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탈당에 부쳐>
이낙연이 2021년 1월 뜬금없이 박근혜 사면론을 꺼냈을 때 나는 즉각적으로 “용서와 관용은 가해자의 몫도 정부의 몫도 아니다. 오로지 피해자와 국민의 몫”이라며 “가해자들이 진정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이제 됐다. 용서하자’라고 국민적 합의가 됐을 때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그럴 때 국민통합도 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점, 두 전직 대통령은 국민에게 제대로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다는 점, 촛불시위를 한 국민에게 허탈감을 준다는 점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이명박 박근혜 사면론에 반대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낙연이 2021년 5월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사과하자 곧바로 “잘못을 알고 교정하고 반성하는 것도 용기”라면서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니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용기 있는 사과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낙연이 2024년 1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보통 사람들은 1월에 생산적인 결심을 하곤 하는데 이분은 1월만 되면 자해적 폭거에 가까운 이상한 결단을 한다. 이해할 수 없다.
2021년 1월 정치적 폭망의 길을 선택하더니 2024년 1월 정치적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이낙연의 속셈은 무엇일까? 민주당을 박차고 떠났으니 민주당 정반대 방향으로 행군할 것이다. 낙석연대 경유해서 최종 목적지는 국민의힘 쪽에서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그의 깊은 뜻은 아닐까? 그의 이글거리는 복수심을 상상해 본다. 설마하는 상상은 곧 현실이 되기도 한 사례는 많다. 제2의 안철수처럼.
이낙연의 탈당은 왜 잘못되었는가?
이낙연은 왜 욕을 먹고 있는가?
이낙연은 왜 욕먹을 짓을 하고 있는가?
첫째, 명분이 없다.
이재명 1인 정당 핑계는 “삐진 어린애 같은 떼쓰기”에 불과하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확증편향성 못난이의 감정표출일 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보다 높은 77.77%의 압도적 지지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다.
아무리 이재명이 미워도 이재명을 뽑아준 당원과 국민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이고 반민주적 태도다. 그러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자기부정이다.
양당제의 한축인 민주당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꽃길만 걸어온 사람이 갑자기 양당제를 부정하고 다당제를 탈당의 구실을 삼은 것은 비겁하고 치졸하다.
나는 이낙연이 민주당 국회의원을 할 때, 전남도지사를 할 때, 국무총리를 할 때, 당대표를 할 때 다당제를 소리 높여 “다당제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기억이 없다. 언제 다당제에 목숨 걸었다고 다당제 다당제 하나. 아무리 궁해도 자기 자신을 부정하지는 말자. 참으로 누추하다.
셋째, 사실상 경선불복이다.
언제 탈당 결심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길게 보면 몇 년, 짧게 보면 몇 달, 줄곧”리고 답했다. 그럼 시기적으로 보아 대선 경선 직후부터 탈당을 결심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낙연으로서는 “이재명은 인정할 수 없다.”는 사실상 심정적 경선불복을 최고로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왜 그가 대선에 소극적이었는지, 왜 그렇게 이재명 대표에 대해 아니꼽게 바라봤는지, 왜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원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참 음흉한 사람이다.
넷째, 그 입으로 김대중을 말하지 말라.
탈당의 이유로 민주당에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운운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이낙연은 탈당하라고 김대중 정신이 부추기고, 탈당하라고 노무현 정신이 민주당을 쫓아냈는가?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탈당이 아니라 통합의 정치 아닌가?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통합할 때 인용할 명분이고 가치다. 탈당하면서 김대중-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욕되게 하지마시라. 이러니 사람들의 입에서 당신 이름 석자 떠올리며 욕하는 거다. 평생 민주당원이었다던 선친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마시라.
다섯째, 탈당 아닌 정계은퇴가 정답이다.
민주당 안에서 안 될 것 같으니 탈당하는 것 아닌가? 궤도 이탈 폭주보다는 잠시 멈춤이 나을 때가 있다. 화날 때 경정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인정하지는 않지만” 이낙연 입장에서는 “대선 주자도 나여야” 하고, “총선 공천권도 내 손안에 있어야” 되고, 악성댓글도 없어야 되는데 “왜 나를 욕하지?” 이런 불만불평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 하늘 한번 쳐다보고, 심호흡 한번 하고 자기 성찰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쁨도 미움도 다 자기에서 비롯된다. 인정받지 못하고 미움 받을 때는 미워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고 왜 그런지 살펴보시라. 그 정도의 품성과 경륜도 없는가?
만남도 중요하지만 헤어짐은 더 중요하다. 시작도 끝도 중요하다. 이낙연은 화려한 꽃길을 걷다가 스스로 지는 꽃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많이 화가 나있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누구를 탓하랴. 다 자업자득이다.
지는 꽃으로 먼 길을 떠나는 이낙연에게 낙화(落花)라는 시 한 수로 작별을 고한다.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이낙연의 뒷모습은 참 아름답지 못하다.
참으로 비겁하고 누추하다. 나만의 생각일까?
멀리 못나간다...잘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