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
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 아멘.
거실의 테엽장치 시계가 12번 울렸다. 얼마전부터 생긴 이 불면증.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타난 그들! 12시만
되면 나타나는 발작적인 공포
예전엔 이딴것들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영화나 소설속에서만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일 뿐이라 단정
지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을 자려 누워 있으면 저 발치에서 무언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분주히 오가는 그들을 볼 수가 있다.
가위! 그렇다. 소위 말하는 가위에 눌린 것이다.
너무 무서워 눈을 감고 싶지만 이미 눈은 감겨있다. 눈이 감겨있는데도 그들이 보인다는건 이 모든것들이
내 환상이란 말인가. 헉헉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위는 풀리지 않고 그들은 점점더 가까이 다가 온다.
내게는 어서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이미 굳어
버린 몸은 쉬이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래 어디선가 봤어 가위에 눌렸을땐 손가락부터 서서히 움직여 보는거야. '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았지만 애를 쓴 끝에 간신히 손가락 하나를 까딱할 수 있었다.
손가락에서부터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곧 가위는 풀렸다.
'하나님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그저 편안을 주소서. 아버지의 어린양을 구원해 주소서. 사랑이
충만한 아버지의 종이 되게 해 주소서. 이 땅의 모든 영광과 축복을 당신께 드리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사옵니다. 아멘'
모태신앙인 나는 어릴때부터 하나님을 믿어왔고 또 믿는것을 당연히 여겼다. 그러나 점차 가위에 눌리는
횟수가 많아지자 동시에 솟아나는 의구심을 떨칠 길이 없었다. 전지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께서는
왜 저들을 만드셨는가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서인가 저 악마의 무리들만 없었어도 우리들은 평화롭게 잘 살
고있었을텐데...모든 해악은 악마로부터 존재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 악마를 우리에게 보내신건 왜
인가!
신부님께선 그건 하나님만 아시는 일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그 방대한 계획을 우리는 알수가 없다고 했다.
예전에는 당연시 여겼던 말들도 이제는 의심이 든다. 괜히 대답하기 애매하거나 자신들이 모르는 문제는
다 하나님의 뜻 운운하는 사람들이 가식적으로까지 느껴졌다. 하나님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오늘도 여전히 가위에 눌린다. 점차 그 횟수와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하나님 하나님 저를 구원해 주소서
언제나처럼 깨이지 않는 꿈을 꾸며 하나님을 외쳤다. 그러나 이미 내 마음 속에 의심의 싹이 자라나고 있음
을 눈치채신 걸까? 내 외침은 내 안에 공허한 메아리되어 머릿속을 헤집다 하늘에 당도하지 못했다.비명조
차 지르지 못했다. 마치 성대가 없어지기라도 한듯 옴짝달싹하던 내 입술에서는 아무런 음색도 흘러내지
못했다. 스르르 문이 열리고 그것은 점점 나에게 다가왔다. 한발 한발 가까워 올때마다 머리카락이 쭈빗서
고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채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
다. 신경이랑 신경은 죄다 팽창하는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움직이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채 눈을 감아
도 또렷히 보이는 악마의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다.
언젠가부터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 아이 하나가 내 가위속 등장인물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는 너무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것이 악마의 대표적 형상인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가위속의 어떤 악마들보다
몇배는 더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인가
엄청난 양의 땀과 함께 발작적으로 떨고 있던 내게 어머니의 손길은 구원이었다.
"왜이러니? 또 가위 눌렸니? 안되겠구나. 가서 신부님을 모셔 와야겠다."
몇달째 가위에 시달리던 나를 안쓰럽게 보시던 어머니는 그 길로 신부님을 모셔오셨다. 신부님은 아무래도
증세가 심각한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엑소시스트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엑소시스트라니...내 안에 정녕 악마가 깃든 것인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내 평생을
하나님의 종으로써 충실히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도 있었다. 그런 내게 어찌 이런 시련을 내리는 것일까
그래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나를 살리시는 것도 주 여호와 아버지의 뜻이며 나를 죽이시는 것도 모두
주의 방대한 계획의 일부일 것이다. 주여 한순간이나마 의심을 가졌던 미천한 어린양을 용서하소서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물들이 내 영혼까지 흘러들어왔나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
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 하시나이다"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한다면 정녕 해가 두렵지 않으오리까? 부디 제 영혼을 거두어 주소서
신부님의 공격에 악마는 거세게 저항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악마이기 때문인지 곧 수그러 들기 시작했고
잠시 정신을 잃은듯하다. 첨차 평온한 표정을 짓는 악마를 보며 이제 나의 시험도 끝이 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악마가 다시 깨어나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다른 악마들까지 합세해 나를 공격
해 온다. 아아 너무나도 괴롭다. 악마의 주문! 대항하는 신부님도 점차 힘에 부치는지 연신 땀을 흘리고
계셨다. 신부님의 입에서는 성경 구절들이 흘러나오고 악마의 입에선 저주의 주문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나의 육신이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아..나는 이대로 악마에게 지고 마는 것일까 나는정신을
잃었다 깨었났다를 반복하며 고통속에서 몸부림 치고 있었다.
