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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집] 조슈아 폰 아르님(Josua von Arnim) - Chapter4. 메르헨
어린 클로에 :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양차 먼 곳에 다녀오셨다던데, 몸은 괜찮으세요?
어린 조슈아 : 걱정해 주신 덕분에요.
어린 클로에 : 건강하신 듯 하니 저도 기쁘군요.
…무슨 병인데 이렇게나 깨끗하게 나으셨을까?
어린 클로에 : 어떤 사람들은 요양을 간다는 핑계로 여기서 도망치신 거라고 하지만…
꼬마 도련님은 겁쟁이가 아니니까, 그럴 리 없겠죠?
어린 조슈아 : 아하하. 그거 좋은데요.
어린 클로에 : 네?
어린 조슈아 : 좋네요, 핑계.
핑계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있다면 다시 한 번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어린 클로에 : 화려한 켈티카보다 흙냄새가 풍기는 시골길 쪽이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군요.
어린 조슈아 : …클로에 양은 여기에서 떠나 본 적이 없으시지요?
어린 클로에 : 그건….
어린 클로에 : (그래… 난 여기에서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
한 번도.)
어린 클로에 : …정말로 요양지가 마음에 드셨나 보군요.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얼굴로 멍하니 하늘을 보고 계시다니.
어린 클로에 : 날아서라도 가실 생각인가요?
어린 조슈아 : 날 줄 안다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에서 해야할 일이 있는 모양이니까 별 수 없죠.
클로에 양도 아시겠지만, 우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처지니까요.
어린 조슈아 : 클로에 양이라면 날 수 있어도 가지 않으시겠죠.
저와는 달리 착실하시니까.
어린 클로에 : (갈 거예요. 꼬마 도련님.
당신은 나에대해 잘 모르는군요.)
어린 클로에: 칭찬이신가요? 아니면 꽉 막혔다고 조롱하시는 걸까…?
어린 조슈아 : 어라… 훌륭한 칭찬인데요.
클로에 양은 뭘 결정하든 서슴없으실 것 같아서, 저도 본받고 싶거든요, 클로에 양의 그런 점.
어린 조슈아 : (그 동안의 나는 아무래도 가지고 싶은 것도, 굳이 결정 내리고 싶은 것도 없었으니까.
만사를 물처럼 흘려 보내 버렸어.)
어린 클로에 : ….
분위기가 조금 변하신 것 같네요.
어린 조슈아 : 아하하.
그런가요.
어린 조슈아 : (이전에 나에겐 없던 약속이 생겼으니까.
꼭 다시 돌아가기로…)
어린 클로에 : 저는….
폰티나가 하녀2 : 클로에 님, 공작님께서 부르십니다.
어린 클로에: 먼저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어린 조슈아 : 안녕히 가세요.
[랑켄의 임시 연구소]
랑켄 : 오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역시 제군들은 매우 흥미로운 실험체임이 틀림없네.
막시민 : 어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마치 우리가 물건 같잖아.
시벨린 : 하하. 랑켄 씨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한두 번도 아니잖아.
난 이제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달까….
막시민 :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니까 그렇지. 안 그래 아줌마?
밀라 : 아줌마라고 부르지 말랬지?
막시민 :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는데? 적절한 게 없잖아.
한번 말해 보시던가.
조슈아 : 누나라고 하면 되잖아.
조슈아 : 누님 보다는 낮지 않아? 그때 분명히 막시민이 밀라씨 보고 누….
막시민&밀라 : 그만!!!
시벨린 : 하하하. 역시 조슈아 씨는 유머 감각이 넘치는군요.
랑켄 : 응? 누나라니 무슨 말인가?
랑켄 : 분명히 생체학적 기준으로 볼 때 안경 쓴 실험체 군이 주황 머리 과격한 실험체보다 낮은 연배
임에는 분명하지만 사회학적으로 쓰이는 누나란 말은 종종 다른 의미를 지닐 때도 있어서….
막시민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랑켄 : 오오! 좋은 질문일세.
역시 안경 쓴 실험체는 진취적이군.
랑켄 : 진정한 학자라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기 마련이라네.
하지만연구를 후원하는 후원자라면 어떨 때 기쁨을 느끼겠는가?
조슈아 : ….
연구에 대한 결과를 알게 되었을 때겠죠.
랑켄 : 그렇지! 역시 똑똑한 실험체는 다르군.
모두 알겠지? 그러니 어서 출발하세.
밀라 : 자. 잠깐. 지금 이대로?
대체 어디로 가겠다는 건데?
랑켄 : 어디긴 어디겠나.
위대한 과학자 랑켄님의 연구를 후원해 주는 폰티나 공작가 말이네.
시벨린 : 폰티나 공작 이라면….
분명 그 환상 속에 나왔던 레이디의…?
시벨린 : 랑켄 씨…에게 말해야 하는 건가요?
막시민 : 괜히 일 복잡해 질 것 같은데 그냥 둬.
저 빨강머리 일만으로도 충분히 성가시다고.
밀라 : 그래. 환상에서 한번 봤을 뿐이잖아.
랑켄 씨에게 말할 만큼 확실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벨린 : 그렇지만 켈티카는 너무 긴 여정 아닌가요?
이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닌 듯 한데요.
랑켄 : 예의 바른 실험체는 나를 믿지 못하는가 보군.
워프의 효용성을 향상시켜주는 실험체 군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조슈아 : (켈티카는 좀 곤란한데…)
조슈아 : (하지만 폰티나 가의 움직임도 그렇고, 저번에 본 환상도 그렇고….)
랑켄 : 만년설 산장 외부처럼 넓은 공간만 있다면 켈티카 정도야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네.
자, 어서 가게나.
막시민 : 하여튼 이 대책 없는 빨강 머리는….
막시민 : 에라~ 나도 모르겠다~.
의뢰비나 두둑~이 챙겨야지.
조슈아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야 한다고 했으니까….)
막시민 : 뭐해? 빨리와.
조슈아 : 응.
로리아 : …소문대로 그 댁은 으리으리했다고, 다녀온 아가씨들마다 난리예요.
폰티나 가(家) 말이에요.
로리아 : 하아~ 나도 가보고 싶다….
니네트 : ….
로리아 : 귀족가의 모임엔 멋있는 분들도 많이 있다지요?
멀리서 온 귀족 분들의 호위기사는하나같이 번쩍번쩍한 옷을 입고, 값비싼 보석으로 장식한 검을
가지고 있대요.
로리아 : 이야기책에 나오는 기사님들 같아~
멋지다.
니네트 : 왕실에 머물고 있으면서 이치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시는 군요.
로리아 양.
로리아 : 물론 근위대에 속한 기사분들도 멋있긴 하지만….
진짜 기사하고는 다르잖아요.
로리아 : 신분이 높은 기사분들은 우리 같은 건 어차피거들떠도 안 보시니깐….
아무튼, 그런 연회에서는 막 멋있는 로맨스가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로리아 : 어때요, 에블린 아가씨?
에블린 님도 초청 받아서 다녀오셨다면서요?
로리아 : 네? 네?
에블린 : 그…그게…
글쎄요, 로리아 양.
네리시아 : 뭐 어때요? 에블린 양.
연회 중에, 길든스턴 님은 소문대로 참 멋지다고 저한테 그러셨으면서~!
에블린 : 네, 네리시아 양…
저기… 그건…
로리아 : 길든스턴 님?
음~ 릴번 가(家)의 길든스턴 님이 오셨어요? 우와~ 저도 성함은 들어 보았지만, 뵌 적은 없는데….
에블린 : 그… 그…. 멋지긴 했지만, 그렇지만…
그게….
로리아 : 귀족 아가씨들은 이야기 책에 나오는 것처럼 멋있는 연애를 해볼 수 있겠죠?
하아… 아가씨들이 정말 너무너무 부러워요.
로리아 : 저희는 하루 종일 왕성에 갇혀 잇으니까, 별로 재미있는 일도 없거든요.
에휴… 지루해라. 그렇지, 니네트 양?
니네트 : 아….
응….
네리시아 : 그 연회에 또 누가누가 왔냐면~
음… 일단 메트카프 가의 니겔 님하고, 그리고….
네리시아 : (사실은…
사실은… 정말로 책 속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낭만적인 사랑을 해보고 싶었어.)
네리시아 : (반짝반짝 아름다운 왕자님을 만나 보고 싶어.
그런 왕자님이랑 멀고 위험한 곳으로 모험을 떠나고,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려도 무섭지 않을 만큼
굉장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네리시아 : (….)
네리시아 : (만약에… 만약에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어떤 슬픔도 괴로움도, 사랑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거라면.)
네리시아 :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인어공주처럼 내 모든 걸 바칠 거야.
기꺼이 목소리도, 왕관도, 전부 버리고 인간의 다리를 얻을 거야.)
[엘티보 만년설 산장 외부]
랑켄 : 흠… 그래 이걸 여기에다가 놓고….
아아, 이건 이렇게 하면 되겠군. 그래. 좋아.
랑켄 : 자, 그럼 지금 당장 워프를 하도록 하세나.
자네들은 일상생활에서의 과학적 활용일는 영광스러운 과학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거라네.
랑켄 : 어때?
매우 감동적이지 않은가?
밀라 : ….
별로요.
밀라 : 하긴. 저 멀리 이상한 사막이나 탑이 아닌 도시로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긴 하네.
막시민 : 워프 실험 따윈 여행이나 다니는 한가로운 녀석들이랑 하면 좋잖아.
우리 괴롭히지 말고.
랑켄 : 음음. 그건 안경 쓴 실험체가 잘못 생각하는 거라네
랑켄 : 자네들이 무슨 매개체가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네들과 여행하면 많은 양의 마석이 필요
하지 않단 말일세.
시벨린 : 얼굴 펴라고. 막시민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간편한 여행이잖아.
막시민 : 하긴. 웬일로 심부름을 안 하는 군.
보수만 넉넉하다면 이런 의뢰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밀라 : 그런데 뭘 이렇게 많이 늘어놓은 거에요?
여행 준비는 다 하신 거에요?
랑켄 : 천재 과학자 랑켄님을 어떻게 보는 건가?
필요한 물건은 모두 챙겨두었다네.
랑켄 : 나의 연구를 기록할 노트와 필기 도구. 간간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 둘 메모지. 그리고 나의
천재적인 업적을 적어 둔 문서들과 워프에 필요한 엘카난!
랑켄 : 어떤가.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하지 않은가? 하하하하.
밀라 : 저…저기.
음식은요? 갈아입을 옷이랑 칫솔…. 그것도 아니면 수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아요?
랑켄 : 응?
하지만 그건 연구에 필요한 재료들이 아닌데?
막시민 : 뭐야?
이 빨강 머리 녀석, 준비라곤 하나도 안 되어 있잖아!
막시민 :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 쓸모없는 고철들을 가지고 어떻게 여행을 가겠다는 건데?
밀라 : 랑켄 씨?! 듣고 있어요?
조슈아 : …전혀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시벨린 : 어쩔 수 없죠. 우리가 구해 오는 수밖에.
시벨린 : 간단한 건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 랑켄 씨가 먹을 음식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치즈 샌드위치 20개와 건강식 버터 문어구이 10개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막시민 : 으으….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막시민 : 이 의뢰비는 두둑히 받아내고 말 테다.
랑켄 : 오오. 어서 오게나. 자유분방한 나의 실험체들.
준비가 모두 끝났다네.
밀라 : 자, 이것도 챙겨 넣으세요.
막시민 : 정말 준비 다 된거야?
막시민 : 기계가 고장 났네, 재료가 필요하네, 어쩌네 하면서 이거 구해와라 저거 구해와라 시키는건 아니지?
랑켄 : 걱정 말게나.
원래는 최고급 엘카난이 한 더미는 필요하지만 실험체들이 잇으니 걱정 없다네. 핫핫.
시벨린 : 랑켄 씨 기분이 매우 좋으신가 본데요.
막시민 : 머릿속에 자기 좋은 것만 채워놓은 사람인데 그럼 기분이 안 좋겠냐?
랑켄 : 음음~ 실험체들도 좋아하니 나도 매우 기쁘다네.
막시민 : 그러니까 대체 누가?
조슈아 : (엘카난이 필요 없다라….
혹시 그건 우리가 탑에서 본 환상… 하고도 관련이 있는 걸까?)
조슈아 : (그 열 세 조각으로 나눈 접근권이라는 건 대체로 한 사람에 하나씩… 이니까.)
조슈아 : (각자가 가지고 있을 아티팩트와 지나치게 잘 맞아떨어지잖아.
설마 아티팩트를 지닌 자가….)
밀라 : 역시나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 따윈 없는 거군요.
랑켄 : 자~그럼-
출발해 보도록 할까?
카밀 : …그러니 공녀가 움직이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이왕이면 더 이상 성가시게 떠들 수 없게끔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카밀 :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요.
그레그 : 바로 그 임무에 실패하고 돌아온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지금 와서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공녀를 어떻게 찾아내서, 어떻게 죽일 수 있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흥.
카밀 : 생각을 바꿔 보십시오.
공녀라고는 해도, 그 지위를 제외하면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합니다.
카밀 : 그 발언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지위 뿐.
그렇지 않습니까?
그레그 : …?
오를란느 공작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프레넬 백작가에서 얼마전 보내 온 서신은 보았네만.
오를란느 공작 : 새삼스럽게 섀도우&애쉬를 끌어들여 뭘 요구할 생각인가?
그들은 지난 번에도 우리들의 의뢰 수행에 실패한 작자들인데 말일세.
카밀 : 물론,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그들도 지위 앞에는 약하니까요.
카밀 : 소속이 없는 만큼, 큰 권력에는 약하기 그지 없지요.
그러니 이번에는 그들에게도 빚을 갚을 기회를 주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카밀 : 후후후.
오를란느 공작 : 흐음…?
카밀 : 공녀로서 말할 수 없으면 문제는 해결 됩니다.
대공제(大公弟) 전하.
카밀 : 다시 말해… 공녀가 살아있다 해도, 스스로 존재를 전명하기 전에 선수를 치자는 것입니다.
적당한 자리에서, 저 사람이 공녀다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이 죽어 버린다면…?
카밀 : 곧바로 매장해 흔적을 없애면 공녀는 죽었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됩니다.
어차피 공녀를 알아볼 수 있는 자는 극소수니까요.
오를란느 공작 : 호오… 과연.
아무도 감히 의심할 수 없을 만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들은 우연히 공녀를 발견하고 마음
아프게도 그 죽음을 목격한다… 라는 건가?
그레그 : 그,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에 공녀가 등장한다는 게… 가능합니까?
보는 눈이 많으면, 분명 공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카밀 : 오를란느 국내가 아니면 가능합니다.
그래서 섀도우&애쉬의 손을 빌리는 겁니다. 아직 모르시겠습니까?
카밀 : 그녀는 외부에서 출전하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저는 놀라고, 미처 재회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애석하게도 살해당하는 거죠.
…적당한 무대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오를란느 공작 : 공녀 살해자로 누명을 뒤집어 쓸 만한 용병을 구해 주겠다는 건가?
섀도우&애쉬는 말일세.
오를란느 공작 : 그게 자네가 말한 빚…?
그럴싸한 이야기로군.
그레그 : 용병… 출전…?
아, 이제 알겠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켈티카 근처 숲]
시벨린 : 도착… 한 건가?
막시민 : 의외로 잘 도착 햇나 본데?
사막이나 화산 꼭대기에 떨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말이야.
밀라 : 그런데 여기는 어디쯤이지?
조슈아 : 켈티카 근처의 숲인 것 같습니다.
밀라 : 응? 조슈아씨는 여기에 와 본적이 있어요?
랑켄 : 응?! 최근에 이 근처 어디선가 공간의 불균형이 있었나 본데?
이러한 균열은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분명히 저쪽에서….
막시민 : 공간의 불균형?!
대체 그런건 어떻게 아는 거야?!
막시민 : 걸어다니는 계측기도 아니고….
조슈아 : 워프 자체가 공간 이동을 의미하니까… 랑켄 씨가 소지한 기계에 무언가 표시 되는 거겠지.
밀라 : 랑켄 씨?! 어디 가시는 거에요?
막시민 : 이곳까지 와서도 속을 썩이는군.
조슈아 : 노래하는 숲쪽으로 가는데요.
위험할 수도 있으니 얼른 따라가죠.
밀라 : 이봐요!! 위험한데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구요!
근처에 몬스터가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밀라 : 이건 뭐 물가에 내 놓은 애도 아니고… 한 순간도 눈을 땔 수가 없다니까.
랑켄 : 오… 이 흐름과 패턴은 참으로 흥미롭군.
응?
랑켄 : 으응? 뭐지? 천재 과학자를 환영하는 건 알겠네만 이렇게 다가오면 주위를 살펴볼 수가 없지 않은가.
지금 나는 주변 마력의 흐름을 살펴봄으로서 타인의 이용성과 또 다른 활용법에 의한….
막시민 : 저 빨간 머리는 다 죽게 생겼는데 뭐라고 떠들고 있는 거야?
