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리와 부동산
경기도 여주에 있는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묘인 영릉(英陵)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명당이다. 원래 세종대왕릉은 서울 강남의 대모산 자락에 아버지인 조선 제3대 임금 태종의 묘인 헌릉(獻陵)의 서쪽에 먼저 죽은 왕후의 무덤에 합장하여 있었다. 왕후의 장사를 지낼 당시에 이미 풍수적으로 좋지 않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세종대왕은 사후에까지 부귀영화를 누릴 것을 거부하고 선왕의 곁에 묻히기를 고집했다고 한다. 이후 세조 때부터 터가 좋지 않다고 하여 천장이 거론되었고, 예종 때에 이르러 왕가의 골육상쟁이 세종대왕의 묘를 잘못 썼기 때문을 사유로 현재의 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이렇듯 많은 일화가 서려있는 세종대왕릉이 지난 달 말의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어 해당 여주군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고 한다.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침수 등 크고 작은 피해는 발생했으나 고건축물과 봉분 등 직접적인 문화재 피해는 없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문화재 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릉과 같은 국가지정문화재는 흔히 부동산문화재로 불린다. 부동산문화재는 문화재보호법에 명시된 용어는 아니지만 동산문화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재 관리 업무 담당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실제로 각각의 문화재 관리 업무는 이 용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부동산문화재는 일반적으로 토지에 부착되어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해당 문화재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을 함께 지정하고 있다.
우리가 부동산문화재 등 문화재를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로 한 연구에서는 다음의 네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문화재의 보존과 개발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고, 둘째 국가가 보존 및 개발할 가치가 있는 공공재로서의 문화재를 관리함으로서 문화적 이익 및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문화재 향수 및 교육 기회의 제공을 통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등 문화 복지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문화재가 국부 창출을 위한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국가 간의 이동 및 교류를 촉진하는 데 있어 부존자원이나 금융 등과 같은 경제적 요소 뿐 아니라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형적 자산, 즉 문화적 유산의 역할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사회 발전이 이끌어내는 문화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부동산개발을 할 때 주변에 문화재가 존재하는 것을 장애물로 여겨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시대의 흐름과 호흡하면서 상생의 동반자가 되는 개발의 지혜를 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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