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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2 - 지킬수 없는 약속 (下)
1. S# 병실복도.
또르르 굴러 선우 쪽으로 가는 반지. 선우의 발에 탁 부딪히며 멈춰 선다.
반지를 주워드는 선우의 손.. 따라 틸 업하면 반지를 살펴보는 선우.
승희, 뜨악한 표정으로 본다. 보면.
선우 : (살펴보다가 이선우라는 글씨를 본다.. 멈칫) 어? 이거 내 반지다..!
승희 : ! (본다. 보면)
선우 : (반갑게) 이거 내 반지야! 내 반지 맞어! (보며) 승희 너.. 이 반지 어디서 찾았어? 어? 어디서 찾았어?
승희 : (짐짓 시선을 돌리면)
선우 : (? 의아하게 바라보며) 어떻게 된 거야? 너.. 그 때 이 반지 분명히 못 찾았다 그랬잖아. 근데 어떻게 이걸 갖구 있었어?
승희 : 어.. 어어.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더듬거리며 둘러댄다) 처음엔 못 찾았었지. 못 찾은 거 맞는데..
그 뒤에 엄마가 가게 치우다가 그 반지를 찾았다지 뭐야. 그래서 내가 너한테 전해준 다구 가지구 있었는데..
글쎄 내가 가방에 넣어 두구 깜빡했네. 내 정신이 이렇다니까.. (그러면서 흘끗 눈치를 살피면)
선우 : 그랬구나. 어쨌든 다시 찾아서 다행이다. (다시 찾은 반가움으로 반지를 본다) 이건.. 분명히 좋은 징조야.
분명히 좋은 일이 일어 날려구 이걸 다시 찾게 된 거야. (손으로 꼭 쥐며 빙긋 웃으면)
승희, 일순 표정 굳어서 본다. 시선에서.
2. S# 복도 일각.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승희,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승희 : 안되는데.. 저 반지가 선우한테 들어가면 안 되는데.. 아, 어떡하지?
안절부절 못한 채 왔다갔다.. 가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서지도 못하고 그런 가운데
일각. 반쯤 프레임-인 되서 바라보는 오한영. 시선에서.
오한영E : 삼사일 만에 한번 꼴로 찾아와 박기사님의 상태를 확인하고 간답니다.
3. S# 재혁의 오피스텔.
재혁 : (보면)
오한영 : 박기사님 의식이 돌아오면 연락해달라고 담당간호사한테 메모까지 남겨뒀다는 군요.
아무래도 회장님이 돌아가신 교통사고와 김윤희 씨가 깊은 관계가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재혁 : (생각하다가) 같이 살다 사라진 황국도라는 사람은 어떻게 됐어.
오한영 : 종적을 감춘 뒤로 계속 행방이 묘연합니다.
재혁 : 계속 찾아봐. 김윤희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잔꾀가 많은 여자야. 우리가 자기 뒤를 캐고 있다는 걸 알면
또 다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확증을 잡을 때까진 조용히 움직여.
오한영 : 알겠습니다.
재혁 : (시선 돌리며) 박기사님이 빨리 깨나주면 좋겠는데.. (시선에서)
4. S# 박귀중의 병실.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박귀중. 그 옆에서 선우, 박귀중을 본다.
선우 : 아저씨. 반지를 도로 찾았어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잘 모르겠지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거 같거든요.
그러면서 찾은 링 반지를 본다. 오랫만에 기분 좋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는 선우. 손으로 꼭 쥐는데서.
5. S# 병원 복도 일각.
프레임-인 되서 쭉 걸어오는 철웅과 연웅, 그리고 길여옥. (철웅, 눈썹근처에 반창고 하나, 볼 언저리에 상처자국 하나쯤..)
연웅 : 잘했네, 잘했어. 생전 처음 선우언니한테 데이트 신청 받아놓구 고작 패싸움이나 하러 가시구.
우리 오라버니 진짜 장하구 용하시네.
길여옥 : 싸움질 같은거 다신 안 한다구 그런지가 언젠데.. 쯧쯔쯔..
철웅 : 할머니 그게 아니라.. 정말 도와주러 간 거라니까. 깡패 질 다시 시작한 게 아니구 그냥 한번 도와주러 (하는데)
연웅 : 암튼. 선우 언니 바람맞히구 화나게 한건 사실이잖어.
철웅 : (그건 그렇다. 할 말 없다 쩝)
연웅 : 싹싹 빌어 오빠.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구 다시는 안 그런다 각서 쓰구 지장까지 찍어.
안 그럼 선우언니 진짜루 오빠 안 만나 줄지도 몰라.
철웅 : (한숨.. 푹 내쉬는데)
그 때 박귀중의 병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길여옥, 연웅, 철웅 일제히 선우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길여옥 : 선우 아니냐?
선우 : 할머니!
길여옥 : 뭐 하로 또 왔어. 그냥 일요일 하루는 집에서 쉬지 않구..
선우 : 지난주 내내 병원에 못 와봤잖아요. 아저씨 얼굴도 보구 할머니두 뵙구 그럴려구요. (그러면서 철웅 쪽을 흘끗 보면)
철웅 : (어색하게 손을 들어 상처자국 가리며 어설픈 웃음)
선우 : (웃음 무시) 할머니, 저 그럼 먼저 가 볼께요. 이번 주에 회사에서 미팅이 있는데 그거 준비해야 하거든요.
길여옥 : 그러니? 그래라 그럼. 너무 무리하진 말구.
선우 : 네 할머니. (연웅 보며) 연웅아 다음에 보자.
연웅 : 예 언니.
선우 : (그러면서 철웅은 못 본 척 무시하고 지나가면)
철웅 : (어? 돌아보면)
연웅 : 뭐해 오빠. 빨리 쫒아가지 않구.
철웅 : 쫒아 가면 용서해줄까?
연웅 : 그야 오빠하기 나름이지. 빨리 가 봐 빨리. (주먹 들어 보이며) 으쌰! 알지 오빠? 으쌰! 어?
철웅 : (결연하게) 그래 좋다! 으쌰! (주먹을 들어 보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뛰어간다)
연웅 : (보며) 아, 하나뿐인 오라버니 짝지어주기 되게 힘드네. 그렇죠, 할머니?
길여옥 : (픽 웃으며 본다. 시선에서)
6. S# 병원앞 거리.
밖으로 나오는 선우, 그 뒤로 쫒아 나오는 철웅.
철웅 : 선우야!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선우 : (쭉 걸어오며) 누구세요?
철웅 : 어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어. 그래서 늦은 거야. 진짜야.
선우 : 보아하니 또 누구랑 주먹질 하신 모양인데..내가 말했었죠? 다시 주먹질 같은 거 하면 얼굴 안본다구.
철웅 : 그게 아니구 대장이..아니, 아는 형이 갑자기 나쁜 놈들한테 얻어터지는데 사내자식이 되서 어떻게 모른 척하냐?
야, 너는 내가 비겁하게 그런 자리까지 모른 척 외면하구 슬슬 피해 다니구, 그런 쫌팽이 같은 놈이면 좋겠냐?
선우 : (걸음을 멈추고 본다)
철웅 : (같이 멈추고 보며) 깡패 짓 다시 시작한 게 아니라니까. 그냥 어쩔 수 없이, 피치 못할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서 잠시 잠깐 도와주러 갔던 거야. 정말! 하늘에 맹세해! 우리 아버지 이름에 맹세해! 진짜야!
선우 : (흘끗 얼굴의 상처를 보더니) 약은 발랐어?
철웅 : 할머니가 발라주셨어.
선우 : 어디 부러진 덴 없구?
철웅 : 없구. (보며) 용서하는 거냐?
선우 :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번 만 더 이런 일 있어봐. 그 땐 진짜 끝이야. 알았어?
철웅 : 알았어. 다신 안 싸운다구.