밀라 : 그러게 내가 위험하다고 했잖아! 이럴 줄 알았다니까!
랑켄 : !!
조슈아 : 조심해요!!
밀라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가르니에 : 아닙니다. 위험에 처한 이를 보면 도움을 주는 게 기사로서의 당연한 도리지요.
막시민 : 이 빨간 머리, 혼자 돌아다니다가 사고 칠 줄 알았다니까!
프리넬 : 다치지 않으셨나요?
랑켄 : 천재 과학자의 목숨은 쉬이 꺼지지 않는다네.
하늘도 훌륭한 인재의 부재에 대한 슬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핫핫.
막시민 : 내가 하늘이라면 단순히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당신을 안 데려가는 걸거야….
프리넬 :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 머리를 다치신 것 같은데….
시벨린 : 하하… 지극히 정상인 것 같은데요.
시벨린 : …아?
시벨린 : (뭐지? 이 기분은….)
가르니에 : 왜 그렇게 빤히 바라보십니까?
혹시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시벨린 : 아, 아닙니다.
시벨린 : …
시벨린 : 혹시 전에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성함이….
프리넬 : 지나친 관심은… 거절하겠습니다.
관심을 호의로만 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요.
시벨린 : 아….
가르니에 : 쯧쯧. 꼭 그렇게 냉정하게 말을 해야겠어?
가르니에 : 꼭 좋은 일 하고도 욕 얻어 먹는 녀석이라니깐.
프리넬 : 우리가 한가롭게 여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가르니에 : 아아. 알았어.
가르니에 : 먼저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서툰 여행객님들, 부디 좋은 여행 하시길~.
시벨린 : (가슴에 무언가 차 있는 듯 답답해. 어째서지?)
조슈아 : 시벨린씨?
시벨린 : 예. 금방 갈게요.
????? : 저자는… 틀림없어.
저 자야말로 그 유명한 진홍의 사신…!
[켈티카]
밀라 : 꽤 화려한 도시네?
사람들 복장도 화려하고.
시벨린 : 미인들도 많고 말이죠.
밀라 : 하여튼 저 버릇은….
시벨린씨는 그렇게 미인들이 좋아요?
막시민 : 정정하라고.
막시민 : 미인이 아니라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시벨린 : 하하하. 아름다운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요?
모든 여성들은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안 그런가요?
랑켄 : 오오. 정확한 계산에 의해 작성된 수식을 볼 때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건가?
랑켄 : 수많은 숫자들과 기호들이 하나의 공식에 의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지.
시벨린 : 하.하. 뭐…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만….
막시민 : 이런 멍청이들하고 같이 다니고 있다니… 나 자신이 창피하다.
막시민 : 이봐? 계속 여기서 헛소리할거야?
갈 곳이 있어서 이쪽으로 워프해 온 거 아니였어?
랑켄 : 오오. 그렇군.
역시 안경 쓴 실험체는 이동의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군.
조슈아 : 폰티나 공작을 찾아볼 생각이신가요?
랑켄 : 그렇다네. 보고를 해야 하니까.
똑똑한 실험체도 같이 갈 건가? 나보다는 못하지만 실험체의 지식이라면 보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걸세.
조슈아 : 아닙니다.
다른 분들은 이곳이 처음일 테니 같이 근처 구경이나 하고 있겠습니다.
조슈아 :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면 곤란하니까.)
시벨린 : 조슈아 씨가 마을을 안내해 주는 건가요?
자상하시군요.
시벨린 : 친절은 신사의 필요 매너죠. 하하하.
랑켄 : 낯선 곳을 탐문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커다란 기쁨이지.
그럼 밤이 되면 카페에서 다시 보도록 하게나.
밀라 : 조슈아 씨는 이곳이 처음이 아닌가봐요?
이곳에 여행온 적 있으세요?
조슈아 : 아닙니다.
막시민 : 여행은 무슨? 이 녀석 여기서 살…
막시민 : (이거 괜히 아는 척했다가 친구네 어쩌네 골치 아파 지는 거 아냐?)
밀라 : 뭐?
막시민 : 아, 아냐.
뭐 어디 쓸데없는 책에서라도 봤겠지.
막시민 : 일단 자리나 옮기자.
여기는 너무 번쩍번쩍해서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단 말이야.
조슈아 : 일단은… 저쪽 서민가 부터 가 보는 게 어떨까요?
조슈아 : (괜히 광장을 돌아다니다가 집안 사람들의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시벨린 : 좋습니다.
모름지기 다른 곳의 문화를 체험하려면 서민들의 삶을 살펴보라고 했지요.
조슈아 : 그럼 가 보죠.
[켈티카 왕성]
루신다 : 어딜 그렇게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 게야?
어린아이처럼 잔뜩 신이 나서는….
네리시아 : 그치만~ 그치만 저, 왕성에 오는 건 처음인걸요!
보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고,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너무 재미 있어요!
네리시아 : 내일은요, 오늘 아침에 처음 알게 된…
루신다 : 네리시아.
네리시아 : …네?
루신다 : 치맛자락 끝이 엉망이구나.
귀족가의 영애답게 처신을 조심하라고, 그렇게나 일렀거늘.
네리시아 : 이, 이건….
루신다 : 하긴. 어차피 이 왕성에서 거니는 것도 마지막일 지 모를 일이니, 실컷 놀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제 곧 혼례 준비를 하러 돌아가고 나면, 다시 수도를 방문할 일도 없을 테니까.
네리시아 : ….
루신다 : 그럼 나는 다른 일이 있어 가 볼테니, 나쁜 소문 나지 않도록 얌전히 있거라.
괜히 집안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말이다.
루신다 : 탐나는 아가씨라는 소리는 못 듣더라도 천방지축이더라는 수군거림은 듣지 않아야 할 게 아니냐?
알았니, 네리시아?
네리시아 : …네.
루신다 숙모님….
네리시아 : (….)
네리시아 : (그래… 이제 곧 혼례 준비를 하기 위해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
준비를 마치면 곧바로 식을 올리러 약혼자의 영지로 떠나게 될거고.)
네리시아 : (약속된 날짜에 혼례를 올리면… 그러면…
잘 알지도 못하는 영지에서 평생을 보내는 거야, 귀부인으로서 아이를 낳고, 낯선 말투를 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네리시아 : (…그리고는 진짜 사랑 같은 건 한 번도 못해 본 채로, 이야기 책만 동경하면서 살아가겠지.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서 창 밖만 내다 보게 될테지….)
네리시아 : (…그러니까 마지막이야.
이게 마지막이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으니까, 이번 딱 한 번만….)
네리시아 : (이야기 책에 나오는 것처럼 자유롭게,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떠나 보고 싶어.
딱 한 번만….)
막시민 : 돈이 없어서 아무곳도 못 간다는게 말이 돼??
그 동안 힘들게 랑켄 씨 심부름은 왜 한건데.
막시민 : 얼른 그 빨강머리 녀석한테 돈 받아 와!
시벨린 : 아아… 왠지 피곤하네요.
밀라 : 아, 모르겠다.
나도 귀찮아.
로리아 : 길거리에 저처럼 생각없이 주저 앉아 있다니 평민들은 참~ 이해가 안되네요.
생각이 없는 건지 매너가 없는건지 모르겠지만.
네리시아 : 으… 응.
로리아 : 옷에 먼지 묻고 구겨질 텐데 신경도 안 쓰이는 걸까요?
고양이가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는데 불결하지도 않나 봐요?
네리시아 : 그… 그러게.
네리시아 : (오히려 편해 보이는데….
나도 다리 아플때 편하게 주저 앉아 있고 싶어….)
로리아 : 아가씨가 우울해 보이시길래 모시고 나왔는데 괜한 곳에 모시고 왔나 보네요.
지저분하니 어서 돌아가죠.
네리시아 : 그래.
네리시아 : 아, 그러고보니 내가 약속이 있는 걸 깜빡했네.
이곳에서 이모님을 만나기로 했거든.
로리아 : 어머? 그러셨어요?
그럼 같이 기다릴까요?
로리아 : …그런데 여기서 기다리기로 하셨어요??
네리시아 : 아, 아냐.
궁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잠깐 쉬고 싶어서 말이야.
네리시아 : 여기서 잠깐만 쉬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 들어가. 알았지?
로리아 : … 네. 그럼 먼저 들어갈 테니까 조심히 들어오셔야 되요~.
네리시아 : (그러니까 딱 한번만 이야,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막시민&밀라 : 배고프다.
네리시아 : 당신. 돈이 없는거야?
내가 돈 많~이 줄테니까 내 호위 기사 할래?
시벨린 : 저 말입니까? 레이디?
네리시아 : 그래. 당신. 옷은 좀 지저분 하지만 얼굴도 반반하고….
어려운 일은 아니야, 내 호위라고 해도, 별로 할일이 있는 게 아니거든.
네리시아 : 난 아주 얌전하고, 이곳운 평화로우니까.
밀라 : 아가씨. 우리는 용병이에요.
마음은 알겠는데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요.
막시민 : 시벨린 보고 얼굴이 반반하다니….
살다 보니 별 소리를 다 듣네.
막시민 : 아, 이런 어린아이 소꿉장난 같은 거 말고 보수 두둑이 주는 쉬운 의뢰 어디 없나….
네리시아 : 용병? 돈을 받고 의뢰를 들어주는 사람들 말이야?
네리시아 : 잘됐네!!
네리시아 : 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그곳까지 나를 데려다 줘, 그럼 내가 보수는 후하게 쳐 줄게.
막시민&밀라 : 보수? 후하게?
시벨린 : 이거… 꽤나 솔깃한 제안인데요.
마침 저희들도 돈이 다 떨어져서 난감하던 참이거든요.
밀라 : 좀 독특한 아가씨 인것 같긴 하지만….
좋아. 의뢰라면 환영이야.
네리시아 : 와아~ 수락 하는 거야?
그럼 이따 밤에 노래하는 숲으로 와. 알겠지?
조슈아 : …밤이요?
조슈아 : (으흠. 귀족가 아가씨가 밤에 숲속에서 용병에게 할 의뢰라….)
네리시아 : 그래. 밤.
빨간 머리 당신! 잘생긴 얼굴 잘 기억해 뒀으니까 꼭 와야돼. 알았지?
막시민 : …잘생긴?
시벨린 : 하하. 제 이름은 시벨린 이라고 합니다. 그럼 그 곳에서 보도록 하죠.
네리시아 : 나는 페라라(Ferrara)의 네리시아.
안녕~ 그럼 이따가 봐요!
[노래하는 숲]
네리시아 : 이건 왠지 밀회… 밀회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해.
네리시아 : 얼른 가자.
시간이 없어. 갈 곳이 아주 많으니까.
밀라 : 어디로 갈 생각인데?
우리 같은용병에게 의뢰를 할 정도면 분명 생각해 놓은 곳이 있을 것 같은데…?
네리시아 : 우웅. 루모리로 갈 거야!
시벨린 : 루모리?
귀한 숙녀 분을 모시고 가기엔 꽤 먼 거리네요.
막시민 : 까짓 것 워프 이용하면 금방이잖아.
얼른 갔다 와서 보수를….
네리시아 : 그, 그건 안돼!
그건 절대로 싫어!!
막시민 : 에에??
어째서??
네리시아 : 그… 그건….
에잇! 내가 의뢰한 거잖아. 그걸 일일이 설명해야 돼?
네리시아 : 날… 날이 밝기 전에 떠날 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어서 가자고, 어서!
조슈아 : (뭔가 불안해 보이는데… 설마 몰래 빠져 나온 건가?)
밀라 : 알겠어, 알겠다고.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되는 거야?
준비는 다 했어?
네리시아 : 준비?
아! 잠깐만.
네리시아 : 실은 내가 내 손으로 직접 여행 준비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나름 준비한다고 준비해 왔는데 모자라는 게 있더라고.
네리시아 : 핑크빛 삼겹살 30개, 웅담 1개하고 금빛 꼬리털 5개정도만 부탁할게.
막시민 : 여행하는데 왠 웅담?
막시민 : 게다가 왠 금빛 꼬리털?
그건 팍스후드 한테만 얻을 수 잇는 거잖아. 그걸 우리보고 구하라고?
네리시아 : 응. 당신들은 내가 고용한 거잖아.
그러니까 잔소리 말고 구해와.
밀라 : 아아… 이거 왠지 골치 아픈 의뢰를 맡아 버린 것 같은데….
네리시아 : 날이 밝기 전에 떠나고 싶으니까, 서둘러줘.
늦으면 안돼. 알겠지?
시벨린 : 밤에, 여기로 돌아오면 되는 건가요?
아리따운 숙녀를 기다리게 할 순 없지요.
시벨린 : 최대한 빨리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네리시아 : …뭘 이렇게 꾸물거리는 거야?!
시간이 없다고! 어서, 어서 출발해야 한단 말이야~!!
네리시아 : 이, 이런건 아무래도 좋다고!!
날이 밝기 전에 어서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조슈아 : (역시 몰래 빠져 나온 모양이군.
혼자 켈티카까지 놀러 오지는 않았을 테고….)
조슈아 : (분명 손님으로 와 있는 걸 텐데…
몰래 도망친걸 알게 되면 그 콧대 높은 귀족들 체면이네 어쩌네 한바탕 시끄럽겠군.)
네리시아 : 어… 어쨌든! 어서 출발해야 해.
내 의뢰, 들어준다고 했잖아? 용병이니까, 들어주겠다고… 그렇지?
네리시아 : 그러니까 어서 출발해.
빨리! 저주에 걸린 왕자님을 만나러 가는 게, 내 의뢰니까!
밀라 : 저주에 걸린 왕자님??
그건 무슨 어린애 같은 소리야?
시벨린 : 워프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하셨으니… 그럼 마차를 타고 가는 건 어떨까요?
네리시아 : 아, 안돼!!
밀라 : 마차도 안돼? 어째서??
네리시아 : 암튼 안된다면 안돼!!
그러니까 얼른 가잔 말이야.
막시민 : 재촉해도 소용없다고. 워프도 안 된다고 하고, 마차도 안 된다고 하고.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
네리시아 : 그, 그건…
그건… 으음…아, 아무튼! 빨리! 어쨌거나, 출발하면 되잖아~!!
시벨린 : 사랑스런 레이디.
레이디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빨리라고 말씀하셔도… 걸어가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은데요.
네리시아 : 그렇게 긴 거리는 걸어본 적이 없지만…
그, 그래도 별 수 없지요. 뭐….
시벨린 : 레이디의 고운 발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시벨린 : 네.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아마도, 켈티카를 벗어나 남부 아노마라드 쪽으로 가면 그쪽의 워프 포인트는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네리시아 : 시벨린 씨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참을게요.
호호.
네리시아 : 출발~ 출발~
빨리 왕자님을 찾으러 가자고!
[라이디아]
시벨린 : 여긴….
라이디아같은데요.
밀라 : 그러게요….
네리시아 : 와아~ 라이디아라고?
벌써 이곳까지 온 거야? 걷는 것도 생각보다 빠르네?
조슈아 : (…이상하다. 그 정도 거리를 걸었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도착한 거지?
마치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네리시아 : 라이디아라….
여긴 어떤 마을이야?
조슈아 : 이곳은 지상이 아닌 거대한 나무 위에 세워진 독특한 마을입니다.
마을의 기반이 되는 로베디아 나무줄기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가옥들을 중심으로 몇개의 구역
으로 나뉘어져 있는 곳이지요.
조슈아 : 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여행자가 아닌 일반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을 안에서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를 자급자족하고 있어 다른 마을에
비해 외부와의 왕래가 아주 적은 곳입니다.
시벨린 :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조슈아씨는 정말 박식하신 것 같아요.
밀라 : 마치…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기분이야.
네리시아 : 우와…. 정말?
나… 오기 굉장히 어려운 곳에 온 거네?
네리시아 : 아앗! 그러고 보니 나 생각났어!!
예전에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라이디아는 향초의 향기라는 찻집이 유명하댔어!!
네리시아 : 나 거기 꼭 가보고 싶어. 안내해 줘.
막시민 : 관광… 하자고?
네리시아 :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잖아.
향기로운 차와 달콤한 쿠키는 숙녀의 필수품이라고.
시벨린 : 아름다운 여인과 향기로운 차라….
마치 한 폭의 그림 같군요.
네리시아 : 역시 시벨린 씨는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요. 어서 가죠.
막시민 : 에라, 모르겠다.
난 의뢰비만 두둑이 받으면 되니까.
조슈아 : 가죠.
[라이디아 향초의 향기]
아비에스 : 어머~ 저희 찻집의 소문을 듣고 찾아 오셨다고요?
아비에스 : 왠지 기분이 좋은데요.
그 멀리까지 저희 차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니까 말이에요.
아비에스 : 그런데 어떡하죠?
차를 대접해 드리고 싶어도 마침 재료가 다 떨어져 버렸지 뭐에요.
조슈아 : 재료라면 우리가….
아비에스 : 어머? 정말이세요?
와아~ 고마워요.
