무에서는 일을 하면서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통나무 일을 10년 이상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서는 수도승의 냄새를 맡을수가 있습니다.
몸으로 하는 일을 잘하면 일꾼입니다. 거기에 머리를 쓰게 되면 리더가 됩니다. 거기에 영감, 영혼이 관여하면 예술가가되지요.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설계가 필요하고 이 설계는 창작 행위일 때가 많습니다. 통나무집은 나무의 특성상 통나무인이 설계를 주도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게되면 통나무인은 화가나 시인처럼 독창적인 자신의 작품을 떠올리기 위해서 엄청나게 집중하고 노력해야합니다.
통나무인들이 길고 어려운 수련을 통해 나무 다듬는 기술을 연마하고,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남기기 위해 예술가적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통나무집 짓는 일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대단히 재미있고 독특하며 예술적인 면조차 가지고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