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812
신심명-036
동봉
제3칙
제2장 위순違順
제5절
동과그침 하나로서 통하잖으면
양쪽에서 쌓은공을 잃게되리니
있음세계 털어내자 유에빠지고
텅빈세계 쫓으면서 공을등지네
일종불통一種不通
양처실공兩處失功
견유몰유遣有沒有
종공배공從空背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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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Ball은 대개 둥근 꼴이다
그 공이 축구공Football이든
농구공Basketball이든
배구공Volleyball이든
야구공Baseball이거나
탁구공Tabletennis ball이거나
골프高尔夫공Golfball이거나
일반적으로 둥근 모양이며
그 속에는 공기로 채워져 있다
탁구를 다른 말로 핑퐁이라 한다
이 핑퐁ping-pong은
핑팡乒乓ping-pang에서 왔다
탁구공이 '이리 핑 저리 팡'튄다는
의성어에서 비롯된 말이다
여기에 공 구球 자를 덧붙여
핑팡치우乒乓球pingpangqiu라 하고
이 말이 영어로 표현될 때
핑팡이 핑퐁으로 바뀐 것이다
중국어에서 골프는 '高尔夫'인데
이를 '고이부'로 읽는 것은
서울을 '首尔'라 쓰고
'수이'라 발음하는 것과 같다
그대로 국적 불명의 언어가 된다
이때는 중국어로 읽어야 한다
高尔夫는 '가오알푸'로
首尔는 '서우얼'로 읽는다
한문은 없고 중국어 표기만 있다
밥을 담아 먹는 작은 그릇이 있다
공기空器Bowl라 부른다
밥을 담으면 밥공기며 공깃밥이다
라이스 보울Rice bowl이다
그럼 발우鉢盂의 '발'이
'보울Bowl'과 비슷한 말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공식적으로 답하긴 어려우나
스포츠 구기 종목의 공과
바리때 곧 발우钵盂의 '발'과
밥공기의 '공기'에 담겨 있는 것은
한결같이 공기空氣Air다
이를 떠나 공空을 설명한다는 게
말이 되기도語成說 하고
말이 안 되기도語不成說 한다
천자문에서 공空은 어떤 공일까
이들 구기 종목에서 말하는
공Ball에 들어있는 공
바리때에 들어있는 공
밥공기에 들어있는 공
설마 이들 공은 아니겠지?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모두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공은 한마디로 비어있을 뿐이다
공空은 빔의 뜻 외에도 많다
없다, 헛되다, 쓸데없다
쓸쓸하다, 공허하다, 비게 하다
구멍을 뚫다, 통하게 하다
막히다, 곤궁하다 따위가 있다
이름씨로는 구멍과
공간과 하늘과 공중과
틈과 여가와 더 나아가
부질없이, 헛되이 등이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뜻은 빔이다
텅 빈 골짜기에 메아리가 번지듯
소리가 전달됨이다
비어 있음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불교에서는 빔을
수냐타Sunyata라 하는데
이는 일체개공一切皆空의 원어다
사실 불교에서는 빔을 얘기할 때
'빔' 또는 '텅 빔'이란 말보다
공空이라는 말을 더 즐겨 쓴다
'공空'이라 하면
뭔가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어 보이는데
빔이라는 우리말에는
모자람과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
비어 있되 실제 비어있지 않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진리
이 말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진리는 진眞=멋있다
진리는 선善=순수하다
진리는 미美=아름답다
멋과 순수와 아름다움이야말로
진리가 지닌 가장 소박한 가치이다
그런데 진공묘유다
다른 말로 묘유진공이다
묘유하기 때문에 진공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진공의 세계는
자연과학, 천체물리학에서 얘기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공기도 산소酸素Oxygen도 없는 곳
수소水素Hydrogen도 없고
헬륨氦气Helium도 없는 게 아니다
어떤 원소元素Element도 없는
공집합空集合empty set이 아니다
만일 공집합이라고 한다면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분자로서의 매질이 허공에는 없다
만약 매질이 없다면
소리의 전달뿐만 아니라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세계를 두고
그러한 상황을 진리라 할 수는 없다
진리는 소박한 세계다
가장 멋지고
가장 순수하고
가장 아름다운 세계다
그런데 만일 공기가 없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다면
이는 소박한 가치의 진리가 아니다
불교에서 진공묘유를 얘기할 때
묘유가 함유된 진공이야말로
아름다운 공의 세계다
진공眞空은 물리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 공空이 아니다
진공의 진眞은 진짜의 '진'이 아니라
묘유를 함유한 공空의 세계가
고스란히 '진리'라는 뜻의 진眞이다
천자문의 공곡空谷이 비어있는가
공곡空谷, 곧 빈 골짜기에도
나무가 자라고 숲이 있다
깎아지른 절벽이 있고
솟아오른 바위가 있다
새와 나비들이 지저귀고 날며
풀벌레가 짝을 찾아 바쁘게 움직인다
빈 골짜기이지만 늪지가 있고
양서류가 조용히 먹이를 기다린다
빈 골짜기에 길게 울리는 메아리
이 메아리가 울리는 법칙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여름보다 겨울이 잘 전달되고
흙산보다 바위산이 잘 울린다
음파音波는 흡수되지 않고
반사했을 때 잘 전달된다
잎이 무성한 여름보다
잎을 다 떨군 겨울 산골짜기는
흡음吸音이 잘 되지 않기에
메아리 전달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단 여기서 '빈 골짜기'라는 표현은
세간살이를 다 뺀 빈방에서는
음파가 벽에 부딪히며
웅웅거리는 에코echo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소리를 내는 사람과
음파를 반사하는 거리가 가까우면
메아리가 아니라 소음이 된다
좋은 말로 에코라 표현하나
사실 알고 보면 소음에 불과하다
빌 공空 자는 구멍 혈穴 부수에
장인 공工 자를 아래에 놓은 글자다
구멍이 나무에 뚫은 것이든
터널Tunnel이든
해저 터널Undersea tunnel이든
뚫어서 구멍이 생겼다면
이를 메우지 않는 한
터널은 텅 비어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나온 표현이 빌 공空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장인 공工 자는 인위적이다
비록 장인 공工 자는 인위적이나
구멍 혈穴 자는 자연적이다
갓머리宀 자체가 우주를 뜻하니까
우주는 인위적이지 않다
따라서 공空은 인위적이며
동시에 자연적이라 할 것이다
우주가 생기고 팽창하고
그 속에서 중성자별이 생을 다할 때
블랙 홀Black hole이 만들어지고
이 시커먼 구멍 블랙홀은
또 다른 별들을 마구 집어삼킨다
이 블랙홀이 인위적일까
사람人의 손길爲이 아니라면
이는 자연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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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기포의 새벽 편지441
천자문 강의058
(03/16/2016)
공곡전성空谷傳聲에서
빌 공空 자 관련 풀이만을
다시 뽑아 실은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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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우리절 앞산 태화산 설경/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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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019
2019년 끝날이다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