아비에스 : 필요한 재료는 레몬잼 파이10개, 딸기맛 파르페 10개예요,
재료를 구해 주시면 차는 공짜로 대접해 드릴게요.
아비에스 : 기다리고 있을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비에스 : 와아~ 이렇게 빨리 구해오다니.
아비에스 : 잠시만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정말 맛있는 차를 대접해 드릴게요.
네리시아 : 음… 향기도 괜찮고….
뭐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해 주지.
아비에스 : 아.하.하….
차가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네리시아 : 음… 우리집 집사 아저씨가 타 주는 차보단 낫군.
네리시아 : 집사가 타 주는 차는 쓰기만 하고 달콤한 맛이 없어서.
아이스크림도 만들 줄 모르고….
네리시아 : 그러고 보니 나르비크에 있는 어느 가게에서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했었는데!!
네리시아 : 가자! 나 그거 먹고 싶어.
밀라 : 아이스크림?
시벨린 : 아이스크림?
조슈아 : 나르비크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라면… 매그놀리아 와인을 말하는 듯 싶은데요.
네리시아 : 응응!
나 매그…? 아무튼 거기에서 꼭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네리시아 : 차갑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숙녀의 필수품이라고.
막시민 : 아이스크림?
네리시아 : 설마 거절하는 거야? 의뢰를 주는 사람이 누군지 잘 알아두라고. 보상을 받기 싫다는 거야?
막시민 : 으으….
시벨린 : 그런 서운한 말씀을 하시다니요~.
네리시아 아가씨 처럼 아름다운 분의 명을 거절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겁니다.
시벨린 : 레이디를 위해서라면 나르비크의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드리겠습니다.
밀라 : 후우…. 어쩔 수 없지.
나르비크의 매그놀리아 와인으로 가면 되는 거야?
조슈아 : 결국… 관광이 되는 건가요?
네리시아 : 그럼 결정 된 거지?
어서 출발!
[나르비크 매그놀리아 와인]
네리시아 : 호오….
사람들이 잔~뜩 있어. 천한 사람들이긴 하겠지만… 우락부락하고 힘도 세 보이는게 좀 새롭긴
하네.
밀라 : 이봐? 아이스크림은 안 먹는 거야?
이러다가 다 녹아 버리겠어.
막시민 : 여기까지 와서 아이스크림이라니 한심하잖아.
막시민 : 적어도 이곳에서는 뱃사람 답게 술을 마셔야지. 안 그래?
밀라 : 이봐. 애한테 뭘 가르치려는 거야?
네리시아 : 뱃사람? 저 사람들이 다 뱃사람들이란 말이야?
그냥 아무말이나 하는거 아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 뱃사람 일것 같진 않은데….
시벨린 : 이곳은 항구도시 나르비크잖아요.
해외 무역의 중심지라 1년 내내 여러 곳의 상선이 끊이지 않을 뿐더러 해적들의 출몰도 잦은 곳
이거든요.
네리시아 : 해적??
네리시아 : 벌겋게 충열된 눈에, 온몸에는 무시무시한 흉터들이 가득한 그런 사람들 말야?
밀라 : 저… 저기….
막시민 : 맞아. 해적들이 포악하지.
막시민 : 게다가 엄~청 뚱뚱하고 얼굴도 못생겼다고.
안 그래, 밀라 씨?
밀라 : …시끄럽거든?
시벨린 : 하하, 해적들은 그렇게 무서운 존재가 아니랍니다.
선하고 착한해적들도 많아요.
네리시아 : 흐음… 왠지 해적을 직접 본 적이 있는 것 처럼 말하네.
조슈아 : 항구에 가면 흔히 볼 수 잇는 걸요.
특별한 길드에 가입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항해하는 이들도 종종 해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니까요.
네리시아 : 뭐? 항구?
네리시아 : 조, 좋아. 당신들이 그렇게 가보고 싶다고 하면 나도 따라가 주지.
막시민 : 뭣? 대체 우리가 언제 항구에 가고 싶다고 했….
시벨린 : 바다 도시에 왔는데 항구 정도야 괜찮잖아.
오랜만에 항구에 있는 지켈씨를 찾아 보고도 싶은걸?
막시민 : 어이어이.
왜 그렇게 목적지가 자꾸 바뀌는 건데?
밀라 : 그러고 보니 그렇네….
밀라 : (어차피 기억 못 하겠지만…. 그래도….)
밀라 : 지켈이나 만나러 가 볼까?
네리시아 : 좋아. 다리도 아프고 번거롭지만 넓은 아량으로 따라가 주지.
항구로 가는거지?
[나르비크 항구]
지켈 : 와아~ 저번에 도움을 준 그 모험가 아냐?
오랜만이네~.
밀라 :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지켈 : 말했잖아. 선장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밀라 : 뱃사람이 육지에 발을 붙이고 몇 개월씩이나 뭘 하는 거야?
선장이 안 나타나면 스스로 움직여야지!
밀라 : 당신들을 버리고 멀리 떠나버린 건지 어떻게 알아?
사텔라 : 이봐! 말이 심하잖아!
당신이 우리 선장을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사텔라 : 도움 준건 고맙지만 그런 식으로 우리 선장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
지켈 : 진정해, 사텔라.
지켈 : 누군지 모르니까 저런 말을 하는 거야.
이봐. 말이 심했던 건 인정하지?
밀라 : (대체 누굴 기다린다는 거니….
내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밀라 :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영원히라도 기다릴 거야?)
밀라 : …미안. 사과할게.
사텔라 : 응. 그렇게 순순히 사과한다면야.
네리시아 : 그런데… 당신들 정말 해적이야?
지켈 : 응? 그… 그렇긴 합니다만….
네리시아 : 와…. 당신 진짜 잘생겼다.
어때? 해적 같은 거 그만 두고 내 시종 안 할래?
지켈 : 시, 시종??
밀라 : 정말 아무라도 상관 없는 거야, 당신?
사텔라 : 아… 정말 대책 없는 녀석들이 잖아?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 할거면 다른데 가서 알아봐. 우린 바쁘니까.
지켈 : 그럼 나중에 또 보자.
네리시아 : 아아…. 굉장히 잘생긴 해적이었는데….
네리시아 : 내 시종으로 두면서 모험담 같은 거 들려달라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네리시아 : 아아! 이렇게 된 거 메리베리 나무라도 구경할래!
네리시아 : 나 메리베리 나무 보고 싶어. 데려다 줘!
막시민 : 뭐? 메리베리 나무?
막시민 : 이건 무슨 떼쟁이 꼬마도 아니고….
항구도시에서 메리베리 나무를 찾으면 어쩌자는 거야?
막시민 : (이거 들어주자니 끝이 없잖아.
근처에 없다고 거짓말이라도 해서 떼어놔야지 안되겠다.)
막시민 : 있잖아. 메리베리 나무는 이 근처에서 절대! 자라지 않는 나무로서….
조슈아 : 나 그거 크라이덴 평원8에서 서식한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
막시민 : ….
조슈아 : ….
막시민 :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조슈아 : 응? 내가 뭘?
시벨린 : 하하. 크라이덴 평원8이면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네요.
어서 가죠.
네리시아 : 응응. 어서 가자.
[크라이덴 평원 8]
네리시아 : 이게 메리베리 나무야?
생각보다 되게 평범한 나무네?
네리시아 : 게다가 맛도 없어.
가공 안하고 쌩으로 먹으려니까 되게 별로잖아?!
네리시아 : 이게 뭐야? 겨우 이 나무 하나 보려고 이곳까지 그렇게 열심히 걸어 왔단 말이야?
네리시아 : 나 다리 아프다고. 다리 아프단 말이야.
밀라 : 이곳까지 오자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네리시아 : 몰라! 이딴거 맛 없어.
나 배고프단 말이야~. 이런걸 먹고 싶은 게 아니었다고~!!
막시민 : 뭐 이런 성가신 여자가 다 있지….
시벨린 : 아름다운 레이디께서 다리가 아프다니 제 가슴이 더 아프군요.
레이디의 기분 전환을 위해 제가 뭔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을까요?
네리시아 : 나 배고파. 다리도 아파.
좀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없을까?
조슈아 : 흐음…. 근처에 쉴 곳이라곤 바다의 계곡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네리시아 : 바다의 계곡?
왠지 시원한 이름이야!
네리시아 : 결정했어! 나 거기로 갈래!
네리시아 : 저쪽으로 가면 되지?
막시민 : 아아… 어쩌다 이런 성가신 의뢰를 맡아 버린 거지.
[바다의 계곡]
네리시아 : 아, 다리 아파! 배고파! 목말라!
여긴 왜 이렇게 넓고 더운 거야?
네리시아 : 마실 걸 좀 줘.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 시~원한 걸로.
막시민 : 이봐, 우린 당신 시종이 아니라고.
네리시아 : 어머??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의뢰를 수락한 건 당신들 아니었어?
네리시아 : 대가를 지불할 사람은 나니까, 내 말을 들어줘야 되는 거야!
알았어?!
밀라 : 의뢰도 맞고 보상을 지급하는 것도 맞지만….
시벨린 : 노여워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얼굴로 화를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시벨린 : 레이디가 원한다면 구해오는 게 신사의 참된 도리이니까요.
저와 제 친구들이 구해 오겠습니다.
조슈아 : 신사의 도리…요?
막시민 : 난 신사 따윈 될 생각 없는데?
밀라 : 게다가 난 남자도 아니라고!
시벨린 : 아름다운 이의 미소를 보고 싶지 않으신 건가요?
게다가 의.뢰잖아요.
막시민 : 의뢰비… 진짜로 두둑하게 받아낼 테다.
시벨린 : 혹시 드시고 싶은 것이나 필요한 게 있으세요?
네리시아 : 나 아주 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게 먹고 싶어.
웅…. 딸기 주스 30개, 키위 주스 30개면 될 것 같아.
막시민 : 더 필요한 건?
나중에 빠졌네 어쩌네 하면서 징징거릴 거면 지금 말해.
네리시아 : 어머, 참으로 천박한 말투라니까.
숙녀한테 그런 말은 실례라고!
막시민 : 수… 숙녀?
네리시아 : 그 정도면 됐어.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지만 참을 만 하다고.
네리시아 : 귀부인의 미덕은 인내와 기품이니까 말이야~.
내가 이렇게 인내하고 있는 걸 누가 알아줄까~.
밀라 : 하아….
…루모리에는 가긴 가는 거야? 이런 식으로?
조슈아 : 하.하. 언젠가는 도착하겠죠.
시벨린 : 자자~ 레이디가 기다리십니다. 어서 가서 딸기 주스 30개, 키위 주스 30개를 구해오자 구요~!
네리시아 : 앗, 가지고 온 거야?
어휴… 그 사이에 다리가 더 부은 것 같아. 이제 걷기만 해도 아플 지경이라니까?
시벨린 : 기다리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레이디에게 어울리는 시원한 음료수가 방금 막 도착했습니다~
네리시아 : 와~ 시원하다~.
음료수가 좀 미지근하지만 이 정도는 양호하게 봐 주겠어.
네리시아 : 자. 이젠 어디로 갈까?
밀라 : 어디 또 가자고??
루모리 가는 거 아니었어?
막시민 : 당신!! 왕자님 만나러 간다면서!
대체 얼마나 더 빙빙 돌아야 되는 거야?
막시민 : 이러다가 여기서 늙어 죽겠다!
네리시아 : 그, 그건… 그렇지만…
네리시아 :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야? 조용히 내 말을 들으면 되는 거야!
네리시아 : 어디로 가는 지 정하는 건 나라고!!
조슈아 : 흐음.
조슈아 : (…지리도 모르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려 드는 건 철없는 소녀의 오기로 밖엔 보이지 않는데….)
네리시아 : 그렇지 않아?
조금 더 여기저기 머물러도…. 그래도 괜찮을 거잖아, 그렇지?
시벨린 : 아아…
레이디의 뜻대로.
시벨린 : 미인의 청은 그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거지요.
네리시아 : 그렇지?
역시~. 당신은 내 마음을 알아 주는 구나?
네리시아 : …하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우아한 귀부인으로서… 아량을 베풀기로 하지.
네리시아 : 루모리로 가자!
막시민 : 뭐야? 결국 갈 거면서 이랬다 저랬다….
조슈아 : (흠…. 오기보다는 귀부인의 자존심이었던 건가.)
시벨린 : 그럼 어서 가죠.
루모리로. 하하.
[켈티카 왕성가]
아론 : …라더군.
후우….
하티 : 무슨 이야기인데 그렇게 열심입니까?
뭐 재미있는 소문이라도 있어요?
왕실 근위병 : 곧 있을 실버스컬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지.
아론 : 아는 사람 중에 나간다는 소문도 있고…
흥미진진하지.
하티 : 이야~ 그거. 멋지네요?
우승하면 정식으로 하이아칸의 기사작위를 받을 수 있잖아요!!
하티 : 진짜 기사…!
진짜 멋있다~!
왕실 근위병 : 뭐 어차피 상징적인 거잖아?
왕실 근위병 : 하이아칸은 작은 나라니까 말야.
그건 그저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행세라고.
아론 : 상징적으로, 자국의 기사직을 수여하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기사는 기사.
아론 : 멋지지 뭐.
어차피 무기를 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일이잖아?
하티 : 그렇죠. 그렇죠.
만약 내가 우승을 한다면…!
레오폴드 : …근무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근위대의 휴식시간이 조정된 모양이군.
아론 : 시, 실례!
레오폴드 : ….
레오폴드 :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지.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건 상징적이든 어쨌든 한 나라의 기사직.)
레오폴드 : (지위를 얻어 누릴 수 있는 것을 세간에서는 힘이라고 부르지.
아니, 좀 더 상세하게 말하자면… 권력이라고 하던가?)
레오폴드 : (….)
레오폴드 :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고 말고.
실버스컬의 우승자라는 빛나는 갑옷을 변장 삼아 하이아칸 정계에 손을 대려는 자가 없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시벨린 : 드디어… 도착인건가요?
밀라 : 그러네요.
어찌 어찌 도착한 것 같긴 한데… 이제 뭐하죠?
조슈아 : 왕자님… 을 찾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막시민 : 왕자님?
그게 누군데?
조슈아 : …글쎄.
시벨린 : 일단은 마을을 돌면서 직접 정보를 모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네리시아 : 아야~ 다리 아파아~
이 동네는 왜 이렇게 길이 꼬불꼬불한 거야?
네리시아 : 하나로 쭉쭉 뻗게 만들면 좋을 것을….
정말이지. 시골은 별 수 없다니까?
분이 : 어머, 안녕하세요~.
시벨린 : 안녕하세요. 레이디~.
못 본 동안 더 아름다워 지셨군요.
분이 : 아,아. 안녕하세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이네요. 헤…에헤헤
조슈아 : 아, 안녕하세요.
분이 : 루모리엔 웬일이세요?
또 무슨 의뢰라도 받으신 거에요?
조슈아 : 의뢰라고 하기엔 약간 모호한 점이….
조슈아 : 괜찮으시다면 몇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저희가 의뢰를 수행하는데 모르는 게 있어서요.
분이 : 어머~ 얼마든지요-
제가 아는 거면…아니, 저기… 모르는 거라도 전~부 대답해 드릴게요!!
밀라 : 모르는 걸 어떻게 대답해 주겠다는 거지?
시벨린 : 소녀의 소망이랄까요.
아아. 역시 조슈아씨는 레이디에게 인기가 좋군요. 부럽네요.
막시민 : 허…. 부러울 것도 참~ 많다.
네리시아 : 도대체~ 왕자님은 어디 계신 거야아~?
어서 내가 찾아내지 않으면… 어서 내가 구해드리지 않으면….
조슈아 : (구해준다고…?)
조슈아 : (구해준다… 라. 왜 만난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찾아낸다든가 구해준다는 말을 쓰는 걸까?
신경 쓰이는데.)
분이 : …흐음? 저주에 걸린 왕자님을 찾는다구요?
왕자님 같은 게 여기 있을 리가 없잖아요?
분이 : 그런 건. 그냥 옛날 이야기에나 나오는 거죠~
정말로 있을 리가….
밀라 : 역시 그렇지요?
네리시아 : 그럴 리가 없어!
너처럼 천한 여자 눈에는 띄지 않으니까 왕자님인 거라고!!
분이 : 뭐… 뭐예요?!
…무슨 말을 그렇게 예의 없이 하세요? 기분 나쁘게!
분이 : 전 매일매일 물을 길러 와요. 길어도 길어도 물이 또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어요.
…아무튼!! 전 매일 물을 길면서 온 마을을 돌아다니지만 한 번도 왕자님을 본 적이 없다구요!!
네리시아 : 저주에 걸려 있으니까, 넌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린 걸 거야.
하지만 이 네리시아 님을 만나게 된다면, 왕자님도 나도 서로서로 알아볼 수 있어.
네리시아 : 인어공주가 배 위에 서 계신 왕자님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듯이….
막시민 : 그럼 직접 찾으면 되잖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네리시아 : 그, 그렇지만 인어공주도 결국 마녀의 도움을 받았잖아!
