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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전문 채널, 스포츠넷 LA의 리포터 앨라나 리조.(사진=이영미)
앨라나 리조 (Alanna Rizzo). 스포츠넷(SportsNet) LA의 리포터이다. 2014 시즌 스프링캠프 때부터 등장한 다저스 전담 리포터로 일반 미디어가 출입할 수 없는 영역을 넘나드는 다저스 소속의 방송인이다. LA 다저스는 2014 시즌을 앞두고 타임워너 케이블사와 천문학적인 액수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스포츠넷 LA라는 다저스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스포츠 전문 채널을 만들었다. 당시 앨라나 리조는 MLB 네트워크에서 영입돼 왔다.
다저스 전담 리포터로 활약하기 시작한 앨라나 리조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다저스 선수들과 동고동락한다. 그의 손에는 항상 마이크가 들려 있고,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덕아웃, 그라운드에서 감독, 코치, 선수들을 인터뷰한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현장을 누비며 다저스 선수들의 목소리를 담는 그의 모습은 ‘열정’ 그 자체이다. 앨라나 리조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스포츠 방송인의 역할과 전문가다운 자세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 스포츠 전문 리포터로서의 자부심
지난 시즌 스프링캠프 때부터 관심있게 지켜봤었다.
“진짜 그랬나? 그렇게 봐줘서 정말 고맙다.”
선수들 인터뷰할 때 가장 먼저 질문하는 사람 아닌가(웃음).
“(역시 웃으면서) 항상 그런 건 아니다. ESPN이나 MLB 네트워크에서 중계를 나오면 나도 뒤로 밀린다(선수 인터뷰 때는 방송 매체에서 먼저 질문하고, 순서가 끝나면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질문을 시작하는 사람이 앨라나 리조였다).”
나 역시 ‘여기자’란 타이틀을 달고 일하는 터라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LA 다저스 전담 리포터에 대해선 호기심이 컸다. 먼저, 흔쾌히 인터뷰 요청을 받아줘서 고맙다. 우선 당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의 다저스 팬들에게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다른 부분보다 스포츠 리포터 커리어에 대해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나는 콜로라도 대학교-볼더에서 언론학 석사를 마쳤다. 텍사스의 위치타 폴스에서 생애 첫 직장을 다녔고, 그 후 위스콘신의 CBS 매디슨, 그리고 나의 출생지인 콜로라도 덴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덴버에서 다섯 시즌동안 루트 스포츠(Root Sports)라는 방송국에서 일했는데 루트 스포츠는 콜로라도 로키스, 콜로라도 대학교-볼더, 덴버 대학교, 그리고 지역 고등학교 스포츠를 중계하는 방송국이다. 그 다음에는 MLB 네트워크에서 연락이 와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오디션에 합격 후 두 시즌을 그곳에서 일했다. 나의 주된 업무는 내셔널리그를 취재하는 일이었고, 포스트시즌도 커버했다. MLB 네트워크와의 두 번째 시즌이 끝난 이후, 다저스 측에서 다저스 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방송국을 만들 것이니 내게 지금의 포지션에 대한 제안을 해왔다. 여러 팀을 맡아 취재하는 것보다 한 팀을 전담해서 일하는 것도 매력적일 거라는 생각에 다저스 제안을 받아들였다.”
콜로라도에서 자라고 콜로라도 로키스를 취재한 방송인이 이제는 지구 라이벌(?) 다저스의 중계팀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콜로라도에 메이저리그 팀이 없었다. 콜로라도 로키스는 1993년에 창단됐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로키스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콜로라도 로키스가 창단했을 때는 이미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버는 내가 태어나고 성장한 지역이라 그곳의 모든 팀들을 좋아한다. LA 다저스는 역사도 오래되었고 취재를 하면 할수록 굉장히 매력적인 팀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MLB 네트워크를 떠나는 건 아쉬웠지만 나는 스프링캠프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매일 팀과 함께 여행하며 취재하는 과정을 느끼고 싶었다.”
스프링캠프 동안 매일 갖게 되는 매팅리 감독과 기자들과의 인터뷰 장면. 질문의 시작은 앨라나 리조이다.(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 내 인생의 세 차례 ‘노히트 노런’
그동안 현장을 누비며 취재한 순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언제인가.
