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란 노랫말에 걸맞게 아름답고 장대한 기암 괴석奇巖怪石이 즐비한 나라다. 비교적 풍화에 강하고, 독특한 지질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암석이 잘 보존되어 있다. 화강암을 비롯하여, 대부분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변성암류, 현무암과 응회암 같은 화산암류, 석회석이 많이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석과 지질학적으로 의미있는 암석을 볼 수 있는 우수한 자연 경관.
수억 년 전에 만들어진 암석이 어떻게 이곳에, 내 앞에 있게 되었는지를 상상하면서 과거 지구로의 여행과 함께 지질학의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암석과
자연경관
•화강암(=석영+장석+운모)
우리나라의 명산으로 불리는 대부분의 산은 '화강암 바윗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풍화에 강한 화강암은 산 정상부에 노출되어 수려한 경관을 이룬다. 이렇게 노출된 암석으로 된 산체山體를 준평원상의 '잔구殘丘
'라고 부르며, 수직절리와 수평절리를 따라 풍화되어 기기묘묘한 형상을 이룬다. 북한산, 설악산 공룡능선, 금강산 만물상이 대표적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드물게 도심에 위치한 자연공원인 북한산 국립공원에 서는, 화강암 지반이 침식되고 오랜 세월 풍화되면서 곳곳에 깎아지른 바위봉우리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을 유람할 수 있다.
절리(節理, joint)는 암석이 취성변형을 받아 내부의 응집력을 상실하여 발생한 불연속면, 즉 틈을 말한다. 대체로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는 격자 형태를 보여준다. 북한산과 설악산의 기암절벽과 암봉들은 수직절리가 탁월하게 발달하여 형성되었다. 반면 수평절리가 발달하면 암석 표면에서 양파가 벗겨지는 것 같은 박리작용이 진행되는데, 둥근 암괴들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화강암 지역에서는 절리의 방향에 따라 자연경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설악산의 암봉들은 화강암의 경연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하고 다채로운 경관을 이룬다. 이는 대규모의 화강암 관입과 이에 수반되는 차별침식(암질이나 구조[절리]의 차이에 따라 지역마다 다르 게 침식이 일어나는 것)의 결과다. 화강암의 관입이 장대한 기본 틀을 짜고, 차별침식이 험준한 지형을 비롯하여 암석 경관을 만들어낸다.
•화산암
화산암이 널리 분포한 지역은 그 경관이 독특하여 지질학적 가치가 매 우 높다. 우리나라에는 국가에서 인증하는 국가지질공원 13곳과 유네스 코가 인증하는 세계지질공원 4곳(제주도, 무등산, 청송, 한탄강)이 있는 데, 특히 세계지질공원의 대표적인 명소는 대부분 현무암, 화산 쇄설물, 응회암 같은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자연의 신비를 잘 보여준다.
현무암(玄武巖, basal)은 용암이 지표에서 분출된 다음 급속히 냉각 되어 만들어지는 회색에서 흑색의 화산암이다. 화산 쇄설물(火山碎屑物) 은 화산의 폭발적 분화에 의해 파쇄•방출된 바위 파편을 말하며, 넓은 의미에서는 화산암 이외의 바위 파편과 용암 내 무기물 집단을 아우르기도 한다. 응회암(凝灰巖, tufl)은 주로 2밀리미터 이하의 화산재나 화산 진이 쌓여서 만들어진 퇴적암이다
제주도 수월봉의 화쇄난류(火碎亂流
, pyroclastic surge)층은 「퇴적 환경Sedimentary Environments」(Reading 1996), 「화산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volcanoes」(Sigurdsson et al. 1999) 같은 지질학•화 산학 교재에 소개될 만큼 국제적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화산의 폭발과 퇴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국가지정문화재로도 지정 되었다). 무등산의 주상절리대도 화산 폭발 시 분출된 쇄설물들이 퇴적 되어 만들어졌으며, 돌기둥 200여 개가 마치 병풍처럼 300~400미터 에 걸쳐 펼쳐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경북 양남 주상절 리군은 부채꼴 혹은 누워 있거나 기울어진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부채 꼴 모양의 주상절리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탄강 지질공원도 빠뜨리면 안 될 명소 중의 하나다. 한탄강과 임 진강을 따라 용암이 흘러가면서 용암대지, 현무암 협곡, 폭포, 주상절리 등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만들었으니 '강과 용암대지가 함께 만든 멋 진 선물'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한편 청송 주왕산의 응회암층은 두께가 최고 350미터나 되는데, 화산 폭발 당시에 엄청난 규모의 화산재가 분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ialte는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 작용으로 형성된 특이한 형태의 생물 퇴적 화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에는 학자들 사이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초기 지구의 형성과 박테리아 및 미세조류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재조명을 받고 있다. 현재 3개소에 위치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 중요성과 희소성을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서해 소청도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약 10억 년 전 박테리아의 활 동을 보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평가받는다.