공주님이기 때문에 왕자님을 만나러 곧바로는 갈 수 없는 거라구!!
분이 : 흥.
결국 아무 것도 몰라서 물어보러 온 거면서 뭐가 잘나서 큰소리람? 부탁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
이군요?
밀라 : 아아…. 진정들 하라고. 여기서 싸워서 해결 되는 게 없잖아.
밀라 : 분이 씨가 참아.
매일매일 부지런히 일하는 분이 씨 마음을 철 없는 귀족 아가씨가 어찌 알겠어.
밀라 : 우리도 의뢰 받아서 하루사루 살아가는 용병인데 이번 의뢰는 너무 막막해서 말이지.
화내지 말고 혹시 의심가는 곳이나, 우리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분이 있다면 알려주지 않겠어?
이렇게 부탁할게.
분이 :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음~ 가만있자… 저주에 걸린 왕자님이라~ 음….
분이 : …주웅박사 아저씨는 용아시 언니 친구니까 왕자님이 아닐 테고…음…
왕자… 왕자… 우웅….
분이 : 아~ 그렇지!!
원래는요~ 저주에 걸리면요~ 우렌 님이 풀어주시는 거예요!
분이 : 왜냐하면 우렌 님은 우리 마을의 사제니까요!
…뭐, 무슨 일을 하는 걸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요. 호호.
조슈아 : 우렌 님이요?
분이 : 예! 저~ 쪽으로 가면 서낭당이 있거든요!
우렌 님은 이렇게 하얗고 긴 수업을 기르고 계신 분이니까, 금방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호호호.
조슈아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분이 : 어머~ 뭐 이런 일이야 얼마든지 도와드릴게요~
호호호. 곤란한 일이라도 생기면 찾아 오세요. 호호~
네리시아 :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야~
다리 아프다구… 훌쩍….
우렌 :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이 생겨나니 이것을 연기(緣起)라고 한다네. 그대들과 내가 만난 것도
인연인 것이지.
인연을 더 이어가고 싶다면 내가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데 말일세….
조슈아 : ….
우렌 : 음?
…저주에 걸린 왕자? 흐음….
우렌 : 왕자라면 왕의 자녖 중 아들을 지칭하는 것일테지.
그러나 그 왕자가 여전히 왕자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일세.0)
우렌 :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잠시도 한 모양으로 머무르지 않으니 이것이 도(道)의 한 본질이기 때문이지.
어흠. 결국 다시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우렌 : …그러면 남는 것은 저주의 존재인데, 저주에 걸렸다는 것은 곧 저주의 원인이 있다는 의미로…
알아 듣겠나? 모든 현상의 존재는 원인(因)과 결과(緣)에 의해 생긴 것이네. 저주에는 저주의
원인이 있게 마련이지.
우렌 :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일세.
그걸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보는 사물을 끝없이 변화해 현재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므로, 고정된
것은 부재. 즉 본래는 모든 것이 없는 것이지.
우렌 : …그리하여 일체는 무상한 것이니 나라는 존재는 결국 어디에도 없는 것일세. 이것을 무아(無我)라고 하며,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존재의 본질을 일컬어 공(空)이라고 하는데….
조슈아 : ….
우렌 : 그런 의미에서!
조슈아 : …?
우렌 : 가장 진실에 가까이 서 잇는 것은 어린이라고 하지 않나?
인간은 태어났을 때 이미 고통을 배태하는 것,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에 한 없이 가까워질 수록
고통은 투명해 진다네.
우렌 : 태어난 것, 목숨을 받은 것 자체의 고통만이 남게 되기 때문일세.
그러니 자네들은 웬리를 찾아가 보는 게 어떻겠나?
우렌 : 웬리라면 자네들에게 적합한 시련을 줄 수 있을 걸세.
인생이 얼마나 뭇아하며 고통으로 가득한 것인지 천천히 배우도록 하게나. 뭐, 그래도 더 궁금
하면 내게 다시 오게.
조슈아 : 웬리라….
조슈아 :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 볼까.
누굴 만나도 여기보다는 알아듣기 쉬운 이야기를 할 것 같으니….
[루모리 잡화점]
웬리 : 어서 오세요! 호박이 넝굴째입니다!
뭐든지 다 있어요! …물론 어디에 있는 지는 못 찾겠지만….
웬리 : 오오. 그러고 보니 박하차를 사 가셨던 그 끈질긴 손님들 이시군요~!
막시민 : 끈질긴게 아니라 의지가 강하다고 해 달라고.
네 녀석도 여차하면 어수룩한 이방인한테 비싸게 받고 팔 생각이었잖아.
웬리 : 하하하. 장사꾼이 이윤을 높이려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헤헷.
밀라 : 막시민 녀석,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조슈아 : 그러게요. 꽤나 말이 잘 통하는 모양이에요.
조슈아 : (어린 나이로 가게를 꾸려가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기특해 보였나 보네….
동생 생각이라도 난 건가….)
조슈아 : (막시민도 의외로 마음이 여리다니깐.)
네리시아 : 아~ 뭐야~
좀 귀엽긴 하지만 꼬맹이잖아. 하아… 저런 꼬맹이를 보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구!!
네리시아 : 정말 뭐야?! 왕자님은 어디에 있는 거야?
…이러다간 쓸데없이 튀어나온 공주님 같은 게 왕자님을 낚아채 갈 거야… 휴우.
웬리 : 저 누나는 누구죠?
처음 보는 사람 같은데요.
네리시아 : 다리가 너무너무 아파…
더 이상은 못 걷겠어. 어휴….
웬리 : 뭐예요~! 그쪽 누나, 주인 허락도 없이 주저 않는 게 어디 있어요?!
그쪽에도 팔아야 하는 물건이 있을 지도 모른다구요!
네리시아 : 흥! 이런 싸구려 물건들 백 개 보다도 더 중요한 게 바로 나의 왕자님이라구!
꼬마! 내가 일어나 주기를 바란다면 어서 왕자님이 있는 곳을 알려줘!
웬리 : 왕자님?
우웅… 뭘 사러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잡동사니 사이에서 직접 발굴하셔야 하거든요? 누나.
보아하니 부잣집 아가씨 같은데 하실 수 있겠어요?
웬리 : 우리 가게 별명이 괜히 발굴의 잡화점인 게 아니라구요!
네리시아 : 뭐, 뭐야? 왕자님을 발굴하라고?
너 지금 이 네리시아 님을 놀리는 거니?
네리시아 : 왕자님은 물건이 아니야!! 이런 촌스러운 잡동사니들 사이에 왕자님이 계실 리가 없잖아?
왕자님은 말이지, 나의 왕자님은, 인어공주의 왕자님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분이라구!
웬리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 누나, 어디가 좀 이상한 거 아니에요?
조슈아 : 아…. 뭔가 복잡하긴 한데… 실은 우리 왕자를 찾고 있거든.
…혹시 아는 것 있어?
웬리 : 왕자?
…인어공주는 뭐고 왕자는 또 뭔가요?
네리시아 : 인어공주 이야기를 모른다니,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서 들려주도록 하겠어.
호호호. 상냥한 이 네리시아 님에게 감사하게 여기라고!
막시민 : 아아…. 또 한바탕 헛소리만 늘어 놓겠군.
웬리 : 쓸데 없는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은 없는데 말이죠~
모험가 형, 누나들~ 설마 이 누나를 수행하고 있는 거에요?
시벨린 : 예.
웬리 : 음…. 그럼 제가 이 누나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대신 제 심부름 하나 해 주실래요?
어차피 그 왕자인지 뭔지를 생각해 내려면 누나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게 도움이 될 테고~
밀라 : 이야기를 듣는 게 도움이 돼?
웬리 : 뭘 모르시네?
전 그냥 그런 거 몰라요하고 대답하면 그만이라구요!
웬리 : 알고 있어도 모른다고 하면, 모험가 님들은 허탕 치고 돌아가는 수밖에 없잖아요?
헤헤헷. 그치만 누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뭔가 기억이 날 지도 모르잖아요?
웬리 : 어떻게 하실래요?
제 심부름, 해 주실 거죠?
조슈아 : (단순한 이야기를 듣는 게 기억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이야기는 안하지만 뭔가 쓸만한 정보가 생각난 모양이군.)
막시민 : 저 시끄러운 여자를 맡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지.
의뢰가 뭔데?
웬리 : 레드 스카프 20개와 얼음의 손길 1개예요.
레드 스카프는 좀 먼 데서 구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뭐,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겠죠?
시벨린 : 레드 스카프라… 파노자레 기슭에서 구할 수 있을 거에요.
어서 다녀오죠.
네리시아 : …그래서 인어공주는 해변에서….
웬리 : 하아~ 뭐 들어드리기로 한 거니까. 마음껏 이야기 해 보세요.
네리시아 : 그래서~
인어공주가 말이지…
밀라 : 아직도 이야기 하고 있는 거야?
웬리 : 아직도 한참이나 남았다구요~
제발 좀 말려주세요~!
조슈아 : 우리가 말리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네리시아 : …그래서 인어공주는 생각했지!
아아~ 아름다운 왕자님! 왕자님은 저 하늘의 별보다도 반짝반짝 빛나시는 구나! 저런 왕자님을
한 번만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웬리 : 그 부분은 벌써 세 번이나 이야기 했잖아요, 누나!
그러니까… 인어공주는 배 위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왕자님을 보고 한 눈에 반했다!
웬리 : 왕자님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마침 폭풍이 불어와서 왕자님이 배에 빠지고 말았다!
인어공주는 물에 빠진 왕자님을 구해내서 바닷가로 데리고 갔다… 거기까지 이야기 했잖아요.
네리시아 : 잘 들어 봐!
그래서~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위해 목숨을 건 거야, 정말 위대한 사랑이지? 낭만적이야….
웬리 : 원래 인어라면서요.
인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게 뭐가 목숨을 건 거람….
네리시아 : 자꾸 말 끊을래?!
…잊어 버렸잖아. 그럼 처음부터 다시….
웬리 : 누~ 나~
제발~!!
네리시아 : …그래서 인어공주는 빛나는 왕자님을 위해 목숨을 걸었지!
아아~ 위대한 사랑이여…. 정말 낭만적이야.
네리시아 : 하아… 그런데 말이지, 바닷가에 왕자님을 모셔 두고 나니까 갑자기 웬 이웃나라 공주가 나타난 거야!!
인어공주는 인간의 눈에 띄면 안 되는 몸이었기 때문에 재빨리 숨었지.
네리시아 : 그리고 이웃나라 공주는 깨어난 왕자님을 향해 방긋 웃었어.
…치사한 여자야. 진짜로 왕자님을 구해준 건 인어공주인데…. 그런데 자기가 구해준 것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
네리시아 : 아~ 얄미워~
그런데 왕자님은 이웃나라 공주님이 아니라 인어공주 같은 게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른단 말이지!
웬리 : 하아…
거기까진 잘 알았어요, 그래서요?
네리시아 : 인어공주는 왕자님을 한 번만이라도 다시 만나 보고 싶었어.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앞으로는 다시 만날 수 없을 테니까.
네리시아 : 다시는… 다시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세상에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이 있구나
하고 생각해서도 안 될 테니까…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네리시아 : ….
웬리 : …?
웬리 : 저기, 누나?
이야기 끝난 거예요?
네리시아 : 아, 응?
어… 어라. 호호호. 나 좀 봐, 갑자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네~
네리시아 : 음~ 어디까지 이야기 했지?
아무튼, 인어공주는 다시 왕자님을 만나고 싶었어, 하지만 인어공주는 바다 밖에서는 살 수 없잖아?
일단, 용궁의 공주님이니까 말이야.
네리시아 : 말하자면 사는 세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할까?
왕자님은 인간, 인어공주는 인어. 인어공주한테는 다리가 없으니까, 물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던 거야.
네리시아 : 그래서 인어공주는 과감하게!
마녀를 찾아갔지. 바다 마녀에게 항상 자랑으로 여기던 목소리를 팔아서 대신 다리를 받았어.
웬리 : 흐음… 그거 불공정 거래인 거 같은데.
네리시아 : 뭐니?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에 거래니 뭐니 돈 이야기를 하지 말라구.
꿈도 낭만도 없는 서민 녀석 같으니라고. 흥.
네리시아 : …음. 그래서…
바다 마녀에게 다리를 받은 인어공주는 물 밖으로 드디어 나오게 됐지! 처음으로 받은 다리라서,
비틀비틀 어린애처럼 걸었어.
웬리 : 이제 물 밖으로 나왔다고요?
도대체 이 이야기, 끝나기는 하는 건가?!
웬리 : 생각해 내야 돼… 뭐든 생각해 내야 돼…
뭔가 빨리 생각해 내지 않으면…으… 으….
시벨린 : 왠지… 안쓰러운데요.
밀라 : 그러게요. 저 꼬마가 저렇게 쩔쩔 매는 건 처음 보네요.
막시민 : 막무가내로 우겨대는데 누가 이기겠냐?
네리시아 :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았기 때문에, 인어공주는 괴롭다는 말도 못하고 한 발 한 발 모래 사장 위를 걸었지.
그때마다 두 다리가 욱신욱신 아파 왔어. 그리고….
웬리 : 아, 기… 기억 났다!
누나, 기억 났어요! 그, 그… 왕자님!
네리시아 : 정말이야?
어머, 이 네리시아 님의 이야기에 감동해서 드디어 기억을 해 낸 거로구나. 호호호호.
웬리 : …흠흠.
불현듯 아주 아주 옛날에 아버지한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 났어요.
웬리 : 아버지가 지금 촌장님의 아버님이 살아계시던 시절에 들은 건데, 우리 마을에 저주에 걸린 누군가가
살고 있다고 하셨죠.
음~ 그 저주에 걸린 분이… 알고 나면 조금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저기 연못 쪽에서 매일
매일 기다리고 계신다고…
시벨린 : 연못?
밀라 : 기다린다고? 누굴?
웬리 : 잘 모르죠, 그런 건.
저주를 풀어줄 공주님을 기다리는 건지~ 마녀를 기다리는 건지~
웬리 : 아버지께서도 우린 쓸만한 물건을 열심히 끌어 모아서 쌓아 놓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왕자든
거지든 알 바 아니라고 하셨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자, 아까 부탁 드린 거 이리 주세요.
막시민 : 자, 여기.
웬리 : 누나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었으니까, 보상은 그걸로 되는 거겠죠?
중요한 정보도 드렸고 말이에요.
웬리 : 그 저주에 걸른 분, 연못 중심 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하니까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세요.
시벨린 : 연못 근처라면…. 강대공아니면 치에씨 일 것 같은데요.
조슈아 : 사람일 경우죠.
안 그래요 웬리 군?
네리시아 : 자자~ 어서 왕자님을 만나러 가야지!!
어서~!!
웬리 : 후…. 드디어 가는 건가요?
누나. 전 더 이상 아는 게 없으니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루모리 연못가 중앙]
강대공 : 이봐, 젊은 친구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 쪽으로 가게나.
여긴 내 자리야. 낚시에도 법도가 있다네.
시벨린 : 실례합니다.
잠시 여쭤보고 싶은 게 있…
네리시아 : 뭐~야~?
하아~ 실망이야, 정말 남의 꿈을 이렇게 산산조각 내다니….
네리시아 : 거기, 누추하게 생긴 아저씨!!
아저씨가 설마하니 이 몸의 왕자님이라는 건 아니겠지?
강대공 : 누…누추?! 아, 아저씨?!
뭐야~ 이 여자는!!
네리시아 : 이 여자?
호호호. 이 네리시아 님처럼 고귀한 여성을 눈 앞에서 본 적이 없어서 조금 착각한 모양인데,
이 몸은 당신이 그렇게 마구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네리시아 : 하아… 정말 실망이야.
이 먼 거리를 열심히 달려왔는데, 반짝반짝 왕자님은 어디에 계신 거지?
네리시아 : 당장 왕자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정말로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라도 팔 수 있을 것만 같아…
하아… 피곤하고, 힘들고, 볼마도 없고… 짜증나~
강대공 : 바다 마녀?! 무슨 소릴 하는 지 모르겠지만, 바다 마녀라고 해도 아무 목소리나 사는 건 아닐걸?
흥… 아무튼 젊은 친구들 이만 좀 비켜 주지 그래?
강대공 : 내게 용건이 없다면 말이야.
무릇 낚시란 정신 수양과 비슷한 것이라네. 마음이 평온한 상태일 때에 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물고기를 기다리는 거지.
강대공 : 이렇게 기분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는 다가올 고기도 다가오지 않는단 말이지!!
흥… 오늘 기분이 엉망이군.
조슈아 : 자꾸 방해를 해서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이 찾고 있는 존재가 있어서요.
조슈아 : 저주에 걸린 왕자님이나… 혹은 그 비슷한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으신가요?
밀라 : 기분이 상하게 했으면 죄송해요.
저 아가씨가 워낙 철이 없어서….
강대공 : 난 아무 것도 대답하지 않을 걸세!
흥… 이제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하니까 다른 데로 가 보게나!
치에 : 저기….
시벨린 : …?