“야구 쪽을 생각하면 난 정말 행운아였다. 콜로라도 루트 스포츠(Root Sports)에서 일하던 때였다. 2010년으로 기억하는데 애틀랜타 원정 경기에서 우발도 히메네스가 콜로라도 역사상 첫 번째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다. 더욱이 우발도 히메네스는 콜로라도 팀 최초의 19승 투수였다. 그런 역사적인 상황을 현장에서 취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다저스 전담 리포터로 일하면서 조시 베켓, 클레이튼 커쇼의 노히트 노런을 지켜봤다. 일생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노히트 노런을 세 차례나 볼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또한 기억에 남는다. 얼마 전 별세한 어니 뱅크스, 다저스 레전드 샌디 쿠팩스 등과의 인터뷰, 그리고 레전드 캐스터인 빈 스컬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다(웃음).”
지난 시즌 조시 베켓이 필라델피아 원정에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할 당시, 나도 기자석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조시 베켓의 노히트 노런은 다저스 역사상 노모 히데오 이후 18년 만에 나온 노히트 노런 아니었나.
“그래서 더 감격스러웠다. 야구가 단순한 경기 기록만을 나타내는 게 아닌 팬들에게 표현 못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다저스 전담 리포터로서 홈 경기 뿐만 아니라 팀의 원정 경기도 동행하는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부분은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 시즌이 얼마동안 진행되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월에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부터 10월이 되어야 끝나는 포스트시즌이니 아주 긴 시간들이다. 이 기간 동안 계속해서 팀과 야구 여행을 다녀야 한다. 한 시즌이 162경기인데, 지난 해에는 스프링캠프,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을 포함해서 대략 190경기 정도를 취재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약 6주간 애리조나에서 보내고, 시즌 중에는 팀과 일정을 함께 한다. 나도, 선수들도 서로 매일 보기 때문에 가끔은 피곤하거나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선수들은 항상 인터뷰에 노출돼 있고, 난 매번 많은 질문을 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선수들도, 나도 서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부분이다. 팀 전담 리포터는 팬들에게 다저스의 소식을 빠짐없이 전하고 다저스 전담 중계팀으로서 다저스라는 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다. 서로를 존중해주고 인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다. 선수들과 나는 선수와 기자의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수들과 따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절대 없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질문에 많은 답을 내놓고, 친절하게 대하는 선수에게 호감이 가지 않나.
“정말 그렇다(웃음). 기자가 좋아하는 선수는 인터뷰에 잘 응해주는 선수가 최고이다. 내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해주려 시간을 할애하는 선수를 볼 때마다 그들이 내 직업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클럽하우스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 개인적으론 그들이 모두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나의 인터뷰 대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인터뷰할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팀이 그만큼 잘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경기 후 물세례가 오히려 기쁘다고 말하는 앨라나 리조.(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 경기 후 ‘물세례’, 여벌 옷 준비해 다니는 프로
방송이나 사진을 보면,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이 샴페인 파티 중 샴페인을 뿌린다거나,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남아있는 음료수를 선수에게 뿌릴 때, 그것들을 함께 뒤집어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때 어떤 느낌을 받나.
“그런 일들이 발생할 때, 선수들이 나를 이방인이 아닌 이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만 같아 진심으로 기쁘다. 그리고 선수들이 나와 수훈 선수에게 샴페인을 뿌리는 것은 우리 팀이 승리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난 그런 기분 좋은 일들, 행복한 일들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항상 여분의 옷을 준비해서 다닌다.”
조금 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오프시즌 동안에는 어떻게 보내나.