선우 : (본다. 보더니) 좋아. 그럼 어제 못한 거 오늘하자.
철웅 : 어?
선우 : 데이트 말야. 데이트. (하면서 쓱 돌아서서 가면)
철웅 : (멍하니 보다가 씩 웃음. 아오!! 됐다는 환호성에서)
7. S# 데이트 몽타쥬.
1. 중국집.
놓여지는 짜장면 그릇. 같이 마주앉아 짜장면을 먹는 철웅과 연웅.
철웅, 신나서 뭐라 마구마구 떠들고 선우, 조용히 들어준다. 가끔 웃어주면서.
2. 오락실 앞.
펀칭머신 앞에서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리는 선우..
철웅, 씩 웃음. 한 팔로 선우를 물리더니 가볍게 목운동, 갖은 폼 다 잡고 퍽! 펀치를 날린다.
올라가는 점수. 환호하는 가운데 선우, 동전 꺼내 집어넣으며 “한판 더!” 철웅, “오케바리!”
선우, 다시 주먹 들어 칠 준비를 하면 철웅 권투선수 코치처럼 선우의 어깨를 주물러 준다. 모습에서.
3. 노래방.
무아지경 춤과 노래에 빠진 철웅, 선우 앞에서 열심히 노래 부른다.
선우, 탬버린 들고 옆에서 어설프게 뜀뛰기(나름대로 춤을 추고 있음). 철웅과 함께 최대한 즐거워질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문득 스치는 어두운 그늘.. 쓸쓸한 음악에 묻히면서. dis.
8. S# 달동네 일각. N
천천히 걸어 올라오는 철웅과 선우.
주머니에 두 속 꽂은 채 걸어오는 철웅과 그 옆에서 나란히 걸어오는 선우.
철웅 : 아 기분 좋다. 하루 삼백육십오 일이 맨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넌?
선우 : (그저 웃음. 그러다 멈칫.. 현기증)
철웅 : (알아채지 못한 채 앞을 보며) 다음엔 영화관에 갈까? 요즘 한국 액션영화 죽이는 거 많다드라.
다음 주엔 연웅이랑 수탁이두 데리구 같이.. (하는데)
선우, 어지러움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철웅의 팔짱을 낀다. 철웅, 멈칫..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선우, 걸음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는다. 애써 현기증을 누르면.
철웅 : 왜 그래?
선우 : (어지러움 누른다. 누르더니 고개 들어 짐짓 웃음) 왜? 내가 팔짱낀 게 이상하니? 어색해?
철웅 : 그건 아니지만.. 안하던 짓 자꾸 하니까 갑자기 겁난다, 야.
선우 : 그래? 알았어. (하면서 손을 다시 빼내려는데)
철웅 : (얼른 잡으며) 거 성질 한번 되게 급하네. (그러면서 척! 다시 팔짱을 끼운 뒤 걷는다)
선우 : (옆에서 따라 걸으면)
철웅 : 나중에 내 자식들한테 말해줘야지. 엄마가 첨으루 아빠 팔짱 낀 날.. 얼마나 기분 좋게 하루 종일 데이트 했는지.
그리구 엄마가 얼마나 음치구 노래 못 부르는지. (씩 웃으며 보면)
선우 : ... (반응이 없다)
철웅 : 진짜루 어쩐 일이냐? 내가 이런 말 하면 금방 한대 날아올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다시 걸음을 멈추고 본다) 너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선우 : 일이라니. 무슨 일?
철웅 : 아무래두 오늘 너 좀 수상해. 갑자기 나한테 데이트 하자 그런 것부터 좀 이상했어.
거기다 생전 허튼데 돈 한 푼 쓰는 거 못 보던 녀석이 오락실에 노래방까지 가자 그러구. 뭐야? 무슨 일 있었지? 그렇지?
선우 : 없어. 그냥.. 그냥 갑자기 그런 게 하고 싶어졌어. 이제껏 살아오면서 마음 놓구 신나게 놀아본 적 한 번두 없었잖아.
그래서.. 갑자기 그렇게 한번 놀아보고 싶어졌어.
철웅 : (보면)
선우 : (애써 밝게) 오늘 정말 재밌구 즐거웠어, 철웅아. 같이 놀아줘서 고맙다.
철웅 : 내가 놀아줬냐? 니가 놀아줬지.
선우 : 그만 가. 여기서부턴 혼자 가두 돼. 잘 가. (그러더니 팔짱을 풀고 혼자 걸어 올라간다)
철웅 :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다. 보더니) 야! 이선우!
선우 : (? 돌아본다)
철웅 : 잘 자라구!
선우, 철웅을 보면서 빙긋 웃음. 고개를 끄덕여준 뒤 돌아선다. 순간 핑.. 도는 눈물.. 그대로 천천히 걸어오면서 프레임-아웃.
그 뒤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빙긋 웃으며 바라보는 철웅의 얼굴에서.
9. S# 선우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더니. 한쪽으로 와 앉는다.
그러다 주머니에 있는 잔돈들을 꺼내 앉은 뱅이 책상 한 쪽에 있는 빈 유리병에 넣는다. 얼마 안 되는 동전들이 그 안에 들어있다.
선우, 들여다보며 잠시 씁쓸한 웃음.. 이걸 다 채울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재혁이가 가져다 준 서류들을 물끄러미 본다. 보다가 천천히 열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사직서.. 본다. 시선에서.
10. S# 아랫채 방. N
과일접시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예산댁. 문을 닫고 들어오다 멈칫.. 보면
오산댁, 화투를 치고 있다. 흘끗 올려다보면.
예산댁 : (한쪽에 과일접시 놔주며) 과일 드세요. (하면서 화장대 앞에 앉아 손에 로션 바르는데)
오산댁 : 이 과일 이거.. 윗 채 사람들 먹다 남은 찌끄럭지 아니예요 이거?
예산댁 : 네에? (보더니 어이없는 웃음) 아니예요. 태희 양이 갖다주라구 해서 새로 깍아 내려 온 거예요.
오산댁 : 그렇다면야.. (하더니 포크로 하나 찍어 먹는다) 아이구 달다.. (보며) 안 드세요?
예산댁 : 전 됐어요. (하더니)
한쪽에 있는 작은 상을 앞으로 가져와 그 위에 있는 성경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한다.
오산댁 : (흘끔 보며) 근데.. 혼자 되신 진 얼마나 되셨어요?
예산댁 : (한번 보더니) 한 이십년 됐죠.
오산댁 : 어머어머 세상에. 그럼 이십년 동안 독수공방하면서 쭉 식모생활만 하신 거예요? 세상에.. 보기보다 독한 데가 있으시네?
아니 어떻게 이십년두 넘게 그 긴긴밤을 혼자 보내셨나 그래? 혼자서 안 외로우셨어요? 예?
예산댁 : (일순 기분 나빠 보더니 성경 보며 한숨 섞인 소리로) 주여..
오산댁 : 그러지 말구 우리.. 술 한 잔 하면서 지나온 과거 얘기나 좀 나눕시다, 예? 혹시 어디 꼬불쳐둔 술 같은 거 없어요?
예산댁 : (무시. 성경을 들여다보며 중얼중얼 거리는 수준으로 작게) 하나님이 가라사대 악인의 죄는 쫒지도 말고
죄인에 길에 서지도 말고..
오산댁 : (순간 비윗장 상해 본다. 보더니 일부러 더 화투를 소리 나게 치며) 아이구 팔 광에 매조라.. 달밤에 님 보게 생겼네.
이건 또 뭐야, 똥이잖어 또옹! 어디서 돈이 들어올래나? 으응? (보면)
예산댁 : (성경을 보며 지지 않으려는 듯..) 대저 의인의 길은 여오화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
(중얼중얼 계속 읽으면)
오산댁 : (다시 흘끗 본다. 보더니 비윗장 상해 홱 담요를 치우며 일어선다)
예산댁 : 어디가세요 밤늦게?