시벨린 : 왜 그러시죠? 꼬마 아가씨?
치에 : …나, 알고 있는데….
저주에 걸린 왕자님….
막시민 : 정말? 네가 알고 있다고? 어디에 있는데?
치에 : 저쪽에….
시벨린 : 저쪽… 이라면…
누구…?
조슈아 : 저쪽에 있는… 개구리를 말하는 것 같은데요.
막시민 : 개구리?
치에 : 아냐! 개구리 아니야.
그냥, 개구리야. 쿡 찌르면 개굴개굴하고 우는걸.
치에 : 그치만 저 개구리, 왕자님이야.
저주에 걸린 왕자님. 옛날옛날에 다산 아저씨가 들었때. 용아시 언니가 그랬어.
막시민 : 개구리가 왕자님이라고??
시벨린 : 재밌는 얘기입니다만… 어떻게 확인하죠?
조슈아 : 혹시 꼬마 아가씨는 알고 있어요?
개구리 왕자님과 이야기 하는 방법 말이에요.
조슈아 : 웅… 개구리가 귀찮아할 때까지 계속 말을 걸면 말을 한대.
옛날에 다산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그랬어.
밀라 : 귀찮아할 때까지?
대답할 때까지 말을 걸면 되는 건가?
조슈아 : 그런가 본대요.
조슈아 : 좋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꼬마 아가씨.
시벨린 : 그럼. 가죠.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내가… 왕자… 개굴개굴… 왕자… 흠흠, 개구루루….
조슈아 : (…정말, 말을 하네….)
개구리 : 개굴… 나는 왕자… 저주에 걸려서 이런 모습으로 머물게 된 후로 수 없이 많은 낮과 밤이 흘러
갔다네.
그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춥고 서러웠떤 나날을 말일세….
개구리 : 이렇게 인간의 말을 다시 할 수 있었던 것도, 몇 번 안된다네.
저주가 완전히 풀리기 전에는 인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도 무리겠지….
개구리 : 개구리의 모습으로는 물에서 멀리 떨어져 살아갈 수도 없고…
…다시 당당한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날은 언제나 올 것인지….
개구리 : …젊은이들, 자네들과는 어떤 인연의 끈이 강하게 느껴지는군.
인간의 말을 하게 된 것도 아주 오랜만이라네. 그런 의미에서 부탁하는 건데… 괜찮다면 약제사에게
가 주지 않겠는가?
개구리 : 내 대신 약제사를 찾아가 저주를 풀 방법에 관해 묻고 싶네.
조슈아 : (약제사… 라면 약방의 감초의 월아…?)
개구리 : 부탁하네, 부디 약제사에게 이 가엾은 왕자에 관해 물… 개굴… 물어 보고… 개굴개굴…
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루모리 약방]
네리시아 : 저… 정말이었어!!
정말로 저주에 걸린 왕자님을 만났어! 아아~ 정말정말정말 낭만적이야~
네리시아 : 아아… 이대로 넋이 나갈 것만 같아….
월아 : 가엾게도… 상태가 심각하신 것 같사옵니다…
그래도 이 월아를 믿고 맡겨 주신다면, 반드시 나을 수 있도록 약을 짓겠사옵니다.
밀라 : 그런 게 아니고….
월아 : ….
월아 : 저주에 걸린 왕자님이라…
죄송한 말씀이옵니다만 저는 인간을 위해 약을 주로 지었던 지라 저주 같은 건 잘 모르옵니다.
월아 : 기대를 품고 찾아 주신 분들께 송구스럽습니다만….
개구리가 되는 저주에 걸린 왕자님을 어떻게 도와 드릴 수 있겠사옵니까? 그런 것은, 이 월아는
배우지 못했사옵니다.
막시민 :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왠지 일이 쉽게 풀린다 했다니까.
용아시 : 저기, 거기 좀 보드라고?
저주에 걸려서 동물이 된 걸 인간으로 돌리는 법을 찾아 해매는 것이제?
조슈아 : (동물…?
물론 개구리도 양서류니까 척추동물(脊椎動物)에 속하긴 하지만….)
용아시 : 나는 용아시라고 허는디. 주로 북부의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니께 세상에는 신기한 게 솔찬히
많더란 말이제~
마늘 먹고 사람 된 곰, 뭐 그런 이야기도 잔뜩 들었는디… 어떨랑가?
용아시 : 내 아는 걸 조금 들려 드릴텡께 도움이 되나 안 되나 들어 보드라고?
막시민 : (…응?
예전에도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이 사람….)
시벨린 : 혹시, 뜨거운 물?
용아시 : 어이고, 이거 깜짝 놀라 부렀고마~
어찌 알았소? 하이고~ 솔찬이 신기한 일이 또 있고마?
용아시 : 역시 세상은 살만 한 것이제~
여행 많이 한 분들은 다르긴 다르고마? 호오~
조슈아 : 뜨거운 물… 이요, 그게 저주와 무슨 연관이 있는데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세요?
용아시 : 흠. 전에 내가 들은 이야기인데 말여, 저~기 멀고 먼 동쪽 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도 팬더로
변했다는 고마.
그런데말여, 그 사람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 왔다는 고마~.
용아시 : 어떨랑가 몰라도 혹시 그 개구락지도 뜨거운 물을 좀 갖다가 부어 보면 될 지도 모르제?
뭐~ 믿든 말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니고마. 내 말은 끝잉께 알아서들 하더라고~
막시민 : 이봐! 지난번에도 똑같이 했다가 욕만 잔뜩 먹었잖아!
정말 확실한 거 맞아?
용아시 : 뭔 소리당가?
난 그런 게 기억에 없는디~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다니, 섭하고만?
용아시 : 모처럼 정보를 주려고 그런 것인디… 세상 천지에 이런 법이 어디 있다고.
하이고~ 세상 인심 참 박하기도 혀라~
시벨린 : 지난 번에 분명히….
조슈아 :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정말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한번 해 보는 건 어떠세요?
막시민 : 아, 해볼 필요도 없이 엉터리 라니깐!
저번에도 똑같은 말에 똑같이 속아 넘어 갔다고.
조슈아 : 그때도 개구리였어?
막시민 : … 개구리는 아니었지.
조슈아 : 그러니까 똑같은 상황이 아니잖아.
혹시 모르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 보는 건 어때?
시벨린 : 조슈아 씨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번만 더 해보죠.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막시민 : 아… 소용 없을 텐데.
조슈아 : 뜨거운 물이라는 건 어느 정도나 뜨거운 걸 말하는 거죠?
조슈아 : 효과를 보기도 전에 생명이 위험하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니까… 아주 뜨겁지 않아도 … 어느 정도만
따뜻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까?
용아시 : 설마 내가 사람이 죽을만큼 뜨거운 물을 부으라고 하겄는가.
어느정도만 따뜻하면 되는구먼.
조슈아 : 그렇군요.
근처에서 뜨거운 물을 얻을 만한 곳이 있나요?
용아시 : 내 알기로운 셀바스 평원2에 가면 우물 낡은 게 여기저기 있다고 하더만.
그 중에서 설마 하나 정도는 쓸 수 있는 게 있지 않을랑가?
네리시아 : 뜨거운 물을 가지러 간다고?
왕자님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서?
시벨린 : 아, 레이디께서는 이곳에서 기다리셔도 됩니다.
숙녀의 가녀린 다리로 계속 걷는 건 힘이 들테니까요.
네리시아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인어공주는 남의 손에 왕자님을 맡기지 않아!!
네리시아 : 다리가 무척 아프고 피곤하지만, 직접 가겠어.
아아~ 정말 사랑이란 위대한 거라니까?
[셀바스 평원2 우물]
막시민 : …상태가 여전하고만. 물 길을 수 있겠어?
밀라 : 저번에도 가능했잖아. 괜찮을 거야.
조슈아 : (여전히…?
정말 와 본적이 있는 모양이네. 길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고.)
네리시아 : 겨우 물 한 사발 뜨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구두를 신고 여기까지 왔더니 다리가 나뭇조각이 된 것처럼 뻣뻣하다구… 휴우.
막시민 : 따라오겠다고 우긴 건 너잖아.
네리시아 : 그, 그렇지만 왕자님을 위해서야!!
네리시아 : 인어공주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두 다리니까, 걷는 걸음걸음 바늘로 찌른ㄴ 것 같은 거겠지….
그래도 왕자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런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야.
막시민 : 정신차려. 네가 인어공주냐?
네리시아 : 너~ 자꾸 말 함부로 할래?!
감히 이 네리시아 님의 말에 시비 걸지 말라고!!조슈아 : (어라.
여기까지 오는 내내 인어공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지금은 상태가 조금 이상한데….)
조슈아 : (마치 자신이 정말 인어공주가 된 것처럼 굴잖아?)
밀라 : 아, 됐다.
얼른 돌아가자.
조슈아 : 정말 물이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네.
이거 무슨 원리지?
조슈아 : 지하수인가?
아니면 특별한 성분 때문에? …두레박에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다든가…?
시벨린 : 신기하지요? 저희도 첨에 많이 놀랐답니다. 하하.
저쪽에 있는 홍옥동굴의 영향이라고 하더군요.
조슈아 : 그래요? …흐음.
높은 지열로 데워진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드러났다는 건가요. 하지만 홍옥동굴과 이쪽의 지질
사이는 괴리가 큰데….
막시민 : 이봐 이봐, 빨강머리 녀석처럼 너까지 왜 그래.
안 그래도 충분히 머리 아프다고.
네리시아 : 왕자님이 물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 거야!!
이웃나라 공주가 지금이라도 달려온다면, 왕자님은 뺏기는 거라구!!
네리시아 : 뜨거운 물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어서 그걸 가지고 왕자님한테 돌아가야 돼!!
밀라 : 이웃 나라 공주??
[루모리]
네리시아 : 아~ 재미없어.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가면 되는데,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네리시아 : 너무너무 다리가 아프다구~!! 나, 안 갈래~
이렇게 잔뜩 지친 얼굴로 왕자님을 만난다고 해도, 운명적인 사랑 따위 일어나지 않을 걸?
네리시아 : 누가 지치고 피곤한 여자에게 사랑을 느끼겠어?
우아한 무도회장 같은 데서 만나서, 양산을 들고 오솔길을 거니는 거야말로 공주님 같은 사랑인데…
훌쩍.
시벨린 : …자아, 거의 다 왔으니 기운 내세요.
개구리 님에게 어서 돌아가야 되잖아요.
시벨린 : 다만 길이 좁고 위험해 연약한 레이디께서 다치실까 걱정이 되네요.
저만 믿고 있을 테니까요. 따라 오세요.
네리시아 : 걱정해 주는 거야?
좀 기쁜데? 헤헤.
네리시아 : 알았어. 기운 낼게.
개구리 : 개굴개굴….
밀라 : 그럼… 붓는다?!
시벨린 : 으음… 여전히 미덥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죠.
조슈아 : 이 정도 온도면 다치지 않을테니까 괜찮을 거예요.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
네리시아 : 잠깐!!
…안 돼!!
밀라 : 위험하잖아!
갑자기 끼어들면 어떡해!
밀라 : 비켜, 비켜야 개구리한테 물을 붓잖아.
네리시아 : 아, 안 돼!! 안 돼!
왕자님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구!
네리시아 : 왕자님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단 말이야!
훌쩍… 왕자님의 목숨을 구하는 건 나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네리시아 : 훌쩍훌쩍… 왕자님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느니, 차라리 내가 거품이 되겠어.
그게 진짜 낭만적인 사랑이니까.
조슈아 : …인어 공주를 연기하는 거라면 정말 훌륭한 연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점점 연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인어공주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시벨린 : 확실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밀라 : 왜 울어. 바보같이….
개구리 : 개굴개굴…
너무 놀라서 다시 사람 말이 나오고 있네… 개굴개굴….
개구리 : 멀고 먼 동쪽 나라 어딘가의 옛날 이야기에 따르면, 딸을 만나자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번쩍 뜬
장님이 있다더군. 개굴개굴.
꼭 그 이야기 같네. 개굴…. 개굴개굴.
개구리 : 개구루루루루~
개굴! 개굴! 용아시 그 여자,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네. 개굴.
개구리 : 툭하면 이상한 민간요법을 알려줘서 여러 사람을 괴롭힌단 말일세. 개굴.
개굴개굴…. 여행자라면서 대체 왜 이 마을엔 눌러 앉아 가지고… 개굴개굴. 괜한 개구리만
고생시키는지. 개굴.
시벨린 : 그러면 뜨거운 물을 부어도 역시 저주 같은 건 풀리지 않는 거군요?
개구리 : 뜨거운 물 좀 부었다고 저주가 풀리면 누가 저주에 걸린 채로 살겠는가?
개굴….
개구리 : 그리고 사람한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안 되지!!
개굴개굴! 상식이지 않나!
막시민 : (…사람?)
밀라 : (...사람?)
조슈아 : (…사람?
역시 원래는 사람이긴 했던 모양이군.)
개구리 : 용아시, 그 여자가 끼어든 걸 보니 약제사는 아는 게 없었던 모양이군.
개굴… 저주를 푸는 법을 알지 않을까 싶었는데 개굴… 유감이군 개굴.
시벨린 : 네.
안타깝게도 월아 씨는 저주에 관해 아는 바가 없는 것 같더군요.
개구리 : 그러면 용아시 그 여자가 있는 데 가 보게나 개굴.
아마 지금쯤이면 다시 다산 촌장집에 가 있겠지 개굴.
개구리 : 다산 촌장이 뭔가 알고 있을지도… 개굴개굴…
개굴! 개구루! 개굴!
조슈아 : ….
네리시아 : 가엾게도… 왕자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 네리시아가 꼭 왕자님을 구해드릴 테니까요.
밀라 : 이 이상 질문해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다산 촌장한테 가자.
시벨린 : 네. 가죠.
[루모리 촌장집]
다산 : 용아시 씨, 또 확인되지 않은 민간 요법을 알려 주셨군요.
의도가 좋다고 해도 위험하니까 부디 삼가해 주세요.
다산 : 그러다 다친 사람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용아시 : 흠흠. 축지법을 연구하기 위해 약방에 들렀다가 조언을 쪼까 해준 거 뿐인당게?
일이 이렇게 되다니 참말로 민망허구먼….
용아시 : 사과하는 의미에서 주막 갔다가 얻어온 스페셜 부침개를 주겠으니, 싸게싸게 용서 하드라고?
아시겠소?
네리시아 : 스페셜 부침개?
…어머, 대체 이건 뭘로 만든 거길래 이렇게 쿰쿰한 냄새가 나지?
네리시아 : 이런 걸 어떻게 먹으란 말이야?
네리시아 : …흠흠.
생긴 거랑은 다르게 먹을만 하네. 뭐. 흠흠.
시벨린 : 개구리 씨의 말로는 다산 촌장님께서 저주에 관해 뭔가 알고 계실 지도 모른다던데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다산 : 글쎄요….
흠, 개구리 씨가 거기 계신 지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만, 견식이 짧아서 그다지 아는 게 없군요.
다산 : 죄송합니다.
조슈아 : 개구리 님에 관해서가 아니라, 연못에 얽힌 저주라던가… 마을에 전해 오는 이야기 같은 건 없습니까?
다산 : 전설…?
흐음….
다산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하지만, 연못에 계신 개구리 씨가 그 이야기의 개구리는 아닐 겁니다.
막시민 : 그 이야기…?
다산 : 전설… 이라고 할까….
그냥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다산 : 옛날, 아주 옛날 저희 마을에 신비로운 아가씨가 한 분 찾아오셨다고 합니다.
그분은 대단히 아름다운 보물 공을 하나 가지고 계셨는데,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밀라 : 보물공?
단단한 구슬 같은 걸 말하는 건가요?
다산 : 잘 모르겠지만 옥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교하게 만든 고무 공일 수도 있겠지요.
다산 : 오래된 이야기라서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할머님께 들었을 뿐이거든요.
듣기로는, 그 공은 보통 공이 아니라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었다더군요.
다산 : 아가씨는 당황해서 공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그때 어떤 개구리가 보물공을 찾아내서 가지고
나왔다고 합니다.
다산 : 헌데, 개구리는 아가씨에게 공을 돌려주기는 커녕 다시 연못에 던져 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내던져진 공을, 어디선가 나타난 물고기가 삼켜 버렸다고… 그런 이야기입니다.
시벨린 : 그건… 좀 잔혹한 이야긴데요.
다산 : 네. 그래서 아가씨는 무척 큰 충격을 받았고, 보물 공에게 염원을 담아 저주를 걸었다고 합니다.
다산 : 무슨 저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공이 다시 세상으로 나올 것이라고….
아, 이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막시민 : 꼬마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뒷맛이 좋지 않은 이야긴데?
밀라 : 그러게.
그래서 할머님도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않았나 보네.
다산 : 네. 아마 그랬을 겁니다.
어떤 저주였든, 틀림없이 고통스럽고, 듣기에도 좋지 않은 종류였을 테니까….
조슈아 : 저주가 어떤 것인지 모르신다는 건 아무런 현상도 일어나지 않아서 인가요?
