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 소설. 작가의 대표작이자 영문학계와 로맨스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이다.
이 책의 첫 문장으로 글을 마쳐 보겠습니다. 이게 또 맛있는게, 읽기 전후의 첫 문장 감회가 달라지네요.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이웃에 이런 남자가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르더라도 다들 그를 자기네 딸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작품은 작가가 20세 때 완성되었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해 묵혀 있다가 1813년에야 출판되었다.
주인공은 5명의 딸을 둔 베네트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상대역 다시이다. 베네트의 이웃에 어느날 젊은 신사 빙리와 다시가 이사온다.
빙리는 첫째딸 제인에 이끌리고 다시는 엘리자베스에 매력을 느끼나, 엘리자베스는 다시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져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러나 다시가 엘리자베스의 자매들인 리디아와 제인의 결혼을 돕는 과정에서 그녀의 편견이 해소되고 마침내 다시와 결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예리한 인간관찰, 섬세한 성격묘사, 흥미를 자아내는 구성 등으로 세계적인 문학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여성향 주제? 죄와벌 같은 내적모순 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메인인 소설이다. 대화가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종종 안 중요한 장면은 저자가 빠르게 넘겨줘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다.
내가 읽은 후기로는. 이 책은 재미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어요.
질 낮은 웹소설처럼 도파민 뿜어내는 그런 게 아니란 말이죠. 재미는 당연 보장인데요.
동시에 진지하기도 해요. 서로 다른 세계 속에서 보여지는 오만과 편견의 줄다리기, 철저한 사회 규칙에 대한 비판 그리고 규범 밖에서 살아 숨쉬는 사랑.
무엇보다 19세기 유럽 사람들이 생각한 결혼의 가치며, 사회의 계층분화 수준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 시대의 결혼은 철저한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었고 개인의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극히 적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디까지나 혼인 당사자들의 재산, 계급, 명성, 외모 같은 외적 조건들이었다.
반면 상호 호감 같은 내적 조건은 결혼 후에 자연히 생겨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제인 오스틴은 그 당시 사람으로선 '결혼 당사자들의 애정'이 다른 조건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매우 강하게 주장하는 축에 속했지만, 그녀 역시도 외적 조건 격차가 심하게 나는 남녀의 결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변변찮은 가문의 엘리자베스가 미래를 보장해줄 남편감을 '가치관이 안 맞아 존경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것은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위해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거절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이 과연 다른 근대 문학 작품에서 몇 명이나 등장했던가?
또한 지위가 별 볼 일 없는 여성의 판단과 비판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관을 반성하며 성장해가는 남자 주인공은 몇이나 되나?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것이 로맨스 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진 주제였는가?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로맨스는 단순히 부자가 예쁜 여자에게 반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두 남녀 주인공이 부단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성적 성장을 거치는 과정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