오산댁 : 화장실 가요. 화장실! (밖으로 나가면)
예산댁 : (본다. 시선에서)
11. S# 평창동 거실. N
빠꼼히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오산댁. 한쪽에 희미한 등만 켜져 있을 뿐인 어두운 거실.
오산댁, 한번 휘 둘러보더니 주방 쪽으로 들어간다.
12. S# 주방안. N
안으로 들어와 여기저기 뒤지다가 냉장고를 연다. 반찬통 하나를 꺼내들어 안의 음식을 집어먹어가며.
오산댁 : 남의 집 살이 하면 배두 쉽게 꺼진다더니..왜 이렇게 출출하고 허기지는 거야 대체.
그러다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발견 오산댁 좋아서 웃는다. 따서 꿀꺽꿀꺽 마시는.
오산댁 : 아이고 시원하다. 오만가지 시름이 쑥 내려가네, 그냥. (하면서 꿀꺽꿀꺽 마시는데)
현자 : 거기 누구니? (하면서 탁! 불이 켜진다. 동시에)
오산댁 : 엄마야! (놀라서 들고 있던 반찬통을 떨어뜨린다)
현자 : 아니 이 아줌마가 지금 뭐하구 있는 거야? (그러면서 손에 든 맥주에 바닥에 떨어진 반찬들을 보면)
오산댁 : (얼른 반찬통에 반찬을 주워 담는다)
그 때 주방으로 들어서던 승희, 멈칫.. 본다. 보면.
승희 : (하다가 현자 흘끔 보며) 뭐.. 하시는 거예요 거기서?
오산댁 : 어? 어어.. 그냥 좀 출출해서..뭐 먹을 거 없나 하구 찾아보다가.. (현자 흘끔 보면)
현자 : 아랫채에두 주방 있는 거 몰라요? 출출하면 그 쪽에서 해결할 일이지 여기가 어디라구...
것두 한밤중에 몰래 들어와 소란이예요?
승희 : (흘끗 현자를 보면)
오산댁 : (말도 못하고 쩔쩔 맨다)
태희 : 무슨 일이예요? (들어선다)
현자 : 무슨 일인지 니 눈으로 보면 알거 아냐.
태희 : (상황을 보면)
현자 : 별 이상한 사람을 다 집안으로 들여 신경 쓰이게 하구. 집안에 망조가 들면 사람부터 이상하게 꼬인다더니..
(그러면서 찬 바람나게 홱! 돌아서서 나간다)
승희 : (어쩔 줄 모르면)
태희 : 뭐해? 윤희 니가 아주머니 야참 좀 챙겨드려.
내일부터 아줌마한테 얘기해서 아랫채에 아줌마 드실 야참거리 좀 준비하라 그러구.
승희 : 네 언니.
태희 : (보다가 돌아서서 나가면)
승희 : 어우 내가 못살아. 엄마 땜에 못살아..
오산댁 : 미안해애.. (그러면서도 맥주 한 모금 홀짝 마시면)
승희 : (어이없이 보는데서)
13. S# 평창동 거실. N
이층으로 올라가려던 태희, 한 번 더 돌아본다. 왠지 계속 저 모녀가 마음에 걸리는 듯. 시선에서.
14. S# 서준의 레스토랑. D
안으로 들어오는 현자와 민영. 뭐가 즐거운지 둘 다 재밌는 얘길 나누며 들어선다.
남직원 인사하면.
현자 : 어, 사장님은?
남직원 : 잠깐 나가셨는데요.
현자 : 잠깐 어디?
남직원 : 저기 그게..
민영 : (? 보면)
현자 : (일순 표정 굳어 본다. 시선에서)
15. S# 병실 복도.
프레임-인 되는 서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든 채 병실호수를 쭉 읽으면서 오다가 병실 앞에 선다.
16. S# 병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박귀중. 그 옆에 앉아서 박귀중의 손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는 연웅.
그 뒤로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서준, 연웅, ?해서 돌아보면.
연웅 : 어? 사장님. 어떻게 오셨어요?
서준 : 진작에 한번 들렸어여 했는데.. 내가 좀 늦었죠? (꽃하고 과일 한쪽에 놓으며) 아저씬 좀 어때요?
연웅 : 다치구 부러지신 덴 많이 좋아졌는데..아직 의식은 없으세요.
서준 : 저번에 우리 엄마 때문에 화 많이 났죠?
연웅 : 큰사장님 그러시는 거 이해해요. 이해는 하는데..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거 같네요, 사장님.
서준 : 우리 엄마한테 벌써 겁먹은 거예요?
연웅 : 겁먹은 건 아니지만 기분이 좀 그래요. 말끝마다 운전기사 딸이라구 저 무시하시는데..
아무리 제가 꿋꿋한 의지의 한국인이래두 기분 상하구 감정 다치구.. 그러네요.
아마 사장님 엄마라 더 그런지도 모르죠 뭐.
서준 : 이를 어쩌죠? 앞으로도 우리 엄마 때문에 마음 다칠 일 많을 텐데.
(보며) 하지만 그래두 참아줄 거죠? 나.. 포기하지 않을 거죠?
연웅 : (그 말에 보면)
서준 : 툭하면 사고치구, 툭하면 여자들이랑 문제 일으키구.. 그런 인간 말종을 연웅 씨가 구제해주겠다 그랬잖아요.
그래서 나두 결심했다 구요. 이제부턴 연웅 씨 한사람 한 테만 충실 하기루.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아요.
겁 먹지두 말구 기분 나빠할 것도 없어요. 알았죠?
연웅 : (보면)
서준 : 우리.. 아저씨 앞에서 약속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연웅을 보며 웃어주면)
연웅 : (본다. 짐짓.. 웃음에서)
17. S# 서준의 레스토랑.
서준과 연웅, 나란히 출근하는데 그 앞으로 다가서는 남직원.
서준 : 가게 별 일 없었지?
남직원 : 별 일 있는데요, 사장님. (하면서 한쪽을 가리키면)
서준 : (? 돌아보면)
한쪽에 앉아 있는 현자와 그 옆에 민영.
민영 : (짐짓 자리에서 일어나 보며) 어서와 서준아. (연웅 보며) 잘 있었어요, 연웅 씨.
연웅 : 안녕하세요. (현자 보며) 안녕하세요, 큰사장님.
현자 :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과 연웅 앞으로 다가서더니) 너 정말 엄마 말을 뭘루 듣는 거야.
이 아가씨 당장 가게에서 짤르라 그랬지?
서준 : 여기 책임자는 저예요 엄마. 직원관리는 내가 알아서 한다 구요. 저 열 살 먹은 어린애 아니잖아요.
현자 : 이.. 이 녀석이 정말루?
서준 : 자꾸 엄마 가게까지 찾아와서 이러시면 저 정말루 이 가게 때려치웁니다.
내가 옛날처럼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면서 사고나 치구 다니구 그랬으면 좋겠어요?
현자 : 뭐라구?
서준 : 그렇게 원하면 다시 그렇게 해 드리구요! 까짓 거 수틀리면 다 엎어 버리구 그럴 수도 있어요.
현자 : (순간 짝! 뺨을 날린다)
연웅 : (놀라서 본다)
민영 : 어머니.. (말린다) 이러지 마세요, 어머니. 가게잖아요. 종업원들 다 보는데 이러시면 안돼요.
(서준 보며) 서준아. 너 심했어. 엄마한테 잘못했다 사과드려. 어서.
서준 : (외면) 진심을 말했을 뿐이야.
현자 : 그래 맘대루 해! 집을 나가든 가겔 엎어버리든 니 맘대루! 버르장머리 없이 엄마한테.. 뭐야? 나쁜 녀석..
(연웅과 서준 번갈아 보더니) 니가 아무리 그래두 운전사 딸은 안 돼! 어림없어. (하더니 나가버린다)
연웅 : ...! (보면)
민영 : 너 정말 왜 그러니? 너야 말루 철부지 어리광 피우는 것두 아니구.. 얼마든지 좋게 얘기할 수 있는 거잖아.
