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유신을 전후로 전국의 초등학교에 불리워졌던 노래들을 발굴했다. 유신을 구국의 결단으로, 박정희를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로 선전하고 찬양하는 노래들이다. '달 달 무슨 달…'노래의 가락에 가사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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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시는 대통령
이 나라의 지도자
삼일정신 받들어
사랑하는 겨레 위해
오일육 이룩하니
육대주에 빛나고
칠십 년대 번영은
팔도 강산 뻗쳤네
구국의 새 역사는
시월 유신 정신으로
'산토끼' 노래에 가사를 바꾼 것으로는 <새 시대, 새 체제, 잘 살기 위한 길, 빠짐없는 투표로 항도 부산 빛내자> <10.17 유신은 김유신 같아서 삼국통일 되듯이 남북통일 되지요>
▲ 신중현이 '아름다운 강산'을 작곡하게 된 이유는?
영원한 한국 락의 대부 신중현이 털어놓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0년대 초반 이미 명성을 얻은 신중현에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찬가'를 만들라는 부탁을 해왔지만 그는 정중하게 거절한다. 다음에는 공화당에서 협박조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이번에도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음악이 권력자 개인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 후 그는 일주일동안 칩거하면서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어낸다. 히트송 몇 개 만들어 낸 대중작곡가라고 얕잡아 보는 것 같아 '나 이런 사람이오'하고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노래는 국민들의 재산이어야 한다는 소신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명곡으로 꼽히는 '아름다운 강산'도 75년 연주되거나 불려질 수 없는 노래가 되어버리고 만다.
▲ '새마을 노래', '나의 조국'은 왜색?
정부는 문화공보부에 '건전가요 개창운동'부서를 만들어 사회와 정권에 '건전한' 대중들을 생산해내려 시도한다. 금지곡과 건전가요는 박정희 정부의 '당근과 채찍'이다. 그는 몸소 건전가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79년 애국가요로도 선정된 '새마을 노래'와 '나의 조국'은 모두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건전가요의 전범으로 받아들여진 이 노래들은 사실 왜색조의 노래들이다. 7음계에서 4번째와 7번째 음을 뺀 '요나누끼 음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는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고 일제의 군사문화에 강력하게 영향을 받은 박대통령을 통해 한국민의 음감은 다시 왜색화되어간 시기이기도 하다. 금지곡의 사유가 상당수 '왜색풍'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 국민교육헌장은 일본의 '교육칙어' 본딴 것'
'국민교육헌장의 노래' 1968년 12월 5일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교육헌장을 발표한다. 그것은 일본 메이지 유신 때 제정된 '교육칙어'를 본딴 것. 학생들에게 강제적으로 외우게 하고 모든 공식행사에서 낭독하게 하는 등 일제시대의 방침을 그대로 따른다. 일제 시대에 교육을 받았던 박정희의 구상에 따라 문교부가 학자들을 동원해 만든 것, 그때의 비화를 소개한다. 그리고 헌장의 보급을 위해 국민교육헌장을 노래로 만들었다. 작곡자가 이인재로 되어 있는 이 노래는 문교부에서 국민교육헌장 생활화의 일환으로 제정한 것이다. 국민교육헌장 선포는 '국민정신개혁' 계획이 진행되어 가는 첫 단계가 된다. 대대적으로 전개된 헌장의 암송대회와 웅변대회, 당시 학생이라면 외우지 않으면 안됐던 국민교육헌장은 국민정신개혁을 이루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실현하는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