예를 들어 연못의 물고기 중에 이상한 녀석이 생겼다든지…. 그런 일이 있으면 그게 바로 저주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요.
다산 : 네. 딱히 저주랄 만한 현상이 없어서 그저 옛 이야기라고 치부해 왔습니다.
흐음… 그렇지만 예전에 강대공 씨에게 한 번 지나가는 말로 들은 적이 있긴 합니다.
다산 : 흉폭한 물고기 중에 좀 상태가 이상한 녀석이 있어서. 그만 다시 놓아주고 말았다 라고 하시더군요.
다산 : 그 개구리 씨의 저주와, 공을 삼킨 물고기에게 걸린 저주가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지요.
어디까지나 만약의 이야기입니다만.
조슈아 : 가능성은 있겠군요.
신비한 힘을 가지고 계신 아가씨였다면, 공을 삼킨 물고기만큼이나 공을 연못에 도로 던져버린
개구리에게도 원한을 품었을 테니까요.
용아시 : 정말로 저주에 걸린 물고기가 있다면 아직도 연못에 있겠구먼~
가서 한번 고기를 낚아 보면 어떻소?
용아시 : 흉폭한 물고기를 낚다 보면,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잡히지 않겠소?
막시민 : 그건 너무 막연하잖아?!
반드시 그 물고기가 여기에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있다 해도 낚일 거라는 보장도 없고….
네리시아 : 도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다니, 나약해!!
왕자님을 위해서, 난 바다 마녀랑 계약까지 햇는데 당신들은 왜 그렇게 나약하게 구는 거야?
밀라 : 상황이 막막하긴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잖아.
어차피 처음부터 의뢰는 아가씨의 부탁을 들어 준다였으니까.
조슈아 : 한번 해 보죠.
낚시.
막시민 : 진심이야?
낚는다고 해도 그런 전설이 어디까지 신빙성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
조슈아 : 저주와 전설이라니… 뭔가 솔깃하지 않아?
게다가 달리 취할 수 있는 대안도 없잖아.
막시민 : ….
막시민 : 어쩔 수 없지. 그 고긴지 물고긴지 낚으러 가자.
대신 헛 고생 해도 난 모른다고.
다산 : 흉폭한 물고기를 낚게 되면 제게 가지고 와 주십시오.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함께 살펴봐 드리겠습니다.
다산 : 이야… 정말로 낚으셨군요?
흉폭한 물고기.
다산 : 굉장히 난폭해서 낚시줄을 끊고 잘 달아난다고 하던데 용케 붙잡아 오셨네요.
흐음…. 생김새는 험악하지만 요리를 만들면 꽤 맛이 좋답니다.
다산 : 으음… 아무리 들여다 봐도 공 같은 건 보이지 않는 군요.
어린 아이였다고는 해도, 가지고 놀았다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손에 쥘만한 크기는 됐다는
이야기인데….
조슈아 : 그럼 이 물고기가 아닌 것일지도….
다산 : 네. 아무래도 이 물고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흉폭한 물고기를 잡아 오시겠습니까?
다산 : 아뇨.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사이에 저도 옛날 책들을 조금 뒤져 봤는데… 선조님이 사셨던 시절에는 조금 특별한 미끼를
썼다는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다산 : 공을 잃어버린 후 크게 실망한 선조님을 위해 하인들이 나서서 그 미끼로 낚시를 해 봤는데
잡을 수 없었다는 기록이었지요.
혹시, 그때의 그 미끼를 쓰면 잡히지 않을까 하고….
다산 : 자… 그 기록대로 만든 미끼입니다.
이제 밤에 낚시를 하러 가 보십시오.
조슈아 : 밤…?
다산 : 네. 옛 이야기의 속의 선조님은 캄캄한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공을 가지고 연못가를 거닐다가
흉폭한 물고기를 만났다고 하니까요.
흉폭한 물고기 중에서도 그 녀석은 밤을 특히 좋아했을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다산 : 위치는 연못의 중심부….
혹시 모르는 일이니 기록대로 조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조슈아 : 밤에 연못의 중심부…?
다산 :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
시벨린 : …!
밀라 : …이번에도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냥 평범한 물고기야.
막시민 : 대체 몇 마리나 더 잡아야 되는 거야?
헛수고라니깐.
조슈아 : 배 속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요.
조슈아 : 이게 그 보물 공… 일까요?
일단 구체이긴 합니다만 보물인지 어떤지는 분간이 안 서는 군요.
네리시아 : 무슨 일이야?
보물 공을 찾았어?! 이제 저주가 풀리는 거야?
밀라 : 그게…
네리시아 : 꺄악~!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개굴!
네리시아 : 꺄아아악!
무, 물이…!!
밀라 : 뭐야?!
개구리가 사라진 거야? 물 속에 빠졌어?
네리시아 : ….
시벨린 : …네리시아 아가씨?
네리시아 : 내가… 구해야 돼…
왕자님이… 왕자님이….
조슈아 : 상태가 이상한데…?
네리시아 : 왕자님이 물에 빠졌어, 구해드려야 해…!
내가…!
시벨린 : 네리시아 아가씨!!
밀라 : 위험해!
막시민 : 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잖아!
조슈아 : 물이 소용돌이 치면서 길을 만들고 있는데, 이쪽으로 들어간 것 같네요.
뒤따라 가 보는 수밖에 없겠어요.
시벨린 : 시간이 지체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어서 들어가죠.
목소리 : …왕자의 짝은 공주가 아니면 안 돼.
정해진 운명 같은 거, 바꿀 수 있을 리 없는걸….
목소리 : 인어공주도 결국에는 버림 받게 돼 있어.
마법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다리 같은 걸 만들었으니까 당연한 거야.
목소리 : 노력해도, 열심히 버둥거려 봐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
모든 게 무의미할 뿐인걸… 운명이니까… 정해진 숙명이니까….
목소리 : 그러니까… 애초에 운명으로 정해진 공주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왕자를 만난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야….
네리시아 : 그래도 왕자님을 찌를 수 없어…
그래도 나를 버리고 떠나가는 운명을 미워할 수 없어….
네리시아 : 저항할 수 없어…
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걸. 내 운명이 어떨지, 내 인생이 어떨지, 다 알고 있었는걸….
네리시아 : …나는 왕관에 칼을 들이댈 순 없어.
목소리 : …
그러니 누군가 이 왕관을….
목소리 : 이 의미 없는 왕관을 부숴야 해.
아무도 짝이 되어 줄 수 없으니까, 홀로 남아 쓸쓸할 뿐이니까.
밀라 : 끄… 끝난건가?
목소리 :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걸 다 걸어도…
무의미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아….
목소리 : 이것이 운명이니까…
아아, 서글프다…
막시민 : 대체 뭐야?
운명이네 어쩌네 마음에 안 드는 소리나 중얼거리고….
막시민 : 노력을 했는데 의미가 없을리 없잖아?
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이상한 소리로 변명이나 하고 말이지.
시벨린 : 무엇에 대해 어떤 노력을 했단 걸까요?
조슈아 : …글쎄요.
조슈아 : (운명?
…노력해도 변하는 게 없다고…?)
조슈아 : (지난 번에도 그렇고, 어쩐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도 역시 에타와 연관되어 있는 건가.)
밀라 : 괜찮아?
네리시아 : ….
…내 꼬리지느러미, 다시 생기지 않는 건가…?
네리시아 : 왕관, 깨뜨려 버렸는데… 왕자님도 더는 존재하지 않는데…
그런데도 다시 돌아가지 않는 거야?
밀라 : …?
밀라 : (이 아이… 아직도 자신이 인어공주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막시민 : 또 이거야?
정말로 뭔가 관련이 있는 지도 모르겠는데.
조슈아 : 관련이라니? 무엇과?
막시민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그냥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니까 뭔가 있을 것 같다… 이거지.
시벨린 : 우연이 세 번 겹치면 필연이라고 하잖아요.
시벨린 : 응? 왜 그러세요?
밀라 : 저, 저기….
네리시아 : 와… 왕자님?
진짜로 저주가 풀린 거야?
밀라 : 정말 사람이었어??
시벨린 : 그러게요.
설마 진짜 왕자님인건 아니겠죠? 하.하.하.
막시민 : 정말 왕자님이란 말이야?
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의뢰비나 두둑이 걸어 놓는 건데….
네리시아 : 왕자님~!!
개구리 : 오오….
개구리 : 드디어 인간의 모습을 되찾고 보니 감회가 새롭군.
용감무쌍한 그대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네.
개구리 : 오늘 같은 기쁜 날을 맞이하여 이 몸은…
네리시아 : 꺄아아아~!!
밀라 : 물이 흔들리고 있어!
조슈아 : 마법이 풀리면서 물속의 이공간을 지탱하던 힘이 사라졌나 보네요.
물 속에 이런 공간 자체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 이니까요.
막시민 : 이 상황에서 무슨 분석이야!
마법이고 뭐고 일단 빠져나가자고!
시벨린 : 개구리 씨의 저주도 풀렸으니 다산 촌장 님께 가도록 하죠.
네리시아 : 꺄아~ 난 아직 인간이라구!
지느러미 같은 거 없단 말이야~ 물에 빠지면 죽고 말 거야~!!
[루모리 촌장집]
다산 : 호오… 전설이 사실이었다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뭐, 이따금 개구리가 사람이 된 걸 보았다는 이야기는 누누이 들었습니다만….
다산 : 그래도 본디 모습이 개구리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안 가서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거든요.
하하핫.
네리시아 : 이게 다 이 네리시아 님의 사랑의 힘이라고 할 수 있지!
호호호.
개구리 : 흠. 이렇게 내 본 모습을 찾으니 감개가 무량하기 이를 데가 없다고 아니 할 수 없소.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 것은 영광된 날이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굳은 믿음이었… 개굴!
개구리 : …개굴?
개구리 : 이런, 역시 진짜 공주가 아니어서 저주는 풀리지 않은 건가… 개, 개굴…!
역시, 왕자의 짝은 영시나 공주… 개굴… 공주가 아니면… 아니면… 개굴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
진짜 공주가 아니면, 소용 없… 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
네리시아 : 지, 진짜 공주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웃… 웃기지 마!!
네리시아 : 그냥 개구리 주제에!!
네리시아 : 나야말로, 개구리 같은 건 필요 없어!
내가 만나고 싶었던 건 왕자님이지 축축하고 성격 나쁜 개구리가 아니라고!!
개구리 : 이러고 있을 때 진짜 공주가 올 지도 모르니 가야겠다.
개굴.
네리시아 : ….
조슈아 : (풀린 건, 개구리 자신에게 걸린 저주가 아니라 연못에 걸렸던 저주였던 모양이네.
영향을 받아서 일시적으로 개구리에게 걸린 저주도 풀렸던 건가 본데….)
조슈아 : (아니면… 그 보물 공에 걸린 것이었을지도.)
네리시아 : … 기분이 안 좋아.
좁은 방 안에 모여 있어서 그런 거 같아.
네리시아 : 이상한 냄새도 나고.
나, 바깥에 있겠어.
다산 : 저런… 아가씨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 같군요.
본의는 아니지만, 유감입니다. 바라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말이지요.
다산 : 연못에서 잃어버린 보물 공 같은 건 그냥 옛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하긴 그렇게나 오랜 시간이 흘러 버렸으니, 정말 있었다고 해도 지금쯤 닳아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벨린 : 잃어버린 공이라면 비슷한 걸 구하긴 했습니다.
보물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다산 : 이건…?
다산 : 아… 바로 이건가 봅니다!
표면에 이물질이 잔뜩 끼어서 더러워졌지만 닦아 내기만 하면…!
다산 : 여기 어디 유화제하고 수건이 있었는데…?
다산 : 다 됐습니다.
이제 반짝반짝 빛나게 되었군요.
막시민 : 진짜 구슬이었네?
꼬마 애들이 가지고 놀던 공인가 햇는데 말이야.
다산 : 저도 몰랐답니다.
보물 공이라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하고 궁금해 햇는데,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다산 :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데 속은 유리구슬처럼 투명하고, 안쪽에 조각도 들어가 있는 보물이었군요.
하하.
막시민 : 근데 이거 우리한테 주는 거야?
우리가 가져도 돼?
다산 : 어차피 이야깃거리로 치부하고 잊어가던 걸 되살려 주셨잖습니까?
당연히 여러분들께 드리는 게 옳지요.
막시민 : 나중에 돈으로 돌려줘야 된다던지, 다른 의뢰를 해 줘야된다던지 하는 건 아니겠지?
다산 : 하하. 그럴 리가요.
조슈아 : (오르골… 이었나?
안쪽에 기계 장치 같은 것도 보이는데.)
조슈아 : (작동은 안 하겠지만.)
밀라 : 여러모로 폐를 끼쳤네요.
낯선 방문객 때문에 고생은 안 하셨나 모르겠어요.
다산 : 아닙니다. 있을 테니까요 살펴 가십시오.
인연이 있다면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시벨린 : 흐음… 그렇다면 아까 그 이상 현상은 개구리와 연관된 저주가 아니라 보물 공과 그 쪽지
때문이었던 걸까요.
조슈아 :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해하긴 쉽겠네요.
그 쪽지가 에타와 연관된 무엇이라고 가정한다면, 보물 공이나 저주 따위가 아니라 쪽지 자체가
그런 현상을 일으켰다고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조슈아 : …자신을 발견해 가져가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을 부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밀라 : 이야기를 읽어야 할 의무, 라는 그 이야기…?
탑에서 봤던.
조슈아 : 네.
막시민 : 그런 논리라면, 우리들에게 발견되기 위해서 쪽지가 그런 현상을 일으켰다…는게 되는 건가?
우리들을 부르기 위해서?
조슈아 : 확실한 건 없어.
어디까지나 가설이니까.
시벨린 : ….
밀라 : 아무튼, 이제 돌아가는 건가?
시벨린 : 아~ 드디어 돌아가는 군요.
개구리 님께 인사나 하고 돌아가도록 하죠. 저희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테니.
시벨린 : 네리시아 아가씨는 집 앞에 계실 테니 모시고 가면 될 거에요.
개구리 : 개굴개굴.
개굴.
밀라 : …완전히 개구리로 돌아가 버린 모양인데요.
시벨린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막시민 : 이거 왠지 기운 빠지는데….
개구리 : 개굴개굴…
막시민 : 이봐?! 정말 개구리가 되어 버린 거야?
개구리 : 개굴… 개굴….
네리시아 : 언제까지 개구리나 들여다 보고 있을 거야?!
더 이상 이렇게 물 비린내 나는 데 있기 싫으니까, 얼른 돌아가!!
네리시아 : 저런 바보 같은 개구리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다니~
흥!! 누구더러 진짜 공주가 아니니 마니 품평을 해대는 거야? 개구리 주제에!!
개구리 : 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너무하는구만, 마음을 곱게 써야지. 개굴개굴!
개구리 : 이번 일을 계기로, 역시 나의 운명의 상대는 투투 왕가의 딸 아로미 공주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네.
개구리 : 과연… 위대한 사랑의 여정에는 시련이 뒤따르는 법이지. 개굴개굴.
개구리 : 언젠가는 아로미 공주 같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나의 숙원인 이웃나라 공주와 러브러브 작전에
성공할 날이 올 걸세… 개굴.
믿고 기다릴 걸세. 개굴개굴.
조슈아 : (…러브러브 작전?)
개구리 : 이 기회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을 밝혀 두겠다. 개굴개굴.
개구리 : 아직… 개굴개굴…
아직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 중요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개굴.
막시민 : 중요한 이야기?
뭔데?
개구리 : 그렇다. 개굴.
개구리 : …개굴개굴.
진짜 공주는 아니지만, 사슬은… 조금 마음에 들었다… 개굴개굴.
개구리 : …화끈하고 솔직한 그대의 성격에 반했다, 개굴.
개구리 : 내가 왕자란 것을 알고도 말투 하나 바꾸지 않고 버릇없게 군건 네가 처음이었다. 개굴.
개구리 : 그대는 공주가 아니니까 내 저주를 풀수는 없겠지만, 개구리 모습이라도 괜찮다면 내 마음을
받아 달라. 개굴.
조슈아 : (아니. 뭐… 이제 와서 중요한 이야기 같은 게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벨린 : (괜히 들었다는 생각이….)
밀라 : 나??
막시민 : 뭐라고? 이 아줌마?
대체 어디가 어떻게 좋은 건데?!
개구리 : 사랑에는 이유가 없는 거라네, 개굴개굴.
타고난 로맨티스트인 걸 어떡하나? 개굴개굴.
개구리 : 그러니 내 사랑을 받아 주지 않겠나? 개굴개굴
행복한 신부로 만들어 주겠네. 개굴,개굴개굴!
막시민 : 인간이 아닌 존재한테는 아줌마도 매력적인가 보다.
밀라 : 시끄러워. 막시민….
막시민 : 오호~. 부끄러워 하는 거야?
하긴, 개구리라도 왕자님이잖아. 누군 좋~겠네~.