꼭 저렇게 엄마한테 상처를 줘야 속이 시원하니?
서준 : 너 우리 엄마 알잖아. 이렇게 모질게 안하면 끝까지 간섭하구 끝까지 귀찮게 구실분이야.
민영 : 못됐다 너. 정말 못됐어. 아무리 여자가 소중해두 그렇지..하나뿐인 엄마한테 이렇게까지 못질 해야겠니?
연웅 : (그 말에 본다. 보면)
민영 : 너만 믿고 살아오신 분이야 너희 엄마. 너.. 너무 그러는 거 아냐. (그러면서 연웅을 한번 보더니 그대로 나간다)
연웅 : (보며) 사장님이 잘못하셨어요.
서준 : 연웅 씨까지 나 몰아세우는 거예요?
연웅 : 정말루 절 생각하신다면.. 큰사장님한테 더 잘하세요. (그러더니 돌아서서 간다)
서준 : (본다. 한숨.. 그러면서 돌아보는데서)
18. S# 평창동 거실.
현자 : (들어와 소파에 앉으며) 어이없구 기막힌 녀석. 대체 그 높았던 눈은 어디루 가구 어디서 여자라구 꼭..
민영 : (같이 옆에 앉으며) 그만 하세요 어머니. 서준이 원래 청개구리잖아요. 못하게 막을수록 더 비뚤어 나갈 거예요.
현자 : (보며) 너한테 정말 못 볼꼴 보여 미안하구나.. 그래두 어떡하니. 우리 철없는 서준이.. 너 밖에 잡아줄 사람이 없구나.
민영이 너.. 우리 서준이 좋아하지?
민영 : (본다. 대답 없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저 웃으면)
현자 : 니가 우리 서준이 사람 좀 만들어줘라. 응? 알았지?
민영 : (본다. 시선에서)
19. S# 박귀중의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길여옥 : 어, 이제 오냐?
철웅 : 네. (박귀중을 보며) 아버지! 아버지 아들 철웅이 왔습니다. 오늘두 일 열심히 하구 오는 길이예요.
다음 주에 첫 월급이 나오거든요. 나오면 아버지 속옷 사 드릴께요. 그 때까진 꼭 일어나세요. 아셨죠? (베식 웃으면)
길여옥 : (표 안 나는 한숨...)
철웅 : (한쪽에 있는 과일 집어들며) 이거 왠 과일이예요?
길여옥 : 연웅이네 가게 사장님이 가져온 거랜다.
철웅 : (보며 하나를 집어 들어 베어 무는데)
길여옥 : 여기 둬봤자 누구 먹을 사람두 없구.. 갖구 가서 선우나 줘라.
철웅 : (보며) 그럴까 할머니? (과일을 보면)
20. S# 병원로비 일각.
비닐봉지에 과일을 잔뜩 담아가지고 나오는 철웅,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오는데
그 때 저쪽으로 걸어가는 선우가 보인다.
철웅 : (반갑게 손을 들어) 어? 선우..(야.. 하려는데)
선우, 철웅을 못 본 채 한쪽으로 간다.
철웅, 어디가는거지? 하고 본다. 시선에서.
21. S# 내과 병동 복도 일각.
손에 과일봉지를 든 채 두리번 걸어오던 철웅, 그 때 한쪽에서.
의사 : 이선우 씨..
철웅 : (? 돌아본다. 모퉁이를 지나쳐 보면)
철웅 쪽으로 등진 채 내과의사와 마주 서 있는 선우.
철웅, ?해서 본다. 보면.
의사 : 몸은 좀 어때요?
선우 : 그냥.. 아직은 견딜만해요 선생님.
의사 : 골수 이식 명단에 일단 이름은 올려놨어요. 이선우 씨하고 맞는 골수를 찾는 중인데..
아직까지 맞는 사람이 안 나타나네요.
철웅 : (골수? 뭔 소린가 본다. 보는 표정위로)
의사 : 어차피 골수 찾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우선 입원부터 해서 약물치료라도 받는 게 좋겠어요.
철웅 : (입원? 약물치료? 놀라서 본다. 바라보는 위로)
선우 : 아뇨. 아직은 할 일이 남아서.. 그럴 수가 없어요.
의사 : 이선우 씬 환자예요. 백혈병이라는 게 갑자기 악화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 두 달도 못 넘기고 잘못될 수도 있어요.
쿵! 순간 손에 들고 있던 과일봉지를 떨어뜨리는 철웅. 그 바람에 우르르 굴러 떨어지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사과와 과일들...
선우와 의사, ?해서 돌아본다.
선우, 돌아보다가 멈칫..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철웅을 본다.
선우 : 철웅아...!
철웅 : (멍하니 본다. 보다가 다가선다) 이게.. 이게 다 무슨 말이야? 한두 달을 못 넘긴다니.. 누가..? 누가 그렇다는 거야?
(보며) 선우.. 지금 니 얘기야?
선우 : (말 못한 채 시선 돌리면)
철웅 : (의사 보며) 뭡니까? 이게 다 무슨 말이냐 구요! 네?
선우 : 철웅아 가자. 내가 설명할게.
철웅 : 넌 가만있어! 의사선생님한테 직접 들어야겠어. (다시 의사를 보며) 말해주십쇼. 선우.. 어디가 아픈 겁니까?
의사 : (선우를 보면)
철웅 : 말하란 말야! 선우 어디가 아픈지 말하라구!
선우 : 철웅아 이러지 마..
철웅 : 말 안하면 다 때려 부수는 수가 있어. 빨리 말해. (버럭) 말해애!!! (노려보는데)
의사 : (침착하게) 이선우 씨는 지금 백혈병입니다. 급성이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상태로 방치해두면.. 이삼 개월도 버티기 힘듭니다.
철웅 : !!
선우 : (글썽.. 시선을 돌리면)
철웅 :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겨우) 우.. 웃기지 마. 의사가 그런 농담.. 함부로 하는 게 아니잖아.
의사 : 지금이라도 당장 입원해서 약물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요.
철웅 : (멍하게 보다가 선우를 돌아본다)
선우 : (시선 외면한 채 그저 글썽이는 눈물만 꾹 눌러참고 있다)
철웅 : (본다. 시선에서)
22. S# 야외 일각. N
허탈하게 서 있는 철웅, 그 옆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철웅 : (말이 없다)
선우 : (그런 철웅을 본다. 보다가) 늦었다. 그만 들어가.
철웅 : ...
선우 : 철웅아. (하는데)
철웅 : 어쩐지 이상하다 그랬어.
선우 : (보면)
철웅 : 니가 나한테 데이트하자 그런 것두.. 그날따라 갑자기 안하던 짓 한 것두 영 수상했다구.
그래두 나는.. 이제야 니 마음이 나한테 돌아온 줄 알구.. 그 날 밤새도록 잠도 못 자구 들떠있었어.
이렇게.. 비참한 이유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선우 : ...
철웅 : (보며) 왜? 내가 불쌍했냐? 얼마 살 날 없다니까.. 새삼 내가 마음에 걸리디?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나하구 보내기로 마음먹어 준거야? 그런 거냐?
선우 : 그런 거 아니야.
철웅 : 아니면.
선우 : 그냥.. (목이 메인다. 겨우) 그냥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어.
철웅 : (그 말에 본다)
선우 : 겨우 이렇게 살다 죽을 려구 그 동안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나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억울 하구 분하드라.
겨우 이것밖에 못 살 거면서.. 그렇게 바둥거렸나 싶으니까 내가 너무 딱하구 불쌍 하드라구. 그래서.. (말을 못 잇는다)
철웅 : (시큰.. 붉어진 눈시울로 본다. 보면) 아무래두 이건 사실이 아니야. 그 돌팔이 의사가 뭘 잘못 안 걸 거야.