강원도 영월과 태백 지역의 고생대 초기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건열乾裂구조를 잘 보여준다. 경상도에 분포하는 중생대 백악기 지층에서는 호수에 퇴적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관찰할 수 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소원을 이뤄주는 돌로도 알려져 있으니, 직접 보면서 소원도 빌고 그 안에 담긴 깊은 생명의 역사도 상상해보자.
• 역암
역암(礫巖, conglomerate)은 운반작용을 통해 퇴적된 퇴적암의 일종으로, 자갈이 중요 구성물질인 거칠거칠한 알갱이 쇄설암을 말한다.
전북의 진안•무주 국가지질공원의 대표 명소인 마이산에서 역암 을 볼 수 있다. 마이산은 멀리서 보면, 두 개의 거대한 바윗덩어리(수마 이봉, 암마이봉)가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듯하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1억 년 전의 수많은 자갈과 모래가 얽히고설킨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음 을 확인할 수 있다. 역암 외에는 흙 한 줌 찾아볼 수 없는 마이산은 마 치 거대한 천연 콘크리트 형상처럼 보인다.
강원 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중 하나인 쥐라기 역암도 중생대 쥐라기에 모래나 자갈 등이 운반되다가 퇴적된 것으로, 종류• 모양 크기가 다양하다. 자갈이 퇴적된 구조를 통해서, 과거에 물이 흘렀던 방향 등 당시의 퇴적 환경을 파악할 수 있다.
• 편마암
편마암(片麻巖, gneiss)은 기존의 암석이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변성되어 생기는 암석 중 하나다. 편리片理가 굵게 발달했으며 큰 결정으로 이 루어져 있다. 대리암, 규암, 천매임, 편임, 슬레이트, 사문암, 혼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변성암 중 하나다.
구조나 조직이 여러 가지인 암석 중에서도 둥글둥글한 공 모양의 무늬(구상球狀 구조)가 있는 구상 화강편마암은 세계적으로 희귀할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주 구상 화강 편마암(천연기념물 제249호), 상주 운평리 구상화강암(천연기념물 제69호), 부산 전포동 구상반려암(천연기념물 제267호)이 산출된다. 특히 무주 구상 화강편마암은, 약 18억 7000만 년 전 대륙 충돌과 지각변동에서 발생한 막대한 열과 압력으로 화강암이 만들어지면서 구상 구조가 발달한 후에 화강편마암으로 변한 것으로 판단된다.
• 운석
운석(隕石, meteorite)이란 우주공간을 떠돌던 유성체meteoroid가 지구로 진입한 이후 대기와의 마찰에 타고 남아 지표면에서 발견된 유성meteor의 잔해물로, 흔히 별똥돌(또는 별찌돌)이라 불린다. 운석 중 에서 약 97퍼센트가 석질운석이며, 철운석이 2.4퍼센트, 석철질운석이 0.6퍼센트다.
2014년 3월 진주시 일대에 떨어진 4개의 운석이 발견되면서 운석이 무조건 고가로 거래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국민들의 운석에 대 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2014년 12월에 국회는 발견된 운석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고 국내 발견 또는 국외에서 반입된 운석을 등록해 관리하는 '운석 등록제'가 포함된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운석 등록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시행한다. 진주 운석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된 운석으로는 1980년대 말 대영박물관 운석 연감에 등재된 4개의 운석이 있다. 그중에서 운곡, 옥계. 소백 운석은 실체가 불분명하며, 두원 운석은 1943년 11월 23일 전라남도 고흥군 두원면에 떨어진 것을 당시 주민이 발견하 고서 일본인이 보관하다가 일본으로 가져가버렸다. 1999년 일본으로부 터 영구 임대하여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한편 2020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팀은 경남 합천군에 위치한 약 7킬로미터 직경의 적중-초계 분지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그곳이 '한 반도 최초의 운석 충돌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계기로 운석 충돌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의 명예 연구원 이성록 박사의 특별기고문 )
지각의 형성과정
화성암의 형성과정
퇴적암의 형성과정
변성암의 생성과정과 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