개구리 : 그렇다, 난 왕자다! 개굴.
당신은 왕자의 프로포즈를 받은 거다. 개굴.
개구리 : 대답을 해라, 개굴.
나는 이래봬도 아주 섬세한 개구… 아니, 왕자다. 개굴개굴.
밀라 : 이, 이봐….
개구리 : 왕자의 신분도 그대에겐 별 가치가 없는 것인가? 개굴.
역시 마음에 들었다. 개굴.
개구리 : 허락만 하면 바로 결혼하는 거다, 개굴.
행복하게 살자, 개굴.
밀라 : …미안, 허락할 수 없어.
내가 필요한 건 연인이 아니라 나를 도와 같이 일할 동료거든.
개구리 : 동료? 개굴.
…그렇구만, 아직은 사랑 대신 일을 하고 싶은 거구만, 개굴.
개구리 : 왕자와 결혼하면 일 따윈 안하고 편히 살 수 있을텐데…
세상 사는 법을 모르다니 어리석다, 개굴.
개구리 : 하지만 그런 모습에 반한 거니 나도 할말 없다. 개굴.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게나, 개굴.
네리시아 : 개구리의 프로포즈 같은 거 들어줄 시간은 없으니까.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가자.
이러다 숙모님이 아시면 큰 난리가 날걸.
조슈아 : (숙모라면 루신다 부인을 말하는 건가?
몰래 빠져 나온 건 잘못이지만….)
조슈아 : 떠나온 시간이 있으니 이미 알려졌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숙모… 께서도 아끼는 조카를 크게 야단치지는 않을 거에요.
조슈아 : (혼기가 찬 아가씨가 몰래 여행을 다녀 왓다는 건 큰 흠집이 될 테니 그 분도 대 놓고 혼내지는
못하겠지.)
네리시아 : 뭐… 사실 야단을 맞는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루신다 숙모님을 만난 것도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네리시아 : 어쨌든 이제 그만 가요.
거기, 개구리도 마음에 드는 진짜 공주님을 언젠가 만나게 되면 좋겠네. 행운을 빌어 줄게.
개구리 : 개굴개굴… 그대도 언젠가 운명적인 왕자님을 만날 걸세.
개굴개굴. 힘을 내고 기다리게나. 개굴.
개구리 : 시간은 많지 않은가?
아직 젊으니까. 개굴.
네리시아 : ….
밀라 : (무언가 사정이 있나 보네….
황당하리만큼 무모한 여행을 감행한 게 그래서 였나.)
네리시아 : …그래. 시간만은 지겹도록 많이 남아 있을 테니까.
그러니 꿈 속에서라면 만날 수도 있겠지. 아주 멋진 왕자님을….
네리시아 : 이제 그만 돌아가자.
네리시아 : 지겨워졌어.
너무 늦으면 분명 큰 소동이 일어날 거야.
막시민 : 돌아간다…면 켈티카 왕성가로 가면 되는 건가?
시벨린 : 예. 늦기 않게 어서 출발하죠.
[켈티카 왕성가]
조슈아 : …?
네리시아 : 자, 여기까지.
…수고 많았어.
네리시아 : 약속했던 의뢰비.
막시민 : 의뢰비?
막시민 : 호오~. 이거 꽤 많은데?
시벨린 : 이제… 모두 끝난 건가요?
네리시아 : 응.
귀부인의 여흥은 이걸로 끝.
네리시아 : 내가 그 곳으로 시집가면 오빠도 편히 왕궁에 드나들 수 있을거야.
그러면 우리 가문도 지금보다 나아지겠지….
네리시아 : 그렇다고 내 인생이 불행하다는 건 아냐.
한번도 못해보고 후회하는 것 보단 부딪혀 보는게 낫다고 생각하거든.
네리시아 : 정략적인 결혼이라고 하짐나 난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어.
나 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가씨가 또 어디 있겠어, 그치?
조슈아 : ….
밀라 : ….
시벨린 : …맞아요.
네리시아 아가씨는 외모 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아름다운 분이니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요.
시벨린 : 아가씨의 오빠도 여동생을 이렇게 보내게 되서 무척 슬플 거에요.
네리시아 : 그렇겠지?
네리시아 : 장난은 한 번이면 족하고, 꿈도 딱 한 번 꾸는 게 좋은 거야…
그럴 거야.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욕심이 날 테니까.
막시민 : ….
막시민 : …잠깐만, 이거 가지고 가.
네리시아 : 이건… 그 루모리 연못에서 나왔던 구슬…?
네리시아 :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막시민 : 가져가.
그런 쓸데없는 물건 따윈.
막시민 : 쓸데 없지?
어차피 돌덩인데 우리한텐 무거운 짐일 뿐이잖아. 안 그래?
조슈아 : (막시민….
안 그런 척 하더니 그래도 네리시아 양이 안쓰러웠나 보네.)
밀라 : (녀석.
은근히 마음 씀씀이가 멋진데?)
시벨린 : 그렇죠.
네리시아 아가씨께서 가져가시면 저희가 오히려 더 기쁘겠는데요.
네리시아 : 내가 가져도 괜찮아?
밀라 : 우리한테 허락 받을 필요 없어.
같이 여행하면서 얻은 물건이잖아.
시벨린 : 추억으로 간직하세요.
조슈아 : 예. 그렇게 하세요.
조슈아 : (예쁘장한 보통의 장식물이니까.
특별한 힘을 지닌 것 같지도 않고.)
네리시아 : 그… 그다지, 뭐, 가지고 싶은 건 아니지만… 주, 준다니까 받아 줄게.
그, 그럼 이만 실례하겠어.
네리시아 : 수고 많았어, 모두들.
막시민 : 후우~ 이제야 끝난 건가?
밀라 : 막시민~~.
밀라 : 그렇게 안 봤는데 꽤나 로맨티스트네~?
막시민 : 뭐, 뭐야?
막시민 :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움직이기나 해! 그 빨강머리 녀석하고 만나기로 하지 않았어?
시벨린 :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분명히 켈티카 카페에서 보기로 했었죠?
조슈아 : 어서 가죠.
[켈티카 서민가]
????? : 드디어 만났군.
밀라 : 뭐, 뭐야?!
????? : 이봐! 공격해!
꼭 생포해야 한다고!
조슈아 : (생포?
돈을 노린 강도는 아닌가 본데….)
막시민 :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너무 하잖아!
시벨린 : 공격해 옵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당하겠어요!
조슈아 : 다… 쓰러뜨린 건가요?
밀라 : 이봐?! 왜 우리를 공격한 거야?
조슈아 : 우리… 라기 보단 시벨린 씨를 공격한 듯 합니다.
조슈아 : 저희를 쓰러뜨리고 시벨린 씨를 생포하는게 목적이었겠지요.
????? : 그… 그건….
막시민 : 정말이야?
막시민 : 머리 굴릴 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네 녀석이 아니어도 답을 얻어낼 방법은 여러 가지니까.
????? : ….
밀라 : 대답 안 해?
흐음… 어쩔 수 없겠는걸? 당신을 없애고 저쪽 녀석한테 물어보는 수 밖에.
시벨린 : 설마 진짜로 죽이려는 건…?
밀라 : 겁만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밀라 : 마지막으로 물을게.
무슨 이유로 우릴 공격한 거지?
????? : ….
밀라 : 어쩔 수 없군.
????? : 자, 잠깐!!
????? : 대, 대답할게.
정확한 건 나도 모른다고.
????? : 진홍의 사신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생포하라는 명을 받은 게 다야.
시벨린 : 진홍의 사신?
시벨린 : 그 명을 내린 게 누구지?
그 이름은 대체 어디서 들었어?
시벨린 : (나의 기록은 모두 지워진 게 아니었나?
어째서 저 별명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거지?)
조슈아 : (진홍의 사신이 시벨린 씨의 호칭이었나 본데….
하지만 다른 이들의 호칭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었나?)
밀라 : (시벨린 씨의 기록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어째서? 다른 기록들은 모두 지워졌는데?)
막시민 : (섀도우&애쉬에 있는 관련 자료는 모두 지워진 게 아니였어?
분명히 내 빚 장부도 모두 지워진걸 확인했는데….)
밀라 : !!
막시민 : 제길, 놓친 건가?
밀라 : 그만둬. 어차피 더 이상 아는 것도 없었을 거야.
시벨린 : ….
막시민 : 네 녀석의 기록이 남아 있는가 본데….
대체 무슨 일이야?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시벨린 : …전혀.
나도 뜻밖이야.
조슈아 : …이미 약속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일단 랑켄 씨한테 가도록 하죠.
숙소도 정해야 되고… 더 늦으면 곤란하겠어요.
밀라 : 그래요. 캐모마일 카페에서 보기로 했죠?
[칼츠 상단]
드메린 칼츠 : 그렇습니다. 이미 듣고 오신 대로, 서약서는 내게 있습니다.
오를란느의 정당한 작위 계승 후보자인 샤를로트 님의 서약서가 말입니다.
드메린 칼츠 : 그러나 어차피 한 쪽의 서약서가 카림 하룬에게 잇는 한, 이것 자체로는 별 가치가 없습니다.
다만 공녀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말이지요.
프레넬 : 장사꾼이 가치가 없다고 하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가르니에 : …프레넬.
드메린 칼츠 : 두 분께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그러나 지금은 더 큰 정보가 하나 있는데, 들어 보시지 않겠습니까?
가르니에 : 더 큰 정보?
드메린 칼츠 : 네. 이번에 하이아칸에서 열리는 실버스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든 출전할 수 있다는 건 두 분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프레넬 : 물론.
드메린 칼츠 : 섀도우&애쉬 쪽에서 흘러 나온 정보인데, 아무래도 그 대회에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오를란느의
공녀가 출전할 것 같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섀도우&애쉬의 유력자 몇 명이 발빠르게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는데… 그것의
내용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르니에 : 믿을 수 있는 겁니까?
드메린 칼츠 : 글쎄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드메린 칼츠 :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일 경우에 이것은 둘도 없는 기회입니다.
진짜 공녀님께서 출전하신다면, 이것은 그분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불러 모으려는 방책일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가르니에 : 그렇다면 다행한 일이겠지만, 제가 아는 한 그 분은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실 분이 아닙니다.
프레넬 : 아마 이 정보를, 크라레트 님께서도 알고 계신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쓰실 게 틀림 없습니다.
그분을 쫓기 위해 섀도우&애쉬와 거래한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가르니에 : 어쨌든 지금은 아무 것도 알 수 없군요.
확인을 위해서라도, 하이아칸으로 직접 가 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프레넬 : ….
적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인가?
가르니에 : 응. 그리고 섀도우&애쉬 쪽에서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왔다는 것도 신경이 쓰이고.
가르니에 : 네 말대로 크라레트 님은 그들과 거래한 적이 있어.
그건, 즉 섀도우&애쉬의 정보는 크라레트 님에게도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돼.
가르니에 : 헌데 여기까지 정보가 새어나온다는 건….
프레넬 : 칼츠 상단의 정보 수집력이 지나치게 좋은 것이거나, 아니면 어디에선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뜻이겠지.
프레넬 : 후자라면 그럴 이유가 있을 거다.
드메린 칼츠 : 어떻습니까?
두 분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두 분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드메린 칼츠 : 실버스컬에 출전한 것이 만약 진짜 공녀님으로 밝혀진다면…
공녀님을 도울 경제적인 힘을 제가 책임지기로 하는 조건으로.
가르니에 : ….
프레넬 : 그건 아노마라드 왕실의 뜻이기도 합니까?
드메린 칼츠 : 글쎄… 어떨까요?
핫핫. 장사꾼에게 국적은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지요.
드메린 칼츠 : 저희들이 추구하는 것은 정당한 이익뿐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제가 가진 패를 모두 보여드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가르니에 : 말씀하신 대로 저희들에게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공녀님. 저희들이 감히 승낙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르니에 : 다만 실버스컬에서 진짜 공녀님을 다시 뵙게 된다면. 그리하여 그 분께서 당신의 힘을 필요로
하신다면, 저희들은 마땅히 그에 따르겠습니다.
가르니에 :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거래가 아닙니까?
드메린 칼츠 : 좋습니다.
그러면 출발하도록 하지요.
드메린 칼츠 : 축제의 땅, 하이아칸으로….
[켈티카 서민가 카페]
밀라 : 랑켄 씨는 아직인가 본데?
막시민 : 빨강머리 녀석 또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잇는 거 아냐?
시벨린 : 약속 장소는 이곳이 확실하니까 조금 더 기다려 보죠.
밀라 : 응? 이게 뭐지?
밀라 : 와~! 이거 귀여운데?
손으로 직접 만든 건가 봐.
조슈아 : 모양이 조금씩 조금씩 다르네요.
이건 사람 모양인 것 같은데요.
밀라 : 하하. 이건 꼭 티치엘하고 루시안 같다.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게 정말 닮았는 걸?
막시민 : 무슨 소리야? 이게 아줌마 눈에는 인간의 형상으로 보여?
티치엘하고 루시안이 들으면 울겠다, 울겠어.
밀라 : 뭐야?
막시민 : 위가 둥그렇고 다리가 있으면 다 인간이야?
그럼 눈사람은 왜 다리가 없는데?
조슈아 : 막시민… 그건 비유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밀라 : 알았어. 알았어.
그냥 생각나서 한 말이야. 됐어?
밀라 : (…닮았는데….)
랑켄 : 오오~! 나의 소중한 실험체들이여.
모두 와 있었군.
막시민 : 이봐! 늦었잖아!
랑켄 : 아아. 루모리 쪽에서 알 수 없는 마의 흐름이 느껴져서 연구를 하다 왔다네.
원래 과학자에게 시간은 실험을 위한 거라네. 너무 격분해 말게나.
밀라 : 루모리?
밀라 : 아. 그러고 보니….
랑켄 : 호오~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랑켄 : 그럼 아까 인지된 그 마의 흐름은 실험체들이 있었다던 그 공간이 사라지면서 형성된 것인가 보군.
랑켄 : 흥미가 생겼어~!!
아무래도 난 폰티나 가로 돌아가 좀더 연구를 해 봐야 겠네.
랑켄 :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세.
막시민 : 이, 이봐.
그냥 가 버리면 어떡해.
랑켄 : 응?
랑켄 : 오오. 그렇지. 내가 깜빡했군.
랑켄 : 실험체들은 숙소에 머무르게나.
밀라 : 숙소?
랑켄 : 위대한 실험에는 실험체가 필요한 법.
실험을 후원하는 이들이 실험체들이 머물 장소를 마련해 주었다네.
랑켄 : 머레이라는 병사가 항상 경비를 서는 곳 근처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걸세.
조슈아 : (실험을 후원하는 이라….
폰티나 가에서 마련해 준건가?)
조슈아 : (아무리 실험체라지만 박사의 개인 용병에게 숙소까지 제공하다니 어울리지 않은 세심함인데….
단순한 호의라면 좋겠지만….)
랑켄 : 그럼 최상의 실험을 위해 실험체들도 편히 쉬게나.
난 좀더 연구를 하겠네.
랑켄 : 급한 일이 있으면 폰티나 가로 연락하도록 하게.
막시민 : 뭔가 구리긴 하지만… 일단 가 보는게 어때?
어차피 공짜잖아.
시벨린 : 그렇게 하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까요.
시벨린 : 머레이가 경비 서는 곳 근처에 있는 숙소로 가면 되는거죠?
시벨린 : 누구냐?!
란지에 : …이렇게 빨리 눈치 챌 지는 몰랐는데요.
역시 진홍의 사신이란 명성을 얻을 만 하시네요. 시벨린 우 님.
시벨린 : !!
막시민 : 가만! 저 녀석 분명히 환상 속에서 나왔던 그 녀석 아니야?
조슈아 : 응. 교수라고 불렸던.
란지에 : 갑작스럽게 찾아뵈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초면은 아니지요?
란지에 : 아아…. 현실에서는 초면이 되는 건가요?
조슈아 : (현실이라….
환상을 공유한 건 우리 뿐만이 아닌가 보군.)
란지에 : 외진 곳에서 첫 인사를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쉬이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시벨린 : 인사는 그 정도로 해두죠.
단도직입적이라 죄송합니다만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요?
시벨린 : 진홍의 사신이라는 말을 대체 어디서 들은 거죠?
내 이름을 어떻게….
란지에 : 섀도우&애쉬에서 당신을 찾고 계시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란지에 : …이미 인사를 나누신 듯 하네요.
의외로 격한 인사를 즐기는 분들이라서요.
막시민 : 뭐야? 당신도 섀도우&애쉬에서 보낸 거야?
란지에 : 틀리지도 맞지도 않다고 해 드리지요.
저는 단순한 정보원일 뿐이라서요.
밀라 : 정보원?
란지에 : 예. 필요한 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는 것 뿐입니다.
조슈아 : (보수라… 분명 돈을 의미하지는 않겠지.)
밀라 : 어떤 정보인지 들어보고 싶은데요.
란지에 : 섀도우&애쉬에서는 시벨린 님께 어떤 분을 모셔오라고 부탁을 할 계획인 듯 합니다.
