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자녀는 과연 하루에 얼마나 컴퓨터를 할까?
'컴퓨터의 황제'로 군림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역시 자녀의 컴퓨터 게임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고 한다. 큰딸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게임중독증상을 보이자 평일에는 45분, 주말에는 한 시간으로 제한하되 숙제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은 예외로 인정해 주는 등 규칙을 만들었다. 또한 윈도우 내 '자녀 보호' 기능을 탑재하게 해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빌 게이츠처럼 자녀의 게임중독 문제로 갈등을 겪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전문 비알집중력클리닉(원장 전열정)은 지난 20일 오전 '게임중독 세미나'를 마련했다.
▲ 비알집중력클리닉은 20일 오전 10시 '게임중독 세미나'를 개최했다.
영어로 '중독(Addiction)'의 어원은 라틴어 ‘addicene’으로 자신의 권리를 남에게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기 뇌의 주인을 어떤 중독 대상에 뺏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술, 담배, 도박 등에 중독증상이 일어났다면, 20여 년 전부터 컴퓨터 사용이 증가하면서 컴퓨터, 인터넷, 게임 중독이 추가되었다. 게임중독이 된 사람은 두뇌의 충동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예전에 느꼈던 쾌감을 다시 느끼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강해져 더욱 갈망하고 집착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중독에 대한 부모와 자녀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며 전열정 비알집증력클리닉 원장은 말했다. 아이들은 다른 친구와 비교해 자신이 결코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많이'라는 개념이 서로 다른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클리닉을 방문해 한국형 청소년 인터넷 중독 자가 진단척도인 'K-척도'를 부모와 아이가 각자 체크했을 때 평균적으로 점수 차이가 크게 나온다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클리닉에 와서 '우리 아이 게임 좀 하지 말라고 말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합니다. '아이가 게임 대신에 무얼 하길 원하세요?' 물어보면 대부분 '공부'라고 답하세요. 문제는 아이가 게임을 몰입해서 하게 된 원인과 그 이유를 알려 하기 보다 무조건 게임을 하면 안된다는 태도가 아이의 반발심을 더 키운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이토록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재미있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심심해서 모두가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무언가를 원하고 그 욕구를 게임을 통해 채우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 선생님, 또래 친구들의 칭찬과 인정을 원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너무 힘들죠. 그래서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인정과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 전열정 비알집중력클리닉 원장
한 번 중독되면 완치는 없다!
한번 중독되면 뇌에 이미 회로가 형성돼버린 것이다. 중독이 무서운 것은 회로를 약화시킬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게임하지 마!' 말하는 순간 아이 뇌 속에는 게임이 떠오른다. 그래서 더 생각나는 것이다.
"중독은 완치가 아닌 조절을 해야 합니다. 평생 조절하거나 다른 중독 대상을 찾는 것이죠."
이는 아무리 치료를 했다 하더라도 뇌 속 해마라는 기억장치에 기록되어 언제든 다시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긍정적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전열정 원장은 게임중독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두뇌훈련법으로 조절력 향상, 심리적 원인 해결, 목표의식 함양을 꼽았다.
인간 뇌의 전두엽은 충동을 조절하는데 20대가 되어서야 완전히 발달한다. 청소년기에 게임중독이 된 아이들은 전전두엽 발달이 더욱 늦어지게 된다. 뇌파치료, 인지치료, 두뇌 체조, 명상 등으로 전두엽을 활성화해 조절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우울감 등의 원인을 파악해 심리상담, 부모교육, 두뇌이완요법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아이 스스로 꿈과 희망을 품고 공부할 수 있는 목표의식 함양이다. 이는 여행이나 캠프, 학습코칭 등으로 무기력한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
게임중독은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게임중독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치료할 수 있다. 강제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없애버리거나 치료센터로 끌고 오는 것은 아이의 반발심을 키울 뿐이다. 스스로 롤모델을 찾고 게임 대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탐색하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