나의 육체는 이제 모든 힘을 다 소진하였는지 빠져나가는 영혼을 잡을 힘이 없어 보였다. 내 영혼이 점차
사라져 가자 그 악마 아이는 점점 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빛나고 입가에는 미소가 흘러나
왔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아름다운 미소...내가 지금까지 봐온 어떤 얼굴보다도 괴이한 형상이었다.
"악마여 물러나라 네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니 네 나온곳 그 지옥으로 돌아가라..."
악마라니? 악마라 일컬음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악마는 너희들이 아니었더냐 저들의 이마에는 악마의
상징인 십자가 선명히 찍혀 있거늘 666의 문자를 가진 내게 악마라고 하는건가?
주여 저들이 나를 두고 악마라고 하나이다 저 사탄의 무리들에게 벌을...벌을...
마침내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낮 12시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눈부신 빛! 주여 아버지와 함께라면 정녕
해가 무섭지 않으리까?
나는 점차 무시무시한 빛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주를 향한 기도만 읊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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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가 가지고 있는 의구심이었습니다. 악마는 왜 만든걸까...
혹시나 악마들도 자신들 나름대로 우리를 악마라 생각하지는 않을지.;;
혹시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창조한 악마들도 사랑하고 계심이 아닌지..;;
하나님의 방대한 계획을 우리가 알길이 없겠죠
(기독교 테클 절대 아님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주일이군요...험험 주님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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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엑소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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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타락한 천사라든데..
그런데 '엑소시스트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라기 보다 '엑소시즘을 행해야 된다.' 라고 하는게 더 나을것 같은데... 태클은 아니구요 단지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루시퍼가 신에게 봉기를 들어 결국 패하고 지옥이라는 곳으로 떨어진 것 같은. 하지만 악마가 있어야 하나님 이라는 신의 이름이 빛나기 마련. 하나님이 악마고 악마가 하나님이다... 라고 생각나는건 뭘까요?
저도 고치고 싶은 부분이 무척 많습니다..ㅠ.ㅜ 루시퍼도 본래는 천사였지요. 전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된게 아니라 원래부터 악마는 존재하고 있다 생각하며 썼어용~
오오..이 것은 어찌하야 가로가 이리 긴지요? 참 신기하외다. 어떻게 하였소? 좀 알려주시오. 가로가 기니 읽기에도 편하오. 그냥 다른 글과 다른 느낌이오. 도대체 어찌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태그사용을 했소?
나도 신기하오. 왜 가로가 길지? 그저 처음 글쓰기 할때 줄까지 고려해서 쓰다보니 그렇소. (다닥다닥 붙어있으면 내가 눈이 아프므로..;;) 글쓰기 창에서 한줄 다쓰고 밑의 한줄을 반 정도까지만 쓰면 올라갈때는 딱 한줄이 된다오
너무너무 고맙소..~_~
어느 만화였던가. 악마들의 입장에서 천사들이 나쁜 존재로 묘사되었던걸 본거같아요.-.- 머리가 나빠서 기억이 까물 ㅎㅎ 여튼 잘읽어써엽 ^-^
주기도문 틀렸습니다.. 성경(마태복음)에 나와있는 주기도문에는 대개라는 말은 없죠..^^
신부님 = 목사님?? 다 같은 성직자분들이시지만 갑자기 바뀌니까 좀 거슬리오...
제 성경책에는 대개있는데요..;;(요번에 대개라는 말을 빼기로 했다고는 들었습니다만..;;) 요새 대개라는 말이 논란이 되고 있음으로...대개를 뺄까 넣을까 고민을..;;그래도 제가 외우고 있는 주기도문은 대개가 들어가기에..;;(신부님이갑자기 목사님된건 수정하겠습니다..바보..ㅠ.ㅜ)
흐흠... 일반 개신교의 주기도문이랑 천주교의 주기도문이랑은 틀리다구 아는뎅... 작가님이 개신교신지, 아님 카톨릭인지 잘 모르겠네여... 신부님이 나오는거 보면 카톨릭이구, 주기도문은 개신교 같구... ㅋㅋ 절대 태클 아니예여 '대개'라는 글자를 가지고 그러시니깐... 전 개신굔데 '대개'라는 글자 나오거덩여^^;;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0^
테엽->태엽 ㅎㅎ'ㅛ'
잘 읽었어요.. 근데, 카톨릭에서는 하느님 이라고 한답니다. ^^! 글구 주기도문도 개신교랑은 틀리고요.. 위의 스토리를 보면 짬뽕인듯 ㅡ.,ㅡ:: 머 어짜피 하느님은 한분이시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