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이 있는 국숫집/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에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손이 손을 잡는 말
눈이 눈을 쓸어주는 말
병실에서 온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평상에 만 마주 앉아도
마주 앉은 사람보다 먼저 더 서럽다
세상에 이런 짧은 말이 있어서
세상에 이런 깊은 말이 있어서
국수가 찬물에 헹궈져 건져 올려지는 동안
쯧쯧쯧쯧 쯧쯧쯧쯧
큰 푸조나무 아래 우리는
모처럼 평상에 마주 앉아서
<가재미>, 문학과지성사
<시 읽기> 평상이 있는 국숫집/문태준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가고 싶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등을 지고 앉아서 국수를 기다리고 싶습니다. 맞은편에 앉은 누군가는 국수를 먹습니다. 국수를 젓가락에 야무지게 잠아 올려 입에 넣습니다.
쯧쯧쯧쯧
그래.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손을 잡는 말이 흘러나오고
쯧쯧쯧쯧
괜찮다고 눈물을 닦아주는 말이 귀에 와서 닿습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국수를 먹으며
쯧쯧쯧쯧
마음이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국수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먹기 좋은 음식입니다. 그대가 와준다면 더 좋겠습니다. 멸치 육수를 진하게 우려내고 묵은지를 송송 썬 후에 양념을 더해 고명도 만들겠습니다.
쯧쯧쯧쯧
입맛춤하듯 소면을 먹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마주 보고, 시답잖은 얘기에도 깔깔대고, “많이 먹어.” 추임새를 더하는 이시간은 한번 흘러가고 나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언제나 ‘다음’을 기약하지만, ‘다음’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기회입니다. 다음을 기약하는 건 어쩌면 헛된 바람 같은 겁니다. 그러니 ‘다음에’말고 ‘지금’ 마주앉아 국수를 드세요.
쯧쯧쯧쯧
마음을 어루만지는 맛있는 말을 건네면서 ‘지금’의 사랑을 누리세요.
―정진아 엮음, 『맛있는 시』, 나무생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