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악마를 보았다.
(1) 박춘봉은 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나 잡아가세요” 했을까?
2014. 12. 17. 수원 토막시신 사건의 피의자 박춘봉의 현장검증을 지켜보던 수원시민들은 ‘살인마’, ‘피해 여성과 똑같이 해줘라’라고 저주를 퍼부었다고 합니다. 시원시민들은 박춘봉에게서 악마의 모습을 보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나도 악마를 보았습니다, 박춘봉이 아닌 자들에게서.
왜 박춘봉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나 잡아가세요!”했을까요?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에 대한 경찰 발표와 기자들의 보도는 삼류추리소설에 가깝습니다. 경찰과 기사들에 따르면 이 사건은 55세 조선족 박춘봉이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동거녀였던 조선족 48세 김모씨를 살해한 후 사체를 훼손하여 인적이 많은 장소에 유기한 사건이다.
경찰의 발표와 기자들의 기사가 왜 삼류추리소설인지는 한 가지만 살펴봐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가해자·피해자의 관계와 유기 장소·유기방식의 어그러짐입니다.
우선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피해자 김모씨는 박춘봉의 동거녀였습니다. 그리고 사건 전에 사이가 안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사건 당일 박춘봉은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해 거의 반강제적으로 만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는 순간 용의자가 될 관계와 정황에 놓인 사람인 박춘봉입니다.
이제 유기 장소와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유기장소는 팔달산 산책로 주변, 인적이 많은 수원천변입니다. 그리고 유기 방식도 사체가 보이도록 봉합도 하지 않은 채 검은 봉지에 넣어 일부는 등산로에 일부는 수원천변 나무에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더 특이한 것은 일부는 매립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두 가지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사체가 발견돼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는 순간 용의자가 될 박춘봉이 사체가 발견되기 쉬운 곳에 전시하듯 유기했습니다. 그리고 살해와 사체를 훼손한 지역을 떠나지 않고 머물렀습니다. 이건 “나를 잡아가세요”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체를 훼손한 행위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박춘봉이 새 월셋방을 얻은 이유는 동거녀가 보이지 않으면 의심받을 것 같아서라고 했습니다.(이수정 교수의 예리한 지적처럼 ‘유기방식으로 볼 때 비면식범이다’는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갑니다. 사실은 빗나간 게 아닙니다)
정리하면 월세방을 옮길 정도로 사건을 은폐하려하고 사체를 그에 부합하게 훼손한 박춘봉이 사체를 유기한 방식은 “나 잡아가세요”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경찰과 기자가 쓴 것이 삼류추리소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도대체 진짜 가해자는 누구이고 진짜 피해자는 누구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삼류소설을 쓰는 것일까요?
문제는 이수정 교수의 예리한 지적처럼 범인은 가학성성도착증환자일 가능성이 있고 그럴 경우 살인은 1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수정 교수에게 전화를 해 이 사건의 의혹을 파헤쳐보자고 제안했는데 이 사건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12월 26일 박춘봉이 타인의 죄를 뒤집어쓰기로 했거나 진범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수원구치소로 면회를 갔습니다. 연고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박춘봉이 의외로 면회제한을 두었다는 얘기를 구치소 직원에게 들었습니다. 가족 이외에는 만나지 않겠다는 제한을 뒀다고 했습니다. ‘가족이 있느냐? 기사에 그런 내용이 없어 가족이 없는 줄 알았다’고 하니 직원이 지인으로 정정했습니다.
수원시민이 박춘봉에게서 본 것은 악마입니다. 그런데 수원시민이 박춘봉에게서 악마를 본 것일까요, 아니면 경찰의 발표와 기자들의 보도가 수원시민으로 하여금 박춘봉에게서 악마를 보도록 한 것일까요? 박춘봉에게서 난 희생양을 봅니다. 왜일까요? 문서위조로 사기전과가 있다는 영악한 박춘봉도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건에 휘말렸다는 듯 넋이 나간 표정 때문일까요?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과 박춘봉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바꿔치기 된 사건이거나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본 것으로 분석됩니다.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가해자와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인멸되기 전에 진실이 밝혀지기 바랍니다. 특히 사체가 화장되는 것을 늦춰야 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힘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의혹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재수사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인 중에 기자나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종사자, 소수자 인권 단체 종사자 등 관심을 갖을 직종에 있는 분이 있다면 글을 소개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덧붙임. 박춘봉씨 사건은 중요한 의혹만 수십 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불상의 시기에 불상의 방법으로’ 벌어진 사건이란 경찰의 수사결과처럼 의혹투성이인 사건입니다. 수원토막시신 사건에 대한 의문점들을 https://facebook.com/gomayunha 에 연재할 계획입니다.)
이글은 12. 30. 모 종교단체에 전달한 글입니다. 이후 페이스북에 수 분간 게시했다 내린 글입니다.
이후 검찰이 박춘봉을 기소하였고 당시 기사에 의하면 산짐승이 토막시신을 파헤쳐 굴러 떨어트리는 바람에 사건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의문입니다. 나중에 의문점들을 정리해 올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