선우야. 우리 다른 병원에 가보자. 어? 다른 병원에 가서.. (하는데)
선우 : 그만해 철웅아.
철웅 : 니가 죽을 리 없어.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니가 죽을 리 없잖아.
선우 : 자꾸 그러지 마 철웅아. 그렇잖아두 나.. 지금 너무 무서워. 내가 죽는다는 게.. 너무 무섭다구.
철웅 : (두 눈이 붉어져온다)
순간 선우를 꽉 끌어안는 철웅, 마치 놓으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꼭 안고 있다. (사실은 철웅이 더 동요하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게 꼭 안은 채로 철웅, 아무 말 못하는데.
철웅 : (붉어지는 눈시울..) 걱정 마. 이대루 너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내가 누구야. 나 박철웅이잖아.
무슨 일이 있어두 너 살려 내구 말거야. 나만 믿어. 나만 믿어..
선우 : (눈을 감는다. 흐느낀다)
그렇게 선우를 꼭 끌어안은 철웅.. 뚝.. 떨어지는 눈물. 길게.. dis.
23. S# 선우의 방. N
누워 잠이 든 선우의 모습.
철웅, 안쓰럽게 바라본다. 손으로 선우의 머리칼을 한번 만져본다. 나즉히 한숨에서.
24. S# 철웅의 집 거실. N
힘없이 안으로 들어서는 철웅. 문소리에 방에서 나와 보는 길여옥.
길여옥 : 이제 들어 오냐?
철웅 : 네 할머니.
길여옥 : 과일 선우한테 갖다 줬니?
철웅 : (본다. 말을 잇지 못하고 보면)
길여옥 : 왜애? 무슨 일 있는 거냐?
철웅 : 아니예요. 올라가 볼께요, 할머니. (힘없이 올라간다)
길여옥 : (? 본다. 시선에서)
25.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힘없이 침대위에 털썩 드러눕는다. 괴롭다. 괴로워 미칠 것 같다.
선우를.. 내 선우를 어떻게 해야 하나..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푹 쳐 박는다. 작게 새어나오는 울음소리.. dis.
26. S# 선우의 방. N
식은땀으로 짐짓 잠에서 깨는 선우, 두려움으로 방을 한번 돌아보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방 불을 켠다.
두려움으로 방을 돌아보더니 천천히 벽을 타고 주저앉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 무섭다..
자기도 모르게 반지를 꺼내 손에 꼭 쥔다. 그러면서 애써 무서움을 참는 모습에서 fade-out.
27. S# 회사 복도 일각.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나오는 태희와 진실장, 그리고 수행원 두엇
쭉 걸어 오다가 한쪽에 서 있는 선우와 마주친다.
태희, 선우를 보고 걸음을 멈추면 선우, 태희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다시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28. S# 회장실.
소파에 앉는 태희.
태희 : 그래, 나한테 할 말이 뭐예요 이선우 씨?
선우 : (들고 있던 기획서류를 태희 앞으로 내민다)
태희 : (? 본다. 다시 선우를 보면)
선우 : 대표이사님하구 같이 준비한 프로젝트예요. 그 동안 틈틈히 제가 완성해봤습니다.
태희 : 그런데요?
선우 :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대표이사님하구 같이 준비해 온 거였잖아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가 이만큼 노력해왔다는 걸 다른 누구보다도 대표이사님한테 인정받고 싶었어요.
태희 : (보면)
선우 : 항상 대표이사님께 마음속으로 감사드리고 있어요. 제가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저한테 충고해주시구 이끌어주셨잖아요.
누구보다 제 능력에 대해 인정해 주시구 또 높이 평가해 주셨구요.
태희 : (보면)
선우 : 끝까지.. 회사에 남아 기대에 부응해드리고 싶었는데.. 근데 그게 좀 어렵게 됐어요.
태희 : (? 무슨 말인가 보면)
선우 : 브로기술 쪽 계약이 성사되구.. 다음 달 안으로 아이콘 팩이 무사히 출시되면.. 그 때 회사를 그만둘 생각 이예요.
태희 : (멈칫.. 본다)
선우 : 진심으로 대표이사님을.. (보며) 언니를 좋아했어요.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 돌아서는데)
태희 : (돌아보지 않은 채) 나하구 장팀장때문이예요?
선우 : (돌아보면)
태희 : 그래서 회사 그만두겠다는 거예요 이선우 씨?
선우 : 그런 문제 때문이라면 벌써 진작에 그만뒀을 거예요.
태희 : 그럼 왜 갑자기 그만 두겠다는 거예요?
선우 : 다른 데로.. 갈 데가 생겼거든요.
태희 : (그 말에 본다. 보며) 상대편 회산가요?
선우 : 아뇨. 거기보다.. 좀 더 먼데예요.
태희 : (보면)
선우 :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태희 : ... (말없이 선우가 놓고 간 서류를 본다. 시선에서)
29. S# 회장실 앞.
밖으로 나오는 선우, 밖으로 나와 선다. 심호흡, 고개를 들고 걸어서 프레임-아웃 되면.
30. S# 회장실 안.
책상 앞에 앉아 선우가 놓고 간 기획서들을 읽어보는 태희, 한장 한장 넘기면서 선우가 그 동안 심혈을 쏟아 넣은 기획서를 본다.
선우E : 지금 보시는 건 저희 신사업 팀에서 개발한 모바일컴퓨팅 사업계획섭니다.
31. S# 회의실 안.
외국인두 두어 명 끼어있는 브로기술 쪽 임원 다섯 명과 한쪽엔 재혁과 오한영이 앉아있다.
그들 앞에 서서 자신의 기획안을 설명하고 있는 선우.
선우 : 게임이나 메신저, 아웃룩, 또 증권사 홈 트리에딩 시스템을 핸드폰 하나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브로기술 쪽 사람들 선우의 기획서를 보는 위로.
선우 : 거기에 저희 아이콘 팩에서는 따로 모빌 샵을 운용해 핸드폰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파는
프로그램 백화점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다양한 별도의 응용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 환경이.. (하는데 현기증 거기서 잠시 멈칫.. 겨우) 필요합니다. (탁자에 몸을 기대며 숨을 몰아쉰다)
재혁 : (?해서 선우를 본다)
오한영 : (선우를 본다)
외국인과 브로 기술 회사 쪽 사람들도 선우를 본다.
선우, 표 안 나게 주먹을 꽉 쥔다. 창백한 표정.. 그러나 꿋굿이 고개를 들어 그들을 보며.
선우 : 저희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한국이 아닙니다. (탁자위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그들에게 보이며)
이 작은 핸드폰 하나로 한국은 물론..세계적으로 새로운 모바일 사이버 문화를 개척하고 주도해 나가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계신 여러분 회사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재혁 : (돌아보며) 보신바와 같이 저희들이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컴퓨팅 관련 사업안은 독창적이고 혁신적입니다.
당신네 브로 기술을 우리가 독점하겠단 말이 아닙니다. 상대편과 우리.. 똑같이 공평하게 기회를 달란 뜻입니다. (본다)
선우 : (계속 되는 현기증.. 꿋꿋이 참으며 보면)
외국인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옆에 간부에게 뭐라고 말한다. 간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부 : 좋습니다. 이 사업안을 가져가서 검토해보고 내일 안으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재혁 : 긍정적인 대답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 책임자와 악수를 나눈다)
오한영 : (빙긋 웃으며 보면)
선우 : (그제야 한숨을 돌린다. 식은땀을 닦으며 겨우 버티고 선 모습에서)
재혁 : (선우를 돌아본다. 보다가 멈칫.. 시선에서)
32. S# 일각.
난간 앞으로 기대서는 선우, 반지 목걸이를 꺼내 들여다본다. 창백한 얼굴로 짐짓 웃으며 보는데.
