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9:14 자기 집 문 앞에 앉으며 성읍 높은 곳에 있는 자리에 앉아서 (개역개정판)
His Royal Highness The Prince Philip Duke of Edinburgh (에든버러 공작 필립공 전하)
봄이 되면
우리 주님의 죽으심과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과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생각나는데
지구 반대편의 어느 섬나라 여왕 남편의 죽음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왕도 아니고, 여왕도 아닌, 여왕의 남편...
100세 생일을 겨우 2달 앞두고
전쟁과 교통사고, 여러 질병과 온갖 험난했던 가족사에도 꼿꼿하던 그 어르신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대통령도 SNS를 통해 "필립공의 별세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저와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님과 함께 방한해 양국 우호증진에 기여해 주신 것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나도 마땅히 조의를 표하는 바이...나
한 왕실 인사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
그리스 왕자의 신분이었으나 왕실에서 쫓겨난 아이
겨우 8살 나이에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카지노를 전전하다 객사
누나들은 독일 나치 전범들과 결혼...
그 중 가장 친한 누나는 비행기 사고로 임신중 사망
영국, 프랑스, 독일을 맴돌다
영국 해군에 입대하여 2차 대전 당시 조국 그리스에서 참전...
여기까지만 놓고보면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생각이 날법하지만
한 여인을 만나고 난 후 인생이 바뀐다.
국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왕의 명을 받아
공주의 남편이 되는 것...
그렇게 그는
하나를 얻었고
다른 많은 것들을 잃었다.
젊은 시절 자신의 꿈
군인으로서, 해군으로서의 야망
자기 가문의 명예 회복...
이 모든 것들은
한 아내의 남편이 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던 그가 잃었던 것들이다.
그 속이 어떠했을까
동정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평생 독설과 실언으로
그 잘생긴 외모와 높은 지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경우도 많았다.
소위 셀럽들의 일거수일투족을 1초도 놓치지 않는 영국의 그 대단한 언론들이
망언(excruciating comments)90선을 엄선(?)하여 내놓은 것들은
100년전 태어난 사람이 100년을 무슨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가늠하게 한다.
(물론 그 가운데는 과장된 것들이나 와전된 것들도 있을 것이지만)
여러 실언들이 많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망언은
"나는 조국에서도 버림받고, 내 성과 이름도 버려야 하며, 내 성을 아이에게도 물려주지도 못한 채, 아내에게 무릎을 꿇어야 한다."
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가 조국에 남아있었다면
다른 왕조들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지도 모를 일이고
자신의 성과 이름을 버리지 못했다면
왕실 가족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며
자신의 성을 아이에게 물려주기로 했다면
영국 왕실이 큰 혼란에 빠졌을 수도 있었는데다
아내에게 무릎꿇지 않았다면
다른 국민들도 여왕과 왕실에 무릎꿇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데
그가 여왕의 남편이 되지 못했다면
과연 처칠이나 몽고메리 같은 반열에 설 수 있었을까?
높은 곳에 있으면
자기가 원래부터 그런 줄 안다.
평안한 시간이 지속되면
그 평안함을 마땅한 것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왕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으며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더 나아가려고 하지 아니하였기에
숱한 망언과 모진 성격에도 불구하고
영국민들과 영연방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굴레를 인정할 때
왕관과도 같은 영예가 찾아올 수도 있는 법이다.
왕관과 같은 영예를 누려도
지혜롭지 못한 말을 내뱉으면
잠언 9장 13절의 어리석은 여인처럼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같이 된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실언들을 내뱉어왔음에도
필립공이 사랑받는 왕실의 일원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듯이
또 그 왕실이 바람잘날없이 시끄럽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듯이
이미 숱한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내 삶을 갉아먹어왔던 내 자신인데...
나의 신앙적 성취나 무슨 행위보다.
세상적 성취보다(성취한 것도 없지만)
하나님 나라의 일원으로서, 왕의 자녀들 가운데 하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왕실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왕실 가족의 삶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아내의 삼촌(에드워드 8세), 아들의 아내(다이애나 비), 손자와 손자며느리(서식스 공작 해리, 메건 마클)처럼
스스로 왕실에서 이탈하지 아니하고
그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내가 무엇을 성취하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