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20. 나무날. 날씨: 흐리지만 해가 쨍쨍나지는 않지만 덥다.바람이 불어 시원하기도 하다.
아침열기-텃밭(마늘뽑기-1,3,4,6학년))-택견(3,4학년)-매실초 담기-점심-청소-시와 그림 내보이기(밀 베기 5학년)-마침회-교사회의
[바쁜 농사철과 시와 그림 내보이기]
시와 그림 내보이는 때는 늘 바쁘다. 한창 바쁜 농사철이기도 하고, 시를 한참 고르고 쓰고 다듬어 시와 그림 꾸미는 일까지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할 일이 많다. 미리 웹자보로 초대장을 보냈지만 다시 어린이들이 초대장을 예쁜 글과 그림으로 썼다. 3,4학년이 양재천 마늘밭으로 가서 마늘을 반쯤 캐고, 밀을 잘라온 뒤, 1학년과 6학년이 나머지 마늘을 다 캐고 밀을 잘라왔다. 5학년은 낮에 가서 얼음과자의 힘으로 밀을 마무리했다. 어린이 농부들 덕분에 바쁜 6월 텃밭 공부를 갈무리할 수 있다. 마늘 농사는 괜찮은 편이고, 밀은 거둔 양이 얼마 안 될 듯하다. 모둠마다 바쁘게 공부하는 동안, 매실초 담는 일을 갈무리했다. 과천 어린이집과 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한비어머니가 도와주시고, 1학년 정우어머니와 선우가 매실초 일을 도와주어 큰 도움을 받는다. 지난해 담아놓은 매실초를 뜨고 새로 매실초를 담아야 해서, 항아리에 가득한 매실초를 건져내는 게 한참이 걸렸다. 매실식초가 꽤 많이 나왔는데 종초를 넣은 항아리와 그렇지 않은 항아리 차이가 있다. 매실식초 맛은 성공이다. 항염 효과가 있고, 피로 회복에 좋고, 위에도 좋다니 꾸준히 마시는 약으로 써도 좋겠다. 매실초처럼 발효된 감식초도 잘 갈무리해서 잘 먹는 게 중요하겠다. 매실초 담는 일까지 마치니 매실 담그는 일이 끝났다.
낮에는 시와 그림 내보이기 장소인 과천 중앙공원 뱀놀이터로 모두가 간다. 시와 그림 내보이기는 어린이들이 일 년 동안 쓴 글을 고르고 꾸며 과천 시민들에게 내보이는 공부이고, 어린이들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고 글쓰는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어린이 마음으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교사 연수 공부이기도 하다. 또한 오가는 많은 과천시민들에게 맑은샘학교를 알리는 기회가 되어 왔다. 시를 쓰고 꾸며 전시하는 것도 모두 어린이들 몫이 크다. 중앙공원에 보기 좋게 펼치고 지키고 거두는 일도 나눠 한다. 낮은 학년은 두 편, 높은 학년은 세 편에서 네 편의 시를 내보이는데 100편이 넘는 어린이시가 마음을 잡는다. 참 깨끗한 마음, 정직한 어린이 마음을 지키고 가꿔가는 교육의 힘을 믿는 기회가 되어 고맙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어린이들이 추천하는 시가 있고 감동을 주고 다시 뜻을 새겨보는 시가 많다. 모든 어린이들이 작품을 모두 읽고 그 가운데 기억나는 세 편을 골라 마침회에서 발표를 했다. 어린이들이 많이 꼽는 시와 선생들과 부모들이 많이 말하는 시는 언제나 조금 차이가 있다. 그래도 마음과 눈길이 처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함께 꼽는 시도 많다.
새참 먹는 즐거움이 큰 공부인데, 10기 졸업생 구본준 부모님이 새참으로 얼음과자와 생협초코파이를 보내주셨다. 가장 큰 새참은 오전에 줄곧 어머니들이 구운 마늘빵이다. 한울어머니가 아침나절에 줄곧 서서 구운 마늘빵 인기가 대단하다. 재혁어머니, 정우어머니, 동규어머니, 세화어머니, 한비어머니가 함께 애써 준 덕분이다. 날마다 어머니들의 정성가득한 반찬과 새참 덕분에 어린이들과 선생들이 건강한 것이리라.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가 늦게 올 듯 싶어 시화전을 하루 더 열 수 있겠다. 어제 놀다가 복숭아뼈에 금이 가서 부목을 대고 온 현준이가 늦게 와서 어제 어떻게 다친 것인지 물으며 한참을 이야기 했다. 씩씩한 현준이는 재미있는 말을 자주 던진다. 이번에도 그렇다.
“현준아 어떻게 다친 거야?”
“놀다가 그랬어요. 아팠는데 괜찮은 줄 알고 축구까지 했어요.”
“아이고야. 아프면 멈춰야지.”
“누가 알았나요? 생일 날 다칠 줄이야.”
“진짜 생일 날 다쳐서 더 그렇다 그치?”
“아홉 살이라 그래요.”
“엉? 아홉 살?”
“아홉 살이요.”
“아 아홉 수 말이지. 하하”
시와 그림을 펼쳐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있는 건 늘 평화롭다. 그런데 저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건 맑은샘학교 시화전인데 내가 1, 2학년을 다녔던 학교야”
“와 현서다”
전학을 간 현서가 쑥 커서 동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어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조금 뒤에는 11기 졸업생 정우가 들려 동생들에게 환호를 받고, 새참을 나눠주고 갔다. 또 꿈의 학교에 오는 재경이가 지나가다 맛있는 과자를 나눠주며 인사를 하고 갔다.
뱀놀이터 잔디밭은 순식간에 야구단 연습장이 된 것처럼 남자 어린이들이 야구공 주고받기를 하고 있다. 도서관에 가서 실컷 만화책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는 어린이들에게도 시화전 공부는 즐거운 하루다.
아침 일찍 과천동 주민자치위원들과 양재천에 코스모스를 심는 일을 한 터라 그런지 하루가 긴 날이다. 어김없이 즐겁고 기쁜 날에 사람을 슬프게 하고 화를 돋우는 민원 일도 있지만 에이 욕설 한바가지 뿜어내며 마음을 닦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것이고, 자기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평생의 과제는 누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함께 살기는 역시 행복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