재혁 : 선우 씨.
선우 : (멈칫.. 얼른 반지 집어넣고 고개 돌리며 씩 웃는다) 저.. 실수 한 거 없었어요?
재혁 : 훌륭했어요. 한국 쪽 통역하는 분이 그러는데.. 외국인 사장이 선우 씨 브리핑에 깊은 인상을 받았대요.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더군요.
선우 : 다행이네요.
재혁 : 근데.. 계속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어디 아픈 거예요?
선우 : 너무 긴장했었나 봐요..
재혁 : 일이 성사되면 이건 전적으로 선우 씨 공이예요. 정식사원으로 인사발령을 낼 생각 이예요.
선우 : (본다. 순간 핑.. 도는 눈물..)
재혁 : (? 보면)
선우 : (얼른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냥.. 기뻐서 그래요.
나두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게 기뻐서..인정받았다는 게 기뻐서.. 그래서 갑자기 눈물이 나오나 봐요.
재혁 : (본다. 억제할 수 없는 감정으로 본다. 보다가 겨우 손을 내밀며) 정말.. 애 썼어요.
선우 : (본다.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 잡는다)
그렇게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
선우, 고개 들어 재혁을 본다. 두 눈에 가득해지는 눈물.. 애써 웃으며 바라보는 시선에서.
33. S# 몽타쥬.
1. 회의실.
외국인과 나란히 앉은 태희. 그 뒤로 재혁과 오한영.
각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서로 서명한 서류를 주고받으며 악수를 나눈다. 양쪽으로 늘어선 관계자들 박수.
태희, 돌아서다가 선우를 본다. 선우, 태희를 향해 짐짓 웃으면 태희, 애써 선우의 시선을 외면하고 지나간다.
선우, 표 안 나게 한숨.. 이겨내자. 잘 될 거야..
2. 기술팀.
태희와 재혁, 오한영, 선우를 비롯한 신사업 팀들 기술팀과 통신기기들을 보며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
선우, 한쪽에서 태희와 나란히 서 있는 재혁을 본다.
선우, 그 모습을 보면서 씁쓸히 시선 돌린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 선우, 많이 지치고 힘든 표정..
3.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피곤한 표정으로 한 쪽 벽에 기대선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거울 속의 얼굴을 본다. 모습에서.
철웅E : 정말로.. 선우를 살릴 방법이 없는 겁니까?
34. S# 진료실.
철웅 : (간절한 시선으로 보면)
의사 : 골수이식을 못 받으면 방법이 없습니다. 대부분 형제들이 비슷한 골수를 가질 확률이 가장 높은데
이선우 씨 경우는 가족 분이 안계시니까.. (하는데)
철웅 : (갑자기 팔뚝을 내민다) 일단 제 골수부터 검사해주십쇼.
의사 : (? 본다)
철웅 : 제 골수 안 맞으면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다 데리고 오겠습니다.
찾아주십쇼. 선우랑 골수 맞는 사람 찾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의사 : 맞는 골수를 찾는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건.. (하는데)
철웅 :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앉아 의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의사 : 아니.. 이거.. (당황해서 보면)
철웅 : 이제까지 아버지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무릎 같은 거 꿇어본 적 없는 놈입니다. (고개 숙이며) 살려주십쇼.
우리 선우.. 살려 주십쇼, 선생님. 살려주기만 하면 뭐든지 다하겠습니다. 평생 선생님 종이 되라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목이 메여온다) 선우만.. 살려주십쇼. 그 녀석.. 지금 죽으면 너무 불쌍해서 안 됩니다.
의사 : (딱하게 본다)
철웅 : 살려주십쇼. 우리 선우... 제발 살려 주십쇼, 선생님! (그러면서 복받치는 감정.. 입을 꾹 다물고 고개 숙인다)
35. S# 신사업 팀 회의실. (앞의 29씬의 몽타쥬와 연결되는 느낌으로)
1. 홍보실.
각종 포스터와 광고문구 등등을 제작하는 모습 스케치.
2. 회의실.
신사입팀들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 다들 들뜨고 분주한 가운데
선우, 그들을 돌아본다. 쓸쓸한 시선..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재혁, 한쪽에서 그런 선우를 본다. 선우,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시선 돌리면.
36. S# 공사장 일각.
작업복을 입고 담배연기를 길게 내뱉는 철웅, 상념에 잠겨 있는데 저쪽에서 “어이 뭐해!” 부르는 소리.
철웅, 돌아본 뒤 담배를 비벼 끄고 안전모를 쓴다. 돌아서서 가면.
그 일각으로 세워져 있는 검은 차. 그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내1과 큰 손.
사내1 : 여기가 바로 저 녀석이 일하는 곳입니다.
큰손 : (바라본다. 얼굴 한쪽에 커다란 상처자국이 나있다)
사내1 : 어쩔까요?
큰손 : 좀 더 두고보자구. 놈이 완전히 방심할 때까지. (그러면서 손으로 상처를 만지며)
내 얼굴에 이렇게 흉터자국을 남겨줬으니..나도 그에 맞는 보답을 해야지. (싸늘하게 본다)
큰손의 시선으로 저 멀리로 보이는 철웅. 힘겹게 끙.. 무거운 걸 메는 얼굴에서.
37. S# 회장실.
현자, 차려입고 한쪽에 앉아서 진실장을 보며.
진실장 : 예정대로 다음 달에 아이콘 팩이 출시될 거 같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 신사업으로 상대편 회사를 앞지르게 되면..
그야말로 태희 양의 실력이 인정받게 되는 거구.. 다음 주주총회 때 정식 임명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현자 : 우리 편이 몇 프로나 되는 거죠?
진실장 : 사모님 것까지 다 합쳐도 32%정돕니다.
현자 : 뒤집을 수 있는 확률은 없는 거예요?
진실장 : 서준 군이 앞에 나서지 않는다면야.. 어렵지요.
현자 : (입맛이 씁쓸한데)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와 재혁.
진실장,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실장 : 아이구. 대표이사님! 오십니까.
현자 : (진실장의 돌변하는 모습에 흘끗 보면)
진실장 : 마침 사모님이 와 계셔서 말동무 해드리고 있었습니다.
태희 : (한번 보며) 고모가 회사까지 어쩐 일이세요?
현자 : 왜? 나는 회사에 오며 안 되는 사람이니?
태희 : 아무 볼일 없이 왔다 갔다 하는 거 회사사람들 보기에도 좋지 않아요.
현자 : 나도 이제 이 회사의 5% 주식을 가지고 있는 주주야.
니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지 보고 들을 권리가 있는 사람이라구.
태희 : 이미 진실장님한테 다 들으셨을 테니 제가 더 드릴 말씀은 없겠네요. 그렇죠?
진실장 : (떨떠름.. 시선 돌리면)
태희 :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다음 달에 주주총회가 있으니까 그 때 직접 참석하셔서 결과보고 들으세요.
실력 행사도.. 그 때 표로 직접 하시구요.
현자 : 뭐야? (보는데)
재혁 : 너 무슨 말이 그래? 고모님이 걱정 되 그러시는데.
태희 : (돌아본다)
현자 : (재혁이 나서는 바람에 말도 못하고 노려보면)
재혁 : (무마하듯 현자를 보며) 계속되는 일정 때문에 태희.. 지금 많이 지쳐 있습니다.
고모님이 이해하시구 하실 말씀 있으면 나중에 하시죠. 지금은 그만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현자 : (본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혁을 한번 보더니) 너희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모양인데..
항상 내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 수틀리면 너희 둘 다 회사에서 쫓겨나게 해줄 수도 있으니까.
나.. 아직 그럴 힘 있어. 알아?
태희 : (돌아보면)
현자 : (그대로 밖으로 나가면)
진실장 : (어쩌지도 못하고 보면)
태희 : 그만 나가 보세요 진실장님.
