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회에서 선수가 어드레스했을 때 진행요원이 드는 피켓에는 ‘조용히’라고 적혀 있다.
10일 시작되는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에선 ‘THANK YOU’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이 대회를 만들면서 담배도 금지하고, 휴대전화도 금지하고 이거저거 팬들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호응해주시는 팬들이 고마워서 올해는 ‘감사합니다’라고 적게 됐다”고 말했다.
함께 감사하고 배려하는 대회를 만들겠다는 거다.
최경주는 선수 로커룸에 '팬을 위한 세 가지 약속'도 붙여 놓고 후배들에게 이에 대한 강의도 했다.
약속 내용은 에티켓, 갤러리를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경주는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서 참가 선수 중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본인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초청 선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을 들러리 세우고 연속 우승한 건 겸연쩍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쳤더니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도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는 경기도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벌어진다.
초청 선수로는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경주와 연장을 벌여 석패한 데이비드 톰스(47·미국)가 나온다.
“최경주 선수에게 졌는데도 최경주 대회에 나온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 나왔다.
톰스는 “최경주도 젠틀맨이고, 나도 젠틀맨이다.
연장전에서 진 것은 아쉽지만 나쁜 감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톰스는 최경주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