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태양까지 날다
이 호 준 (1958~)
어떤 갈매기는 젖은 모래 위에 알 대신
발자국 몇 개 낳아놓고 떠나는데 그런 날 바다는
파도를 저만치 밀어놓고
발자국이 부화되기를 기다린다
새벽에 발자국을 깨고 나온 새끼의 이름은
대개 자유 혹은 조나단이라 지어지게 마련인데
황금 심장을 얻기 위해 그들은
여명을 딛고 해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더러는 날개가 타서 추락하고
더러는 눈멀어 길을 잃지만
몇몇은 태양의 품까지 무사히 도착하는데
비상이 멈춰진 적은 한 번도 없다
밤이면 백사장은 다시 알 대신 발자국 몇 개 품고
반짝이는 별들을 향해 손 모은다
바다가 초조한 얼굴로 밤새 서성거린다
-『경향신문/詩想과 세상』2021.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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