진실장 : 네? 아.. 네에. (목례한 뒤 나간다)
재혁 : (돌아보며)
태희 : 너 연기 한번 잘한다? 누가 보면 니가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줄 알겠어.
하긴.. 평생을 속여 왔는데.. 이런 연기쯤이야 너한텐 식은 죽 먹기겠지.
재혁 : 내 진심을 믿든 안 믿든 그거야 니 자유지만.. 계속 그렇게 의심하고 미워할수록 괴로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태희 : 또 내 걱정해주는 척 하는 거니?
재혁 : 회장님하구 약속했어. 널 지켜주겠다구. 널.. 행복하게 해주겠다구. 그 약속을 지켜드리고 싶어.
태희 : (비웃음) 조금 더 일찍 그런 맘을 먹지 그랬니? 그랬다면 나두 모른 척 넘어가 줬을 텐데..
재혁 : (본다. 보다가 조금은 화난 듯 돌아서는데)
태희 : 이선우.. 회사 그만 둔다 그러드라.
재혁 : (멈칫.. 돌아보면)
태희 : 나한테 직접 찾아와 그렇게 말했어. 물론.. 나 역시 억지로 붙잡지 않을 생각이야.
재혁 : 왜 나한테 그 얘길 하는 건데.
태희 : 그냥 니 반응이 궁금해서. 니가.. 이선우를 잡을지 안 잡을지도 궁금하구.
재혁 : (본다. 보더니) 그만해 태희야. 니 기분은 이해하지만.. 너 이러는 거 너한테 안 어울려.
더 이상 너한테 실망하게 만들지 마. (그러면서 돌아서서 나간다)
문이 닫히면 태희, 힘없이 책상에 기대선다. 재혁한테 못되게 구는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피곤한 듯 조용히 손으로 이마를 짚는 모습에서..
38. S# 회사 일각. N
퇴근하며 밖으로 나오는 선우, 그 한쪽에서 선우를 기다리고 있던 철웅, 내내 심난한 표정이다가
선우가 나오는걸 보며 밝은 표정으로 웃는다. 웃으면서 손을 드는데.
선우, 걸음을 멈추고 문득 다른 곳을 돌아본다.
철웅 ?해서 선우가 보는 쪽을 보면 저쪽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무는 재혁의 뒷모습.
깊은 상념에 잠겨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재혁. 그렇게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뒷모습을 선우, 하염없이 바라본다.
철웅, 일순 스치는 씁쓸함.. 가슴이 아프다.
선우, 작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다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철웅을 본다.
철웅, 본다. 보다가 그래도 씩 웃어준다. 남자다.
선우, 말없이 철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39. S# 달동네 일각. N
나란히 계단에 걸터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철웅과 선우.
선우 : 죽는다는 건 어떤 걸까?
철웅 : (본다)
선우 : 내가 죽는 건.. 아주 먼 일이라구 생각했었어. 그래서 별루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철웅 : 쓸데없는 소리 한다. 니가 죽긴 왜 죽어?
선우 : (씁쓸한 웃음) 난.. 참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하고 싶은 것 중에 십 분에 일도 다 못해봤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끼지 말구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볼걸.. 아깝다.. (자조적으로 웃으면)
철웅 : 지금부터 하면 되지 뭐. (보며) 뭐 하구 싶은데?
선우 : (잠시 생각.. 그러다 철웅을 보며) 바다에 가보고 싶어.
철웅 : 바다?
선우 : 사실은 나.. 아직 한 번두 바다에 가본 적 없거든. 어렸을 때 학교 친구들이 여름방학 때마다 식구들이랑 바다에 놀러가
검게 그을려 오구 그랬는데.. 그게 얼마나 부러웠나 몰라.
철웅 : (본다)
선우 : 그럴 때마다 생각했어. 나는 이다음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한테 꼭 보여 달래야지.
그게 훨씬 더 낭만적이구 근사하니까.. 그 때까지 바다에 가고 싶어두 꾹 참자.. 그랬었어.
철웅 : ...
선우 : (보며) 너하구 같이 가보고 싶어 철웅아.
철웅 :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래. 그러자.. 내일 일요일이니까 같이 가자.
선우 : (본다. 천천히 철웅에게 기댄다)
철웅 : (말없이 손을 들어 선우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선우 : 미안해. 너한테 또 무거운 짐을 안겨줘서. 너한테 자꾸만 못된 짓만 하구 가는 거 같아서.. 그게 계속 미안해.
철웅 : (겨우) 별 소릴 다한다.
선우 : 철웅아. 너어.. 나하구 약속하나만 해.
철웅 : (울먹임 누르며) 뭔데?
선우 : 나 때문에 울지 않는 다구..나 때문에 가슴아파하지 않겠 다구.
나.. 살아있는 동안 정말 열심히 살 거야. 얼마 안 되는 시간이라두 감사하면서..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살아낼 거야.
그러니까 너두.. 가슴 아파하지 마. 울지 않는 다구 약속해. 응?
철웅 : (복받치는 눈물.. 겨우 누르며) 임마. 울긴 누가 울어. 사나이 박철웅을 뭘루 보구 그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나 그렇게 약한 놈 아니야.
선우 : 됐어 그럼.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철웅, 본다. 떨어지는 눈물.. 얼른 고개를 돌린다. 가슴 아프게 안겨있는 선우.
철웅.. 숨을 죽여 눈물을 눌러 참는 모습.. 아프다. dis.
40. S# 재혁의 오피스텔 N.
재혁, 잠시 창밖을 보다가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들어 전화번호를 누른다. 이선우라는 이름과 함께 통화..
그러다 다시 꺼버린다. 핸드폰을 든 채 선우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누른다. 고개 들어 창밖을 본다. dis.
41. S# 철웅의 방. N
침대에 드러눕는 철웅, 말없이 한곳을 응시한다.
자꾸 시큰해지는 눈물..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팔로 눈을 가린다. 모습에서 fade-out.
42. S# 재혁의 오피스텔. D
문 두드리는 소리.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재혁, 문을 열어준다.
문을 여는데 그 앞에 서 있는 철웅.
재혁, 멈칫.. 고개 들어 철웅을 본다.
43. S# 선우의 방.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하는 선우, 머리도 만지고 입술도 칠하고.. 옷매무새도 만져본다. 왠지 표정 없는 게 더 슬프다.
멍하니 거울을 들여다보는 선우의 시선에서.
44. S# 재혁의 오피스텔.
재혁 : 무슨 일입니까.
철웅 : (주머니에서 티켓을 꺼내 준다) 강릉 가는 기차표요.
재혁 : (? 본다)
철웅 : 선우가.. 바다에 가고 싶대요.
재혁 : 뭐라 구요?
철웅 : 못 들었어요? 선우가 바다를 보고 싶어 한다니까. 어릴 때부터 바다에 한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대요.
나도 좋아서 양보 하는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쇼. 다만 나는.. 선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뿐이니까..
재혁 : (보면)
철웅 : 어서 가 봐요. 또 선우 기다리게 하지 말구..
재혁 : 나는.. 이미 선우 씨하고 끝내기로 했어요. 다른 여자하고 약혼을 했어요.
철웅 : 그런 건 상관없어. 오늘은 무조건..선우를 위해서 같이 가 달라구.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선우 소원 한번만 들어달란 말야!
재혁 : 뭡니까. 이러는 이유를 말해 봐요. (보면)
철웅 : 선우가.. 지금 많이 아퍼. 어쩌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 다구 임마.
재혁 : ! (본다. 충격으로 보는 시선에서)
45. S# 약속장소 일각. (운치 있는 곳)
시계를 보며 철웅을 기다리고 있는 선우. 그렇게 기다리는데 그 때 선우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의 차.
선우, 무심코 보면서 고개 돌리다가 멈칫.. 보면 차에서 내려서는 재혁.
선우, 멍하니 재혁을 본다.
