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같은 풍경 따라 호젓하게 걷는 길, 횡성호수길

[알뜰정보]

수묵화 같은 풍경 따라 호젓하게 걷는 길, 횡성호수길

산세 좋기로 유명한 횡성에는 횡성 사람들도 잘 모르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 2011년에 개통한 횡성호수길이다. 물결 잔잔한 호수를 끼고 걷는 동안 안온하게 감싼 산자락이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횡성호수길은 단풍 든 가을이 가장 아름답지만 호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겨울이 제격이다. 단풍도, 인파도 물러난 길에는 무채색 수묵화 같은 풍경이 담담히 길손을 기다린다. 옷섶을 단단히 여미고 한겨울의 호숫가를 고요히 거닐어보자.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횡성호 풍경_횡성군청

수몰민들의 애환이 잠긴 길

횡성호는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횡성댐이 건립되면서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횡성군 갑천면 5개 마을이 호수 속에 잠겼다. 이듬해 옛 마을과 수몰민들의 애환이 잠긴 자리에는 호수를 빙 둘러 31.5km에 달하는 횡성호수길이 조성되었다. 총 6개 구간으로 나뉜 길은 저마다 다른 풍경을 풀어낸다. 그중 횡성호 한가운데 반도처럼 튀어나온 5구간은 물빛을 가장 가까이 두고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호수 품 속을 파고들 듯 걸으며 주변 풍광을 느긋하게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옥빛 호수와 산자락을 바라보며 걷는 횡성호수길_횡성군청

총 9km 길이의 순환형 둘레길인 5구간은 부드러운 흙길과 평지가 대부분이다. 아이들과 산책하듯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라 ‘가족길’이라 불린다. A코스(4.5km)와 B코스(4.5km)를 다 돌면 2시간 30분쯤 걸리는데 A코스만 가뿐하게 걸어도 좋고, 횡성호의 속살 같은 풍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B코스까지 걸어보길 권한다. 길 곳곳에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와 전망대가 있어 여유롭게 거닐기 좋다. 어떤 길로 가든, 어느 방향으로 돌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니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망향의 동산에는 수몰민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지은 화성의 옛터 전시관이 있다. 먼저 전시관에 들러 수몰민들이 살아온 흔적과 역사를 더듬어보고 길을 나서는 것도 좋겠다. 걷다가 바라보는 풍경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화성의 옛터 전시관 전경

첩첩이 솟은 산자락이 마음을 홀리는 길

망향의 동산을 지나면 ‘호수에 물들다’라는 글귀가 적힌 발자국 모양의 조형물이 길을 안내한다. 조형물 너머 맑은 호수와 호수를 첩첩이 감싸 안은 산자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내 봇짐을 머리에 이고 지게를 진 모양새의 ‘장터 가는 가족’ 조형물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옛길임을 보여주는 애잔한 흔적이다.

길은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한때는 산중턱이었을 오솔길에는 사철 푸른 소나무와 전나무, 새하얀 자작나무와 은사시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잎을 떨군 나무들이 횡성호 수면에 말갛게 비친 모습이 한겨울의 운치를 더한다. A코스에는 호수길 전망대, 가족 쉼터, 삼림욕장, 타이타닉 전망대, 오솔길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전망대에 서면 희끗희끗 잔설이 쌓인 산자락과 옥빛 호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망향의 동산에서 1.8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림욕장은 횡성호수길의 힐링 스폿. 곧게 뻗은 잣나무 군락에 푹 파묻혀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마실 수 있다.

잔잔한 호수에 잎을 떨군 겨울나무_횡성군청

옛 주민들이 오가던 길에 놓인 ‘장터 가는 가족’ 조형물_횡성군청

횡성호수길 구간 중 가장 최근에 조성된 B코스 ‘오색꿈길’은 호수에 더욱 바짝 다가가 걷는 길이다. 길의 굴곡이 심해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 때마다 다른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A코스보다 인적이 드물어 오롯이 걷는 데 집중하기 좋다. A코스 중반쯤 ‘오색꿈길’이라는 팻말을 따라 들어서면 B코스가 시작된다. 횡성호수길 5구간의 유일한 갈림길이다. 오색꿈길에는 ‘태기왕’, ‘실향민’, ‘자연’, ‘아이들’, ‘주민’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길이 이어진다. 이곳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A코스에서 바라본 풍경과는 또 다른 전망이 기다린다. 이름처럼 꿈길을 걷듯 사색에 빠져들기 좋은 코스다. 단 시간을 넉넉히 잡고 걷길 권한다. A코스만 걷는다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B코스는 1시간 30분쯤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

꿈길처럼 아련하게 펼쳐진 횡성호수길의 겨울 풍경_횡성군청

여행 정보

✔ 주소

횡성호수길 망향의 동산 :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태기로 구방5길 40 / 033-340-5982

✔ 홈페이지

횡성군청

✔ 여행 팁

횡성호수길 입장료 2,000원은 횡성관광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망향의 동산 주차장에 위치한 매점이나 갑천면 관내 사업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2021년 1월부터는 횡성군 전 지역에서 사용 가능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부 운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여행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글 : 여행작가 강민지

사진 : 횡성군청 제공

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