란지에 : 곧 열릴 실버 스컬에 실종됐다는 계승 후보자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데…
그것과 무관하지는 않겠지요.
막시민 : (실종된 왕위 계승 후보자?
설마….)
란지에 : 어때요. 흥미가 있으신가요?
시벨린 :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죠?
란지에 : 아아… 일단은 투자라고 해 두죠.
여러분이 저를 믿어 주시길 기대하고 있거든요.
조슈아 : (여러분?
시벨린 씨가 아니고?)
란지에 : 어떻습니까?
저를 믿고 같이 섀도우&애쉬의 의뢰를 받을 생각은 없으십니까?
란지에 : 수락하신다면 더 이상의 위협은 없도록 조치해 보겠습니다.
시벨린 : ….
란지에 : 지금 상황으론 대답하기 곤란하실 듯 하군요.
잠시 생각할 시간을 드리도록 하지요.
란지에 : 진홍의 사신으로 불리던 높은 명성은 누누이 들어 왔습니다.
섀도우&애쉬의 나르비크 지부에 남은 기록만으로도 대단히 인상적이더군요.
란지에 : 이름만 남은 채 행적이 지워져 있으니 섀도우&애쉬에서 더더욱 탐을 낼 만 하지요.
시벨린 : (나르비크 지부?)
조슈아 : (행적은 지워졌지만 이름이 남아 있다고…?)
조슈아 : (마치… 주인공은 바뀐 채 대사만 그대로 읊어지는 연극 같은걸.)
란지에 : 그럼 다시 찾아 뵙도록 학ㅆ습니다. 부디 즐거운 밤 되시길.
밀라 : 시벨린 씨의 기록이 남아 있는 모양인데….
우리들의 기록은 모두 지워졌는데 어째서 남아 있는 걸까요?
시벨린 : 글쎄요….
부분 부분 다른 이들의 기록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요?
막시민 : 그럴 리가 없어.
내 장부가 깨끗이 지워져 잇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고.
막시민 : 안 그러면 그 많은 빚을 모두들 싹 잊은게 가능이나 하냐?!
밀라 : 대체 너, 빚이 얼마나 되는 거야…?
막시민 : 그, 그건….
막시민 : 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어째서 시벨린의 기록이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밀라 : 바람이 찬데 일단 들어가서 생각하죠?
까다로운 귀족 아가씨를 모시고 다녔더니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
막시민 : 하긴. 여기서 서서 더 생각해 본다고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조슈아 : 안으로 들어가죠.
시벨린 : ….
시벨린 : (섀도우&애쉬의 나르비크 지부에 아직 나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시벨린 : ….
시벨린 :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릴 순 없어.
밤을 틈타 조용히 침입하면 의외로 쉽게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
시벨린 : (…나르비크로 가자.)
[켈티카 숙소]
밀라 : 얼추 정리가 된 것 같은데?
이제 좀 쉬어 볼까?
막시민 : 어이, 아줌마. 혹시 시벨린 녀석 어디 있는지 봤어?
밀라 : 시벨린?
너희들과 같이 잇는 것 아니었어?
막시민 : 계속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
이 녀석 대체 어디 간 거지?
조슈아 : 저기….
밀라 : 왜요? 조슈아씨?
조슈아 : 나르비크로 가신 것 같은데요.
막시민 : 나르비크? 시벨린이?
조슈아 : 응.
막시민 : 지금 이 시간에 나르비크를 왜….
밀라 : 나르비크 섀도우&애쉬 지부?!
밀라 : 조슈아 씨는 알고 있었어요?
조슈아 : 아까 숙소로 들어오지 않고 광장 쪽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아직 나르비크에 기록이 남아 있다는 그 사람의 말을 확인하러 간 듯 합니다만….
막시민 : 뭐야?!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바로 알려줬어야지! 아까 부터 찾는 것 봤잖아!
조슈아 : 시벨린 씨를 찾는 건지는 몰랐어.
시벨린 씨가 나르비크로 갔다는 말을 해서 바뀌는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조슈아 : 어차피 몰래 숨어 드는 거라면 한명이 두세 명보단 효율적일 테니까.
어차피 무모한 계획이라면 희생을 최대한 줄이는 게….
막시민 : 야!!
막시민 : 네 녀석은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냐?!
막시민 : 친구가 위험에 빠졌는데 희생이고 가능성이고 따져야 겠어?
내가 위험에 빠져도 확률 따지고 있을 거냐?
막시민 : 네 녀석을 잠시라도 친구라고 생각했던 내가 바보다!!
막시민 : 뭐해!?
저딴 녀석 놔 두고 어서 시벨린 녀석 구하러 가야 될 것 아냐?
막시민 : 이 멍청한 자식, 분명히 자기 과거 찾는답시고 앞뒤 생각 안하고 갔을 거야.
더 늦으면 위험할테니 어서 나르비크로 가자.
밀라 : 으…응.
조슈아 : 하아… 그렇게 무작정 쫓아 간다고 해결 되는게 아니잖아.
조슈아 : 수 많은 용병들 앞에선 두명이나 세명은 똑같아.
우리 힘으로 안된다면 다른 힘을 이용하면 되는데….
조슈아 : 하아… 어쩔 수 없지.
처리하러 적당히 가 볼까….
조슈아 : 불법으로 유출된 마석을 거래하고 있다…는 혐의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 : 켈티카에서 조슈아라는 이름으로 불가능한 일은 거의 없습니다.
비록 그 이름을 정식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지요.
조슈아 : 정식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라….
너라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 : 이건…?
조슈아 : 엘티보에서 입수한 물건이다.
문장을 갈아낸 흔적이 있지만… 왕궁에서 사용하는 고급 엘카난임에는 틀림없어.
조슈아 : 이 물건을 이용하면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최대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해.
????? : 왕성 워프를 사용하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시다니.
이럴 가치가 있는 일입니까?
조슈아 : 흥미가 생겼거든.
조슈아 :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해답을 줄지도 몰라.
그래서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
????? : 켈티카로 돌아오셨다는 건… 알리지 않을 생각입니까?
조슈아 : 나중에.
…아직은 좀더 그들과 같이 있고 싶어.
????? : 알겠습니다.
명 하신 일은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슈아 : (이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볼까…?)
조슈아 : (…내가 연극의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런 건 상관없어.
하지만 꼭두각시로 조정 당하는 역은 사양이야.)
조슈아 : (…그 역할 때문에 소중한 것을 상처 입혀야 한다면 더욱 말이지.)
조슈아 : (이 소동을 벌인… 아직은 미숙한 극작가를 만나러 가 볼까?
왕성가에서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거다.)
조슈아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달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슈아 : 저도 별로 시간이 없어서, 지금 가려던 참이거든요.
란지에 : …!
란지에 : (탑에서 본 얼굴…?)
조슈아 : 놀란 얼굴이네요.
시벨린 씨를 만나러 왓을 때에는 세상 모든 일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만만한 표정 밖에 짓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란지에 : 무슨 용건이신지요.
조슈아 : 당신에게는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란지에 : 정보…?
조슈아 : 뭐, 누구든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조슈아 : 하지만 당신의 목적은 시벨린 씨가 실버 스컬에 가는 것이셨을 테고, 아마 이것만은 당신 뜻대로
될 겁니다.
조슈아 : 그러니 크게 상심하지는 마세요.
란지에 : 당신, 누구…?
조슈아 : 당신도 저도, 얼굴만은 이미 알고 있지요.
그 탑의 환상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봤거든요. 기억력이 나쁜 편은 아니니 잊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조슈아 : 저도 모든 것을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환상 속에서 만난 그 많은 사람들이 전부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란지에 : …왕실을 움직인 건 당신입니까?
조슈아 : 글쎄요.
어쨌거나 시벨린 씨를 움직이게 만든 건 결과적으로 당신입니다. 그것만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슈아 : 그리고 시벨린 씨가 움직였기 때문에, 저도 조금 곤란해 져서 말입니다.
…다치지 않게 하려면 이 정도가 미봉책으로는 괜찮지 않을까 해서.
란지에 : (다치지 않게 하려면…?
누가? 누구를? 왜?)
조슈아 : 저도 알고 싶군요.
아마도 가르쳐 주시지 않겠지만, 일단 묻겠습니다.
조슈아 : 너, 누구지?
나는 탑의 환상이든 뭐든 별로 관심 없어.
조슈아 : 그러나 네가 모든 걸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도 아닌 주제에 멋대로 움직여서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든다면, 나도 대항하는 수밖에 없어.
…그러니 다시 만났을 때는 예의 바르게 첫 인사를 할 수 있다면 좋겠군.
란지에 : ….
란지에 : 그렇군요.
어차피 믿을 수 없는 이름일 테니, 소개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란지에 : 그때까지 평안 하시기를.
조슈아 :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늦진 않았어.
어서 나르비크로 가자.)
[나르비크]
조슈아 : (어두워서 길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도시의 설계도 쯤이야 예전에 문서를 통해 다 외우고
있으니까….)
조슈아 : (분명히 섀도우&애쉬 건물 뒤쪽으로 몰래 숨어 들 수 잇는 길이 있었어.)
조슈아 : (날이 새기 전에 어서 가자.)
????? : 치, 침입자다!!
????? : 치, 침입자다!!
????? : 모두 중앙으로 모여! 침입자가 나타났다!!
????? : 한명이 아니라고! 모두 조심해!
????? : 저쪽이다~!!x3
조슈아 : (하아….
이미 요란해질 대로 요란해 졌는걸?)
조슈아 :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자!)
[섀도우&애쉬]
시벨린 : 헉… 헉… 헉.
감시자 : 우아악!
시벨린 : 위험해!!
시벨린 : 큭!
막시민 : 시벨린!!
막시민 : 제길. 이러다간 끝이 없겠는걸?
조슈아 : 막시민!
밀라 : 조슈아 씨?
조슈아 : 어서 이쪽으로 와!
막시민 : 그쪽으로 갈래도….
병사 : 이쪽이다!!
상급병사 : 압수수색 명령이 떨어졌다! 움직이지 마라! 이 시간부로 모든 물건에 대한 이동 권리는 왕실에 있다!
병사 : 예!x4
감시자 : 뭐, 뭐야?!
감시자 : 막아! 안쪽으로 못 들어오게 해!
조슈아 : 지금이야, 어서!
막시민 : 빠져 나온 건가?
조슈아 : 응. 더 이상 쫓아오는 녀석들은 없는 것 같아.
막시민 : …여긴 어떻게 왔냐? 네 녀석이 뒷 통로는 어떻게 안거야?
조슈아 : 아…뭐, 네 말대로 책에서 봤겠지.
막시민 : 책? 대체 어느 책에 이런 게…!
밀라 : 막시민! 지금 그게 중요해?
조슈아 씨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잖아.
밀라 : 친구라고 하면서 너무 막 대하는 거 아냐?
친구라고 여겼다면서?
막시민 : 켁….
막시민 : 아, 몰라! 몰라!!
시벨린 녀석은 왜 혼자 처들어가서 난리야?
막시민 : 덕분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죽을 뻔 했잖아!!
밀라 : 시벨린 씨 옮겨야 될 것 같은데….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
조슈아 : 근처에 여관이 있으니까 그리로 가죠.
[나르비크 여관]
조슈아 : 상처가 깊지 않은것 같아 다행이네요.
밀라 : 대체 왜 이런 무모한 행동을….
막시민 : 생각이 깊은 녀석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실없는 농담을 많이 하긴 했지만.
조슈아 : 시벨린 씨는…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잃어 버린 것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 대한 기억도
잃은 상태잖아요.
조슈아 :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다른 것을 고려할 여유를 잃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시민 : 상처가 깊지 않다니까 곧 일어나겠지.
밀라 : 이 정도인게 다행이랄까요. 조슈아씨 아니었으면 큰일 났을 거예요.
밀라 : 그런데 어떻게 한거예요?
저도 모르는 비밀통로를 알고 잇는 것도 그렇고, 적재적시에 액시피터 병사들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조슈아 : 하하… 세상에 우연은 많으니까요.
시벨린 : 으…. 으….
밀라 : 시벨린 씨, 정신이 들어요?
시벨린 : 으…. 으….
그… 그럴수가….
막시민 : ?
막시민 : 시벨린?! 이봐, 괜찮아?!
시벨린 : 내… 내가…!!
[켈티카 왕성]
루신다 : …그렇게 알아 두도록 해.
오후에 찾아 뵐테니까.
니네트 : 네, 백작부인.
루신다 : 준비는 끝났느냐?
뭘 그리 꾸물거리는 게야?
루신다 : 네가 또 멋대로 뛰쳐 나가기라도 한 줄 알고 사람을 보낼 참이었단다.
네리시아 : 죄송해요.
조금 열이 나서…. 아마 감기에 걸린 모양이지요.
로리아 : 어머, 네리시아 아가씨!
돌아가시는 거예요?
로리아 : 부러워라~ 이제 곧바로 혼인 준비를 하러 가신다면서요?
백작부인께서 멋진 드레스를 맞춰 주셨다던데~ 어떤 거에요?!
네리시아 : 내가 일일이 보고할 의무라도 있어?
시녀 주제에 꼬박꼬박 고개를 치켜 들고.
네리시아 : 기분 나빠.
감히 귀족 아가씨와 눈을 맞추다니,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구나.
로리아 : 저, 저는… 그저…
부러운 마음에… 그만…
루신다 : 쯧. 정혼자의 영지로 가는 길인데 시작부터 패악을 부리면 못 쓰지.
이제부터라도 조신하게 굴어야 한다. 네리시아.
루신다 : 아무려나 이 혼사가 잘 성사되면 네 오라비에게도 도움이 될 테니까.
가문을 생각해서 조심, 또 조심하거라.
네리시아 : 잘 알고 있어요, 숙모님.
루신다 : 영지를 떠날 일 없을테니 켈티카 구경이나 시켜 주려고 불렀다만, 내가 잘 한 것인지 모르겠구나.
괜히 어린아이에게 헛된 바람이나 심어준 것이 아닌지….
네리시아 : ….
루신다 : 마차를 타고 떠나는 즉시 전부 잊어라.
뭘 생각했든, 뭘 꿈꿨든… 네가 평생 페라라(Ferrara) 땅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돼.
네리시아 : 네. 숙모님.
루신다 : 그럼, 출발하게.
남자 : 네. 백작부인.
…그럼 네리시아 님, 출발하겠습니다.
네리시아 : ….
네리시아 : (이제 다시는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없겠지.
낯선 사람들하고 멋대로 어울려서, 먼지투성이 길을 걸아갈 일도 없을 거야.)
네리시아 : (이제 평생 나는 페라라의 네리시아로서, 내 정혼자의 아내로서, 정숙한 귀부인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내가 살아온 것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살아야 해.)
네리시아 : (알고 있었어. 나는 귀족의 딸이니까.
모든 걸 버려도 괜찮은 사랑 같은 건 없어. 세상 모든 것과 맞서 싸울 만큼 굉장한 사랑 같은건,
있을 리가 없어.)
네리시아 : ….하녀 : 네리시아 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하녀 : 마부에게 이야기해서 속도를 조금 늦춰 달라고 할까요?
네리시아 : 아니, 괜찮아.
네리시아 : (….)
네리시아 : (…아아, 물거품이 된다 해도 괜찮아.
다시는 두 다리로 땅을 밟고 걸을 수 없게 된다 해도 더 이상 슬프지 않아.)
네리시아 : (즐거웠으니까.)
네리시아 : (정말로 즐거웠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영원히 사랑 받을 수 없는 인어공주라고 해도, 이것만은 내 추억의 증거로 남아 있을 테니까.)
네리시아 : (나만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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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만에 완성한 조슈아 대사집 이네요 흡흡...
실은 조슈아 챕터를 다시깰려고 부캐를 파긴 했는데 레벨의 한계때문에...
하도 쪼렙이라 깰수가 없어 지인분들에게 부탁하여 스샷을 얻어서 겨우 치네요 ㅠㅠ
챕4 스샷 보내준 청이 고마워~~
자, 오랜만에 일거리 이십니다 완드님~ 얼른 추가시키세요!
첫댓글 오오미...어린 클로에 예뻐요ㅎ 어린 조슈아 사진도 있다면 추가해주세요.
그냥 오늘깨는데 나오길레;
오오~ 이렇게라도 볼수있게 해주시니 감사해요ㅎ
에구... 요즘 정신이 없어서 이제서야 봤네요 ㅎㅎ ;조슈아 스샷 추가했습니다~
챕터 4 진행하면서 생각한 것 : 초반 어린이들의 대화...정녕 저게 어린이들의 대화수준인가요 하하ㅏ하하하하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베베 조슈아 나와야해요 'ㅂ'!!!!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라도 살거에요 낄낄낄
.......그니까 좀 만들어줭 ㅠㅠㅠㅠㅠㅠㅠㅠ 베베보리스나 루시안처럼 귀염돋는 어린이로...!!
갑자기 조샤가보고싶어져서 챕터집 쭉읽다가 이제야 발견!
뿌듯뿌듯 하트하트