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자가 구단주를 만나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쩌다 야구장을 찾은 구단주를 먼발치에서 보는 게 전부다. 그러니 가물에 콩 나듯 하는 구단주의 야구장 나들이는 중요 가십이 된다.
그런데 2000년까지만 해도 LG 트윈스를 담당한 기자라면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까지 LG에는 ‘단목행사’라는 것이 있었다. 매년 시즌을 앞두고 구본무 구단주가 경남 진주 인근 단목리 생가로 선수단을 초대,격려하고 우승기원 고사도 지내는 자리였다.
기자도 2000년 봄 단목행사에 참가, 구 구단주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었다. 단목리 한옥에 도착,동행한 기자들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저씨’를 만나 한동안 얘기를 나누고도 구구단주인지 정확히 모른 미안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경제기자가 아닌 다음에야 TV 뉴스에서나 가끔 보게 되는 그룹 총수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양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에 인상이나 말투마저 구수했으니 영락없는 ‘아저씨’일밖에.
어쨌든 단목행사에 참가, 구단주와 게임도 하고 술도 한잔 한 선수들은 시즌 들어 더욱 열심히 뛰었고 그것은 또 팬들의 즐거움으로 돌아왔다. 구단주가 야구단에 직접적인 애정을 보이는 데 따른 당연한 효과였다.
2000년 단목행사 이후 야구단을 잠시 멀리한 구 구단주가 올해부터 다시 야구단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난 3월24일 시범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을 저녁식사에 초대, “선수단이 열심히 뛰어준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구단주의 관심에 LG는 지금 선수들은 물론이고 프런트도 잔뜩 고무돼 있다. 프로야구에 애정을 가진 구단주의 등장은 선수들을 자극하고 팬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설 수 있으니 프로야구 인기회복에 매우 반가운 일이다.
첫댓글 김캐넌을 미워하기는 미워했나보네요. 하긴 구회장님 입장에선 당연히 그랬을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