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데이트 장소로 스키장 만한 곳도 흔치 않다. 여인과 함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내려다 보는 눈덥힌 산야는 낭만
그 자체다.활짝 웃으며 즐거워하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면 매서운 한파는 간곳이 없다. 여기에 스피커를 통해 감미로운
음악까지 울려퍼지면 부웅 떠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녀을 처음 만난것은 30년도 훨씬 전인 87년 겨울 개장한지 얼마 안된 서울 근교의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다. 친구
녀석이 깜짝 이벤트로 스키장 미팅을 주선했다. 학교선생님을 하는 그 녀적 사촌여동생이 친구와 둘이서 스키장엘 가는데
그곳을 불시에 방문하자고 했다.
실은 그녀석이 사촌여동생 친구를 소개받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기위해 내가 들러리로끼인 것이다. 아무튼 일요일
아침에 그녀석이 차를 몰고와 모시고 가겠다는 성의를 봐서 따라갔다.
그녀와 그녀친구는 스키장을 2번째 가는 초짜였다. 나와 내친구는 초보들이 타는 리프트앞에서 잠시 기다렸다. 당시에는
개장초라 슬로프가 몇개 않돼 친구녀석이 한눈에 그녀들을 찾아냈다.그자리에서 서로 인사소개를 나눴다. 자연스럽게 친구
의 사촌여동생과 짝이 됐다.모자와 고글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았다.
일단 리프트를 같이 탔다. 처음부터 호구조사하기도 뭐하고 그냥 묵묵히 올라가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스키 잘
타세요"하고 물어왔다.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잘타지는 못하지만 넘어지지는 않아요"라고 대답했다."제가 초짠데 넘어지면
좀 잡아주세요'한다. 나는 속으로 이게 웬떡이냐며 쾌재를 불렀다.
슬로프 정상에 다와 리프트에서 내렸다. 익숙치 않은 그녀가 비틀할때 옆에서 가볍게 잡아주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기분은
당연히 업된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은 슬로프임에도 이제 막 A자형자세를 겨우 익힌 그녀로서는 난코스가 아닐 수 없다.
양발을 벌린채 두발끝만을 앞으로 모아 브레이크를 잡는 A자형자세를 취하는 것만 해도 벅차보였다.
그렇게 슬슬 미끄러져 내려가다 드디어 비틀하고 넘어졌다. 스키부츠의 바인딩이 풀려 스키한짝이 멀리 떨어져있었다.일단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뒤 스키한짝을 찾아 신켜주었다.눈도 털어주자니 본의아니게 스키파커위지만 몸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다. 밑에 까지 내려오는데 그런과정을 두어차례 더 거쳤다.만난지 얼마 되지않았는데도 금새 친해진 느낌이었다.
몇차레 리프트를 타며 잡아주고 그녀의 A자형자세도 안정이 될때 쯤 방향전환을 가르켜주었다. 한쪽발은 들고 다른 한쪽
발로만 탄다는 느낌으로 타면 방향이 바뀌고 속도가 줄어든다. 반대의 자세를 취하면 또 방향이 바뀐다.
체중이동을 통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수 있으면 지그재그로 슬로프를 내려갈 수 있다.이 정도만 돼도 미끄럼타는 스키맛을
느낄 수있다. 그녀는 막판에 체중이동에 성공하면서 스키의 묘미를 느꼈다.이와함께 나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그날 오후4시 넘어 귀가길에 올랐다. 방한마스크와 고글을 벗은 그녀의 얼굴은 생각이상으로 괜찬았다.서울에서 간단하게
커피한잔을 마시고 헤어졌다. 그녀는 다음주에 꼭 같이 스키장에 가자며 약속을 잡자고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그녀와 한동안 스키장 순례를 다녔다. 지금 돌이켜보면 꿈같은 시절이었다.
Snow Frolic(눈장난)은 영화 love story 에 삽입됐던 곡이다. 영화음악의 거장 Francis Lai 가 작곡했다.
아코디언 연주자로 시작해서 많은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라이언 오닐, 알리 맥그로주연의 love story는
에릭 시걸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카데미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프란시스 레이는 작곡상을 수상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사랑은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란 사랑의
명언을 남긴 영화다.
첫댓글 사랑은...
Love story 로 시작해서
In thewinter 로 끝나는 것 ^^
남녀가 사귄다는 게 처음엔 좋지만
끝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지요...ㅎ
그래서 그분과 결혼 하셨나요?
거기까지는 못갔어요...ㅎ
빨리 타오르면 빨리 꺼지죠..
젊은 한때 한번쯤 있을 법한 러브스토리. 비온뒤님도.^^
그렇습니다. 젊은 날의 한때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잡아주고 싶은데...
나이들면 스키는 권하고 싶지않네요.
낙상하면 클나죠...ㅎㅎ
@비온뒤
스키보다 키스가 더 좋아 ㅎ
눈 오는 날은 무조건
이음악 스노우
우~우우우~
추억의 명곡이죠...
감미롭지만 우울하고 슬프기도
한 곡입니다.ㅎ
친구의 사촌 여동생,
정말 착한 고유명사입니다
그 이름만 들어도... ㅎ
친구의 사촌여동생은
처음에 부담이 덜하죠...
중간에 완충작용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ㅎ
초딩시절!!!겨울방학 때
~왕대나무로 반을 갈라 다듬어
앞 부분을 장작불로 구워
살짝 곡선을 주어 대나무 스키를 만들어서
비탈길에서 재미나게 탓던 생각이 나네요
글과 러브스토리 음악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항상 좋은글과
음악 감사드립니다
어렸을때 저도 대나무 스키 탄적이 있어요...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그 시절 스키는 고급 취미였을텐데
멋진 사랑 체험을 하셨군요..ㅎㅎ
젊을 그 때가 좋았죠...
젊을때 다다닥님이야 여자들이
줄 섰을 텐데요...
지금의 비온뒤님을 봐서는~
아주 작은 러브 스토리?도 없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요? ㅎ
냉정하다는 말이 아니라~
설레임 이런거가 애초에 안 생길 분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ㅎ
죄송합니다~^^
제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며..
2부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나이가 들어 감정이 메말라졌지
젊을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ㅎㅎ
@비온뒤 아. 네. ㅎ
스킹하러 함 오세요
레인보우에서 한번
달려 볼까요?
스키 안탄지 벌써 20여년이 넘어서..
다리가 버텨줄지 모르겠습니다.
누엘님 보러 한번 가보긴 해야겠는데...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