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출신인 나는 중학교 때까지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었다. 무엇보다 왜정 시대를 보내신 어머니는 농삿일 할 때에
나름대로 말끔하게 차려 입고 지나다니는 군서기야 면서기를 부럽게 쳐다 보면서,
'우리 아들은 커서 꼭 공무원 시켜야재.'
어머니의 소망이기도 했다.
그러다 경고엘 오다보니 그보다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알게 되었고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 보다 더 낳은
길도 있고 그럴 능력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당시에는 대학 가는 것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분들이 많아
고교 졸업 후 취업하는 말단 공무원이 5급이었고 대학 출신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3급이었다. 지금의 9급과
5급으로 조정 되었지...
대졸자들이 제대로 취업하면 기만원의 월급을 받던 시절에 5급 공무원이 5천원이라 겨우 월 하숙비 정도라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나 그이후 오늘까지 대우도 좋아져서 살기도 좋아졌고 퇴직자들은 안정된 퇴직금으로
누구보다도 따뜻한 노후를 보내고들 있다.
그래서 철가방 취급을 받으며 9급 공무원 취업이 경쟁률도 엄청나고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부산시 통계에 9급 합격자의 평균 준비기간이 4년이상이란다, 요새 사법고시는 별 볼일 없어지고 9급 합격했다고 동네에 대형 현수막이 걸리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사시합격 현수막은 본 적이 오래고...
꼬치 친구 중에 재인(가명)이라는 동래고를 나온 친구가 있는데, 5급 공무원으로 들어가 사는 걸 보며 친구들이 저래 갖고 우찌 살아갈랑고 동정도 받기도 했는데, 언젠가 모임에 갔더니 대뜸 나보고,
"자네 왔는가?"
그러는게 아닌가, 욱 올랐지만 꾹 누르고 엎의 다른 친구한테 넌즈시 물었다,
"재인이 저 친구 요새 몇급이고?"
"5급이다, 부산시청 과장 되었다 아이가."
그래서 기고만장했나 싶어 다들 들으라고 큰 소리로 한방 날렸다.
"재인아 야 이 자슥아, 니는 5급 들어 간지 언젠데 아직꺼정 5급이고."
부산시청 국장까지 지내고 퇴직하였으니 나름 출세했다, 나도 울 엄마 말대로 공무원이나 할낀데.....
요새는 모임에 가도 나에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정본아 오늘 시간 있던가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