재혁, 선우를 바라본다. 다분히 격앙되고 흥분된 감정.. 그대로 곧장 선우를 향해 다가서더니 와락 끌어안아버린다.
선우 : 팀장님..!
재혁 : 왜 말 안했어요. 왜 나한테 아무 말 안했어요!
선우 : (두 눈에 고이는 눈물.. 이 사람이 알아버렸구나)
재혁 : 대체.. 날 어디까지 나쁜 놈을 만들어야 속이 시원한 거예요 선우 씨.
선우 : 팀장님..
재혁 : 이젠 안돼요. 이젠.. 아무데도 보내줄 수가 없어요.
선우 : (떨어지는 눈물..)
재혁 : (천천히 떨어져 선우의 얼굴을 본다) 날 떠나두.. 행복해지겠다고 했잖아요.
내가 잘사는 모습 보여주면..선우 씨두 행복해지 겠다구 그랬었잖아요. 그래서 노력했어요.
어떻게든 선우 씨 마음 아프게 안 할려구.. 노력 했다구요! 그런데 이게 뭐예요.. 대체.. 이게 뭐냐구요!
선우 : (아픔으로 바라보면)
재혁 : (꼭 끌어안으며) 안돼요. 이젠 절대로 선우 씨 하구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절대루 선우 씨 보내지 않을 거예요..
선우 : (안긴 채 그저 슬픔으로 두 눈을 감는다. 시선에서)
46. S# 병실 복도.
힘없이 걸어오는 철웅, 문을 열고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보다가 다시 문을 닫는다.
한쪽 의자에 앉는 철웅. 천천히 얼굴을 숙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모습에서.
47. S# 약속장소 일각.
선우 : 팀장님한텐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어차피 저 혼자만 떠나면 모두가 행복해지니까.
재혁 : 이제부턴 내가 옆에 있을 거예요. 내가.. 옆에 있게 해줘요 선우 씨.
선우 : (본다. 보며) 아뇨. 그럴 수가 없어요.
재혁 : 선우 씨.
선우 : 지금 제가 팀장님을 따라가면..너무나 슬퍼할 사람이 있어요.
재혁 : (보면)
선우 : 제가 항상 어렵고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줬던 친구예요.
그 친군.. 저한테 전부를 다 줬는데..전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요. 그 친구한테 더 이상 상처를 줄 수가 없어요.
재혁 : (툭.. 떨어지는 눈물)
선우 : 팀장님을 사랑해요. 정말 후회 없이 사랑했어요. (보며) 이제 저한테 남은 시간은.. 다른 사람한테 줘야 할 거 같아요.
저만 바라보고 저밖에 모르는 어떤 바보한테요.
재혁 : 선우 씨..
선우 : 아직.. 절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모른 척 해주세요. 제가 아프다는두 다 잊어 버려주세요.
그래야 저두 남은 시간.. 더 꿋꿋하게 잘 버틸 수 있어요.
재혁 : (아프다 숨이 막힐 듯 바라보면)
선우 : (본다. 보다가 재혁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고마워요 팀장님. 팀장님이 이렇게 와주신 것만 해두.. 전 너무 고마워요.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예요.
재혁, 그대로 선우를 꼭 안는다. 뚝.. 뚝.. 떨어지는 눈물에서 dis.
48. S# 병원복도. N
완전히 힘이 빠져버린 채 허탈하게 병원의자에 기대 허공을 응시하는 철웅의 눈빛..
49. S# 집 앞 (밤)
담쟁이 있는 터널 쪽에서 쭉 걸어 내려오는 철웅. 힘없이 걸어오는 모습 쓸쓸하고 마음이 허전하다.
한쪽에 툭 기대서는 철웅. 담배를 꺼내 피우며 후.. 연기 날리는 표정..
그러면서 문득 시선 돌린다. 돌리다가 멈칫.. 표정 변하면서 보면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서 기다리는 선우.
철웅.. 툭.. 담배를 떨어뜨린다.
철웅 : 선우야..
선우 : (고개 들어 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철웅 : (얼른 선우 앞으로 다가서서 멍하게 바라본다)
선우 : (철웅을 보면)
철웅 : 너.. 어떻게 된 거야? 왜 여기 있어? 너.. 바다에 간 거 아니었어?
선우 : 너야 말루 뭐야? 약속해 놓구.. 왜 그렇게 사람을 기다리게 하니?
철웅 : 선우야 너..
선우 : 다음부턴 그렇게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그럼 나.. 진짜루 너한테 화낸다.
철웅 : (글썽.. 본다. 보더니 그대로 와락! 선우를 끌어안는다, 눈물..)
선우 : 바보.. 내가 너한테 바닷가에 가쟀지..언제 팀장님 찾아가랬니?
철웅 : 미안해.
선우 : 죽어두 나 안 떠난다며..이렇게 쉽게 물러설 거면서 그런 소리 뭐하러 했어?
철웅 : (더 꼭 끌어안으며) 미안해. 이젠 다시 안 그럴 거야. 두 번 다시 널.. 놓치지 않을 거야..
선우 : (그대로 있다가 팔을 올려 철웅을 꼭 안아준다)
가슴 벅차게 선우를 안는 철웅, 아프게 철웅을 꼭 안는 선우.. 그렇게 꼭 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길게 길게.
50. S# 재혁의 오피스텔. N
책상 앞에 힘없이 앉는 재혁.. 그대로 쓸쓸히 고개를 숙인다. 무표정한 얼굴위로 떨어지는 눈물.. 시선 돌리면서 fade-out.
51. S# 김필중의 서재. N
책상 앞에 앉아 있던 태희 안경을 벗으며 나즉히 한숨을 내쉰다.
시선을 돌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을 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류를 덮고 일어선다.
52. S# 이층거실. N
태희, 올라와 자기 방 쪽으로 가려는데 승희의 방에서 나는 킬킬킬 웃는 소리.
태희 돌아보면.
53. S# 승희의 방. N
침대에 앉아 있는 오산댁, 무릎에 길게 누운 승희의 귓속을 파주고 있다.
승희 : 아우 아퍼어 엄마.
오산댁 : 가만있어 이년아. 침침해서 잘 안 보이는 구만.
승희 : 확실히 이렇게 엄마 와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긴 편하네.
오산댁 : 아무려면 내 뱃속에서 나왔는데 편하지 그럼.
승희 : 엄마아.. (아양 부리면)
오산댁 : 아이구, 가만 있으래두. (하면서 귓속을 파준다)
54. S# 이층거실. N
태희, 굳어지는 표정.. 조금씩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 표정으로 본다. 시선 돌리는데서.
55. S# 거리 일각. N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는 더러운 손. 그러다 다른 한쪽에 떨어져 있는 장초를 발견하고 얼른 줍는다.
기분 좋게 헤.. 웃으면서 돌아선다. 그 때 저쪽으로 버스에서 내려서는 선우가 보인다.
황국도 멈칫.. 선우가 볼까봐 얼른 고개 돌리며 한쪽으로 돌리면
선우,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쳐간다.
황국도 흘끔 돌아본다.
56. S# 달동네 일각. N
선우, 쭉 걸어오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황국도. 슬금슬금 쫒아오는 황국도..
선우, 이상한 기척에 돌아보면 황국도 얼른 돌아서서 딴 짓..
선우, 다시 돌아서서 집 쪽으로 올라간다. 황국도 다시 쫒아 가는데
선우 다시 걸음을 멈춘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보면 황국도 다시 고개 돌리며 딴 짓.
선우 : 거기 누구세요?
황국도 : (계속 고개 숙이며 딴짓)
선우 : 누구세요? 네?
황국도 : (그러자 천천히 웃어가며 고개를 돌린다) 나다..
선우 : (? 못 알아본다)
황국도 : 나여.. 아저씨랑께. (씩 웃으면)
선우 : (그제야 알아보고 멈칫.. 놀라서 본다. 얼굴에서 스틸!)
<3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