“오프시즌은 무엇보다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이므로, 최대한 많이 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난 오프시즌 또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를 위해서 2주 동안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왔고, 크리스마스에는 콜로라도에서 가족들과 보냈고,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 뉴욕에도 다녀왔다. 그리고 많은 시간들을 나의 남편과 애완동물인 개와 함께 보낸다. 남편과 애완동물 모두 나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이번 오프시즌 동안, LA 다저스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많은 선수들의 트레이드로 인해서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지난해 94승을 한 팀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에 이동한 선수의 숫자들은 솔직히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다저스는 지난 두 시즌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인 앤드류 프리먼 사장, 파르한 자이디 단장, 스탠 카스탠 사장이 무엇을 위해 이런 변화를 주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올시즌 다저스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팀이 되었다. 헨리 라미레즈와 맷 켐프가 빠져나가면서 파워는 떨어졌지만 지미 롤린스와 하위 캔드릭 같은 수비에서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리고 하위 캔드릭 또한 얼마든지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내셔널리그 MVP와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지미 롤린스가 클럽하우스에 가져올 리더십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베테랑 선수들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1루수 아드리안 곤잘레스, 2루수 하위 캔드릭, 15년 경력의 유격수 지미 롤린스, 3루수 후안 유리베까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투수 로테이션을 보더라도 심장이 든든해지는 ‘믿을맨’들이 즐비하다. 선수들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이 팀이 우승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빈 스컬리가 본 경기 중계에 들어가기 전 30초~1분가량 그날 경기에 대한 리포팅을 하더라. 리포팅을 준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
“야구의 특성상 162경기를 매번 새롭고 재미있게 전달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그날의 스토리 라인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선발투수, 부상선수의 업데이트, 경기의 키 포인트나 선수의 키 포인트 등을 위주로 전하는 편이다. 경기 전 클럽하우스 인터뷰 또한 많은 영향을 준다. 경기 전 리포팅, 경기 후 리포팅 두 가지 경우 모두 마찬가지다. 경기 후 리포팅에서 팀이 승리를 거둘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팀이 패하는 날에는 리포팅하기가 어렵다. 그런 부분이 이 직업의 가장 어려운 점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클레이튼 커쇼 같은 경우는 굉장히 경쟁적인 선수이고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선수이다. 자기가 경기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아주 가끔 화내는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커쇼가 화를 내는 건 취재진을 향한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이해가 오가다 보니 지금은 커쇼의 모든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다. 평상시에는 더없이 인터뷰하기 좋은 선수이고 인격적으로 존경할 만한 선수이다. 난 커쇼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투쟁심을 사랑한다(웃음).”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면서 희로애락을 맛보는 다저스 전담 리포터의 자리.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한다.(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 부상 선수들을 지켜볼 때가 가장 힘들어
선수단과 동행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선수들의 희로애락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다. 어느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지나.
“아무래도 선수의 부상을 지켜보는 게 가장 힘들고 싫다. 그리고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팀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도 선수들이 항상 건강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서, 지난 해 호주 개막전이 끝난 뒤,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을 당했다. 그의 부상이 정규시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잭 그레인키, 류현진, 조시 베켓, 댄 하렌 등이 정말 잘 해주었다. 이런 부분들이 팀워크가 아닌가 싶다. 선수 한 명이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분발해 주는 부분이다. 부상을 보는 것은 정말 싫지만 그 또한 야구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30개 모든 팀이 같은 상황이고 부상 선수들은 언제나 생기게 마련이다. 부상 선수들이 결장하는 동안 다른 팀원들이 어떻게 그 부분을 채워주고 부상 선수 또한 얼마나 빨리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는지도 중요하다. 지금 다저스의 켄리 젠슨의 부상도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Fox의 에런 앤드류스, NESN의 제이미 등 여성 스포츠 리포터가 많이 늘어나는 편인데, 같은 포지션이다 보니 그들에 대한 라이벌 의식 같은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그 부분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나 같은 경우는 이 포지션에 있는 여성 리포터, 기자들은 라이벌이 아닌 동지라고 생각하고 환영하는 편이다. 서로가 서로를 돕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돕지 않는 것을 보면 실망할 때도 있다. 그리고 남자들이 대부분인 이 직업의 특성상, 이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도 서로 잘 알고 있다. 물론 나는 성별을 떠나서 이 직업에 있는 누구든지 돕는 편이지만 같은 직업에 있는 여성들을 돕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스포츠 리포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 리포터라는 직업을 꿈꾼다.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해준다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일을 잘 해내기 위한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이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운이 좋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아주 매력적인 일이라고 얘기해준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많은 일을 해내야하는 직업이다. 특히 엄청난 희생을 요구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다저스를 전담 취재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학원 졸업 후 11년 동안 이 일을 했는데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처음 이 일에 발을 들여 놨을 때는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을 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휴일을 가족과 보내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금요일 저녁의 여가생활도 포기해야 한다. 사생활에 대해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다. 물론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직업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장점을 취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온 기자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류현진 선수에 대한 질문을 빠뜨릴 수가 없다. 앨라나 리조가 생각하는 류현진은 어떤 선수인가.
“류현진 선수에 대해 묻는 건 당연하다. 이 기사는 한국 팬들이 보는 것 아닌가. 난 개인적으로 류현진 선수를 ‘선수로서’ 좋아하고 인정하다. 그리고 속상하다. 그가 얼마나 과소평가되어 있는 메이저리거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물론 다저스 내에서는 그의 능력과 가치를 잘 파악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 또한 그가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전체를 보면 그가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크게 과소평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일반적인 선수들에 비해 특징이 강한 선수이다. 일반적인 투수들처럼 불펜에서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되고 체형 또한 다른 투수들과 차이가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를 보면 그의 체형이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슬림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선수 스스로가 메이저리그 3년째를 맞이하면서 어떤 자세로 캠프를 준비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류현진 선수는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아주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없는 다저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앨라나 리조는 푸이그, 류현진, 유리베가 연출하는 '다저스 극장'의 열혈 시청자였다.(사진=다저스 포토블로그)
# 류현진의 농담 이해하려면 한국어 배워야 해
전담 리포터로서 류현진 선수를 인터뷰하는 부분은 어떠한가(웃음).“
“류현진 선수를 볼 때마다 내가 한국말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작년에 마틴이 통역을 담당했고 올해는 아담(김태형 씨)이 통역을 하는데 종종 류현진 선수의 농담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우리로선 통역의 말에 의존해야 하다 보니 그가 하는 농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다. 류현진 선수의 인터뷰를 대할 때마다 그가 얼마나 팀을 생각하고 팀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다저스에서도 그를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덕아웃에서 푸이그, 유리베, 류현진 선수 등이 장난을 많이 친다. 방송하는 입장에선 그들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나.
“세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장난치는 장면은 내가 아주 ‘사랑하는’ 모습들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냥 ‘형제’이다. 그들은 야구를 즐기면서 하고 모든 부분을 유쾌하게 승화시킨다. 셋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세 사람이 갑자기 점잖아지거나 장난을 안 치거나, 그래서 덕아웃이 조용해진다면, 매우 슬플 것 같다(웃음).”
일을 하다 보면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주 중요한 질문을 했다. 나도 선수들과 식사를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방송국 중계팀과 함께하는 자리이다. 그렇지 않고 선수들과 개인적인 만남을 갖고, 식사를 하는 일은 절대 없다. 그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아니다. 제3자가 봤을 때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여기까지 얼마나 어렵게 걸어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내가 쌓은 명성을 존중받기를 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싶다. 여성 리포터나 방송인이 선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남자와 달리 여자한테 불공평할 수도 있지만, 그게 현실이다.”
올시즌 다저스에 대해 전망을 한다면?
“좀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이 팀이 올해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 정말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다. 딱 한 가지의 걱정은 불펜이다. 켄리 젠슨의 부상으로 7~9회를 누가 막아줄 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지난해에는 선발과 켄리 젠슨을 이어줄 부분에서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면 올해는 켄리 젠슨이 결장하는 동안 이 7~9회를 누가 막아주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헨리 라미레즈와 맷 켐프의 이적에 따른 파워 감소는 수비의 보강으로 인해 걱정이 없다. 다저스의 선발투수진 또한 뛰어나다.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우리가 못 이길 이유가 없다. 지구 우승에 대한 걱정보다는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당신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복권 당첨이 최종 목표이다(모두 폭소). 최종적인 커리어 목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다저스를 전담하는 일이 행복하다. 내 계약상 최소 2년 더 다저스를 전담하게 되는데 재계약 이야기는 그때 다뤄지겠지만 현재 일이 아주 좋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한국의 다저스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달라.
“안녕하세요, 한국의 다저스 팬 여러분! 스포츠넷 LA의 앨라나 리조입니다. 좋은 기회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전 여러분들이 다저스를 좋아하고 류현진 선수의 경기를 즐겨보는 것이 기쁩니다. 다저스 또한 류현진 선수와 함께하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올시즌 류현진 선수에게 바람이 있다면, 류현진 선수와 인터뷰할 때 물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아시죠? 류현진 선수가 성공적인 2015 시즌을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들도 다저스 선수들과 함께 행복한 한 시즌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이영미 기자, 도움=정재우>
류현진에 대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강조하는 앨라나 리조의 얘기는 한국 기자에 대한 립서비스가 결코 아니었다.(사진=이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